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22
723화
강진은 문자를 보내던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걱정이 담긴 황민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일 없어요.”
[별일 없는데 영업을 쉬어? 너 돈 좋아하잖아.]“제가 돈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세요?”
[그럼. 당연히 너 돈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그러고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정말 별일 없어? 형이 도울 일 있으면 도울게.]진지한 황민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별일 없어요. 어제 저희 직원들하고 지방으로 휴가 왔거든요.”
[휴가?]“네. 지방에 왔다가 육이오 때 죽은 군인분들 만나서 그분들 유골 좀 찾고 있어요.”
[하!]강진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작게 웃은 황민성이 말했다.
[휴가를 가서도 일을 하는구만.]“어디 귀신 없는 곳이 있나요. 그리고 어디를 가든 제가 저승식당 사장인 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긴, 세상 안 불쌍한 귀신이 어디에 있겠어. 그런 거면 알았다.]“아!”
강진은 불현듯 뭔가를 떠올리고는 물었다.
“형, 혹시 군대에 아는 사람 없어요?”
[군대?]“제가 유골을 찾기는 할 건데…… 그 주인들 가족 찾아 주려면 군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걸 군대가 어떻게?]“전에 다큐를 봤는데 전사자 유골 찾아주는 부대가 있더라고요. 그 부대가 유해를 찾으면 전사자 유족들에게 유품도 전달하고 하던데요.”
[아…… 그런 부대가 있어?]“네.”
[그런 거면…… 알았어. 국방부에 아는 사람 있으니까 그 사람한테 절차 같은 거 물어볼게.]“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집 떠난 자식은 집에 돌아가야지. 그리고 부모님들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나이를 생각했을 때, 아마 살아서는 기다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황민성도 귀신에 대해 알고 있으니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해해 주셔서 좋네요.”
[내가 네 덕에 모르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된 거지. 어쨌든 수고해. 군대 쪽은 내가 알아볼게.]황민성과의 통화를 마치자 강상식에게도 전화가 왔다. 그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그에게도 별일 없다고 답을 해 주었다.
강진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받는 사이, 소윤이 배용수와 함께 삽과 호미 같은 것을 들고 왔다. 삽과 호미 둘 다 녹이 잔뜩 쓸어 있는 것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이거 쓸 수 있으려나?”
배용수가 삽을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망치보다는 낫겠지.”
“그건 그런데…….”
배용수가 삽자루를 보다가 말했다.
“자루가 약해서 부러지겠어.”
“산에 버려져 있던 건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소윤은 드러난 유골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죽었구나.”
소윤의 말에 어린 귀신이 자신의 유골을 보다가 유지에 쌓인 사진을 쓰다듬었다.
“대장님하고 같이 어머니에게 인사드리려고 기다렸습니다.”
어린 귀신의 말에 소윤이 그를 보다가 유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른 귀신들도 하나둘씩 어린 귀신의 옆에 모여들었다.
그 모습에 삽과 호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강진과 배용수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귀신들이 모두 모이자 어린 귀신이 조심히 유지를 펼쳤다.
스륵! 툭! 툭!
어린 귀신의 손길에 유지가 과자 부서지듯이 부서져 나갔다. 유지에 싸여 있던 지갑 안에 들어 있었다 해도 세월과 습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툭툭!
유지가 뜯겨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사진이 멀쩡했으면 좋겠는데…….’
유지 두 겹으로 싸여 있던 사진이 많이 상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툭툭!
뜯긴 유지 사이로 사진이 모습을 보였다.
‘다행이다.’
빛이 많이 바래기는 했지만 다행히 상태가 많이 나쁘지는 않았다. 최소한 사람의 얼굴과 윤곽은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아아악!”
순간 귀신의 모습이 조금 어려졌다. 그와 동시에 입고 있던 옷도 군복에서 옛날 학생들이 입던 교복으로 변했다.
교복을 입은 어린 귀신이 숨을 크게 토했다.
“하아아악!”
숨이라기보단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너무 슬프고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눈물조차 흘리지도 못하고 그저 거칠어진 숨만 내뱉는 것이었다. 눈물보다 더 진한 한숨이었다.
“하아아악!”
다시 숨을 크게 토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주위 귀신들이 입을 틀어막고는 멍하니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한복을 입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옆에 서 있는 교복 차림의 학생이 있었다.
사진을 보던 귀신들은 고개를 숙였다.
사진 속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자신을 기다리던…… 아니,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만은 소년의 어머니가 고향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였다.
“하아아!”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크게 토해내는 소년병을 보던 소윤이 그 어깨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어머니에게 인사드려야지.”
소윤의 말에 소년병이 긴 한숨을 토하고는 사진을 보았다. 그러고는 손으로 천천히 사진을 쓰다듬었다.
가만히 손으로 사진을 쓰다듬던 소년병은 그것을 땅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그 앞에 서자, 소윤과 군인들이 소년병의 뒤에 가서 섰다.
“엄마…… 나 왔어. 너무 늦었지? 미안해. 엄마한테 가는 길을 이제야 찾았어.”
소년병은 사진을 보다가 손을 모으고는 절을 했다. 소년병이 절을 하자 뒤에 있던 소윤과 군인 귀신들이 고개를 숙여 처음 본 동료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절을 하고 몸을 일으킨 소년병이 사진을 보았다.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보던 소년병이 미소를 지었다.
“엄마…… 너무 늦었다고 혼내면 안 돼.”
미소를 짓던 소년병이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가 해 주던 국수 먹고 싶다.”
소년병의 작은 목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나더니 사라졌다.
화아악!
빛과 함께 소년병이 사라지자, 소윤이 그것을 보다가 자세를 바로 했다.
“일동 차렷! 경례!”
착착!
소윤이 경례를 하자 군인 귀신들도 일제히 하늘을 향해 경례를 했다.
비록 생전에는 남북으로 나뉜 군인이었지만, 죽은 뒤로 살았던 세월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동료에 대한 예의였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스르륵! 스르륵! 툭!
그러자 강진의 손에 여러 장의 종이가 떨어졌다. 한 장도 아닌 여러 장의 종이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종이에는 사람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에 종이에 적힌 이름들을 확인하던 강진이 소윤을 보았다. 그는 아직도 하늘을 향해 경례를 한 자세 그대로였다.
“소윤 씨.”
강진의 부름에 잠시 하늘을 보던 소윤이 손을 내리고는 그를 보았다.
“방금 그분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요?”
“승천을 하신 분들은 남은 분들에게 편지를 보내시더군요.”
강진의 말에 소윤이 종이를 보았다. 그러고는 동료들에게 종이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강진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았다.
감사 인사를 담은 쪽지를 보던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도 편지를 보고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몇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강진이 그들을 볼 때, 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니를 만났답니다.”
“어머니를요?”
“저승에 이산가족 상봉소라는 곳이 있다는군요.”
“이산가족 상봉소?”
“거기에서 어머니를 만났답니다.”
“아…….”
저승이 이승을 닮았다고 하더니 저승에도 이산가족을 위한 상봉소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방금 승천했는데 편지도 쓰고 어머니도 만나다니 신기하군요.”
이 짧은 시간에 어머니도 만나고 자신들에게도 편지를 썼으니 말이다.
“그쪽하고 여기하고는 시간이 좀 다르게 흐르는 것 같더군요.”
“그렇습니까?”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JS 금융의 시간은 이승하고 똑같이 흐르지만, 귀신들이 승천한 곳은 다르게 흘렀다. 그러니 그 짧은 시간에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이다.
소윤은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어머니를 만나서 다행이군요.”
소윤의 말에 다른 북한군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승에 이산가족 상봉소가 있으면 저희도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소윤이 군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너희들도 어서 승천을 해야 할 거다.”
“그건 대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인들의 말에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강진이 손을 털어내고는 조심히 사진을 지갑에 다시 넣었다.
“사진을 왜?”
소윤의 물음에 강진이 지갑을 다시 유골 가슴께에 있는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영혼은 승천했지만, 이 지갑도 사진도 이분의 것이니까요.”
강진이 유골을 보는 것에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주인의 옆에 있는 것이 맞겠죠.”
소윤의 말에 강진이 몸을 일으켜서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영혼은 이미 승천을 해서 이곳에 없지만, 그래도 예의를 표했다.
그러고는 삽으로 흙을 떠서 유골을 다시 묻었다. 흙을 덮은 강진이 그 위를 발로 밟아 다지면서 입맛을 다셨다.
‘땅에 묻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유골을 밟고…… 천벌 받는 것 아니야? 제가 고인을 모독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시죠? 그러니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짐승들이 유골 파헤치지 않게 하려는 거니까요.’
승천한 소년병에게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은 강진이 삽과 도구들을 챙겼다.
“자! 이제 다른 곳으로 가죠.”
강진의 말에 군인 귀신들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강진이 판 땅속에는 유골이 나왔다. 엎드린 자세로 죽은 듯한 유골을 보던 강진이 소윤을 보았다.
소윤은 장갑을 낀 손으로 자신의 유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다 유골을 옆으로 천천히 밀었다.
스륵!
해골 머리가 뚝 하고 떨어지는 것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소윤은 별 감정이 없는 듯 자신의 유골을 똑바로 눕혔다.
소윤은 바로 누운 자신의 유골을 보다가 말했다.
“나한테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강진이 보자 소윤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제 소원은 조국의 독립을 보는 거였습니다.”
소윤은 유골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도 소원을 이뤘으니 행복한 사람입니다.”
씁쓸한 소윤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독립이 되고 소원은 이뤘는데…… 나라가 분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두 번째 소원을 가졌습니다.”
“통일이군요.”
“맞습니다.
소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유골 옆에 있는 총을 보았다. 나무 부분이 썩어 다 녹슨 철만 남은 총을 보며 소윤이 말했다.
“물론 이런 총칼로 인한 통일을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윤이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같은 민족끼리 싸우게 될 줄 알았으면 북한 김성일부터 해서 위에 놈들을 암살해 버릴 것을 그랬습니다.”
말을 하며 소윤이 피식 웃었다.
“내가 그런 것을 참 잘했는데…….”
농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 소윤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가슴 주머니에서 철로 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잔뜩 녹슨 케이스를 조심히 매만지던 소윤이 그 안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펼쳤다.
오랜 세월 보지 못한 아내의 글씨에 소윤이 미소를 지었다.
“전에 잘 지낸다고 편지를 썼는데…… 그게 거짓말이 되어 버렸네 그려.”
소윤이 묶여 있는 것은 아내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