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34
736화
“우리 아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오혁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조금 뿌연 모습이었지만, 영혼일 때보다는 훨씬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얼굴 혈색도, 표정도 좋아 보이니 말이다.
“들어가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화아악!
할머니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지더니 고운 한복 차림으로 현신을 했다.
“아?”
현신을 한 것에 할머니가 의아한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사람이 되었네?”
그런 할머니를 보던 오혁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우리 엄마 사람이 됐네.”
“얘! 사람들이 보잖니.”
“에이, 여기 사람이라고는 강진이 한 명뿐이야.”
“그게 무슨…….”
말을 하던 할머니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놀라 말했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응. 모두 귀신이야.”
오혁은 웃으며 말을 하고는 품 안에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우리 엄마 살 많이 빠졌네. 너무 가벼워졌다.”
“얘는…… 그만 내려줘.”
할머니의 말에 오혁이 그녀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땅에 내려선 할머니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왜…….”
뒷말을 하지 않고 자신을 살피는 할머니의 모습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몸이 죽지 않아서 반만 현신을 한 거래.”
“그렇구나. 그래. 우리 아들 안 죽었는데 귀신하고 같을 수는 없지.”
말을 하며 할머니가 오혁의 몸을 이리저리 만졌다.
“우리 아들 빨리 깨어나야 하는데…….”
할머니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빨리 깨어날게.”
한편, 두 사람을 지켜보던 강진이 시계를 가리키자 오혁이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20분.’
사십 분 남은 걸 확인한 오혁이 급히 그녀를 자리로 끌었다.
‘영감님이 잠이 없어서 다행이네.’
오택문이 잠이라도 자고 있었다면 이렇게 어머니가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아! 강진이가 국수 만들었어.”
할머니는 오혁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서둘러 주방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따스한 육수에 국수를 말아서 가지고 나왔다.
“오혁 씨가 부탁을 한 잔치국수입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국수를 보았다.
“혁이하고 내가 국수를 좋아해요.”
할머니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왜 이 국수를 좋아하는 줄 알아?”
“맛있어서?”
“그럼 왜 맛있게?”
“그야 그냥 맛있으니까?”
할머니가 의아한 듯 보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 음식이 많이 저염식이잖아.”
“그게 건강에 좋으니까.”
오혁은 김 가루가 들어 있는 통을 열었다.
“건강엔 좋지만 맛은 없잖아. 그런데 잔치국수 먹을 때는 김 가루를 많이 넣어도 엄마가 뭐라고 안 했어.”
말을 하며 오혁이 김 가루를 잔뜩 국수에 올렸다.
“이렇게 먹으면 맛있게 짜서 좋더라고. 그래서 난 엄마하고 잔치국수 먹을 때가 너무 좋았어. 유일하게 짜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랬어?”
“응.”
오혁은 국수에 고춧가루를 솔솔 뿌렸다. 그것을 웃으며 보던 할머니가 오혁의 옆에 놓인 빈 그릇을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
“혼자 네 그릇이나 먹은 거야?”
“맛이 아주 좋아요. 일단 엄마도 좀 드세요.”
맛있는 것을 먹어 보게 하고 싶은 오혁의 권유에도 할머니는 그저 아들의 얼굴을 지그시 볼 뿐이었다.
“난 혁이 이렇게 보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내가 잘생긴 건 알지만, 그래도 좀 드셔 보세요. 엄마 이런 거 진짜 못 먹어 봤을 거야.”
말을 하며 오혁이 다시 김 가루를 듬뿍 집어서는 국수에 넣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김 가루를 넣는 것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김을 정말 많이 좋아하시나 보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혁이 젓가락으로 국수를 비비고는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거듭된 권유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한 젓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
후루룩! 후루룩!
국수는 빠르게 할머니의 입에 빨려 들어갔다.
국수 맛을 본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맛있지?”
“정말 맛이 좋네.”
할머니는 강진을 보았다.
“정말 맛이 좋아요.”
“입에 맞으셔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혹시 국수 말고 좋아하는 음식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자주 오기 힘드시니 오늘 드시고 싶은 음식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빠르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보았다.
“아니에요. 국수가 너무 맛이 좋아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급히 말했다.
“우리 어머니 오이겉절이 좋아해.”
“오이겉절이요?”
“응.”
“알겠습니다. 만들어 올 동안 편히 이야기 나누세요.”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에 들어가자 오혁이 할머니를 보았다.
“소주도 한잔해요.”
“소주?”
“엄마 이런 술 처음이지?”
“나는 술을 잘 안 먹잖니.”
“그래도 아들이 한 잔 따라줄게요.”
오혁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
쪼르륵!
오혁이 따라주는 소주를 잔에 받은 할머니가 그것을 보다가 한 모금 마시고는 몸을 떨었다.
“으. 써.”
할머니의 반응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하셔.”
오혁의 말에 할머니가 국수를 크게 떠서는 후루룩! 먹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었다.
같은 시각, 주방에서 홀을 보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이야…… 저건 거의 김국 수준이네.”
“김국?”
“여사님 김을 많이 넣고 드시네.”
“김을 좋아하시나 보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피식 웃었다.
“왜?”
“전에 사모님 운암정 왔을 때 저염식으로 주문을 하셨거든. 내가 이야기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암정 단골 중에는 L그룹 일가도 있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랬지.”
“그런데 저렇게 조미김을 잔뜩 넣어서 먹으면 저염식하고는 다르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평소에는 심심하게 드시고 가끔은 저렇게 드시는 모양이지. 애초에 건강하려고 저염식하는 거지, 저염식이 맛있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저건 여사님의 일탈인 모양이다.”
배용수는 국수를 먹는 할머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배용수에게 있어 그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신입 요리사 시절에 울고 있을 때, 위로를 해 주었던 사람이 바로 그녀이니 말이다.
어쩌면 그 위로가 힘든 신입 요리사 시절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수도 있다. 부잣집 사모님으로서가 아닌 한 명의 손님으로서 건넨 위로가 말이다.
그런 할머니가 현신을 해서 아들과 함께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으니 배용수는 뿌듯했다.
웃으며 할머니를 보던 배용수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나저나 회장님 노래방에 계시다고?”
“밖에 세워둘 수도 없고 해서 노래방에 계시라고 했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L그룹 회장님이 지하 노래방이라…….”
“왜?”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안 어울리잖아. 근데 순순히 노래방 들어가시든?”
“들어가시더라.”
“왜 이러는지 묻지는 않고?”
그룹 회장이 아닌 일반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의아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었다. 아니, 의아함을 넘어 화가 크게 날 일이었다.
늦은 밤에 불러낸 데다 가게도 아닌 근처 노래방에서 대기하라고까지 했으니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해하시는 것 같기는 한데…… 뭔가 눈치를 채신 것 같아.”
“눈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오이를 버무리며 말했다.
“보통 귀신들이 몰려 있으면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못 보잖아?”
“그렇지.”
“회장님하고 같이 온 비서님도 마찬가지로 우리 가게를 찾지 못하고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더라고.”
배용수가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회장님은 끝까지 묻지 않으셨어. 왜 가게가 보이지 않느냐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말했다.
“안 물어?”
보통 이런 경우 누구나 의아해할 것이다. 거리가 먼 것도 아닌데 가게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안 물어보시더라고.”
“왜 안 물어봤지?”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오택문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뭔가 눈치를 채신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눈치?”
“글쎄…… 일단 한 시 이후에 가게로 오라고 했으니 그때 되면 무슨 말을 하시겠지.”
“그럼 뭐라고 하려고?”
배용수가 묻자, 강진은 양념에 버무려진 오이를 보았다.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고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든 오이겉절이였다.
“오이겉절이에 국수나 말아 드려야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 음식들이 설명을 해 줄 거야.”
“자세하게 설명을 할 생각은 없구나.”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귀신에 대한 건…… 일반인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오이겉절이가 완성되자 강진은 그것을 그릇에 담고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여기 오이겉절이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이겉절이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아삭한 오이의 식감과 매콤한 맛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네요. 귀신일 때도 느꼈지만 사장님 손맛이 아주 좋아요.”
“귀신들 입에는 제 손맛이죠. 그래서 그런데 혹시 할머니 국수 만드실 때 자기만의 비법이 있으세요?”
“내 비법?”
“이따가 회장님 여기 오실 텐데…… 이것저것 물어보실 것 같아서요.”
“하긴…… 우리 회장님 많이 궁금하시겠네.”
“귀신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해서, 할머니 손맛이 담긴 음식으로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그걸로 설명이 될까요?”
“설명이 되기를 바라고…… 설명이 안 되면 좀 혼나려나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잠시 있다가 슬쩍 오혁을 보았다.
“왜 그래, 엄마?”
“음…….”
말을 하지 않고 작게 침음을 토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생각이 안 나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미원을 조금…… 넣어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멈칫했다.
“미원요?”
“육수 할 때 미원을 조금 넣었어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 그녀를 보고 있던 오혁이 웃었다.
“밖에 음식은 조미료 많이 들어간다고 그런 데 가지 말라고 했으면서 엄마도 조미료를 넣었어?”
“그…… 그냥 국수 먹을 때만 조금 넣었어.”
“근데 집에 천연 조미료 많은데 왜 미원을 넣었어?”
자연산 버섯을 말리고 갈아서 만든 것부터 여러 국물 내기 좋은 멸치와 소고기까지 좋은 육수 재료가 많은데 왜 미원을 넣었나 싶었다.
“미원을 넣어야 맛있어서.”
정말 부끄러운 듯 여전히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자 오혁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미원이 뭐 나쁜가. 몸에 안 나쁘다고 연구 결과 나왔잖아.”
“그래도…….”
“괜찮아.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된 거지.”
“그렇지?”
슬며시 자신을 보는 어머니를 보며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엄마 이렇게 부끄럼도 많이 타고 귀여워서…… 저승 가면 할아버지 귀신들이 막 들이대고 그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얘는 무슨…….”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 어머니의 모습에 오혁이 재차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