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61
763화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병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점심 장사를 끝내고 쉬려고 할 때 오택문의 비서인 이종범에게서 회장님이 병원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딱히 연락이 없더라도 오혁 병문안을 가 보려고 했었던 강진이었기에 이종범의 연락을 받자마자 길을 나선 것이다.
“그런데 회장님이 왜 갑자기 오라고 하시는 거지?”
배용수가 의아한 듯 중얼거리자, 강진이 말을 했다.
“아마 형 영혼에 대해서 물어보시려는 거겠지.”
“하긴, 그거 아니면 너를 부를 이유가 없겠다.”
환자와 가족들로 북적거리는 병원 로비를 보던 강진이 주위를 볼 때, 이종범이 다가왔다.
“여기입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이쪽으로.”
이종범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강혜 누나는요?”
이강혜를 누나라 부르는 강진을 힐끗 본 이종범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사장님이 이강혜 사장님에게 누나라고 부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런가요?”
“제 주위에 사장님을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강진 씨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강진 씨가 이강혜 사장님 옆에 계셔서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강진이 그를 보자, 이종범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아버지가 회장님 비서였습니다. 제가 대를 이어 2대째 회장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직업을 대를 이어서 하세요?”
고개를 끄덕인 이종범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회장님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겉으로는 단호하고 강해 보이셔도 잔정도 많으시고 주위 사람을 잘 챙기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 저도 오 실장님과 자주 놀고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물론 나이를 먹고 나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요.”
“자주 같이 노셨어요?”
“집안 행사 있을 때 저희 가족도 회장님이 초대를 해 주셨거든요.”
이종범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는 강진을 보았다.
“한쪽은 회장님 아들이고, 저는 비서 아들이기는 했지만 혁이 형은 그런 것 없이 저를 친동생처럼 대해 줬습니다. 가끔 제 공부도 봐 줬고요. 사람들 없을 때는…… 이 사장님도 저에게 종범 씨라고 하시죠.”
“누나하고도 친하게 지내시나 보네요?”
“형이 이 사장님과 만날 때 처음으로 저에게 이야기했었거든요.”
말을 하며 이종범이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를 알게 된 후에 사장님이 조금은 여유도 생기고 밝아진 것 같아서 마음이 좋고 감사합니다.”
“저 만나기 전에는 좀 어두우셨나요?”
“어둡다기보다는 아침에 공원 애들 밥 주러 다니는 것 빼고는 일만 하셨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며 VIP 병실이 있는 곳에 도착한 이종범이 강진에게 말했다.
“혁이 형도 깨어나면 사장님에게 정말 고마워할 겁니다. 그리고 저도 많이 고맙고요.”
이종범이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이종범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 것이다.
“누나를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강진의 말에 이종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어 주었다.
드르륵!
“들어가십시오.”
이종범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같이 안 들어가십니까?”
“강진 씨 혼자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들어가십시오.”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너머로 들어갔다.
병실 안에 들어선 강진은 부잣집 거실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VIP 병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의 시야에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 들어왔다.
‘병실에 그림도 걸려 있네.’
그리고 병실 가운데에는 질 좋아 보이는 가죽 소파까지 놓여 있었다.
호화로운 병실 내부를 둘러보던 강진은 오혁이 누워 있는 침상 옆에 앉아 있는 오택문을 보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르신.”
강진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오택문이 그를 보았다.
“이리 와 앉게.”
오택문이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자, 강진이 그곳에 앉으며 물었다.
“강혜 누나는요?”
“자네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회사에 보냈네.”
“혁이 형 이야기인가요?”
이강혜가 없는 곳에서 나눠야 할 이야기라면 오혁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것도 영혼에 관한 것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오혁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혁이 영혼은 괜찮나?”
강진은 대답하는 대신 오혁의 손을 쓰다듬는 오택문의 손을 잠시 보았다.
아무리 재벌가 회장님이라고 해도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었는지, 다른 할아버지들처럼 쭈글쭈글한 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손으로 잠든 아들의 손을 쓰다듬는 오택문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형은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날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지금은?”
“영혼이 몸에 정착을 해서 이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날 이후 형을 따로 본 적이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네의 말을 들으니 안도가 되는군.”
“형 꼭 깨어날 겁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꼭 깨어나야지.”
오택문은 미소를 지으며 오혁의 손을 쓰다듬다가 옥난으로 고개를 돌렸다. 옥난은 오혁이 누워 있는 침상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자네가 이걸 줬다고 하던데.”
“몸에 좋은 겁니다.”
“자네가 사는 세상에서 사용하는 건가?”
‘자네가 사는 세상’이라는 표현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맑아지는 향을 내는 난입니다. 귀신에게도 효과가 있으니 혁이 형에게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옥난을 보았다.
“고맙군.”
“아닙니다. 저도 혁이 형이 어서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오택문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뭐 도와줄 것이 없나?”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내가 도와줄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군.”
말을 하며 오택문이 강진을 보았다.
“가게가 좀 낡았던데 새로 하나 짓는 건 어떤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발열 우의 보셨나요?”
“발열 우의?”
그게 뭐냐는 듯 되묻는 오택문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L전자에서 만드는 겁니다.”
강진이 상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오택문이 피식 웃었다.
“며느리가 또 돈 안 되는 제품을 만들었나 보군.”
“돈 안 되는 제품을 자주 만드시는 모양이네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방화복을 위한 특수 세탁기를 만든 적이 있었지.”
“특수 세탁기요?”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방화복은 세탁이 힘들어서 전용 세탁기를 써야 하는데, 한국 소방서에 그런 세탁기를 들인 곳은 거의 없지. 그래서 소방관들이 직접 손으로 빤다고 하더군. 강혜가 그걸 알고는 방화복 전용 세탁기를 개발해서 소방서에 그걸 전달했네.”
“좋은 일 하셨네요.”
“좋은 일이기는 하지. 다만…… 차라리 돈을 기부하거나 외국에서 파는 전용 세탁기를 사서 기부하는 것이 더 낫지.”
오택문은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때로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보다 개발하는 것에 돈이 더 많이 들기도 하네. 방화복 전용 세탁기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지. 직접 개발하는 것보단 외국에서 파는 제품을 수입해 기부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었네.”
“그래도 한국 기술로 만드는 것이 좋죠. 그리고 외국 제품이면 고장 났을 때 AS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오택문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야 이런 제품들 팔기 어렵지만, 미국 쪽에서는 꽤 많이 수입해 가다 보니 나름 수익은 나는 모양이야.”
그러고는 오택문이 강진을 보았다.
“자네가 원하는 건 앞으로도 그런 제품을 잘 만들라는 건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많이 안 쓴다고 해도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강진은 웃으며 오택문을 보았다.
“눈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점자폰처럼요.”
“점자폰이라…….”
“남에게도 어르신에게도 좋은 일을 하시는 겁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다가 작게 웃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곳에 가게 된다는 건가?”
“이승과 달리 저승은 그런 것에 대해 아주 철저하더군요. 나쁜 놈에게는 벌을,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보상을 주죠.”
“천라지망이라. 자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나?”
“하늘의 그물은 듬성듬성해 보이지만 아무리 작은 것도 그 구멍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맞네. 나쁜 짓을 하면 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하늘의 그물에 걸린다는 의미로 말을 한 것이네.”
오택문은 잠시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다가 말했다.
“자네 덕에 저승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죽으면 죗값을 받는다는 것도 알았지만…… 이제 와서 내 사는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네. 저승이 무섭다고 착하게만 살기에는 현생이 너무 재미가 없을 테니까.”
“그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죽고 난 후가 걱정된다며 이승에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착한 일만 하며 살기에는 이번 생이 너무 불쌍하니 말이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내가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내가 아는 정치인 중에 교회나 절 같은 종교 행사를 참 잘 다니는 이들이 있네.”
“정치인도 교회는 다니니까요.”
“그건 맞는데 교회만 다니다 뿐이지, 아주 개잡놈들이란 말이야.”
“개잡놈요?”
오택문은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그렇게 좋아해. 돈 천만 원 받겠다고 국가 예산 십억 시궁창에 처박으면서 웃는 놈들이지.”
“아…….”
오택문은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놈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네?”
“그런 말 있잖나. 믿으면 천국 가고 안 믿으면 지옥 간다. 혹은 헌금을 많이 하면 그것이 천국에 쌓여서 죽으면 그것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 같은 거 말이네.”
오택문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그런 나쁜 짓을 해도 종교를 믿으면 천국이나 극락에 가는 건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예전에 그런 궁금함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아닌가?”
“종교를 믿어도 나쁜 놈은 그에 대한 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나쁜 놈이 헌금을 아무리 많이 해도…… 저승에 그 돈이 쌓일 수 없습니다.”
“그런가?”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놈이 돈을 어디서 벌어서 헌금을 많이 하겠습니까? 물론 정말 땀 흘려서 번 돈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쁜 짓을 해서 번 돈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헌금을 많이 해도 그 돈을 벌기 위해 한 짓까지 용서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오택문이 슬며시 웃으면서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종교를 정말 신실하게 믿는다면…… 나쁜 사람이 될 수는 없죠. 어떤 종교든 다른 사람을 속이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라는 교리는 없으니까요. 종교를 믿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속이는 나쁜 일을 한다면 그건 그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척을 하는 걸 겁니다. 그러니 헌금을 좀 했다고 천국 보내달라고 하면…….”
말을 하던 강진이 작게 웃었다.
“아마 그 사람이 믿는 종교의 신이 돈을 던져 줄지도 모르죠. ‘옜다! 이제 지옥 가!’하면서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웃었다.
“잘 됐군.”
“그런가요?”
“내가 아는 놈들 중에 정말 이게 사람인가 싶은 놈들이 몇 있는데 천국은 가고 싶은지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 행사는 꼭 다니고 돈도 많이 내더라고. 내가 천국 못 가는 건, 내가 그렇게 살아서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그런 놈들이 돈 좀 내고 종교 좀 믿었다고 죽은 후에 좋은 곳에 간다면 억울할 것 같았거든.”
“걱정하지 마세요. 저승은 이승과 달리 철저하게 규칙대로 돌아갑니다. 착한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나쁜 놈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죠.”
“그건 이승보다 저승이 낫군.”
강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오택문은 오혁을 보았다.
“네 엄마는 좋은 사람이니, 분명 좋은 곳에 있을 거다. 엄마 보고 싶다고 아빠 두고 먼저 가지 말고 꼭 일어나거라. 네 엄마는 내가 먼저 만나야 하지 않겠니.”
오택문이 오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웃을 때,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영…….”
그와 동시에 오택문의 몸이 굳었다. 방금…… 아들의 입에서 소리가 난 것이다.
“혁아? 혁아! 정신이 드니? 혁아!”
오택문이 놀란 눈으로 오혁을 정신없이 흔드는 것에 강진이 급히 다가왔다.
“형, 정신 드세요?”
“혁아! 혁아!”
오택문의 외침에 오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
“영? 영?”
오택문은 의아한 듯 오혁을 보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 오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 것이다.
“그래. 영감님 여기 있다.”
오택문의 말에 오혁의 입꼬리가 위로 살짝 올라갔다. 오혁이 하려던 말은 바로 ‘영감님’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