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36
738화
오혁이 가슴에 종이를 안고 있는 와중에 강진은 손에 들린 또 다른 종이를 보았다.
할머니는 총 두 장의 편지를 보냈다. 하나는 아들에게, 그리고 하나는 강진에게 보낸 것이다.
친구 엄마가 앞으로도 자기 아들하고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던 강진이 수표를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부자는 천국 가기 어렵다는 말도 다 적용되는 건 아닌 모양이네.’
할머니가 보낸 수표에는 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렇게 큰돈을 자신에게 보낼 정도라면…… VIP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강진이 다시 편지를 볼 때, 귀신들이 하나둘씩 현신이 풀리며 원래대로 돌아갔다.
화아악! 화아악!
1시가 되자마자 현신이 풀린 것이다. 현신이 풀린 귀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서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오혁에게 다가가서는 국수가 담겨 있는 그릇에 대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두 번씩 절을 하거나 묵념하는 것으로 조의를 표하는 귀신들의 모습에 오혁이 눈가를 닦으며 몸을 일으켜서는 양손을 모았다.
“감사합니다.”
오혁의 말에 귀신들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귀신들의 예에 오혁이 고개를 마주 숙였다.
귀신들은 바닥에 놓인 국수 그릇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들도 마음이 안 좋았다.
누군가는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자신 때문에 슬퍼했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각자 떠올리는 사람은 달랐지만, 애도를 표하는 순간만큼은 국수 그릇의 주인이 자신의 어머니였다.
고개를 작게 저은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를 나가자, 그들을 보던 강진이 오혁을 보았다.
“형 괜찮으세요?”
“후우!”
오혁은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렇게 잠시간 쳐다보던 그는 양팔을 벌려 강진을 안았다.
“형?”
“정말…… 네가 고맙고…… 고마운데…….”
오혁은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밉기도 하다.”
오혁의 말에 강진이 그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알아요.”
자신이 오택문을 불러 오혁과 할머니가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로 인해 할머니가 승천을 했다.
그리고…… 오혁은 엄마를 다시는 못 보게 되었고 말이다.
“후우!”
작게 숨을 토하며 강진을 강하게 안은 오혁이 몸을 떼며 말했다.
“하지만 너무 고마워. 네가 자리를 마련해 준 덕에…… 엄마는 더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까.”
오혁은 고개를 들어 천장 쪽을 보았다.
“저기가 더 좋은 곳이 맞겠지?”
“그럼요.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고맙다. 형은 이제 정말…… 오늘부터 살아나기 필승 공략에 들어간다.”
“죽은 적도 없는데 살아나기 필승 공략이 무슨 필요예요. 잠에서 깨어나기 공략을 해야죠.”
“그것도 맞지.”
재차 고개를 끄덕이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생각이 든 건데요.”
오혁이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가위에 눌려 보셨어요?”
“가위? 난 눌려 본 적이 없는데?”
“가위에 눌려 본 사람들 말이, 정신은 깨어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나하고 비슷하네?”
“그렇죠. 그럴 때는 손가락 끝이나 발가락 끝에 정신을 집중해서 막 움직이려고 노력을 한대요.”
“손가락? 발가락?”
“전체를 움직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부분에만 정신을 집중해서 깨어나려고 하는 거죠.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몸이 파악! 하고 일어나진대요.”
“호오! 나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 봤…….”
띠링!
말을 하던 오혁은 뒤에서 들리는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영감님.”
가게 안으로 오택문과 이종범이 들어오고 있었다. 들어오며 내부를 둘러본 이종범은 테이블마다 음식들이 있고, 비어진 술병과 잔들이 가득한 것에 눈을 찡그렸다.
‘손님 받느라…… 회장님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가게 내부는 단체 손님이라도 왔다 간 듯한 모습이었다.
“오셨어요?”
강진이 다가오자, 오택문이 가게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설명을 해 줄 수 있겠나?”
오택문의 딱딱한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일단 앉으시죠.”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자리를 지그시 보았다. 그 상태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오택문을 보며 강진이 다시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 일단 앉으세요.”
강진이 가리킨 자리는 오혁과 할머니가 식사를 했던 자리였다. 그래서 그 자리의 테이블에는 둘이 먹던 국수와 쏘야가 남아 있었다.
그것을 빤히 보던 오택문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오혁이 비운 국수 그릇을 보고는 말을 했다.
“혹시 자네가 말한 두 사람이 여기에 앉았나?”
“네.”
“누군가?”
오택문의 물음에 강진이 자리를 보다가 말했다.
“일단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종범이 그를 보았다.
“이 사장님, 회장님이…….”
이종범이 나서려는 찰나, 오택문이 손을 들었다. 그에 이종범이 급히 입을 다물고 물러나자, 오택문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육수에 국수를 말아서는 가지고 나왔다.
강진이 가지고 나온 국수는 계란 지단도 없는 평범한 잔치국수였다. 그나마 다른 잔치국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묵이 들어가 있는 것 정도였다.
강진이 잔치국수를 오택문 앞에 놓자 이종범이 다시 눈을 찡그렸다. 테이블을 치우지도 않고 음식을 놓았으니 말이다.
이종범은 무언의 항의를 했지만, 강진은 뒤로 물러날 뿐 상을 치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에 이종범이 오택문의 눈치를 보았다.
‘나라도 치워야 하나?’
이종범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택문은 말없이 국수를 보고 있었다.
살짝 색깔이 있는 국물에 국수가 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어묵이 썰려 있었다.
국수를 보던 오택문은 문득 그 앞에 있는 오이겉절이와 쏘야를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기만 하던 오택문이 젓가락을 꺼내 국수를 집으려 했다.
“영감님, 김 가루 넣어서 드셔야죠.”
오혁의 말에 강진이 나섰다.
“옆에 김 가루와 고춧가루가 있습니다.”
강진을 힐끗 본 오택문은 김 가루가 든 통을 잡더니 안을 확인했다.
“얼마 없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김 통을 보았다. 오혁과 할머니가 김 가루를 많이 넣고 먹었던 터라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것이었다.
“채워 오겠습니다.”
강진은 통을 들고 주방에 가서는 김 가루를 채워 왔다. 강진이 김 통을 다시 테이블에 놓자, 오택문이 말했다.
“방금 먹고 간 손님이 김 가루를 좋아하나 보군.”
“많이 넣고 드시더군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국수를 보다가 김 가루를 넣었다.
그 또한 할머니와 오혁처럼 김 가루를 수북이 넣었다. 그러고는 고춧가루를 반 스푼 정도 넣고 잘 풀어지도록 뒤적거리더니 면발을 건져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입에 넣은 오택문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 말없이 국수를 한 번 더 입에 넣은 오택문이 오이겉절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국수와 오이를 함께 먹던 오택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말이다.
한편, 오택문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종범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누가 먹은 건지도 모르는 걸 드시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오택문이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이종범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오택문은 다시 국수를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크게 입에 넣고 씹은 오택문이 남은 음식 중 소시지 하나를 집어먹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국수와 쏘야를 먹던 오택문은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다 먹고서야 그릇을 내려놓았다.
탓!
가벼운 소리와 함께 그릇을 내려놓은 오택문은 빈 그릇을 보다가 강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전화로 설명을 할 수 없다 했던가?”
“네.”
“그리고 내가 와야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행복할 거라 했지?”
“네.”
“전화가 아니고 내가 직접 왔으니 설명을 할 수 있나?”
“설명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종범이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지금 이게 무슨…….’
다른 사람도 아닌 L그룹 총수를 한밤중에 불러 놓고, 부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니…….
이종범이 이 일을 어찌하나 싶어 할 때, 오택문이 비어 있는 국수 그릇을 보며 말했다.
“설명 대신 국수를 주는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입니다. 혹시라도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잠시 말이 없던 오택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나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이야기였는데, 할아버지가 참 재밌게 이야기를 해 주셨지.”
오택문은 젓가락으로 쏘야를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잠시 음미하듯 씹었다. 그것을 삼킨 오택문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이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며 하신 이야기가 있네.”
오택문은 강진을 보다가 이종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넨 잠시 나가 있게.”
오택문의 말에 이종범이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이종범이 나가자 오택문이 다시 강진을 보았다.
“할아버지가 해 준 이야기는 귀신들에게 밥을 해 주는 식당 이야기였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 강진을 보며 오택문이 말을 이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는 귀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고 했었지.”
“할아버지께서요?”
“자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안은 독립운동을 했었네. 아나?”
“알고 있습니다.”
L그룹 선조가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니 말이다.
“우리 할아버지께선 독립운동 조직에 자금을 대려고 밤길을 나섰다가 순사들에게 잡힐 뻔한 적이 있었네. 조심히 약속을 잡고 길을 나섰는데, 돈을 받기로 한 쪽에 밀정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러세요?”
오택문은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이야기가 길 것 같으니 앉게.”
강진이 앞에 앉자, 오택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때 허겁지겁 도주를 하는데 ‘이쪽으로 오게나.’라며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는군.”
“이쪽으로 오게나, 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는데…… 어쨌든 할아버지가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이쪽으로 오게나.’라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는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진의 머릿속에 그런 말투로 말을 하는 여자가 한 명 떠올랐다.
‘설마 소희 아가씨?’
그 시대 땐 ‘오게나.’라는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강진에게 있어 그런 말투를 쓰는 젊은 여자는 김소희뿐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