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
9화
멍하니 주저앉은 채 강진은 손에 쥐어진 수표와 식탁을 번갈아 보았다.
식탁 위에는 반찬과 서비스로 준 제육덮밥이 그대로 있었다. 즉…… 눈앞에 아이가 있다가 그대로 사라진 것이 현실이라는 소리였다.
놀란 눈으로 수표와 식탁을 번갈아 보던 강진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 여기 이상하다 했어! 그래, 뭐야! 이거 뭐야!”
고함을 지른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신수호의 번호를 빠르게 찾은 강진이 버튼을 누르려 했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의 눈에 하얀 슈트를 입은 신수호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요!”
강진이 급히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식탁으로 다가가 앉았다.
“앉으시죠.”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일단 자리에 앉으며 수표를 식탁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이거…… 이거…… 갑자기 애가 사라지더니 이게 떨어졌어요.”
약간 횡설수설하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숙여 수표를 보았다.
잠시 수표를 보던 신수호가 강진을 향해 그것을 밀었다.
“JS 금융에서 현금으로 환전, 혹은 입금을 해 줄 겁니다.”
“아니! 제가 묻는 건 그게 아니잖아요!”
“참고로 이건 다른 시중 은행에서는 받지 않습니다. 꼭 JS 금융에서만 환전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제 말은…….”
말을 하던 강진이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변호사시니 제가 알아듣게 설명해 주세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강진이 수표를 들어 보이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며칠 적응을 하시고 난 후에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셨군요.”
“무슨 이야기요?”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대체 여기 어떤 곳입니까? 어떻게 된 게 오는 손님들도 다 이상하고…… 자기가 귀신이라고…….”
잠시 말을 멈췄던 강진이 침을 삼켰다. 말을 하다 보니…… 귀신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면 모든 것이 다 말이 되는 것 같았다.
귀신 붙은 요리 연습장.
귀신 붙은 손님.
귀신 붙은 꼬마.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신수호를 보며 말을 끝냈다.
“……하던데…….”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손님들이 귀신처럼 보였습니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귀신은 아닌 겁니까?”
“이 안에서는 아닙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긴, 지금 세상에 귀신이라니 말이 안 되는…….”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신수호를 보았다.
“이…… 안에서는 아니다? 그럼…… 밖에서는?”
“어제 온 사람…… 아니 존재들과 방금 승천을 한 아이는 귀신이 맞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멍하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다고 그런 말을 하세요? 무섭게…… 농담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그를 지그시 보았다. 그리고 그 표정은 절대 농담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 진짜 귀신?”
“가게 밖에서는 귀신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귀신이 아닙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귀신이면 귀신이지, 가게 안에 들어왔다고 사람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현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의아함과 놀람을 담은 강진을 보며 신수호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귀신이 사람처럼 밥을 먹는 곳입니다.”
“사람처럼?”
“자정 전후……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 두 시간 동안 귀신들은 이곳에서 사람으로 현신을 할 수 있고, 사람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한끼식당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죽은 이들을 위한 식당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방금 들어왔던 아이도 귀신이라는 말인데…… 지금 여섯 시도 안 됐어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식탁에 놓인 제육볶음을 보았다.
“그리움을 맡고 온 귀신입니다.”
“그리움?”
“귀신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취향이 있습니다. 어제 온 처녀귀신들 같은 경우는 마늘과 고추를 좋아하고…….”
“처녀귀신?”
“어제 온 손님들 말입니다.”
신수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는 말에 강진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
‘처녀…… 귀신…….’
꿀꺽!
목울대가 움직이며 침이 크게 삼켜지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 어제 온 여자들이 모두…….”
“처녀귀신입니다.”
쫘아악!
강진은 머리털이 모두 솟구치는 듯했다.
어제 자신이 미쳤냐고 소리쳤던 여자뿐만 아니라…… 술잔을 나눈 여자들도 귀신, 그것도 처녀귀신인 것이다.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는 강진의 모습에 신수호가 입을 열었다.
“일단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몸을 떨며 그를 보았다.
“정식 영업시간은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입니다. 하지만 가끔 음식 냄새에 취해 들어오는 귀들이 있습니다.”
“음식 냄새?”
“사람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늘 음식을 먹습니다. 음식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그 안에는 살아 있을 때의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냄새에 담긴 그리움에 끌려 들어온 것입니다.”
스윽!
신수호가 탁자에 남아 있는 제육볶음을 보았다.
“아이는 엄마가 해 주던 제육볶음의 그리움에 끌려 온 것입니다.”
“그럼 그 귀신…….”
말을 하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귀신들이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이 황당했다.
하지만 눈앞에 이렇게 증거가 있지 않은가.
수표를 잠시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잠시만요.”
그러고는 강진이 부엌에 들어가 싱크대 물을 틀어서는 그대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촤아악! 촤아악!
차가운 냉수가 머리를 식히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마치 머리를 감는 것처럼 머리를 문질렀다.
촤아악! 촤아악!
물이 튀기며 옷이 젖었지만 강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차가운 물에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리를 이리저리 문지른 강진이 마지막으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푸화하학!
그렇게 샤워를 하듯이 세수를 한 강진이 물을 잠그고는 옷으로 대충 물기를 닦으며 나왔다.
그 모습에 신수호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머리의 물기를 닦은 강진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들은 것 종합해 보면…… 여기는 귀신 들린 식당이라는 거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귀신 들린 식당을 오 년 동안 운영해야 이 건물을 가질 수 있고.”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귀신이 저를 죽일…… 수도 있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오는 귀신들은 강진 씨를 보호하면 보호하지, 나쁜 짓을 하지 않습니다.”
“보호? 저를 지켜준다는 것입니까?”
“개들도 밥 주는 사람이 해를 당하면 짖는 법입니다.”
귀신과 개를 비교하는 것이 비유로는 맞지 않아 보였지만, 강진은 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음식 냄새 맡고 오는 귀신들은 시간에 상관없이 들어올 수 있는 겁니까?”
소년 귀신은 영업시간이 아닌데도 들어왔으니 말이다.
“냄새를 맡았다고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강진 씨가 만드는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야 올 수 있습니다.”
“그리움이라…….”
-엄마가 해 주던 맛이에요.
아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그 애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승천했으니 저승의 법도에 따라 판결을 받게 됩니다.”
“판결요?”
“극락이나 지옥을 가거나, 아니면 환생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어린 아이도 지옥에 갑니까?”
“죄 있는 자는 지옥, 없는 자는 환생, 착한 일을 한 이는 극락. 저승의 법도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탁자 위에 있는 수표를 가리켰다.
“이건 뭡니까?”
“보시는 대로 JS 금융의 수표입니다.”
“혹시 JS가 저승의 약자입니까?”
“맞습니다.”
JS 금융…… 쉽게 말하면 저승은행이다.
“저승에도 은행이 있습니까?”
“이승의 은행과 다르기는 하지만 저승에도 은행은 있습니다.”
“어떤 곳입니까?”
“설명하기 기니…… 그건 강두치에게 물어보십시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는 사람 손님은 안 옵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가게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가게에 들어오는 것은 귀신이지만, 가게가 위치해 있는 곳은 이승입니다. 사람도 당연히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천장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신수호를 보았다.
“결론은 제가 오 년 동안 귀신 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거군요.”
말은 길지만 결론은 그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내키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건물은 안 되더라도 졸업하시는 동안 생활비와 학비는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강진이 선선히 하겠다고 할 줄은 생각 못 한 듯 신수호가 그를 보았다.
“하시겠습니까?”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오는 식당이지만 5년만 버티면 25억짜리 건물이 생긴다. 1년에 5억이다.
버티면 된다.
‘귀신이면 뭐…… 무서운 것 빼면 아무것도 없지.’
생각과 함께 강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움켜쥔 주먹은 떨리고 있었다.
귀신은 무서운 것 빼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귀신은 무서운 것 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서운 귀신에게 앞으로 오 년 간 음식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