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22
923화
강진이 가게 입구를 볼 때, 이혜미가 들어왔다.
“물어보니까 선생님한테 몸이 안 좋다고 말하고 조퇴하고 왔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조퇴?’
조퇴를 하면서까지 가게 앞에 줄을 서 있는 건가 싶어서 강진이 황당해하자 이혜미가 말을 이었다.
“애가 우리 단톡방을 자주 들여다본대요.”
“자주요?”
강진이 보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지금 아주머니 화 많이 났어요. 학교도 땡땡이치고 맛집 찾아왔다고요.”
‘화내실 만하지.’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황미소와 황태수 때처럼 혹시 무슨 사연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냥 맛집이 궁금해서 땡땡이치고 온 모양이었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시계를 보았다.
‘점심 장사하고…… 학교로 내가 데려다주고 와야겠네.’
황미소처럼 아주 저학년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아이 혼자는 위험하니 말이다.
‘그래도 애 말하는 것 보니 똘망똘망해 보이던데.’
-안 돼요! 싫어요! 꺼져요!
아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던 강진은 손을 든 손님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계란말이 좀 더 주세요.”
“네.”
강진은 계란말이를 손님 테이블에 올리고는 다른 손님들의 테이블도 살폈다.
시간이 흐르고, 식사를 마친 손님들을 배웅하던 강진은 줄 서 있던 여자아이를 보았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책가방을 멘 여자아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강진이 빈자리를 가리켰다.
“자! 여기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아이는 가방을 벗어 자리에 놓았다. 그런 아이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주문 어떻게 해 드릴까요?”
“오늘 점심 제육볶음이죠?”
“잘 아시네요.”
강진은 웃으며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 시선에 아주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었다. 이혜미가 이미 설명을 해 놔서 강진이 귀신을 본다는 것을 알아 놀라진 않았다.
“애가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을 때, 여자아이가 지갑을 꺼냈다. 아이들이 쓸법한 핑크 핑크한 천으로 된 지갑이었다.
“저 이걸로 계산되나요?”
여자아이가 꺼낸 건 꿈나무 카드였다.
“물론 되죠. 아, 잠깐만요.”
강진은 가게 밖으로 나가서는 앞에 놓아둔 아크릴 판을 보았다.
간단하게 적혀 있는 오늘의 메뉴를 보던 강진이 머리를 긁고는 아크릴 판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제육볶음 정식으로 드실 거죠?”
“네. 그리고…… 이 카드로 사천 원만 결제해 주시고, 남은 이천 원은 현금으로 드릴게요.”
여자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한 대로 하세요. 제육볶음 정식 특으로 하나!”
강진의 외침에 배용수가 고개를 내밀어 아이를 한 번 보고는 아주머니 귀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에 아주머니 귀신이 당황한 듯 그를 보다가 마주 고개를 숙였다.
이혜미에게 여기 가게 사장님이 귀신들과 일을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주방에서도 귀신이 나오니 당황한 것이다.
그런 아주머니를 보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며 말했다.
“고등어도 하나 구울까?”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고개를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메뉴판에 글을 적었다.
전에 황태수와 황미소를 알게 된 후, 강진은 꿈나무 카드를 가지고 온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해 준다는 글을 적었었다.
그런데 의외로 꿈나무 카드를 가지고 오는 아이들이 없었다.
강남에 위치한 곳이라 아이들이 혼자 밥을 먹으러 오기 힘든 것도 있고, 무료로 준다고 써서 더 안 오는 것도 같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무료로 준다는 문구를 지웠던 것이다.
강진이 아크릴판을 볼 때, 여자아이가 말했다.
“전에 꿈나무 카드 대환영이라는 글 본 적 있어요.”
“본 적 있으세요?”
“네, 오빠.”
오빠라는 말을 하며 싱긋 웃는 모습에 미소 짓던 강진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아크릴판에 적힌 문구를 가리는 것을 보았다.
“오빠가 쏘는 거죠?”
귀엽게 배시시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나도 말 놓는다? 지금부터는 손님이 아니라 내가 밥 사 주는 동생이니까.”
“네! 편히 말 놓으세요.”
여자아이의 말에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은 아크릴 판을 다시 가게 앞에 놓았다.
‘애가 여우네.’
그것도 귀여운 여우였다. 꿈나무 카드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발급이 되는 거라 조금 주눅이 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밝게 요구하는 것이 당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강진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던 강진은 아이가 가방에서 반찬통들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뭐 하는 거야?”
강진의 물음에 아이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저 어리다고 반찬 조금만 주실 거 아니죠?”
“글쎄. 아주 어린 손님들은 혼자 오지 않아서 반찬 양을 따로 맞춰 본 적은 없지만…… 너는 많이 줘도 될 것 같은데.”
“맞아요. 저 많이 먹고 잘 먹으니 많이 주세요.”
“근데 그 통들은 뭐야?”
“설마 여기 음식 재활용하는 거 아니죠?”
“그야 아니지.”
“그럼 남은 음식 버려야 하는데 아깝잖아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래서 싸 가게?”
강진의 말에 아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그럼 안 돼요?”
“안 되기는. 네 앞에 놓인 음식은 다 네 거야. 그러니 네가 가져가든 안 가져가든 그건 다 네 권리지. 그리고 음식 싸 가면 나야 남는 음식 안 생기고 더 좋지.”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문득 아이를 보았다.
“그런데 아까 내가 쓴 글은 어떻게 알아?”
“제가 여기 식당 단톡방 오래 들여다봤어요.”
“오고 싶었나 보네.”
“그런 것도 있고 거기에 적힌 댓글 보면 사장님이 좋은 오빠인 것 같아서요.”
오빠라는 말에 힘을 주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오빠라고 계속 안 해도 밥값 안 받을게.”
“그래 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저 돈도 있어요.”
지갑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는 아이의 모습에 강진이 웃다가 물었다.
“그런데 학교는 어떻게 하고 왔어?”
“그…….”
잠시 있던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조퇴했어요.”
아이의 말에 한쪽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아가씨들이 아이를 보았다.
“조퇴? 어디 아파?”
아까 아이를 지켜봐 주겠다고 했던 손님들이었다.
“그건 아니고…… 오늘 여기에서 밥 먹으려고요.”
“밥 먹으려고 학교를 쉬면 되나? 그리고 학교에서 점심 주잖아.”
“그 밥하고 여기 밥하고 다르죠.”
아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공부 잘해서 학교 하루 정도 빠져도 돼요. 볼래요?”
아이는 가방을 열어서는 안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것을 보란 듯 건네자, 아가씨들이 종이를 받아 보았다.
“시험지네. 우와, 다 백 점이네.”
시험지에는 온통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저 공부 잘해요.”
“그러게. 정말 공부 잘하는구나.”
아가씨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분들 식사하시게 이리 와서 앉자.”
“괜찮아요.”
“아닙니다. 곧 점심시간 지나는데 어서 식사들 하세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들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좀 늦게 줄을 서느라 시간이 빠듯한 것이다.
서둘러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던 강진은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에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애가 좀 당돌하기는 한데 공부는 정말 잘해요. 밤에도 공부 열심히 하고…… 지금 사 학년인데 오 학년 책 구해서 그것도 이미 다 봤어요.”
학교를 조퇴해서 기분이 나빴던 아주머니 귀신이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랑스러운 딸인 건 변함이 없는지 웃으며 자랑을 했다.
“강진아, 다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이미 쟁반에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고등어도 1/4 토막 정도가 놓여 있었다.
“고등어 남은 건?”
“여기.”
배용수가 프라이팬을 가리키자, 강진은 남은 고등어를 접시에 올렸다.
“애 그거 다 못 먹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남으면 싸 가겠다고 반찬통 가지고 왔더라.”
“반찬통?”
배용수는 고개를 내밀어 홀을 보았다. 그러다 여자아이 식탁에 놓인 반찬통을 보고는 웃었다.
“어른들도 안 들고 다니는데…… 애가 대단하네.”
“그러게. 대단하더라.”
웃으며 쟁반을 든 강진은 홀로 나왔다.
“자, 음식 나왔다.”
강진이 음식들을 내려놓자, 아이가 웃으며 반찬들을 이리저리 보았다.
“너무 맛있어 보여요.”
“학교 조퇴까지 해서 올 정도로 맛이 있었으면 좋겠네.”
“맛있을 거예요.”
반찬을 보던 아이는 밥을 국에 말았다. 그렇게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은 그것을 보다가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녀에게 눈짓을 한 뒤 주방으로 들어가자, 아주머니 귀신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혜미 씨, 홀 좀 봐 주세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주방 입구에서 홀을 보았다. 지금 홀에는 아가씨들과 여자아이밖에 없지만, 그래도 뭔가 필요로 하면 바로 나가 봐야 하니 말이다.
“아주머니도 식사 좀 하세요.”
강진이 국을 뜨고 밥을 뜨는 것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였다.
“혜원이한테 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이 혜원이에요?”
“박혜원이에요.”
“혜 자라는 이름이 들어가서 애가 참 예쁘고 똑똑하네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왜요? 아닌 것 같아요?”
이혜미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배용수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그렇구나, 라는 의미의 웃음이었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런데 혜원이가 맛있는 걸 좋아하나 봐요? 학교도 땡땡이치고 여기 올 정도면.”
“평소 그런 애가 아닌데 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반찬통들을 왜 챙기나 했더니 이러려고 챙겼나 봐요.”
고개를 젓는 아주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애 밥 먹이고 제가 학교에 데려다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반색을 하며 그를 보았다.
“그럼 너무 죄송한데…… 부탁 좀 드릴게요. 애가 인천에서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멈칫했다.
“인천요? 지금 애가 인천에서 혼자 여기까지 왔다고요?”
“애가 똑똑해서 지하철 타고 잘 오기는 했는데…… 걱정이 되네요.”
아주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었다.
“애가 머리는 절 닮았는데 가슴은 아빠를 닮았나 봐요. 겁도 없이 인천에서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
아주머니 귀신이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공부 잘하는 머리는 아주머니를 닮으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닮아서 그런지 애가 학원 한 번 안 갔는데 공부를 그렇게 잘해요. 문제 하나 틀리면 그렇게 분해하면서 며칠 동안 또 밤에 공부를 그렇게 해요.”
“애가 승부욕이 있나 보네요.”
“맞아요. 지는 걸 그렇게 싫어해요.”
아주머니가 웃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홀을 보았다.
아이는 국에 만 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왜 반찬을 안 먹는 거지?’
아이는 국에 만 밥만 먹을 뿐, 다른 반찬에는 손을 안 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