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21
722화
촤아악! 촤아악!
숯불에 소화기를 뿌리자, 불이 바로 사그라졌다. 불이 꺼진 숯을 주운 강두치가 그것을 봉투에 담았다.
방금까지 활활 타오르던 숯을 바로 줍는 것에 강진이 신기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안 뜨거우세요?”
“안 뜨거워요.”
웃으며 강두치가 불에 타고 남은 숯을 강진에게 던졌다.
휘익!
그에 강진이 놀라 그것을 받아 쥐었다가 신기한 듯 숯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활활 타오르던 숯인데 지금은 전혀 뜨겁지가 않았다.
그저 살짝 온기 정도만 느껴진다고 할까?
“저승에는 신기한 것이 정말 많네요.”
“신기한 것이 많아도 이승에 있는 것들에서 조금 바뀐 수준입니다. 저승의 기본은 이승이니까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봉투에 그것을 넣었다.
“그럼 잘 놀고 갑니다.”
“오늘 이것저것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치 씨 아니었으면 오들오들 떨면서 놀 뻔했어요.”
“이 정도로 뭘요. 앞으로도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인사를 마친 강두치가 인턴을 데리고 차로 가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방금 전 숯불이 타던 곳을 비춰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신기하네.”
불을 피웠으면 주위에 그을음이나 탄 흔적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것 없이 깨끗했다. 그것을 신기하게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한쪽에 군인 귀신들이 모여서 강진을 보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그럼 유골을 찾으러 가보죠. 있는 곳이 여기에서 먼가요?”
“멀지는 않은데 산세가 좀 험합니다.”
소윤이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둡기도 하고 술까지 마셨으니 위험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산을 보았다. 달빛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지금 산을 오르기는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술도 마셨으니 더…….
“그 말이 맞네요. 지금 이대로 산을 올랐다가는 제가 저희 식당에 손님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소윤을 보았다.
“그럼 내일 아침에 올라가서 보시죠.”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에 있는 그릇들을 정리해서 직원들과 함께 푸드 트럭으로 올라갔다.
그릇들을 대충 푸드 트럭 안에 실은 강진이 목을 비틀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놀러 온 것뿐인데요.”
“놀러 가자고 해 놓고 일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고생은 사장님이 가장 많이 하셨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저는 차에서 자면 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계곡 쪽을 보았다. 계곡에는 총각귀신들과 처녀귀신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에서 이야기나 하고 있을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입 심심하다고 하시면 음식 좀 내드려.”
음식들을 많이 먹기는 했지만 밑반찬 정도는 남아 있으니, 그거에 소주 한잔하면 괜찮을 것이다.
“신경 끄고 어서 자라.”
배용수의 말에 웃음으로 답한 강진은 조수석으로 들어가서는 최대한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끄응!”
하지만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승용차 조수석이면 의자라도 뒤로 젖히겠지만, 이런 작은 트럭은 뒤로 젖힐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말이다.
불편함에 뒤척이던 강진은 한끼식당에 있는 조립문이 떠올랐다.
‘아…… 그거 가지고 올걸.’
조립문을 땅에 설치하고 들어가면 JS 금융에 도착하고, 거기를 통해서 다시 한끼식당에 갈 수 있다.
그리고 강두치가 자동차 문을 통해서 이동을 했으니, 자기도 자동차 문을 통해 나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잠은 편히 집에서 자고, 여기 올 때 자동차 문을 통해서 올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에 자동차 문을 통해서 나올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강진은 언제 불편했느냐는 듯 금세 잠들었다.
불편함을 느끼기에는 오늘 운전을 한 거리도 있고, 물놀이를 하면서 피곤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
드르렁! 드르렁!
강진은 꽤 피곤했는지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아침 일찍 강진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하악! 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그를 보고는 물병을 내밀었다.
“많이 힘드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숨을 헐떡이고는 물을 받아 마셨다.
“아니야. 후우! 어제 술 마신 것 땀으로 배출되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몸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침 산 공기라 그런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에 남은 알코올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침에 푸드 트럭에서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컵라면 하나 먹고 나선 길이었으니 배용수 입장에서는 부실한 아침이었다.
괜찮다는 듯 배용수의 몸을 툭 친 강진은 앞장서서 가는 군인 귀신들의 뒤를 따라 산을 올랐다.
그렇게 꽤 올랐을 무렵, 소윤이 멈춰 서며 말했다.
“여기입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남자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리 많이 묻히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이 너무 깊숙이 묻혀 있어서 파내주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남자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강진은 가방에서 스패너와 망치, 대접을 꺼냈다. 땅을 파는 데 필요한 삽이 없으니 이 대신 잇몸이라고 차에 있던 다른 공구들을 챙겨 온 것이다.
강진이 자세를 잡고는 망치 대가리로 땅을 파자, 배용수도 스패너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강진이 헉헉거리며 대접으로 땅을 파서 옆으로 밀어내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걸로는 안 되겠는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땅을 보았다. 한 30분 정도 열심히 땅을 팠는데 생각보다 땅을 많이 파지 못한 것이다.
땅을 보며 대화하던 두 사람에게 소윤이 말했다.
“저쪽에 삽 한 자루 버려져 있는 것이 있는데…….”
“삽요?”
“산에 이것저것 버려져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소윤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내가 가서 주워 올게.”
“알았어. 그럼 내가 일단 파고 있을게.”
배용수를 보낸 강진이 땅을 파기 시작하자, 어린 군인 귀신이 말했다.
“저도 장갑을 주시면 도울 수 있을 텐데요.”
어린 군인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한 군인들 유골이야 위치만 파악하면 되지만, 북한군 유골은 직접 파내야 했다.
최소한 그들이 묶여 있는 물건이라도 찾아서 소윤의 고향에 같이 보내주게 말이다.
그럼 세 곳은 파야 하는데, 배용수와 둘이서 파다가는 점심때까지 서울에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 장갑 드릴 테니 다 쓰고 나서는 저에게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혹시 몰라서 챙겨 온 비닐장갑들을 나눠주자 두 귀신이 그것을 끼고는 배용수가 놓고 간 스패너와 대접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사람과 두 귀신이 열심히 땅을 팔 때, 어린 귀신이 급히 말했다.
“이제 다 판 것 같습니다.”
어린 귀신의 말에 강진이 망치를 옆에 놓고는 손으로 땅을 팠다. 그러자 천 조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이 숟가락을 꺼내서는 천천히 땅을 긁어냈다.
그러자 곧 천 조각과 유골의 일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뼈를 본 강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귀신을 많이 봐서 사람 뼈 정도는 그리 무섭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보니…… 귀신을 보는 것과 다른 색다른 두려움이었다.
강진의 얼굴이 굳어지자, 어린 귀신이 미안한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어요. 제가 더 미안하네요.”
작게 웃어 준 강진은 손으로 땅을 파헤쳤다. 그러자 유골과 함께 몸이 보였다. 유골은 전신을 잔뜩 웅크리고 가슴 쪽으로 두 손을 모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어디에 뭘 어떻게 맞아서 죽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때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는 듯했다.
강진이 조심스레 흙을 거두자, 어린 귀신은 슬며시 손을 내밀어 상의 주머니 쪽을 더듬거렸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주머니 단추를 풀자 그 안에서 유지에 싸인 지갑이 나왔다.
“지갑을 유지에 싸 놓으셨네요?”
기름종이라고 부르는 유지를 보며 강진이 묻자, 어린 귀신이 말했다.
“군대에서 비 맞을 일 많을 거라고 어머니가 유지를 주셨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어린 귀신이 유지를 펼쳤다.
기름을 먹인 종이라고 해도 습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 주머니 안에 있다 보니 많이 닳고 헤져 있었다.
스르륵! 스륵!
조심스럽게 한다고 했지만 유지는 귀신의 손길에 조금씩 바스러지며 떨어져 내렸다. 마치 귀신의 인생처럼…….
유지를 거의 다 펼칠 때쯤에는 손에 남은 유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유지를 풀자 닳고 닳아 곰팡이까지 낀 지갑이 모습을 보였다. 지갑을 조심히 펼친 귀신은 그 안에서 또 유지로 싸인 무언가를 꺼냈다.
‘사진도 유지로 싸 놓았구나.’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을 했는지 사진도 유지에 싸여 있었다. 유지를 손으로 쓰다듬은 귀신이 멍하니 허공을 보았다.
“안 꺼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어린 귀신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대장님 오시면 보려고요.”
어린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해를 잠시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후우!”
숨을 크게 토한 강진은 산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점심 장사는 안 되겠다.’
오늘 돌아봐야 할 곳만 다섯 곳이다. 다섯 곳을 다 살피고 유품들을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점심시간 맞추려고 급하게 가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급하게 가서 음식 준비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오늘 점심을 쉬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서는 한끼식당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그렇게 단톡방에 글을 올리자 잠시 후 지인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강진은 식당을 정식으로 오픈한 후 평일에는 단 한 번도 장사를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쉰다고 하자마자 지인들과 태광무역 사람들, 거기에 단골들까지 걱정의 문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문자들을 확인한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음식 장사하기 참 잘 했어.”
자신이 하루 쉰다는 소식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 주니 말이다. 강진은 웃으며 문자를 보낸 이들에게 하나하나 답장을 해 주었다.
강진이 문자를 보내는 동안, 어린 귀신은 유지에 싸인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엄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