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5
906화
라면 먹는 걸 알았다는 말에 최창수가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최창수의 물음에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주방 보면 알지.”
“아빠가 흔적 없앤다고 라면 먹고 봉지 다 가져다 버리고 설거지도 다 했는데?”
믿지 못하겠다는 최창수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웃었다.
“그래서 알았지. 평소 쓰레기 버리라고 해도 ‘있다가’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던 양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쓰레기봉투하고 재활용 쓰레기까지 버려 놨으니.”
“아…….”
“그래서 알았어.”
“아빠가 너무 완벽하게 숨기려다가 오히려 걸린 거네.”
최창수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왜 안 혼냈어?”
그렇게 먹지 말라는 라면을 먹었는데 왜 혼을 안 냈는지 의아한 것이다. 평소라면 정말 많이 혼냈을 텐데 말이다.
“얼마나 먹고 싶으면 그렇게까지 먹었겠어. 그리고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몰래 먹는 것까지 틀어막으면 너희 아빠 낙이 없잖아. 그렇게라도 숨을 쉬게 해 줘야지.”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밖에서도 사 먹을 수 있는데, 밖에서 안 먹고 집에서 먹잖아. 그래서 짠하더라고. 이 양반이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이렇게까지 해서 먹었을까 하고 말이야.”
“완벽하게 했는데…… 그걸 그렇게 알아내네.”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 최고진을 보던 강진이 문득 창수 어머니를 보았다.
“아버님이 라면을 좋아하셨어요?”
“제일 좋아했던 건 제가 해 준 비빔국수인데…… 그건 제가 안 해 주니 라면을 먹더라고요.”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매콤하게 비빔국수를 해 주면 입맛 없다고 할 때도 두 그릇을 뚝딱 먹었어요.”
“비빔국수를 그렇게 좋아하셨군요.”
“그런데 그이 당 맞고 그 좋아하던 국수를 한 번 못 해 줬네요. 의사가 밀가루가 당뇨에는 아주 안 좋다고 해서요.”
“어머니가 비빔국수를 정말 맛있게 잘 만드시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최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 어머니 비빔국수 정말 맛있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도 맛 좀 보여 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여기서요?”
“식당이라 재료는 다 있으니까 귀찮지 않으시면 좀 해 주세요. 저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 좀 먹고 싶네요.”
강진의 말에 최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엄마. 나도 오랜만에 엄마가 만든 비빔국수 먹고 싶네.”
“그럼 그럴까?”
“제가 재료 챙겨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기분 좋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최창수가 입맛을 다셨다.
“표정이 안 좋네?”
최동해가 의아한 듯 묻자, 최창수가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아빠가 비빔국수를 좋아해서……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가 그동안 잘 안 해 줬어.”
“아버님 비빔국수 못 해 준 것이 마음에 걸리셨나 보구나.”
동해 어머니의 말에 최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신 것 같아요. 음…….”
잠시 말이 없던 최창수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저희도 어머니께 비빔국수 해 달라고는 잘 안 했어요. 멍하니 비빔국수 보고 있으실 때가 많았거든요.”
“남편이 좋아하던 음식이다 보니 남편 생각이 많이 나셨나 보네.”
동해 어머니의 말에 최창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을 보았다.
칸막이 때문에 주방 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음식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빔국수 어머니도 맛있게 드실 것 같아서 일부러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아직 소방학교도 가야 하고 정식으로 소방관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식 먹으면서 아빠 생각하면 엄마도 좋아할 것 같아서요.”
최창수의 말에 동해 어머니가 안쓰러운 듯 그를 보았다.
“그래. 어머니도 전에는 비빔국수를 보면 마음이 안 좋았겠지만, 지금은 우리 창수 소방관 합격한 거 남편한테 알려준다 생각하고 기분 좋게 음식을 드실 거야.”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최창수와 동해 어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최고진은 주방과 홀의 중간에 서서 홀을 보고 있었다.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비빔국수를 한다고 해서 따라 들어가려다가 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가만히 서서 이야기를 듣던 최고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냥 맛있는 음식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건데…… 왜 내 생각을 그렇게 해.”
최고진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배용수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고는 힘내라는 듯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 잘 못 해 줘서 어머니 마음이 안 좋으셨나 보네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내 몸을 상하게 하니 해 줄 수가 있나. 그리고 맛있는 음식보다 건강식이 더 만들기가 어려워.”
“그걸 아시네요.”
최고진의 말대로 건강에 좋은 음식은 맛있는 음식보다 더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럼. 우리 아내가 요리하는 거 보면 공부하면서 만들더라고. 양념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맛있게 만들려고 말이야.”
“맞아요. 맛있게 하는 건 MSG하고 소금 설탕만 잘 넣으면 되지만, 건강하게 만드는 건 많이 힘들죠. 그리고…….”
배용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건강한 맛은 딱히 맛이 없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최고진이 주방 한쪽에 놓여 있는 라면 봉지를 보다가 말했다.
“아내가 없을 때 편의점에 막 뛰어갔어. 라면 두 개를 사서 집까지 또 뛰어오고 라면을 끓여 먹으면 그게…… 너무 행복한 거야.”
“먹고 싶었던 거 참았다가 먹으면 정말 맛이 좋죠.”
웃으며 최고진을 보던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왜 집에서 끓여 드셨어요? 라면이 먹고 싶으면 밖에서 사 드시면 될 텐데.”
라면이 먹고 싶어서 아내가 없을 때, 후딱 끓여 먹으려고 편의점에 뛰어가는 성의까지 보인다면 차라리 밖에서 사 먹고 들어와도 되지 않나 싶은 것이었다.
라면 정도는 동네 어느 식당에서도 다 팔 테니 말이다.
배용수의 물음에 최고진이 웃으며 말했다.
“창수도 한 번은 그걸 묻더군.”
“창수도 의아했겠죠. 엄마한테 아버지 혼나는 것도 걱정이 될 테고요.”
배용수의 말에 최고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소도둑 될까 봐.”
“소도둑요?”
배용수가 되묻는 것과 동시에 강진이 힐끗 그를 보았다. 창수 어머니가 있어서 말을 걸지는 못하지만 최고진의 말에 의아한 건 강진도 마찬가지였다.
최고진은 국수를 삶고 있는 아내를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슈퍼 가서 라면 사 오고 끓이는 거…… 생각보다 더 귀찮아.”
“그렇겠죠. 게다가 막 먹고 싶을 때면 더.”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고진이 말을 이었다.
“편의점에 라면을 사러 가는 건 귀찮은데 밖에서 이천 원, 삼천 원 내고 라면을 사 먹는 건 너무 편하잖아.”
“그러니 밖에서 사 드시면 되지 않아요?”
“그럼 내가 너무 자주 사 먹을 것 같았어. 내가 정말 면 귀신이거든. 그렇게 내가 라면이든 국수든 막 밖에서 몰래 사 먹고 들어오면 내 몸 생각해서 맛대가리 없는 건강식 해 주는 우리 마누라 고생이 헛것이 되잖아.”
“아…….”
배용수가 살짝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자 최고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정말 라면이나 면이 먹고 싶을 때, 몰래 라면 사 가지고 와서 집에서 끓여 먹었던 거야. 귀찮게 사러 가고 끓여 먹어야 내가 면을 덜 먹을 테니까.”
그러고는 최고진이 웃으며 말했다.
“면을 먹고는 싶은데…… 마음대로 먹으면 아내한테 미안해서 집에서 먹었던 거야.”
‘아내한테 미안해서 집에서만 몰래 드셨구나.’
최고진을 보던 강진이 창수 어머니를 보았다. 그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국수를 옆에 두고 양념을 만들고 있었다.
깍두기를 얇게 채 썰던 창수 어머니가, 채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깍두기가 새콤한 게 아주 맛이 좋아요.”
“이번에 깍두기가 맛있게 잘 익었더라고요.”
“이 깍두기도 사장님이 직접 담근 건가요?”
“네.”
“정말 음식 솜씨가 좋네요.”
“맛있으면 제가 이따가 좀 챙겨 드릴게요.”
“그럼 죄송하지만 좀 받을게요.”
“거절 안 하시는 것을 보면 맛이 좋기는 한가 보네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음식 장사하는 집에 음식 모자를 일은 없으니 미안해하지 마시고 집에 가서 맛있게 드세요.”
“그럼 염치 불고하고 좀 받아 갈게요.”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일을 하다 보니 음식 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맛있는 반찬 보면 욕심이 나네요. 집에 가져다 두면 애들이 알아서 밥 먹을 때 맛있게 먹을 것 같고.”
“그렇게 말씀하시니 깍두기만 못 드리겠네요. 제가 집에 가실 때 골고루 싸 드릴게요.”
“정말 미안한데 감사히 가져갈게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강진이 국수를 보다가 찬물을 떠서는 말했다.
“찬물 좀 부어야 할 것 같아요.”
“내 정신 좀 봐. 그래요.”
강진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수 면발에 찬물을 부었다.
국수가 삶아질 때는 면발은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둥글게 말리는 형태로 끓어오른다. 그럴 때 찬물을 좀 넣으면 끓어오르는 것이 가라앉고, 면발이 쫄깃해진다.
그렇게 세 번 정도 끓어오르는 면에 찬물을 부우면 면이 잘 익는 것이다.
국수가 가라앉는 것을 보고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은 음식을 누구에게 배웠어요?”
“친한 친구가 운암정이라고 한식집 출신이에요. 그 친구한테 배웠어요.”
“용수라는 분요?”
“창수가 말해 줬나 보네요?”
“주방에 수줍음 많은 주방장 형이 한 명 있다고 들었어요. 여기 오래 다닌 동해도 아직 못 만났다면서요?”
“그 친구가 수줍음이 좀 많아요.”
강진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주방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 친구가 일은 잘하나 보네요.”
“주방 보시면 아세요?”
“아까 냉장고 보니 재료나 반찬들이 정리가 잘 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주방 용기들도 사용하기 쉽게 정리가 되어 있고.”
창수 어머니가 다시 강진을 보았다.
“이것만 봐도 참 꼼꼼한 분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참 사람을 잘 보시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너 꼼꼼한 거야 내가 잘 알지.’
배용수 일 잘하는 것이야 장난으로라도 ‘너 일 못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런데 용수 씨는?”
“오늘은 일찍 퇴근시켰어요.”
“어머…… 그럼 이 음식을 모두 사장님이 준비한 거예요?”
“용수가 준비해 놓은 거 내놓기만 한 거죠.”
웃으며 강진이 국수를 보았다.
“국수 다 삶아진 것 같네요.”
“그런 것 같네요.”
“이건 제가 할게요.”
강진은 솥을 들어서는 큰 뜰채에 그대로 부었다.
촤아악!
살짝 투명해진 면발이 채에 그대로 쏟아졌다. 그것을 본 최고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 면만 봐도 너무 맛있어 보이네. 저걸 한 젓가락 집어서 후루룩 입에 넣으면…….”
꿀꺽!
최고진이 침을 삼키는 것에 강진이 그를 힐끗 보고는 웃었다.
‘확실히 이 상태로 후루룩 먹어도 맛있기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