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62
663화
황미소의 얼굴을 가만히 보던 황태수가 조용히 말을 했다.
“그때 너무 좋았지? 곰 인형 쓰고 다니는 사람도 좋았고,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도 좋았고. 미소도 너무 좋았지?”
“응.”
웃으며 답을 하는 황미소를 보며 황태수가 말을 이었다.
“놀이공원도 좋고, 곰 인형 쓴 아저씨도 좋지만 우리하고 같이 살 수는 없잖아. 우리 집은 우리 집이고 그 사람들 집은 놀이공원이니까.”
“그건…… 그래.”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챈 황미소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우리한테 놀이공원이라고 생각을 하자. 강진 형은 곰 인형이고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인 거야.”
“놀이공원?”
“그래. 그러니까 같이 살 수는 없어. 집이 다르니까. 하지만 올 수는 있어. 우리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
“놀이공원은 언제든지 못 가는걸.”
황미소의 말에 황태수가 웃었다.
“가끔 가야 더 재밌는 거야. 거기에서 살면 재미 그리 없어.”
“진짜?”
“그럼 진짜지. 그러니까 형 곤란하게 하지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노는 걸로 하자. 다음에 또 놀러 오고 싶으면 형이 우리 데리러 와 주실 거야.”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오빠 보고 싶으면 연락해. 그럼 오빠가 주말에 너희 보러 갈게. 아! 나중에 미소 더 크면 미소가 알아서 놀러 와도 되겠다.”
“응…… 알았어. 그럼 우리 놀러 오고 싶을 때 놀러 올게.”
“그래. 그럼 어서 밥 맛있게 먹어.”
강진의 말에 황미소는 언제 깨작거렸냐는 듯 크게 밥을 떠서는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황태수를 보았다.
‘녀석, 나보다 낫네.’
황미소를 어떻게 진정시키나 걱정을 했는데, 황태수가 알아서 설득을 했으니 말이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TV를 보게 하고, 강진은 서둘러 공원에 사료를 두고는 돌아왔다.
오늘은 바빠서 이강혜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사료가 놓인 것을 보면 자신이 왔다 간 것을 알 것이다.
가게로 서둘러 돌아온 강진은 푸드 트럭에 식재들을 올렸다.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튀겨줄 튀김과 통닭들이었다. 식재들을 푸드 트럭에 실을 때 강상식이 차를 골목에 세우고는 내렸다.
“강진아.”
강상식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오셨어요?”
“오늘은 충청도라면서?”
“네.”
“재밌겠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보육원 가는 것 재밌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피식 웃고는 바닥에 놓인 식재를 차에 올리며 말했다.
“보육원 가는 걸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게 조금은 안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좋네.”
“그래요?”
“가면…….”
잠시 말을 멈춘 강상식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기는 한데, 내가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된 느낌이야. 마치 내가 세탁기에서 깨끗하게 빨려져서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렇군요.”
“그래서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 내가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등 안 다녀 본 종교 단체가 없는데 그 어디보다 보육원이 나를 좋은 사람처럼 여기게 만들어 줘.”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은 좋은 사람이에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그리 생각해 주면 고맙고.”
“그런데 종교 행사를 왜 이리 많이 다니세요?”
“사람들 보러 가는 거지. 사업을 꼭 회사에서 하는 건 아니니까. 아!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너를 만나기 전의 기회주의자 강상식 이야기다. 지금은 잘 안 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보육원을 가면 자기 위안을 받는 것 같아서 좋기는 한데…… 이런 마음으로 가도 될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애들을 위해서만 가는 게 아니라니 조금은 죄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형이 가서 봉사하고 도움이 되면 그 정도는 하늘에서도 용서해 주지 않을까요? 국회의원들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기 위안이 아니라 사진 찍으러도 많이 가잖아요.”
“그런가?”
“그리고 원장님들은 사진 찍으러 오든 뭘 하러 오든 오기만 해도 좋아들 하세요.”
“그래?”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명절에 안쓰러운 애들 데리고 사진 찍으려 보육원 간다고 욕들 하잖아요. 그런데 그 욕하는 사람 중에 보육원이나 다른 기부 단체에 돈 만 원 내시는 분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가?”
“보육원에서는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들도 고맙겠지만, 당장 기부를 해 주는 그런 정치인들이 더 필요할 수도 있어요. 의도가 나쁘다고 해도 사진 찍고 나서 주는 기부금은 애들이 필요한 옷도 되고, 물건이 되니까요.”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냥 좋은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이 가장 좋기는 하죠.”
“형도 조금은 더 마음을 좋게 써야겠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형, 저희 가게 오던 태수랑 미소 기억하세요?”
“알지. 예전에 본 것 같은데? 멀리서 밥 먹으러 오던 꼬마들 맞지?”
“지금 안에 있어요.”
“그래?”
강진이 두 아이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자, 강상식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입맛을 다시던 강상식은 고개를 젓고는 남은 상자를 푸드 트럭 안에 실었다.
푸드 트럭에 모든 음식을 실은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오늘은 자리가 좁아서 차 두 대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민성 형은?”
“그쪽은 어머니가 피곤해하실 것 같다고 조금 늦게 출발한다고 했어요.”
“어머니 몸이 요즘 안 좋으신가?”
“경기도 가는 것하고 충청도 가는 것하고 거리가 다르니 덜 피곤하게 출발하시려는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고.”
말을 하며 강상식이 시계를 보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시간은 왜 그리 보세요? 누구 기다리…… 어? 혹시 문지나 씨 가기로 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너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기는요. 시간을 계속 보는 걸 보아하니 약속이 있거나 일이 있다는 건데, 오늘 보육원 가는데 일을 잡아 놓지는 않았을 테니 약속이겠죠. 형이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 시계를 계속 보면서 기다릴 사람이 설마 남자는 아닐 테고, 그럼 여자 중에 형이 데리고 갈 만한 분이…….”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문지나 씨밖에 더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다가 말했다.
“탐정해도 되겠다.”
“오! 그럼 제 생각이 맞았네요. 어떻게, 두 분 잘 되시는 거예요?”
“잘 되기는…….”
강상식은 머쓱한지 머리를 긁다가 미소를 지었다.
“웃는 게 예뻐.”
“그래요?”
“사실…… 얼굴은 그저 그렇거든.”
문지나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에 강진이 놀라 급히 말했다.
“에이! 지나 씨는 미인이죠.”
“그런가?”
강상식의 기준으로 보면 문지나가 아주 많이 미인인 편은 아니었다.
광고 모델로 여배우나 여자 연예인들을 많이 보았고, 회사 비서실에도 미인들은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상식에게 문지나는 분명 매력적인 여자였다. 웃는 것이 너무 예쁜…….
강상식은 바보처럼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웃는 것이 예뻐.”
“문지나 씨도 형 마음 알아요?”
“지나 씨는 아직 그런 쪽으로 마음을 쓸 여유가 없지.”
“그 일 잘 되고 있는 것 아니에요?”
“그 사람 혼내주는 건 잘 되어 가. 그런데…… 지나 씨 마음이 좋지 않지. 말은 많이 혼났으면 좋겠다고 해도 자신을 낳은 아빠니까.”
“그건 그러네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혼내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마음이 다 안 좋으실 거야. 그래서 오늘 바람이라도 쐬러 같이 가자고 했어.”
“그런데 새벽에 말을 했는데 용케 허락을 해 주셨네요? 아니, 그전에 그 늦은 새벽에 연락을 하신 거예요?”
강진이 어제 강상식에게 문자로 알린 시간이 저승식당 영업시간이니 연락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인 것이다.
“그건 아니야. 원래는 한마음 보육원으로 가려고 했거든. 장소만 바뀌는 거야.”
“응? 왜 행복 보육원을 안 가시고요?”
한마음 보육원은 자신이 나온 곳이고, 행복 보육원은 문지나와 문지혁이 나온 곳이다.
그럼 가도 한마음 보육원보다는 행복 보육원이 더 나을 터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신이 나온 보육원에 더 봉사를 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원장님이 자기 보면 가슴 아파할 거라면서 안 가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럼 행복 말고 우리가 다니는 다른 보육원으로 가자고 했었거든. 그래서 한마음으로 가려고 했지.”
“아…….”
“그러니 장소는 상관없어. 어차피 지나 씨는 처음 가는 곳이니까. 그리고 바람 쐬러 가는 거라서 충청도도 괜찮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이혜미가 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강상식을 한 번 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문지나 씨 왔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상식을 보았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죠.”
“그래.”
가게 안에 들어간 강상식과 강진은 문지나를 볼 수 있었다. 편한 복장을 한 문지나는 입구에 서 있었다.
“어! 오셨어요?”
강상식이 반갑게 다가가는 것에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는데…….”
“잘 들어오셨어요. 음료 한잔 드시겠어요?”
“괜찮은데…….”
“저 마시는 김에 같이 한잔하세요. 밖에서 짐을 좀 날랐더니 목이 타네요.”
가게 안은 시원하지만, 가게 밖은 벌써부터 뜨거워지니 말이다.
강진은 강상식을 툭 치고는 주방에 들어가서 시원한 오미자차를 가지고 나왔다.
“여름에는 좀 달달하면서 새콤한 것이 좋더라고요.”
시원한 오미자차를 내려놓자, 강상식이 문지나 앞으로 잔을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강진이가 직접 담가서 만든 거라 맛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지나는 차를 마시려다가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 황미소를 보고는 웃어 주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문지나의 인사에 황미소가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마셨다. 그런 문지나를 보던 강진이 문득 황태수를 보았다.
황태수는 어제 들고 온 쇼핑백을 쥐고 있었다.
“그거 두고 가지?”
“저희가 어제 입은 거라 빨아야 해요.”
“형이 빨면 되는데. 그리고 여기에 옷 좀 있으면 다음에는 맨몸으로 와도…… 아니다. 잘 챙겨서 가.”
말을 하던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애들 사이즈가 대충…….’
강진은 아이들을 보며 사이즈를 눈대중으로 대충 재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놓고 갈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옷을 몇 벌 사서 집에 두면 될 일이었다.
“오는 길 힘들지 않으셨어요?”
“지하철 타고 오는걸요.”
“요즘도 기자들한테 전화 자주 오나요?”
“아니요. 전에 오성화학에서 기자회견 열어 주셔서 그때 이후로는 많이 줄었어요.”
“어? 오기는 오나 보네요?”
“네.”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인상을 찌푸렸다. 기자들이 문지나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아예 기자회견 판을 열어 주기까지 했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안 해 주면 집까지 찾아오는 게 기자들인 만큼, 아예 판을 벌려서 궁금한 것을 풀게 함과 동시에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무언의 경고를 했었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온다고 하니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것들이…….’
강상식이 어디 언론들인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강진이 말했다.
“참, 오늘 가기로 한 보육원은 충청도입니다.”
“경기도라고 들었는데?”
이름은 몰라도 경기도에 있는 보육원이라는 건 들은 모양이었다.
“조금 사정이 생겨서요.”
“저는 힘을 쓸 수 있으면 괜찮아요.”
“힘요?”
강진의 물음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청소든 빨래든 몸을 막 쓰면 개운하거든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날씨도 좋으니 이불 빨래나 잔뜩 하면 좋겠네요.”
“그럼 정말 좋죠.”
이야기를 마친 강진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게 가게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