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1
902화
아침에 일어난 강진은 계단을 내려왔다.
“일어났냐?”
TV를 보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을 비틀던 강진이 말했다.
“야, 나 살찐 것 같지 않냐?”
“왜?”
“샤워하고 거울 보니까 살찐 것 같더라고.”
강진의 배용수가 그를 무심한 눈으로 보았다.
“그런가?”
“확실히 강진 씨가 살이 좀 찌기는 했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배를 보았다.
“그렇죠?”
“근데 어쩔 수 없죠. 저승식당 운영하면서 귀신들하고 야식을 먹는데 살이 안 찔 수 있나요. 거기에 술도 드시고.”
이혜미는 강진에게 다가와 배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인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럼요. 밤에 그렇게 술 마시고 야식 먹고, 운동이라고는 아침에 산책 정도만 하는데 이 정도인 것만 해도…… 감사해야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살이 찌기는 했나 보네.’
강진은 자신의 배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뱃살이 손에 잡혔다.
강진은 뱃살이 없는 편이었다. 살이 찌고 싶어도 찔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에 네다섯만 시간 자고 일어났던 데다가, 현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1층에서 5층까지 모래와 시멘트를 등에 지고 오르락내리락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던 강진이 재차 입맛을 다시고는 자리에 앉았다.
“운동 좀 해야겠다.”
“헬스 다니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헬스는 무슨……. 공원에 운동 기구들 있잖아. 그거 해야지.”
“그게 운동이 되겠어?”
“안 될 건 뭐 있나? 팔굽혀 펴기로 상체 운동하고, 앉았다 일어나기로 하체 운동하고, 유산소는 공원 한두 바퀴 뛰면 되겠다.”
“앉았다 일어나는 게 무슨 운동이 되냐.”
배용수가 피식 웃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 현장 일 할 때 당뇨가 있던 아저씨가 있었거든.”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이 자신을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 아저씨가 밥 먹고 시간만 나면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시더라고.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아는 스님이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루에 백 번씩 매일 꾸준히 하면 당뇨가 나을 거라고 하셨다는 거야.”
“앉았다 일어나기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당뇨는 하체가 튼튼해지면 많이 좋아지니까.”
“맞아. 그래서 매일 앉았다 일어나기를 백 번 했대. 처음에는 이게 무척 힘들었는데 어느 날 당을 재니 수치가 뚝뚝 떨어지더라는 거야.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냥 앉았다 일어나는 것만 꾸준히 해도 병에 도움이 될 정도로 운동이 되는 거잖아. 나도 꾸준히 하면 운동 충분히 되겠지.”
“그런데 앉았다 일어났다 많이 하면 무릎 관절에 안 좋을 것 같은데?”
배용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자,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왜요?”
“제가 PT 받을 때 강사님 말이,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대요.”
“왜요? 저도 살았을 때는 가끔 운동 무리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선영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도 하셨어요?”
“그야…… 아니죠.”
가끔 운동하고 싶은 날 아령이나 역기를 들지만, 몸에 무리가 가다 보니 다음 날에는 근육통 때문에 쉬는 것이다.
“그래서 강사님이 하는 말이 일단 무리가 갈 정도로 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근육통 참아가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건 선수들이나 정말 독한 사람들만 가능한 것이니 그냥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이나 좀 해 보고 몸 걱정하라고요.”
강선영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을 해 보고 걱정을 하라…… 맞는 말이네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하는 것하고도 비슷하네요.”
“공부요?”
“공부 못하는 애들이 공부하려고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게 필기구 준비하고 학습지 챙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공부 계획표 세우고. 그럴 거면 바로 책부터 펼치는 것이 낫죠.”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래도 몸에 무리가 가게 하는 건 안 좋으니까 허연욱 선생님한테 진찰받으면서 해.”
“알았다. 그리고 오늘부터 운동이다.”
“운동이 좋기는 하지. 잘 생각했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말했다.
“일단 그전에 아침부터 먹자.”
강진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아침은 뭐야?”
“동태탕 끓였어.”
“맛있겠다.”
“지금 먹을래?”
“응.”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말했다.
“아! 유일성 씨 아침 일찍 차 가지고 갔다.”
“벌써?”
“뒷문에서 차 시동 소리 들려서 나가 보니 가셨더라고. 아! 두부 놓고 가셨어.”
배용수는 주방에서 접시에 담긴 두부를 들고 나왔다.
“동네에 아침에 손두부 만드는 가게가 있어서 사 오셨대.”
배용수가 쪽지를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펼쳤다.
“뒷문 손잡이에 걸려 있더라고.”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젓가락으로 두부를 잘라 입에 넣었다. 고소한 두부의 맛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제라 그런지 맛이 좋네.”
“그 두부로 동태탕 끓였어.”
“잘 했다.”
배용수는 다시 주방에 들어가 밥과 동태탕을 가지고 나왔다. 오늘의 아침은 동태탕과 계란말이, 그리고 제육볶음과 김밥이었다.
아침으로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 음식들을 모두 먹으려는 게 아니라 점심 메뉴 공지를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자, 배용수가 말했다.
“김밥은 좀 확대해서 내용물 잘 보이게 찍어라.”
“왜?”
“손님들 와서 김밥 내용물 보면 뭐 이래? 하실 수 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싸 먹는 김밥은 내용물이 좀 적기는 하지.”
김밥이 너무 크면 쌈도 너무 커진다. 김밥은 쌈에 들어갔을 때 밥 역할을 하는 것이니 작아야 했다.
그래서 내용물도 단무지, 계란, 맛살 정도만 들어가 있었다.
강진은 김밥을 확대해서 내용물이 잘 보이게 찍었다.
글을 올린 강진이 수저를 들어 동태탕을 떠먹었다.
“크윽! 좋다.”
“맛있냐?”
“맛있네. 알도 고소하고.”
“동태탕에 넣으려고 알하고 고니만 따로 주문했어. 이따가 음식 할 때 손님들한테 고니나 알 좋아하시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면 좀 더 넣고 끓이자.”
“그러면 좋지.”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은 동태탕에 밥을 말아 시작했다.
***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공원 정자가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하나! 둘! 하나! 둘!”
배용수의 신호에 맞춰 강진은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었다.
“끄응!”
신음을 토하며 열 개를 한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후우!”
그런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야, 무슨 열 개 하고 쉬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손을 털며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원래 운동 안 하다가 하면 팔굽혀 펴기 하나 하기도 힘든 거야. 열 개 한 것도 얼마나 대단한 건데.”
“안 대단한 것 같은데?”
배용수가 시큰둥하게 하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사실 강진도 열 개밖에 못 한 것에 크게 놀란 상태였다.
‘한 삼십 개는 거뜬하게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걸 내색하기에는 창피한 강진이 말했다.
“하다 보면 늘게 되어 있어. 두고 봐라. 하루에 하나씩 늘려서 나중에는 오십 개도 한 번에 해 볼 테니까.”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도 해 봐.”
“나도?”
“그럼 나 혼자 운동하냐? 같이 해.”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강진의 시선에 배용수가 웃으며 몸을 비틀었다.
“어디 그럼 이 형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여 줄까.”
배용수는 풀쩍 뛰었다가 바닥에 착 하고 엎드렸다.
“야! 무리하지 마.”
운동 잘하는 사람들이나 저런 자세가 가능하지, 못하는 사람은 손목 아작 나기 딱 좋은 자세였다.
뛰었다가 떨어지면서 하중이 손목에 가해지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한 손을 등허리에 올렸다. 그러고는 한 팔로 팔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우와.”
강진이 놀라 보자, 몇 개를 하던 배용수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귀신이 무게가 어디에 있다고 ‘우와’냐?”
“아, 그럼 안 힘들어?”
“힘들 턱이 있나.”
말을 하며 배용수가 몸을 일으키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이 무게가 있을 리가 없지.”
“이제 너 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엎드리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근데 네가 나한테 팔 올리면 무게 느껴지던데?”
강진의 말에 멈칫한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그 몸에 앉았다. 그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자, 배용수가 말했다.
“무겁냐?”
“응.”
“이상하네. 무게가 없을 텐데…….”
중얼거리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네가 저승식당 주인이라 나를 만질 수 있잖아. 그래서 그런가?”
“그런가?”
“그렇지. 전에 동해한테 귀신이 달라붙어 있을 때, 동해 그 무게 못 느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어린애 귀신이 최동해한테 업혀 다닐 때, 최동해는 피곤함은 느꼈지만 무게는 못 느꼈으니 말이다.
강진이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배용수가 그의 몸에 올라탄 채 다리를 들었다.
“끄응! 무겁다. 무거워.”
“얼마나 무거워?”
“그냥 무거워. 내려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다리를 땅에 대고는 일어났다.
“신기하네.”
배용수가 신기한 듯 중얼거리자, 강진이 그를 슬쩍 보고는 팔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끄응! 끄응!”
작게 신음을 토하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너는 안 궁금하냐? 왜 이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팔굽혀 펴기를 하며 말했다.
“내가 저승식당 하면서 느낀 건…….”
강진이 팔을 편 채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저승 이즈 뭔들이다.”
“저승 이즈 뭔들?”
“저승에 관한 건 뭐가 됐든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거야. 귀신인 너도 저승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내가 궁금해한들 뭔 소용이 있겠냐.”
그러고는 강진이 다시 팔을 구부렸다가 폈다.
“끄응!”
작게 신음을 토한 강진이 입을 열었다.
“내가 궁금하고 관심이 있는 건…… 귀신인 네 무게가 나한테 느껴진다는 거 말고, 내가 아는 귀신들이 어떻게 하면 승천을 하느냐야. 나하고 있는 동안 최대한 잘 살펴 드리는 것 말고는 관심 없다.”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 내가 무거운 게 뭐가 중요하겠냐.’
속으로 웃은 배용수가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자! 하나! 더 내려가야지! 그렇지! 둘! 일어나야지. 조금만 더!”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숨을 고르고는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