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23
724화
강진은 계곡물에 몸을 담근 채 씻고 있었다. 산에 올라갔다 오느라 온몸이 땀투성이라 계곡에 들어간 것이다.
물이 여전히 차갑기는 했지만, 햇살이 따스해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괜찮았다.
마음 같아서는 비누로 몸을 씻고 싶었지만, 자기 깨끗하자고 계곡을 더럽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속에 들어가 씻고 나온 강진이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을 옷을 많이 가져와서 다행이네.”
작게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입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사진하고 위치 보냈어.”
“민성 형이 뭐래?”
강진이 씻고 있는 사이에 배용수가 유골들의 위치와 사진을 황민성에게 보낸 것이다.
“군에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했더니 바로 사람 보내서 확인하겠대.”
“바로?”
생각보다 빠른 일처리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참전 용사 유골 찾는 일에 군에서도 힘을 많이 쓴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좀 나라에서 잘하네.”
“유골 찾는 부대도 운영을 하니…… 신경을 쓰는 거지.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골 찾는 부대 만들었다고 하더라.”
머리에 묻은 물기를 떨어낸 강진은 귀신들을 보았다. 계곡에는 군인 귀신들과 한끼식당 직원 귀신들이 모여 있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강진의 물음은 두루뭉술했지만, 소윤과 북한군은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그에 소윤이 남한군을 보자, 남한군 귀신들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와 여기에서 수십 년 있었잖습니까. 바깥세상도 좀 보고 그러세요.”
남한 귀신의 말에 소윤이 그들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남한 군인들은 언제 오는 겁니까?”
“제가 아는 분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사람이 온다고 했습니다. 바로 온다고 바로 발굴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조사하다 보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소윤이 잠시 있다가 물었다.
“부산은 언제 가는 겁니까?”
“이번 주에는 제가 일을 해야 해서요. 일요일에 가려고 합니다.”
“일요일…….”
잠시 고민하던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는 이곳에 있겠습니다.”
“이곳에요?”
“수십 년 있었던 곳입니다. 며칠 더 있으면서 이 녀석들 떠나는 것 배웅하고 싶습니다.”
소윤의 말에 남한군이 그를 보았다.
“대장.”
남한군의 시선에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전에야 너희 총알에 내 부하들이 죽었을 것이고, 우리 쪽 총알에 너희 전우들이 죽었겠지만…… 너희와 함께 한 지도 벌써 칠십 년 가까이 된다.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가족이 가는 길 마지막은 배웅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남한군의 말에 소윤이 둘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강진을 보았다.
“죄송하지만 일요일에 한 번 더 저희를 데리러 와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그…… 서울 가면 복남이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다음 주에 시간이 되면 같이 한번 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음식도 고마웠고, 저희 애들 챙겨 주신 것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강진은 마주 고개를 숙이고는 직원들과 함께 자신들이 놀았던 계곡 주위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치웠다. 쓰레기라고 해 봐야 어제 귀신들이 먹고 흘린 음식 정도가 다였다.
강진은 그것을 모두 모아 봉투에 넣어서는 자동차에 실었다. 그러고는 상자 하나를 들어 보이며 소윤에게 물었다.
“이건 어디에 둘까요?”
소윤과 북한군이 묶여 있는 유품이 든 상자였다. 원래는 가지고 서울로 가서 정복남을 만나게 해 줄 생각이었는데, 둘이 여기 남는다고 하니 두고 가야 했다.
“여기 땅 파서 묻어 두십시오.”
소윤의 말에 강진이 녹슨 삽으로 땅을 파서는 상자를 넣었다. 그러고는 흙으로 덮은 강진이 소윤을 보았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복남이에게 안부 잘 전해 주십시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에 귀신들도 차 지붕 위에 올라갔고, 배용수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귀신들이 모두 타자 강진이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다들 다 탔죠?”
“다 탔어요!”
이혜미의 외침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쳤다.
“자! 그럼 집으로 갑시다!”
강진이 웃으며 차 시동을 켜고는 산을 천천히 내려가자, 배용수가 웃었다.
“집에 갈 생각하니 좋은가 보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고 해도 내 집보다 편한 곳은 없지.”
강진은 슬쩍 계곡 쪽을 보았다.
“이런 휴양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런 곳은 가끔 와야지.”
“그 말이 맞다.”
“집에 도착해서 한숨 푹 자고 저녁 장사 시작해 보자.”
“그러자.”
***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강진은 네 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밑으로 내려온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잘 잤어?”
“역시 집에서 자는 것이 가장 편해.”
“호텔에서 잠자는 것보다도 내 집에서 자는 것이 더 좋기는 하지.”
“오! 호텔에서도 잠을 자 봤어?”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 앉자 이혜미가 시원한 오미자차를 내주었다.
“고마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자리에 앉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이 몸이 이래보여도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호텔에서 숙식을 해 본 몸 아니겠냐.”
“그래?”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여러 나라에도 가 봐야 하니까. 숙수님 모시고 여러 나라 다녔지.”
“좋았겠네.”
“한두 번은 한국하고 다른 문화에 신기하고 재미도 있는데, 자주 가다 보면 딱히 재미도 없어. 그리고 일하러 가는 거지, 놀러 가는 건가.”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 배용수였지만, 그의 얼굴에는 뿌듯한 표정이 차 있었다.
그런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나는 외국에 못 나가 보겠지?”
일주일에 하루 쉬는 저승식당이니 외국에 나갈 정도로 시간을 오래 뺄 수가 없었다.
나간다고 해도 당일치기나, 아침에 가서 다음 날 오후에 오는 1박 2일이 최대였다. 그마저도 가고 오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공항에서 시간을 다 보내야 할 것이었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식당 사장인 놈이 어딜 놀러 다니려고 해. 식당은 하루만 쉬어도 손님이 빠지는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식당 사장이 쉬면 손님들 밥은 어디에서 먹겠냐.”
강진은 오미자차를 한 번에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저녁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일어났다.
“준비하자.”
강진과 배용수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직원들이 홀을 정리하고 식탁을 닦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한가한 저녁 시간, 강진은 손님들의 음식을 살피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저녁에 늘 혼자 와서 식사를 하고 가는 중년인에게 강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오늘 음식 어떠세요?”
“한끼식당이야 늘 맛이 좋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늘 혼자 오셔서 저녁을 드시네요?”
강진의 말에 중년인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저녁에 대리운전을 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퇴근을 할 때 저는 출근을 하는 셈이죠.”
“그러시구나.”
강진의 말에 손님 한 명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런데 새벽에는 장사 안 합니까?”
“새벽요?”
“새벽에 출출할 때 여기 문 열면 든든하게 식사를 할 텐데 말입니다.”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돈 벌려면야 아침 손님, 점심 손님, 저녁 손님, 거기에 야식 손님까지 받으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마음처럼 되나요. 저도 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새벽 장사까지 하면 제 몸이 버티지를 못하죠.”
강진의 말에 손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해 본 말입니다.”
작게 웃던 손님은 콩나물 김칫국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어릴 때는 능력 없는 아버지 때문에 가난해서 어머니가 고생 많이 하셨던 터라 아버지가 싫었는데…… 제가 나이를 먹어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손님은 미소를 지으며 김칫국을 한 숟가락 더 떠먹었다.
“아버지도 그때는 최선을 다한 거였는데…….”
손님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뜬금없는 말이기는 해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는 되었다. 그냥 아무 이야기나 남에게 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오늘 일이 힘드셨나 보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물을 따라주자 손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이상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손님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사장님한테 이상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가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죠. 저에게 해 주셔서 오히려 기분이 좋네요. 다음에 소주 한잔할 수 있는 날 오세요. 제가 좋은 안주 대접하고 말상대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아들하고 둘이 한번 와야겠습니다.”
말을 한 손님이 웃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자기 단골집이라고 대폿집에 데려가서 소주를 한 잔 따라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그러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를 아들에게 보여 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아들에게 의지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작게 웃은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천 원을 꺼내 내밀었다.
“늘 맛있게 먹으면서도 돈 낼 때는 미안하네요.”
“맛있게 드셨으면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이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 손님이 나가는 것을 강진이 볼 때, 손님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입맛을 다셨다.
“방금 손님 오늘 일이 참 힘들었나 봅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남자가 입맛을 다시다가 물을 마시고는 말했다.
“남자는 일이 힘들 때 아버지 생각이 나니까요.”
그러고는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어릴 때 아버지는 정말 못 하는 일이 없고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었는데…….”
말을 하던 남자가 고개를 작게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 덕에 아버지 생각도 나고…… 후! 오늘 기분 묘하네요. 다음에 그 손님 오면 밥값 제가 낸 걸로 하겠습니다.”
남자가 만 원을 꺼내 내밀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먹고 갑니다.”
남자가 손을 들어 보이고는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손에 쥔 만 원을 보았다. 그러다 그것을 아크릴 통에 넣고는 가게 문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남자는 힘들 때 아버지를 생각한다, 라…….”
“오늘은 좀 감성적인 분들이 오셨네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가끔…….”
잠시 말을 멈췄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빠 엄마 생각나는 날이 있잖아요.”
“그건…… 그렇죠.”
“저 두 분도 그런 날인가 보죠. 아빠도 엄마도 그냥 보고 싶은 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맛을 다셨다.
“나도…… 아빠, 엄마가 보고 싶네요.”
이야기를 하며 그릇들을 정리하던 강진이 다시 이혜미를 보며 말했다.
“세 분 부모님 보러 갈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았다.
“저희 부모님요?”
“생각을 해 보니까.”
강진은 자신을 보는 여직원들을 보았다.
“세 분이 여기에 계신 건 귀기 때문에 부모님의 몸이 상할까 봐서인데…… 저희 향수 있잖아요.”
“아…….”
이혜미는 자신도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그저 여기가 집이라 생각을 하고 살다 보니, 여기에 있게 된 이유를 잊고 지낸 것이다.
부모님 몸이 상할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보고만 왔었는데, 향수가 있으면…….
‘엄마…… 아빠를 안아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