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35
737화
오혁은 어머니의 국수 그릇에 오이겉절이를 하나 올려 주고는 강진을 보았다.
“가서 미원 좀 넣고 육수 좀 다시 해서 한 그릇 주라. 우리 어머니 미원 좋아하신다는데 드시게 해 드려야지.”
“얘는. 좋아하는 건 아니고…….”
할머니가 급히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일어났다.
“그럼 미원 말고 다른 건 차이 없나요?”
미원이라는 말에 다시 얼굴이 붉어진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만든 것보다 사장님이 만든 것이 더 맛있어요.”
“후! 알겠습니다.”
작게 웃은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그거 먹지 말고 새로 나오는 거 먹자.”
오혁은 그녀의 그릇을 자기 쪽으로 당기더니 국수를 크게 떠서는 먹었다. 그 모습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같이 먹어.”
그 말에 오혁이 웃으며 그릇을 가운데에 두고는 어머니와 같이 나누어 먹었다.
두 사람이 한 그릇의 국수를 다 먹을 때쯤, 강진이 새로운 국수 그릇 하나를 들고 왔다.
“두 그릇 가져오지? 나 더 먹을 수 있어.”
오혁이 자신의 배를 두들기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영혼으로 변하면 다시 멀쩡해지겠지만, 지금 오혁의 배는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지금 먹은 것까지 하면 국수를 네 그릇이나 먹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조금만 나오는 국수가 아니라 강진의 인심만큼이나 푸짐하게 나온 잔치국수를 말이다.
“두 분이서 한 그릇 나눠 드시는 것 보니 보기 좋아서 한 그릇만 가지고 나왔어요. 모자를 것 같으면 더 가져다드릴 테니 일단은 이걸로 또 정답게 나눠 드세요.”
“알겠어.”
오혁이 웃으며 빈 그릇을 옆으로 치우자, 강진이 가운데에 국수 그릇을 놓았다.
“엄마, 김 타줘.”
아이처럼 김을 타 달라고 하는 오혁을 보며 웃은 할머니가 김을 듬뿍 덜어 국수에 올리고는 고춧가루도 뿌렸다.
김 가루와 고춧가루가 국물에 잘 풀어지도록 국수를 휘휘 저은 할머니가 말했다.
“먹어 보자.”
할머니의 말에 오혁이 국수를 덜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웃었다.
“이야…… 우리 엄마 손맛이…… 미원이었네.”
오혁의 말에 할머니가 얼굴을 붉혔다.
“엄마 놀리지 마.”
“놀리기는……. 아마 대한민국 엄마 중 반은 미원의 맛을 빌릴 거야. 그러고 보면 미원이라는 회사가 엄청난 회사네. 대한민국 엄마의 손맛을 책임지니까.”
오혁의 농담에 할머니가 붉어진 얼굴로 국수를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렇게 새 국수를 맛본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맛있어요.”
“예전 맛이 좀 나나요?”
“네. 아주 맛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그 말을 끝으로 강진은 자리를 옮겼다. 죽고 난 후 처음으로 현신을 한 할머니가 아들과 편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귀신들과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을 오혁이 불렀다.
“강진아.”
오혁의 부름에 강진이 그에게 다가갔다.
“형 주방 좀 써도 될까?”
“뭐 필요하세요? 말씀하시면 제가 해 드릴게요.”
“아니.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하고 싶은 음식이 있어서.”
“그럼 쓰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할머니를 보았다.
“나 엄마가 해 주는 쏘야가 먹고 싶어.”
“쏘야?”
“엄마 나 어릴 때는 몇 번 해 줬잖아.”
“그게 먹고 싶어?”
“응.”
“그래. 엄마가 해 줄게.”
할머니가 오혁과 함께 주방에 들어가자 뒤따라 들어간 강진이 쏘야에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 주며 말했다.
“십 분 정도 남았습니다.”
“십 분요?”
“저희 식당은 밤 열한 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만 영업을 해서요. 한 시가 되면 현신이 풀리세요.”
“아…… 그렇군요. 그럼 빨리 해야겠네요.”
재료들을 보던 할머니는 소시지에 칼집을 내고는 뜨거운 물에 담가서 끓이기 시작했다.
“소시지를 끓이네.”
“이렇게 해야 소시지 염분이 밖으로 나와서 짜지가 않거든. 그리고 기름도 빠지고.”
“건강하게 먹는 거네?”
“그렇지.”
“나 먹을 건 건강식으로 하면서 엄마는 미원을 좋아하네.”
오혁의 농에 할머니가 웃었다.
“미원 몸에 안 나쁘다면서.”
“농담이야.”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야채를 칼로 썰다가 입을 열었다.
“아들.”
“응?”
“엄마한테 할 말 있지?”
할머니의 말에 오혁이 그녀를 보았다.
“알았어?”
“아들인데…… 엄마가 어떻게 모르겠어.”
할머니의 손에 들린 식칼이 야채를 예쁘게 썰어나갔다.
“무슨 말이야. 엄마가 들어 줄게.”
할머니의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오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살려고 해.”
멈칫!
오혁의 말에 멈칫한 할머니는 곧 미소를 지으며 칼질을 이어나갔다.
“당연히 살아야지. 그럼 죽으려고 했어?”
“그래서…… 내 몸에서 계속 있으려고 해.”
“몸에? 그럼 살 수 있는 거야?”
“모르겠어. 근데 몸에서 영혼이 나와 있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라도 노력을 해 보려고. 그래서 나…… 깨어날 때까지는 내 몸에서 안 나올 생각이야.”
“그렇게 해서 깨어날 수 있고 살 수 있으면 그래야지. 잘 생각했어.”
야채를 썰던 할머니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고개를 돌려 오혁을 보았다.
“좋은 일인데 표정은 왜 그래.”
할머니는 손의 물기를 수건에 닦고는 오혁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오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 왜 울어.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이렇게 울어.”
오혁은 자신의 눈가를 매만지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눈물 때문에 흐리게 보이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나…… 몸에서 안 나오면 엄마 보러 못 가.”
“…….”
말없이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는 엄마를 보며 오혁이 말을 이었다.
“엄마가 아빠하고 나 보러 오면 되긴 하는데…… 내가 엄마를 보러 못 가.”
“그게 걱정이 됐어?”
“응……. 그리고 나 깨어나면…… 엄마를…… 다시는 못 봐.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너무…… 가슴이 아파.”
오혁은 가슴께를 누르고 있던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감쌌다.
“우리 이쁜 엄마…… 나…… 깨어나면 못 본대. 그리고 지금 엄마하고 이야기 나눈 것도 기억 못 한대.”
“그렇구나.”
“그래서…… 깨어나는 것이 무서워.”
오혁의 말에 할머니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 못 보는 것이 무서워?”
“응…… 너무 무서워. 그리고 엄마 기억 못 하는 것도 무섭고, 깨어났을 때…… 엄마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아파.”
사고가 나기 전에는 엄마가 살아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깨어나면……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할 터였다.
오혁은 그것이 너무 무서웠다.
지금은 귀신이 된 엄마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다. 그래서 슬프기는 해도…… 그렇게 많이 슬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깨어나면 이것마저 없는 것이다.
“그럼 강혜를 생각해.”
“강혜?”
“엄마를 못 보는 건 무섭지만, 강혜 보는 건 행복하고 좋지?”
“응.”
“그럼…… 무서운 것 생각하지 말고 행복하고 좋은 것만 생각해. 엄마는 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
잠시 말을 멈춘 오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미안해.”
“미안하기는 뭐가 미안해.”
미소를 지은 할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자식은 크면 엄마의 품을 떠나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기분이 좋아. 우리 아들이 다 자라서 이제 내 품을 떠나는 거니까. 게다가…… 살려고 노력하는 건데 왜 미안해?”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에 오혁의 얼굴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엄마, 엄마…… 정말 나 미안하고 너무 미안해서…….”
말을 하던 오혁의 몸을 할머니가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오혁을 토닥거리던 할머니는 천천히 몸을 떼어내고는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그러고는 프라이팬에 야채와 소시지를 넣었다.
“우리 아들 배고프겠다. 잠깐만 기다려. 우리 아들 엄마가 맛있게 음식 해 줄게.”
말을 하며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몇 분 남았어요?”
“사 분 정도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쏘야는 복잡하거나 어려운 음식이 아니었다. 그저 소시지와 야채를 볶다가 올리고당이나 물엿, 간장과 케첩을 넣고 마저 볶으면 끝이니 말이다.
빠르게 쏘야를 만든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말없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어서 가서 먹자.”
할머니가 쏘야가 담긴 접시를 들고 홀로 가자 눈물범벅인 오혁이 그 뒤를 따랐다.
“어서 먹어.”
“엄마도 먹어.”
오혁의 말에 할머니가 소시지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그러고는 작게 손짓했다. 어서 먹으라는 손짓에 오혁도 소시지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엄마 손맛이야.”
“맛있어?”
“응. 맛있어.”
“엄마가 우리 아들한테 해 주는 마지막 음식이 쏘야라 미안하네.”
“아니야.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은 늘 다 맛있었어.”
“그래?”
“응.”
“그럼 엄마하고 강혜가 해 주는 음식 중 뭐가 가장 맛있어?”
“그야 당연히 우리 엄마지.”
오혁의 말에 웃던 할머니는 아들을 지그시 보며 말했다.
“깨어나면…… 아빠 좀 잘 챙겨 드려. 겉으로야 강한 척하시지만 속으로는 무척 외로워하시니까.”
“알았어. 깨어나면 영감님 외롭지 않게 집에 들어가서 살게.”
“후! 강혜하고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해?”
“강혜도 좋아할 거야.”
오혁의 답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착한 우리 아들. 그리고…… 너무 대견한 우리 아들.”
오혁의 머리를 쓰다듬던 할머니는 그의 몸을 껴안았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 알지?”
“나도…… 많이 사랑해요.”
“그래. 우리 서로 너무 많이 사랑하네.”
그 말을 끝으로 할머니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화아악!
빛과 함께 엄마의 모습이 사라지자 오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잘 가.”
작게 중얼거린 오혁은 엄마가 먹던 국수 그릇을 들어 바닥에 놓고는 그 앞에 절을 올렸다.
한 번, 두 번의 절을 한 오혁이 무릎을 꿇고는 입을 열었다.
“엄마 장례식 때…… 엄마하고 있느라 절을 못 했는데…… 그걸 오늘 하네.”
엄마가 임종을 할 때, 오혁도 그 옆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 후 귀신이 된 엄마와 웃으며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이 오혁에게는 엄마의 장례식이었다.
“엄마 사랑해요.”
오혁이 절을 하는 걸 지켜보던 귀신들은 작게 한숨을 쉬며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귀신들도…… 모두 엄마가 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오혁에게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어머님이 보내신 편지예요.”
“편지요?”
“승천하신 분들이 저에게 편지를 보내 주시거든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종이를 받아 보았다. 거기에는 짧은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종이에 적힌 글에 오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행복했어.”
잠시 말을 멈춘 오혁이 종이를 가슴에 안았다.
“엄마……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