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2
754화
일요일 11시, 강진은 최동해를 차에 태우고 신흥서에 도착했다.
신흥서 주차장에 푸드 트럭을 세운 강진은 소방차 위에서 뛰고 있는 차종석을 발견했다.
소방차 위에서 이리저리 뛰며 놀고 있던 차종석은 푸드 트럭을 보고는 웃으며 뛰어내렸다.
“강진이다!”
보통 아이라면 다칠 만한 높이지만, 귀신이라 멀쩡하게 뛰어내리는 차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건강해 보이네.”
강진의 말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최동해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뭐가요?”
“응? 아…… 너 말이야. 건강해 보인다고.”
“헬스 며칠 했는데 그걸 알아보셨네요.”
말을 하며 최동해가 주먹을 움켜쥐며 팔을 주욱 피자, 팔 근육이 도드라졌다.
불끈! 불끈!
근육을 움직이는 최동해를 보며 피식 웃은 강진은 주차장에 트럭을 주차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왔어?”
강진은 여전히 말이 짧은 차종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지냈어?”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차종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 재밌는 거 되게 많아.”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흥서를 보았다. 애들 눈에는 재밌어 보일 것이다.
“동생은?”
“동생 아까 구급차 타고 나갔어. 아픈 사람이 있나 봐.”
“그거 안 따라갔네?”
“아픈 사람 근처에 귀신 있으면 안 좋대.”
“그건 누가 그랬어?”
“여기에 소방관 귀신들이 있거든. 그 아저씨들이 그랬어. 아픈 사람 옆에 귀신이 있으면 안 좋으니 어디 가지 말고 그냥 이 근처에서 놀라고.”
말을 하던 차종석은 신흥서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강진이 보니 소방서 안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귀신들이 보였다.
그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강진이 차종석과 이야기를 나눌 때, 최동해가 다가왔다.
“형, 전화하셔야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차종석을 한번 보고는 핸드폰을 꺼낼 때, 신흥서에서 전에 본 김강은이 밖으로 나왔다.
“어서 오세요.”
“방금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오실 때가 된 것 같아서 밖을 봤는데 오시더라고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도 음식 봉사를 하러 오겠다 해놓고 안 와서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다시 와 주신 것만 해도 고맙죠. 아! 전에 사장님이 가져다주신 반찬 가지고 며칠 동안 직원들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며칠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꽤 많은 반찬을 가지고 왔었는데 겨우 며칠 만에 동이 났다니 의아한 것이다.
“저희 직원들이 먹성이 좋거든요.”
김강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특히 김치가 맛이 좋아서 인기가 많았어요.”
“김치요?”
“대원들이 라면을 자주 먹거든요. 라면에는 역시 김치죠. 특히 사장님 김치는 진짜 라면에 먹으면 너무 맛있더라고요.”
김강은이 입맛까지 다시며 말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힘든 일 하시는데 식사를 잘 하셔야지, 왜 라면을 드세요?”
“여기 일하시는 분들 식사 때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간단하게 라면에 밥 말아서 자주 드세요.”
“몸 상하실 텐데.”
“밥 때 챙기겠다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잖…….”
김강은이 말을 하던 도중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뛰어나온 대원들이 구급차에 올라탔다.
구급차가 신흥서에서 나가는 것을 보던 김강은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하기가 무섭네요.”
“고생들 하시네요.”
강진은 멀어져 가는 구급차를 보다가 말을 했다.
“다행히 오늘 김치를 좀 많이 가져왔습니다.”
“정말요? 너무 좋네요. 직원들이 김치 있으면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평소에는 김치 어떻게 드세요?”
“담가 먹을 수도 없으니 좀 저렴한 김치 사서 먹죠. 가끔 사장님처럼 김치를 가져다주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좋은 분들이 많으시네요.”
“늘 감사하죠.”
말을 하던 김강은이 입맛을 다셨다.
“오늘 점심에는 물에 밥 말아서 김치에다 먹어야겠어요.”
“입에 많이 맞으셨나 보네요.”
“아주 맛있더라고요.”
“저희는 강원도 산중에 있는 동굴에서 삼 년 동안 숙성시킨 김치만 가져다 써서 맛이 좋을 겁니다.”
“그래서 맛이 좋았군요. 세상에, 삼 년이라니…… 그런데 어쩜 그렇게 아삭해요?”
“그 맛에 동굴에 보관하는 것 아니겠어요?”
김강은이 김치 맛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옮기시죠.”
“그래요.”
김강은이 수레를 가져오자, 강진이 그 위에 아이스박스들을 실었다. 박스를 모두 실은 강진은 최동해를 가리켰다.
“저번에 같이 온 동생인데 살 많이 빠졌죠?”
강진의 말에 김강은이 최동해를 보고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못 알아봤어요.”
김강은의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저희 어머니도 못 알아보셨어요.”
“와! 정말…… 어떻게 이렇게 많이 빼신 거예요?”
놀람과 궁금함을 담은 김강은의 물음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등산하면서 음식 조절했습니다.”
“등산요? 등산이 그렇게 살이 많이 빠져요?”
“많이 오르락내리락했거든요.”
“정말 엄청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나 보네요.”
김강은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다이어트 성공하셔서 보기 좋네요. 정말 많이 힘드셨을 텐데.”
말을 하는 김강은 또한 종종 다이어트를 도전해 봤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김강은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동해가 저번에 여기 왔던 것이 인상에 남았는지 소방관을 준비하겠다네요.”
“소방관을요?”
김강은이 의아한 듯 보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남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복도 멋진 것 같고요.”
최동해의 말에 김강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저도 제 일에 보람은 느끼지만…… 일이 많이 힘들어요. 그리고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가요?”
“불을 뚫고 들어가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은 마치 히어로 같지만…… 그 불에 뛰어드는 건 히어로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에요. 불 안에는 영웅도 멋짐도 없고 그저 불을 두려워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에요.”
김강은의 말에 최동해가 침을 삼켰다. 그녀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 것이다.
그런 최동해를 보던 김강은은 그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다 생각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요즘 젊은 분들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서 공무원들 많이 준비하시다 보니 저희 쪽도 경쟁률이 좀 높지만……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다치는 분들도 많고.”
김강은은 진지한 눈으로 최동해를 보았다.
“혹시 취업 때문에 소방관 쪽 생각하시는 거면 다른 쪽을 생각해 보세요. 공무원 중엔 저희보다 좋은 일도 많거든요.”
“많이 힘든가 보네요?”
강진의 물음에 김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소방관이라고 하면 불과 싸운다고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재해 상황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다 동원이 되거든요. 그래서 일도 많아요.”
말을 하던 김강은은 씁쓸하게 웃었다.
“혹시 화재 진압한 소방관이 거리에서 컵라면 먹고 있는 사진 아세요?”
“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진 덕에 소방서에 이런저런 음식 후원도 오고, 라면 회사에서 보낸 후원용 라면도 많이들 오거든요.”
“그래요?”
“그런데…… 그것도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예요.”
“라면 먹는 것이요?”
“불을 끄는 도중에 배고프다고 밥이나 라면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사람 구조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강은이 말을 이었다.
“그때는 컵라면이라도 먹을 시간이 있었던 거예요. 보통은 그럴 시간도 없거든요.”
말을 하던 김강은은 다시 최동해를 보았다.
“여기 일하다 보면 끼니때 밥 먹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그래서 위장병 없는 분들이 드물어요.”
“힘든 일이네요.”
강진의 말에 김강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사장님처럼 저희 일 힘든 것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저희가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표현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소방관분들이 고생하는 것을 다 알고 감사해합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보람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김강은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래서 정말 소방관이 되고 싶은 거예요?”
“네.”
“생각 잘 해보고 결정해요.”
“알겠습니다.”
최동해의 대답에 김강은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근데 저희 소방관 되는 것도 꽤 어려운 것 아시죠? 요즘 경쟁률 엄청 심해서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체력 시험도 엄청 힘들고.”
김강은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김강은 씨도 살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죠?”
“하긴…… 그 정도 뺐으면 독기는 인정이네요. 소방관은 좀 독해야 하거든요.”
“그래요?”
“그럼요.”
김강은은 소방서를 보며 말했다.
“여기 건물 전체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화르륵! 화르륵! 불길이 뿜어내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덮쳐 오는 뜨거운…… 타들어가는 듯한 열기. 그런 열기를 뚫고 안에 들어가야 해요. 마음이 약한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이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에 들어선 강진은 아이스박스들을 식탁에 올렸다.
“오늘도 전처럼 자율배식처럼 놓으면 되나요?”
“지금 직원들 현장 나가서 밥 먹을 사람 몇 없어요. 냉장고에 넣으면 됩니다.”
말을 하며 김강은이 아이스박스를 열어서는 음식들을 꺼내 놓았다.
“와, 맛있겠다.”
특별한 음식보다는 아무래도 밥반찬으로 먹을 음식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 강진은 반찬 위주로 음식을 준비해 왔다.
“어떠세요?”
“아주 좋아요. 친정에서 반찬 얻어온 느낌이네요.”
“결혼하셨어요?”
“그럼요. 나이가 있는데.”
살짝 놀란 눈으로 김강은을 보던 강진은 문득 최동해를 보고는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동해 소방서 좀 구경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소방서요?”
“앞으로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하니 미리 좀 보고, 선배님들에게 좋은 이야기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데리고 온 것이기도 하고요.”
“어려운 것 없죠. 그럼 이거 정리하고 같이 가세요.”
“아닙니다. 음식 정리는 제가 할게요. 그리고…… 온 김에 음식 좀 하고요.”
“음식도 해 주시려고요?”
“그럼요. 김치찌개 어떠세요?”
“좋죠.”
강진은 최동해를 보았다.
“선배님들에게 궁금한 것 많이 물어보고 신중하게 생각해 봐.”
“네.”
“그럼 가시죠. 소방서 투어를 시켜 드릴게요.”
김강은이 주방을 나가자, 최동해가 그 뒤를 따라 나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은 강진이 만든 반찬들을 집어먹고 있었다.
“와! 진짜 맛있다.”
강진은 접시를 하나 가져다가 반찬들을 조금씩 덜어 그의 앞에 놓았다.
“통에 있는 거 집어먹지 말고 덜어서 먹어.”
“응.”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 차종석을 보던 강진이 재료들을 꺼내며 말했다.
“동생하고는 잘 지내?”
“그럼 잘 지내지. 근데 동생 되게 바빠.”
“가까이 있으면 안 되는 것 알지?”
“알아. 그리고 저 아저씨가 계속 주의를 줘.”
차종석이 한쪽을 보는 것에 강진이 그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전에 여기 왔을 때 봤던 소방관 귀신이 서 있었다.
“또 봅니다.”
소방관 귀신이 손을 들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소방관 귀신이 다가왔다.
“종석이한테 그쪽 이야기 들었습니다.”
강진은 가까이 다가오는 소방관의 모습을 살폈다.
소방관 귀신은 좀 많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은 숯검정이 가득 묻어 있었고, 옷도 여기저기 타들어간 듯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