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92
893화
강진은 오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 좀 만져 봐라.”
오혁이 웃으며 자신의 팔을 펴고는 힘을 주자, 강진이 웃으며 팔을 보았다. 그러던 강진이 살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팔 근육이 보이네요.”
선명하지는 않지만 근육이 살짝 갈라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그렇게 강한 근육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아주 많이 좋아 보였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고생 좀 했어.”
그러고는 오혁이 아쉬운 듯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상체는 어떻게 힘주고 해서 근력이 잘 붙는데…… 하체는 정말 잘 안 붙는다.”
“원래 운동은 하체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맞아. 상체는 며칠만 해도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지는데 하체는…….”
오혁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파서 힘을 주기가 힘드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무리라…….”
오혁이 웃으며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툭툭 쳤다.
“너무 오래 누워 있었어.”
그러고는 웃으며 이강혜를 보았다. 그녀는 오지민과 점자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이강혜를 잠시 보던 오혁이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누워 있던 시간만큼 강혜 행복하게 해 주려면 더 빨리 회복해야 해.”
“형은 참 누나 바라기네요.”
“누워만 있었잖아. 해 주고 싶은 게 얼마나 많겠어.”
“이렇게 의지가 강하시니 금방 더 좋아지실 거예요. 아니…… 이미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 말이 맞기는 하지. 지팡이 안 짚는 게 어디냐.”
오혁이 웃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이강혜가 일어났다.
“오빠, 수영장 갈 시간이야.”
“벌써 그렇게 됐어?”
그러고는 오혁이 강진을 보았다.
“형 재활 훈련 하러 갈게. 그리고 이따가 저녁에는 너희 가게 갈 거니까 그때 보자.”
“오늘 오시게요?”
“아버지가 오랜만에 너희 가게에서 식사하고 싶으시대. 이것저것 준비해 놔. 형도 오늘 소주 몇 잔 할 거니까.”
“술 먹어도 된대요?”
“몇 잔은 괜찮아.”
“알았어요.”
강진의 답에 오혁이 몸에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일어나고 앉을 때 체중이 실려서 그런지 다소 힘겹게 일어난 오혁이 아가씨들을 보았다.
“애들 보면서 힐링하고 갑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오지민과 최향미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자, 오혁이 이강혜와 함께 천천히 공원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 오혁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지팡이 없이도 잘 걷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강진은 오혁을 향해 소리쳤다.
“형!”
그에 오혁이 보자, 강진이 웃으며 엄지를 세웠다. 그 모습에 오혁이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오혁이 다시 걸음을 옮기자, 이강혜가 웃으며 강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따 보자.”
“제가 돼지 껍데기하고 닭발 준비해 놓을게요.”
“그래!”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 가는 오혁 부부의 뒷모습을 보았다.
‘누나 행복해 보이네.’
오혁이 누워 있을 때는 웃음에도 그림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척 밝은 웃음이었다.
강진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 최향미가 슬며시 말을 걸었다.
“방금 그분 어디 많이 아프셨어요?”
최향미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이 없으셔서 병상에 몇 년 누워만 있으셨어요.”
“많이 아프셨구나.”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셨어요. 그런데 저렇게 재활 운동 열심히 하시더니 벌써 기구 도움 없이 걸으시네요.”
“목소리가 참 멋지시던데.”
“목소리만큼 마음도 무척 멋지신 분이에요. 그리고 아주 강하신 분이에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 아내분도 무척 좋으신 것 같아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점자폰 이야기하시던데 잘 하셨어요?”
“점자폰 쓰면서 불편한 것들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말을 하던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쓰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 느껴져서 참 고마웠어요.”
“L전자가 정말 좋은 일 많이 해요. 아! L전자에서 소방관 전용 세탁기도 만드는 거 아세요?”
“소방관 전용 세탁기요?”
의아해하는 오지민에게 강진이 설명을 해 주었다.
“불 난 곳에 들어갈 때 입는 방화복은 두껍고 특수 재질이라 일반 세탁기로 세탁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전에는 소방관들이 손빨래를 했대요.”
“손으로요?”
“그렇죠. 워낙 두껍고 해서 세탁이 힘들었는데…… 그걸 알고 소방관 세탁기를 개발해서 기증을 하신 거예요.”
“정말 좋은 일이네요.”
오지민의 말에 최향미가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런 좋은 일이면 언론에서 나왔을 것 같은데?”
“그런 거 안 알리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농담 삼아 말하잖아요. 만드는 건 일등, 홍보는 꼴등이라고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피식 웃었다.
“맞아요. 그런 이야기 정말 많았어요. 아! 전에 사람들이 L전자가 한 좋은 일들을 제품들하고 엮어서 유트브로 만든 것도 있었는데.”
“그래요?”
“L전자 직원이 영상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기부 행사 같은 곳에 간 제품들과 그 모습을 엮어서 만들었더라고요. 그리고 그중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점자폰도 있었어요.”
이야기를 나눌 때, 최향미의 핸드폰에서 문자 수신음이 울렸다.
곧이어 최향미가 미소를 지었다. 이어폰을 통해 문자 내용을 들은 모양이었다.
“누구한테 온 거야?”
“둘째 엄마.”
최향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날씨 좋은데 덥다고 물 잘 챙겨서 마시라고 하네. 그리고 강아지들 너무 귀엽다고…… 다음에 자기도 한 번 같이 갔으면 좋으시겠대.”
최향미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요즘도 만나고 싶다 하셔?’
오지민의 말에 최향미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라도 한 잔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시네.”
“그냥 한 번 만나지그래?”
“그게…… 어렵네.”
“왜?”
“나 참 멋진 사람으로 아시거든.”
“멋진 사람?”
“무슨 일 하냐고 해서 외국 드라마나 영화 번역한다고 했거든.”
“그게 무슨 멋진 사람이야. 그냥 네가 하는 일 그대로 말을 한 건데.”
“나도 그냥 내가 하는 일 그대로 말을 해 준 건데, 어머니가 너무 멋지다고 참 멋지게 잘 컸다고 말씀하셔서.”
“외국 영화 번역하는 일이니 직업이 멋지기는 하지.”
“멋지기는…… 완전 노가다 중에 생 노가다야. 대사 들으려고 몇 번이나 리플레이해야 하고. 정말 신경 많이 쓰여.”
고개를 저은 최향미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실망하실까 싶어.”
“눈이 안 보여서?”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마음에 상처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오지민의 말이기에 최향미는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딸 대신 문자 보내고 엄마라고 하는 내가……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 실망하실까 싶어서 싫어.”
그러고는 최향미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어머니한테는 자기 딸 핸드폰 번호를 가진 사람이 멋진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최향미는 자신이 부끄러운 것보다 둘째 엄마가 실망하는 것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다.
최향미의 말에 오지민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만나지그래?’ 하겠지만, 오지민은 최향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도 눈이 안 보이게 된 후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싶어서였다.
그러니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최향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자신과 달리 최향미는 눈이 이렇게 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더 신경이 쓰일 것이다.
오지민은 최향미의 손을 토닥여주었다. 그에 최향미가 작게 웃으며 그 손을 쥐었다. 그런 두 아가씨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옆에 앉으며 말했다.
“커피 좀 더 드실래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커피를 많이 타 오셨나 봐요.”
“더울 때 시원한 아메리카노만 한 것이 없죠.”
강진은 보온병에 담아 온 차가운 커피를 컵에 따라 주며 웃었다.
“드세요.”
“네.”
오지민과 최향미에게 커피를 따라 준 강진이 말했다.
“방금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옆에 있다 보니 두 분 이야기 듣게 됐습니다.”
“들으셨어요?”
“안 듣기에는 제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요.”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뭔데요?”
“다른 건 아니고, 저희 식당 어떠셨어요?”
“식당요?”
“맛이나 서비스 같은 거요.”
“음식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서비스는…….”
최향미가 웃으며 커피를 들어 보였다.
“제가 여기에서 사장님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걸로 답이 될 것 같아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드셨으면 저하고 여기에서 커피를 드시지는 않을 테니까요.”
“정말 편하게 식사를 했고, 사장님이 편하게 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희처럼 좋은 가게 향미 씨 혼자 알고 지내는 건 욕심인 것 같습니다.”
“욕심요?”
“요즘 나만 알고 나만 가고 싶은 가게라는 말이 있잖아요. 향미 씨는 그러지 마시고 언제든지 좋은 분과 식사를 하고 싶을 때 같이 오세요. 특히 가족들과 같이 오세요. 제가 편하게 식사를 하도록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가족하고요?”
“가족이 됐든 아니면 밥 한 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됐든.”
밥 한 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에 최향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가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그런 최향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언제든지 저희 가게에 같이 오세요. 제가 정말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최향미는 강진에게 정말 감사했다. 오지민과 나눈 이야기를 들었으면 상황은 잘 몰라도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 텐데…….
만나 보라는 말이 아닌, 언제든 밥 먹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같이 오라는 말로 권해 주니 말이다.
미소를 짓던 최향미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그만 가자.”
“그럴까?”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늦으면 집에서 걱정하잖아.”
최향미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은 커피를 모두 마셨다. 그에 강진이 컵들을 쇼핑백에 담았다.
“그럼 가시죠.”
“오늘 바람 쐬고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또 같이 오셔요.”
“아녜요. 저희가 시간을 너무 뺏는 것 같아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저도 이렇게 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으니 공원 산책도 하고 잔디도 보고 힐링하는 거죠. 아니면 음식 냄새만 맡고 콘크리트만 봐야 하는 걸요. 언제든 오셔서 식사하고 산책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기분 좋게 말을 하는 강진의 말에 두 여자가 웃었다.
“그럼 자주 와야겠어요.”
“그러게요. 우리 덕에 바람도 쐬고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죠. 가시죠.”
강진의 말에 두 여자의 옆에 지순이와 태호가 자리를 잡았다. 이동하려는 것 같자 알아서 그녀들이 손이 닿는 곳에 가서 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