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88
689화
귀신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수혈팩은 환자만 보면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거든요.”
“그거야 병원이잖아요.”
살리려고 치료를 하는 곳이 병원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었다. 강진의 말에 귀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같은 놈도 치료를 하니 문제지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귀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냥 병원비 낼 형편 안 되는 환자들도 수술을 한다는 말입니다.”
“아…… 병원비요?”
“수혈팩 그 친구 월급 대부분 병원에서 도로 가져갈 거예요.”
“왜요?”
“자기가 보증을 서서 수술을 해 버리거든요. 환자가 돈을 못 내면 수혈팩 월급이 압류되는 거지요.”
귀신은 재차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위에 사람들이 수혈팩을 아주 눈엣가시처럼 여겨요. 실력이 없었으면 벌써 해고됐을 겁니다.”
“해고요?”
“수술을 너무 잘해서 VIP들이 수술 받을 일 있으면 그 수혈팩을 찾아오거든요.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수술해 달라고 연락 오기도 하고요.”
“수술 실력이 정말 좋은가 보네요.”
“아주 좋죠. 그런 실력이니 병원에서도 못 자르는 거고요. 보통 의사였으면 벌써 목 뎅강 해서 어디 지방에 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VIP 수술을 많이 하나 보네요?”
강진의 물음에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부자들 수술을 많이 한다고 해서 마음에 안 들어요?”
“아니요. 부자들도 아프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죠.”
강진의 말에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혈팩이 그래도 자기 처지를 잘 알아요.”
“자기 처지요?”
“사람 살리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환자를 위해 수술을 하지만, 아무리 의사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 혼자서 수술을 다 할 수 있겠어요? 수술실도 열어야 하고 마취과 선생에 간호 선생, 옆에서 보조할 선생까지 여럿 두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게 다 돈이거든요. 주삿바늘 하나도 돈이 들고요.”
귀신은 강진을 보았다.
“돈 없는 사람들 수술만 하다 보면 병원 적자가 심해지니…… 어떻게든 돈을 메꾸려고 하는 겁니다.”
“아…… 그래서 VIP들을 상대하는 거군요.”
“그렇죠. VIP들이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으면 병원에 기부도 하고…… 슬며시 돈 없는 환자들 치료비 부탁하면 해결해 주고 가니까.”
“그렇군요.”
“그나마 수혈팩이 그렇게라도 수익을 내 주니 병원에서 자리보전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잘렸죠.”
“그렇겠네요. 아무리 병원이라도 돈이 없으면 망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귀신이 문득 한쪽을 보았다.
“호랑이도 자기 말하면 온다더니 저기 오네.”
강진은 귀신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태블릿을 보며 걸어오고 있는 한 의사가 보였다.
“수혈팩이라…….”
강진이 작게 중얼거릴 때, 귀신이 입을 열었다.
“주위 사람 힘들게 하는 것 빼면 저만한 의사가 없지요.”
주위 사람 힘들게 한다는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길이죠.”
“에이! 그럴 리가요. 수혈팩 저 친구하고 팀 짜서 수술하는 의료진들은 다 힘들어서 죽으려고 해요. 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만큼 JS 잔고에는 돈이 쌓이겠죠.’
지금은 힘들고 고생스럽겠지만, 최임수를 따라 사람들을 살리다 보면 어느새 JS의 VIP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피시방에서 승천을 한 오두윤처럼 최임수도 주위 사람들이 선행을 하게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
‘최임수 선생님도 분명 VIP겠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임수가 간호사 스테이션에 서서는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강진이 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강진의 부름에 뒤를 돌아본 최임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기억나네요. 사고 현장에 계시던 분이죠?”
“잠깐 본 건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같이 사람을 구하는데 손을 보태신 분인데 당연히 기억해야죠.”
최임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임현기 환자 병문안 오신 겁니까?”
“인사드리고 가는 길에 선생님 뵙고 싶어서 올라와 봤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최임수는 강진을 보며 말을 했다.
“제가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사장님이 정말 빠르게 연락을 주셔서 환자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때 제가 도착하는 것이 일 분만 늦었어도 환자 생사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 분?”
“생사를 가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러니 사장님이 빨리 연락을 주신 것이 환자를 살린 겁니다.”
“제가 아니라 다른 분이라도 신고를 하셨겠죠.”
“보통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오히려 그런 생각 때문에 신고가 늦어집니다.”
“다른 사람이 신고할 줄 알고요?”
“생각보다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신고할 줄 알고 가만히 있는 경우요. 그래서 사장님은 참 좋은 일을 한 겁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최임수는 시간을 힐끗 확인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은데 수술이 잡혀 있어서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쁘신데 제가 괜히 온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같은 분 보면 저도 힘이 나서 좋습니다. 그럼.”
최임수가 걸음을 옮기려 하자, 간호사가 급히 말했다.
“저 사장님이 교수님 드시라고 김밥을 가져오셨어요.”
간호사의 말에 최임수가 강진을 보았다.
“김밥요?”
“드라마 보니 의사 선생님들 식사 잘 못 챙겨 드시는 것 같아서 김밥을 좀 싸왔습니다.”
“아…….”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김밥 뚜껑을 열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 그래도 하나만 먹어 보겠습니다.”
최임수는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씹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입맛에 맞아서 다행입니다.”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웃으며 김밥을 하나 더 집어 먹고는 간호사들에게 내밀었다.
“이건 선생님들 나눠 드세요.”
“그렇지 않아도 저희가 먼저 먹고 있었어요.”
“잘 하셨네요.”
최임수는 다시 강진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최임수가 서둘러 자리를 뜨자, 간호사가 강진을 보았다.
“선생님이 무척 바쁘셔서 그래요.”
“의사 선생님이 바쁘면 환자들이 좋겠네요.”
의사가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환자들이 많은 관심을 받을 테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간호사가 웃다가 말했다.
“아! 김밥 너무 맛있어요.”
“저희 가게에서 먹는 음식은 더 맛있습니다.”
“다음에 꼭 찾아갈게요.”
“오실 때, 선생님도 같이 모시고 와 주세요.”
“알았습니다.”
간호사와 이야기를 마친 강진은 군인 귀신을 보았다. 그 시선에 군인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 인기가 많아서요. 아주 바쁜 친구입니다. 지금도 수술 전에 할 일이 있어서 가는 겁니다.”
강진이 대답 대신 슬쩍 한쪽을 가리키며 걷자, 군인 귀신은 최임수를 한 번 보고는 강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차피 최임수가 허용 범위 밖으로 나가면 알아서 끌려갈 테니 말이다.
군인 귀신이 다가오자 강진이 말을 걸었다.
“이곳은 지내기 괜찮으세요?”
“괜찮고 말고 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군인 귀신은 지나가는 환자들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총 들고 싸우던 전장이나 여기 병원이나 비슷합니다.”
“그런가요?”
“거기나 이곳이나 죽음과 싸우니까요.”
싱긋 웃은 군인 귀신이 손을 내밀었다.
“데이비드 킴입니다.”
강진은 주위를 슬며시 둘러보고는 악수를 했다.
“사람 시선이 좀 있어서.”
“하하하! 알겠습니다.”
“저는 저승식당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말에 데이비드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프간에 있을 때 저승식당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확실히 저승식당 사장님들은 다들 착하시네요.”
“아프간 저승식당요?”
데이비드의 말에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아프간 저승식당에 가 보셨어요?”
“아프간에서도 가 봤고 뉴욕에서도 가 봤습니다.”
다른 나라 저승식당을 가 본 적이 있다는 말에 강진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전 다른 나라 저승식당은 가 본 적이 없는데…….”
“저야 아프간에서 근무하다 죽었고, 임수가 미국으로 돌아올 때 같이 왔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한국에서도 저승식당 사장님을 보게 됐고…….”
말을 하던 데이비드가 웃었다.
“이러다가는 임수 따라서 전 세계 저승식당을 한 번씩 다 가 보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최 선생님 한국에 아예 돌아온 것 아닌가요?”
“하하하! 아닙니다. 지금은 휴식 중이라서 한국에 있는 겁니다.”
“휴식요?”
“임수야 사람 치료해서 좋기는 하지만, 임수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아들 걱정이 심하시겠죠. 위험하고 험한 곳만 찾아가서 의료 행위를 하니까요. 그래서 몇 년마다 한국 들어와서 머물다가 다시 외국으로 나갑니다.”
“하긴…….”
의사인 아들이 외국으로 봉사 활동만 가니 부모님 속이 얼마나 썩었겠는가. 심지어 그냥 외국도 아니고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에 말이다.
“어쨌든 저승식당을 다녀 보셔서 제가 데이비드 씨를 보고 대화를 하는데도 놀라지를 않으셨군요.”
강진의 말에 데이비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승식당을 다녀 봐서 그런 것도 있고…… 귀신을 보는 사람들을 꽤 본 적이 있습니다.”
“귀신을 보는 사람들요?”
“임수하고 같이 붙어 다니다 보니 죽음을 많이 접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한 사람들…….”
말을 하던 데이비드가 강진을 보았다.
“아! 사장님이 이상하다는 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귀신을 보는 게 조금 이상한 일이기는 하죠.”
강진의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귀신을 보는 샤먼이나 슈퍼 내추럴한 일을 조금 마주치기는 했습니다.”
“슈퍼 내추럴?”
“한국말로 하면 초자연적인 현상을 말하겠네요.”
“아…… 귀신 보는 분들은 얼마나 만나 보셨어요?”
“아프간에서는 한 여섯 명 봤고, 미국에서도 네 명 정도 봤습니다. 아! 저승식당 사장님을 빼고요. 한국에서도 한 두 분 정도 봤습니다.”
“한국에서요?”
“네.”
“신기하네요. 귀신 보는 사람 만나기 정말 어려운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데이비드가 웃으며 말했다.
“의사라는 직업이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어서 그런지 이런 슈퍼 내추럴한 일을 마주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임수는 그것을 모르고 치료에만 집중하지만요.”
데이비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죽음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 의사기는 하겠다.’
특히 실력이 뛰어난 의사는 그만큼 위험한 수술도 더 하게 될 테니 살리는 환자만큼 그의 손에 죽는 환자들도 많을 것이다.
“혹시 최임수 선생님도 저승식당이나 이쪽에 관한 거 아세요?”
데이비드야 귀신이니 저승식당에 가면 바로 알아보겠지만, 일반인은 저승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그곳이 저승식당이란 것을 알지 못한다.
한끼식당에 오는 사람 손님 중 대다수가 그곳이 저승식당인 것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