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61
662화
“그럼 애들 보육원 옮길 거야? 한마음 보육원이나 행복 보육원 원장님 아주 좋은 분들이고 어디든 애들 잘 자랄 것 같은데.”
한마음 보육원은 강진이 자란 곳이고, 행복 보육원도 좋은 곳이라서 어디든지 애들이 가도 잘 지낼 것이다.
그리고 위치도 충청도보다는 가까우니 강진이 보러 가기도 좋을 테고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보육원 옮기는 건 애들한테 안 좋을 것 같아요.”
“왜?”
“애들이 거기서 그래도 얼마 살았잖아요. 저희 편하자고 애들이 조금이라도 적응을 한 곳에서 이사를 하게 하는 건 아니죠.”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한마음 보육원하고 행복 보육원이 그래도 지내기 좋아 보여서 그런 말을 하신 거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황민성이 보기에 두 곳 원장님이나 일하는 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애들이 지내기 좋아 보여서 말을 한 것이었다.
“거기 직원분들은 만나 보지 못했지만, 원장님이 좋은 분이더라고요. 원장님 보면 거기도 애들이 지내기 좋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놀랐네. 애들하고 지방으로 이사 간 아버님을 귀신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저도 많이 놀랐어요.”
강진의 답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좀…… 잘 살게 해 주지.”
누군가에게 투덜거린 황민성이 재차 고개를 젓고는 홀로 나왔다.
황희승과 임선혜는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입에는 맞으세요?”
“정말…… 아주 오랜만에 아내가 해 준 밥을 먹으니 입에 달라붙습니다.”
“아내가?”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여기 있는 음식들 모두 태수 어머니가 하신 거예요.”
“아! 그러시군요.”
황민성은 웃으며 음식들을 보다가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맛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나 간다.”
계란말이 하나 먹고 일어서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해하며 그를 보았다.
“한잔하신다더니?”
“그건 너 일 있을 때 쓸 핑계였고. 일 따로 없는 거면 가야지.”
황민성은 손을 들어 보이고는 황희승과 임선혜를 보았다.
“앞으로 저 종종 보게 되실 겁니다. 제가 두 분 못 알아봐도 서운해하지 마세요.”
“귀신인 저희를 알아보는 것이 이상한 거죠. 괜찮습니다.”
황희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를 배웅해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은 황희승과 임선혜 앞에 앉아서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아침 일찍 거실에서 눈을 뜬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을 비튼 강진은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소파에서 자니 몸이 적응을 못 하네.’
예전에는 머리만 댈 수 있으면 알아서 자고 일어났는데 편히 누워서 자다 보니 이제는 소파도 불편한 듯했다.
“끄응!”
작게 신음을 토하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에 조용히 들어갔다. 애들은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깨워야 하나?’
오늘 일찍 보육원에 가려면 지금 깨워서 씻기고 밥을 먹여야 할 것 같다며 강진이 생각할 때, 애들 머리 쪽에 앉아 있던 황희승이 말했다.
“태수 곧 있으면 알아서 일어납니다.”
“그래요?”
“일어나면 미소 깨워서 알아서 내려갈 겁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여섯 시밖에 안 되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나요?”
“저하고 아침을 먹으려고 일찍 일어나더군요. 출근길 배웅해 준다고요.”
“아…….”
어떻게 된 것이 황태수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다 좋은 이야기밖에 없었다.
‘세상에 가장 착한 아들이 태수네.’
아침에 혼자 알아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어머니가 손뼉을 칠 것이었다.
강진은 작게 입맛을 다시며 방을 나섰다. 그는 샤워를 빠르게 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가게에는 직원들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애들은?”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조금 더 잘 거야.”
“그럼 밥 차려야겠네.”
배용수가 일어나려 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게.”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어제 임선혜가 한 반찬과 남은 재료들이 있었다.
반찬과 재료들을 꺼낸 강진이 양념에 재워져 있는 제육을 볶고, 계란말이와 계란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음식이 완성되어 세팅을 하고 있을 때, 황태수와 황미소가 1층으로 내려왔다.
아직 잠이 오는 듯한 황미소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 황태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찍 일어났네.”
“평소 이 시간에 일어나요.”
“그래. 씻었어?”
“네.”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밥 먹자.”
강진의 말에 황태수와 황미소가 자리에 앉았다.
“와! 계란말이다.”
“미소 계란말이 좋아해?”
“맛있어요.”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젓가락을 받은 황미소가 계란말이를 집어먹는 것을 보던 강진은 힐끗 임선혜를 보았다.
임선혜는 살짝 놀란 눈으로 음식들을 보고 있었다.
“이건 제가 만든…….”
임선혜의 말에 강진이 작게 미소를 지었고, 배용수 또한 웃으며 임선혜의 어깨를 툭 쳤다.
“애들이 엄마 음식을 좋아하네요.”
배용수의 말에 임선혜가 황미소와 황태수를 보았다. 두 아이는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태수야, 엄마가 해 준 음식 기억나?”
임선혜는 자신의 말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죽었을 때 아들은 4살 정도였으니 말이다.
두 아이는 어머니의 손맛을 아는지 모르는지 맛있게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상추에다 밥과 제육을 올려서 싸 먹은 황태수가 웃으며 손에 묻은 양념을 화장지로 닦아냈다.
“맛있어?”
“네.”
황태수는 고기를 집어먹고는 말했다.
“제육볶음에 양념이 많아서 그런지 입에 넣을 때 양념이 터지는 것이 맛있어요.”
“그래, 태수야. 너희 엄마 제육이 그런 맛이 있지.”
황희승이 웃으며 말을 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가 먹을 줄 아네. 밥 한 공기 더 줄까?”
“네. 더 먹을래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밥을 넉넉히 퍼 와서는 미소 그릇에도 덜어주었다.
그에 황태수가 상추에 밥과 제육을 넣어서 크게 입에 넣었다.
맛있게 씹으며 입가에 흐르는 양념을 손으로 닦던 황태수가 문득 음식을 보았다.
“왜?”
강진의 물음에 황태수가 웃으며 답했다.
“그냥 맛있어서요.”
잠시간 음식을 보던 황태수는 다시 제육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렇게 두 아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미소 짓던 임선혜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살았으면…… 이런 모습이었을 텐데.”
아침을 먹인 뒤 태수는 학교 보내고, 미소는 어린이집 보내고…… 두 아이가 가고 나면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그런 평범한 모습…….
하지만 지금은 꿈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귀신은 잠을 자지 않으니…… 꿈도 꿀 수가 없는 것이다.
안쓰러운 얼굴로 아이들을 보는 임선혜를 보며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의 밥은 먹었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임선혜가 한숨을 쉬며 아이들을 보다가 황미소와 황태수를 뒤에서 안았다.
“앞으로도 태수가 미소 손 꼬옥 잡아주고 엄마처럼 아빠처럼 보살펴 줘야 해.”
잠시 말을 멈춘 임선혜가 황태수를 머리를 안으며 말했다.
“그리고…… 엄마하고 아빠가 정말 미안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너한테 너무 많이 맡겼어. 정말…… 미안해.”
임선혜는 아들의 머리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는 황미소를 보았다.
“우리 딸 앞으로도 행복하고…… 너무 맛있는 것만 먹으려고 하지 말고. 그럼 오빠가 힘들어.”
잠시 황미소를 보던 임선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은 오빠 손을 꼬옥 잡아 줘. 오빠가 우리 미소 웃는 것 보면 힘들었던 것도 많이 사라질 거야. 오빠한테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동생이니까.”
웃으며 두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임선혜가 살며시 두 아이를 껴안았다.
화아악!
그와 동시에 임선혜의 몸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임선혜가 사라지는 것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앞으로는 내가 두 아이 잘 살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위에서 편하게 지내. 나중에 태수하고 미소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는 것 보면 그때 나도 당신 보러 올라갈게.”
자신에게 말 한마디 없이 떠난 아내이지만, 황희승은 그것이 서운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말할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썼으니 말이다.
임선혜가 사라지는 것을 보던 강진은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떨어지는 종이를 받았다.
그러고는 탁자 밑에 손을 내려 종이를 보았다.
편지에는 십만 원짜리 수표가 동봉되어 있었다.
‘가방하고 학용품이라…… 꼭 제가 사서 예쁘게 보내겠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강진에게 황태수가 말했다.
“형도 식사하세요.”
“응. 응! 나도 먹어야지.”
강진은 웃으며 밥을 먹다가 문득 황미소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밥을 맛있게 먹던 황미소가 깨작거리고 있었다.
“미소야, 왜 밥을 그렇게 먹어? 맛이 없어?”
“맛있어.”
“그런데 왜 밥을 그렇게 먹어?”
“그…….”
잠시 머뭇거리던 황미소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밥 먹고 우리 다시 보육원 가야 해?”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미소야, 오빠가…… 음…….”
강진이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자, 황태수가 황미소를 보았다.
“미소야.”
“응?”
“강진 형 너무 좋지?”
“응!”
“나도 형이 너무 좋지만…… 앞으로 우리가 사는 곳은 보육원이야.”
“같이 살면 안 돼?”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치만…… 오빠도 우리 좋아하잖아. 오빠, 미소 싫어요?”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야 당연히 미소가 좋지.”
“그럼 왜 같이 살면 안 돼? 미소 여기에서 말썽 안 부리고 잘할 수 있어…… 요.”
존댓말까지 쓰자 강진이 쓰게 웃으며 황미소를 보았다. 황미소는 정말 여기에서 살고 싶은 모양이었다.
황미소를 데리고 오면서 이미 예상한 반응이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 강진이 잠시 그녀를 보다가 말을 하려 할 때, 황태수가 말했다.
“미소야.”
“응?”
“우리 이렇게 생각하자.”
황태수가 황미소를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사 가고 나서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 간 거 생각나?”
“응.”
황미소의 답에 황태수가 미소를 지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