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87
888화
꿀꺽!
소주를 단번에 마셔 버리는 장대진의 모습에 아저씨가 웃었다.
“우리 아들 술 처음인 거 맞아?”
“처음이에요.”
“그런데 왜 이리 잘 마셔.”
아저씨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술 처음 먹는 애들이 겁 없이 그냥 달리는 법이죠.”
“그런가?”
“그럼요. 신입생 중에 좀 놀던 애들은 오히려 자제하고 마시고 사고를 안 쳐요. 오히려 술 안 먹어 본 애들이 자기 주량 모르고 주는 대로 그냥 마셔서 사고 많이 치죠.”
최광현의 말에 아저씨가 장대진을 보았다.
“광현 씨 말대로 술도 먹어 봐야 자기 주량도 아는 거다. 그래야 실수를 하지 않아.”
“네.”
장대진의 대답에 웃은 아저씨는 두부조림을 잘라서 젓가락으로 집어 내밀었다.
“자.”
“제가 먹을게요.”
아저씨가 웃으며 젓가락을 흔들자 장대진이 입을 벌려 두부를 먹었다.
“술을 마실 때는 꼭 안주를 같이 먹어라. 술만 마시면 속 버려.”
“네.”
아저씨는 술을 마실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더 이야기하고는 소주병을 들었다. 그러고는 강진과 최광현에게 내밀었다.
“자, 한 잔씩들 하자고.”
두 사람이 잔을 들자, 아저씨가 웃으며 소주를 따라 주고는 말했다.
“대방이가 없지만…… 가끔 놀러 와. 그리고 우리 대진이하고도 친하게 지내.”
“그럼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겠습니다.”
“자, 마시자.”
아저씨가 소주를 입에 털어 넣자, 강진과 최광현도 소주를 마셨다.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던 중, 아주머니가 최광현에게 물었다.
“그럼 태양 빌라에서 사는 거야?”
“네.”
“거기…… 음…… 살기는 괜찮아?”
“좋아요. 월세도 다른 데보다 한 십만 원 정도 싸고요.”
“그…… 뭐 이상한 일은 없고?”
장대방에게 귀신 이야기를 전해 준 것이 아주머니였던 만큼, 그녀도 빌라 소문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걱정스럽게 묻는 것이다.
“귀신 이야기하시나 보네요?”
“알아?”
“네.”
“소문 들었나 보네. 근데도 괜찮아?”
아주머니의 말에 최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귀신 안 믿나 보네?”
“귀신 안 믿어도 좀 그렇지 않아요?”
옆에 있던 장대진까지 진지한 얼굴로 묻자 최광현이 웃었다.
“귀신은 믿어요.”
“귀신을 믿어?”
“믿는데도 그 집에서 살아요?”
“귀신이라고 다 나쁜가요. 그리고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기도 하고…….”
최광현은 자신의 경찰 신분증을 꺼내 흔들었다.
“직업이기도 하고요.”
최광현의 말에 얼큰하게 취한 얼굴을 한 아저씨가 웃었다.
“그래. 세상에 귀신이 있기는 뭐가 있어? 사람 죽으면 다…….”
웃으며 말을 하던 아저씨가 한숨을 쉬며 눈가를 손으로 슬쩍 닦았다.
“다 그냥 좋은 데 가는 거야. 죽으면 여기보다 더 좋은 곳에 가는 거야.”
아저씨의 말에 아주머니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우리 대방이도 좋은 데 가서 우리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래! 그 말이 맞지!”
그러고는 아저씨가 최광현을 보았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한두 달 살다가 몸이 안 좋다고 나가기는 했지만, 그거야 그 사람들이 허약해서 그런 거고. 광현이는 몸 멀쩡하고 건강하니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잘 살아.”
“그러려고요.”
“그리고…… 내가 부동산에 말해서 월세 조금이라도 더 깎아 주라고 해 볼게.”
“지금도 다른 집보다 십만 원이나 싼데요?”
“아니야. 더 깎아야지.”
아저씨가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아니면 이사 간다고 해. 너까지 이사 간다고 하면 그 집 벌써…….”
말을 하던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몇 집이나 거친 거지?”
“한 다섯 집 이사 왔다가 갔죠.”
“그래. 너까지 하면 여섯 집인데 그럴 바에는 월세 조금 더 낮추더라도 너를 잡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월세 좀 더 깎아 줄게.”
자기만 믿으라는 듯 아저씨가 가슴을 치자, 최광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믿겠습니다.”
“그래. 사회 초년생인데 월세 줄이고 돈 모아서 결혼도 하고 해야지.”
최광현을 보던 아저씨가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재밌고 후회 없이 살아. 그게 최고인 것 같아.”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슬쩍 장대방을 보았다. 이 말은 분명 장대방을 생각하며 하는 말일 것이다.
여러 일들을 하지 못하고 일찍 저물어 버린 아들을 떠올리며 말이다.
“끄응!”
강진이 작게 신음을 하는 아저씨를 부축해 안방에 있는 침대에 눕히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무겁지?”
“아닙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아저씨 이불을 덮어 주며 웃었다.
“낮부터 이리 취해서는…….”
이불을 꼼꼼히 덮어 준 아주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그래, 앞으로 자주 놀러 와. 광현 씨도 자주 와요.”
“네.”
“그리고 혹시 집 앞에 봉투 같은 거 걸려 있으면 그냥 내가 가져다줬다 생각하고 그냥 먹어요. 내가 반찬 맛있게 되면 조금 가져다주고 그럴게.”
“아닙니다. 그러실 것 없으세요.”
“아니야. 어차피 우리 세 식구라 많이 안 먹는데 내가 손이 커서 음식을 좀 많이 해.”
“그러시다면야…… 주시면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래요. 오늘 이렇게 봐서 정말 좋았어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강진과 최광현이 고개를 숙이고는 거실을 나서자, 장대진이 인사했다.
“조심히 가세요.”
“그래. 그리고 혹시 고민 있거나 하면 연락해. 형이 대방이 대신 고민 상담 해 줄게.”
최광현의 말에 장대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장대진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술 처음 먹어 봤으니 이따 일어나면 머리 좀 아프겠다.”
“숙취요?”
“즐거운 시간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물 많이 마시고 달달한 것을 좀 먹어. 그러면 숙취에 좋아.”
최광현의 말에 장대진이 고개를 숙였다.
“네.”
“그럼 형 간다. 연락해.”
최광현과 강진은 아주머니에게 재차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 온 강진과 최광현이 서로를 보았다. 두 사람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저씨처럼 막 달리지는 않았지만, 둘도 술을 마셨으니 말이다.
특히 최광현의 얼굴은 붉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할아버지 귀신이 마시던 막걸리를 마신 데다 장대방 집에서 소주까지 섞어 마셨더니 취기가 많이 올라온 것이다. 게다가 낮술이었고 말이다.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른 최광현이 하늘을 보았다.
“낮부터 마셨더니 아직도 낮이네.”
최광현이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장대방을 보았다.
장대방은 물끄러미 빌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집 창문을 빤히 보던 장대방은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어깨를 두들겼다.
“올라가 봐요. 이따 저녁에 불러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굳이 강진을 따라갈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빌라로 올라가려던 장대방은 문득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왜요?”
“아까 저희 아버지 침대에 옮기실 때요. 무거웠나요?”
“그리 많이 무겁지는 않았어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무거우시면 좋겠는데…….”
강진은 작게 입맛을 다신 장대방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 강진의 시선을 따라 계단을 보던 최광현이 말했다.
“아버지 무겁냐고 물어보디?”
“어떻게 아셨어요?”
“느낌이지.”
최광현은 계단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이 가벼워지는 것만큼…… 가슴 아픈 것도 없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것 같네요.”
“우리 집에서 한 숨 자고 가라.”
“형 집에서요?”
“좀 자고 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가.”
“자면 오히려 더 피곤할 것 같아요. 대리 불러서 집에 가서 푹 잘게요.”
“너 편한 대로 해.”
말을 하며 걸어가던 강진은 최광현 집 앞에 멈춰 서서 그를 보았다.
“송화 씨한테 안부 전해 주세요.”
“들어가서 안 보고?”
“오늘은 좀 거하게 마셨으니 일찍 가야겠어요. 다음에 인사할게요. 그리고 그 슈퍼에 가끔 가서 막걸리 하나 평상 앞에서 따라 주세요.”
“할아버지 귀신 드시게?”
“형하고 대화하기는 어렵지만, 형이 막걸리 따라 주면 알아서 드실 거예요.”
“알았다.”
“그럼 저 갈게요.”
강진이 손을 들어 보이고는 걸음을 옮기자 최광현도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는 빌라로 올라갔다. 그 또한 많이 마셨던 만큼 어서 눕고 싶은 것이었다.
최광현이 빌라로 올라가자 강진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가게로 향하던 도중, 강진은 슈퍼 평상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김치와 두부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작게 고개를 숙이자,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또 놀러 와.”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할 때쯤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던 강진은 웃으며 한쪽을 보았다.
길을 따라 오지민이 지순이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뒤에도 한 아가씨가 지순이 같은 안내견을 데리고 걷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하고 같이 오시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종철이 손을 흔들었다.
“이 사장!”
반갑게 손을 흔드는 것에 강진이 마주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가게 문을 연 뒤 안을 보았다. 안에서는 직원들이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민 씨하고 친구분 오시네요.”
“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릇들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입구에 서서 다가오는 오지민과 친구를 보았다.
그녀들이 가게 앞까지 오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목소리에 오지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오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손님들 배웅하는데 오시더라고요.”
“그러셨구나. 아! 그럼 안에 손님들 있으세요?”
“아뇨. 아까 손님이 마지막이셨고…… 지금은 두 분이 손님의 전부네요.”
“손님 없을 시간 맞춰서 오기는 했는데 다행이네요.”
“잘 오셨어요. 그런데 오늘은 친구분하고 같이 오셨네요?”
“네.”
오지민은 뒤를 따라온 친구에게 말했다.
“여기는 내가 자주 오는 가게 이강진 사장님. 여기는 제 친구 최향미예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뒤에 서 있던 아가씨를 보았다. 그녀는 단발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이강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가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강진이 마주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는 지순이를 보며 말했다.
“언니 자리로 안내해 줄래?”
멍.
작게 짖은 지순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최향미를 보았다.
“제가 팔꿈치를 내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최향미가 손을 들자 강진은 그녀의 손이 자신의 팔꿈치에 닿도록 팔을 내밀었다. 그렇게 강진은 가게 안으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은 두 사람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는 새로 온 안내견을 보았다.
“지순이 오늘 친구하고 같이 왔네?”
웃으며 지순이 머리를 쓰다듬자, 지순이 작게 헥헥거리며 그 손을 핥았다.
아무래도 몇 번 봤다고 친근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강진이 새로 온 강아지를 보았다.
“아이 이름이 뭐예요?”
“태호예요.”
“태호? 남자 이름이네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웃었다.
“남자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