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0
901화
오택문과 아저씨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은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아주머니 귀신은 아저씨를 보고 있었다. 그런 아주머니 귀신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담겨 있었다.
자기 아플 때 병원에 같이 안 가줘서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가질 만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저 자신한테 미안해하는 마음 풀어 버리라고, 나는 괜찮다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런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마치 남편이 아니라 아들을 보는 시선이네.’
아주머니 귀신을 볼 때, 오택문이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이야기 정말 즐거웠네. 이제 그만 일어나세.”
“벌써요?”
“벌써는. 시간이 늦었어.”
오택문이 강진을 보며 작게 웃었다. 술 마시기에 한창 좋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저승식당이 곧 오픈할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만 자리를 일어나려는 것이다. 강진이도 조금은 쉬고 오픈해야 하니 말이다.
오택문이 아저씨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술도 마셨는데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죄송합니다. 저는 유일성입니다.”
“나는 오택문이라고 하네.”
오택문의 말에 아저씨가 웃었다.
“L그룹 회장님하고 성함이 같으시네요.”
유일성은 오택문의 이름을 많이 들어 보았다. 택시를 모는 동안 자주 듣는 것이 라디오이니 말이다.
그래서 오택문의 이름은 아는데 얼굴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얼굴을 안다고 해도 이런 가게에서 자신이 같이 소주를 한 사람이 대기업 회장이라고 생각을 못 했고 말이다.
유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오택문이 살짝 당황한 듯 그를 보았다. 하지만 금세 미소를 되찾은 오택문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나도 자네처럼 작은 봉사 단체 하나를 운영하고 있네.”
이슬 후원회 명함을 본 유일성이 웃으며 말했다.
“이슬 후원회…… 좋은 일 하시는군요.”
“좋은 일은 자네가 하고 있지.”
“어르신이야 좋은 단체 운영하시는 거고, 저야 그저 모는 택시에 손님 태울 뿐인 걸요.”
“나도 젊었을 때 열심히 번 돈을 그냥 태울 뿐이네.”
오택문의 말에 유일성이 웃었다.
“그럼 저나 어르신이나 둘 다 태우는 건 마찬가지군요.”
“그것도 그렇군.”
유일성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택시에 태우고, 오택문은 돈을 태우니 말이다.
“그럼 어르신은 열심히 좋은 일에 돈을 태우시고, 여기 식대는 제 돈 태우겠습니다.”
유일성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디 가서 누구에게 막 얻어먹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자네에게는 한 번 얻어먹고 싶구먼. 잘 태워 보게.”
웃으며 오택문이 유일성을 보았다.
“그럼 잘 먹었네.”
“저도 잘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유일성이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얼마입니까?”
“사만 천 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많이 먹었는데요?”
유일성이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이 저쪽에서 드신 건 소주 두 병 팔천 원에 멸치 김치찜 육천 원 해서 만 사천 원, 그리고 여기서 드신 홍합탕 육천 원, 반건조 오징어 오천 원. 그리고 어르신과 함께 드신 소주 네 병까지 해서 사만 천 원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요즘 오징어 가격이 너무 비싸요.”
“요즘 오징어가 금값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만 천 원입니다.”
“아까 여기 식구들이 먹은 음식도 있지 않습니까?”
“그걸 다 기억하시는 걸 보니 술 많이 안 취하셨나 보네요.”
“그것까지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그건 제가 누나한테 받을게요.”
“그래도 한 번에 제가…….”
“괜찮아요. 누나한테 받을게요. 사만 천 원입니다.”
강진이 웃으며 말하자, 유일성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돈을 꺼냈다.
“여기 아크릴 통에 넣는 것 맞죠?”
“네. 거기다 넣으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유일성이 통에 돈을 넣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왜 돈을 알아서 여기에 넣게 하시는 거죠? 가게 검색해 보니 통에 돈 넣을 때 세지도 않는다고 하시던데?”
유일성의 말에 오택문도 강진을 보았다. 그 두 사람의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배는 고픈데 돈이 없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돈이 모자를 수도 있고요.”
“아, 그럼 일부러?”
“모든 손님이 돈이 없지는 않을 테고…… 한두 분 정도 돈이 모자라신 분은 스윽 넣는 척하고 가시거나 있는 거라도 넣고 가시라고 만들어 둔 거예요.”
“아…….”
유일성이 탄식을 토하며 새삼 다른 눈으로 자신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에요. 그렇게 보실 필요 없으세요.”
“그럴 리가요. 충분히 좋으신 분입니다.”
유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저희 가게 전 사장님의 유언이에요.”
“유언요?”
“제가 이 가게를 상속받았거든요. 저에게 가게를 남겨주신 분의 유언이 돈이 없는 분에게도 음식을 대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아크릴 통을 만들어 둔 겁니다.”
“그렇군요.”
오택문이 웃으며 가게를 보았다.
“이 가게 터가 좋은가 보구나. 주인마다 좋은 사람뿐이야.”
“좋은 사람이 되고는 싶죠. 자! 그럼 오늘 하루도 수고들 하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일성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는 말로 인사를 나눈 강진이 문을 열어 주었다. 가게 앞에 주차된 승용차 곁엔 이종범만 서 있었다.
원래 오택문이 이동할 때는 차 두 대가 움직인다. 한 대는 오택문이 타고, 다른 한 대에는 경호원들이 동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종범 혼자 차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수행 인원이 많은 것을 보고 유일성이 불편해할까 싶어 오택문이 다른 곳에 대기하게 한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운전기사가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해 보이지만 말이다.
“내 차 타고 가세.”
“어르신도 술 드셨는데요.”
“누가 내가 운전한다고 했나. 이리 오게.”
오택문이 웃으며 유일성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차로 가자, 이종범이 뒷문을 열어주었다.
“타게. 내 가는 길에 내려주겠네.”
“그러시면 알겠습니다.”
유일성이 사양하지 않고 차에 타자, 오택문이 웃으며 그 옆에 앉았다.
“앞으로 가끔 한잔하세나.”
“그렇게 하시죠. 저도 어르신하고 한잔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하하! 자네보다 못난 사람 보니 나는 그래도 낫다는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르신이야말로 ‘이런 못난 놈.’ 하면서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유일성이 웃으며 말을 하자, 오택문이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창문을 열었다.
위위윙!
내려간 창문 너머에서 오택문이 강진을 보았다.
“오늘 정말 좋은 시간 보내고 간다.”
“저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진은 유일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음에 또 오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정말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에는 제 아들들하고 같이 오겠습니다.”
“아드님들하고 오셔도 좋고 혼자 오셔도 좋고. 언제든지 오세요.”
강진이 웃으며 뒤로 물러나자, 오택문이 말했다.
“가지.”
오택문의 말에 이종범이 차를 조심히 출발시켰다.
부릉!
차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끄으응!”
우두둑! 우두둑!
기재기를 켜며 몸을 비틀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용수한테 잔소리 좀 듣겠는데.”
두 사람과 이야기하며 한두 잔씩 마시다 보니 꽤 많이 마신 것이다. 배용수에게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살짝 침울해졌던 강진은 문득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차!”
강진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숙취 해소제였다. 오택문에게 전해줬어야 했는데 깜빡한 것이다.
입맛을 다시며 이미 멀어진 승용차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 집인데 숙취에 좋은 음식 몇 개 없을라고.”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서는 귀신 직원들이 홀을 정리하고 있었다. 강진이 들어오는 것에 배용수가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좀 쉬다가 내려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다가 깨면 머리 아플 것 같다. 올라가서 샤워만 하고 내려올게.”
“그럼 그렇게 하던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2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 샤워를 하고, 냄비를 꺼내 칼칼한 라면을 끓여 해장도 한 강진이 이제는 됐겠지 싶어 밑으로 내려왔다.
밑으로 내려온 강진은 TV를 보는 배용수와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강진이 내려오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라면 끓여 먹고 내려왔냐?”
“어? 어.”
강진의 답에 이혜미가 웃었다.
“술 마시면 이상하게 매운 라면이 당기기는 하죠.”
잠시 주방에 들어갔다 나온 이혜미가 보온병을 내밀었다.
“용수 씨가 강진 씨 마시라고 꿀물 타 놨어요.”
“그랬어?”
웃으며 강진이 보온병에서 꿀물을 덜어 마시자, 그것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아까 안주도 많이 먹던데 거기에 라면까지 먹냐.”
“먹고 싶더라고.”
“위 고생시키면 나중에 네 몸이 고생한다.”
“알았어.”
“술 적당히 해라.”
“알았네, 알았어. 미안해.”
웃으며 강진이 배용수의 어깨를 손으로 주물렀다.
“그런데 오늘은 안 마실 수가 없었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 앉고는 말했다.
“그런데 뭐 보는 거야?”
“드라마.”
“무슨 내용인데?”
“내용이야 늘 똑같지. 출생의 비밀, 그리고 그 비밀 찾는 사람과 골목 하나 차이로 비껴가는 사랑하는 사람. 뭐 그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런 내용이 재밌잖아요. 괜히 몇 십 년 동안 우려먹은 소재가 아니라고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도 보고 있잖아요.”
“쉿! 이제 밝혀지나 봐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서는 아주머니 한 명이 놀란 눈으로 사진 한 장을 보고 있었다.
수녀님 손을 잡고 울고 있는 여자아이 사진을 보며 아주머니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설…… 설마?]말과 함께 화면이 정지되는 것에 강선영이 눈을 찡그렸다.
“에이! 여기서 끊네.”
강선영의 중얼거림과 함께 예고 장면이 나오자 강진이 웃었다.
“절묘하게 끊었나 보네요.”
“그러게요.”
강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건 또 내일 봐야 알아요. 예고에선 다 밝혀질 것 같은데, 정작 다음 화에선 ‘닮은 애인가?’로 대사가 바뀌기도 하거든요.”
“진짜요?”
“그럼요. 전에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다 알아차린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끝났는데, 다음 날 첫 화면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로 ‘너 여기 언제 왔어?’라고 하더라고요. 어찌나 답답하던지.”
강선영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가 재밌나 봐요?”
“드라마는 재밌어요.”
웃으며 강선영이 다른 드라마 채널로 돌리자 강진이 그것을 같이 보았다. TV를 보며 쉬다가 열 시쯤에 음식을 준비할 요량이었다.
강진은 보온병을 기울여 따뜻한 꿀물을 따라 입에 가져다 댔다.
“후우! 후우!”
따뜻한 꿀물을 마시자 속이 풀리는 느낌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술 마셨다고 꿀물 타 주는 마누라도 있고. 나도 성공한 거지.’
피식 웃은 강진이 배용수 어깨를 손으로 주무르자, 그가 귀찮다는 듯 어깨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