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36
937화
경마공원 실내 마장에 들어선 강진은 곧 말을 볼 수 있었다.
축구장처럼 생긴 실내 마장에서는 말들이 한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장 한쪽에 황민성과 강상식 가족들이 말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다가가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희 아가씨는 안 보이시네요?”
평소라면 황희와 황소희 옆에 있을 김소희가 보이지 않았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계시다.”
강진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다가 웃었다.
김소희는 칠흑같이 검은 흑마를 타고 있었다. 물론 혼자 말을 타는 것은 아니었다.
앞에 사육사로 보이는 중년인이 고삐를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말 위에 올라탄 김소희는 웃으며 말의 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소희 아가씨가 저 말을 보고 반한 모양이야.”
“그래요?”
“여기 오자마자 저 말을 보더니 좋아하시더군. 그래서 몇 바퀴 돌라고 했어.”
“저 말이 상식 형 친구 말이에요?”
“그건 아니고.”
“그런데 어떻게?”
“저 말 마주가 내가 아는 사람이더라고. 그래서 전화해서 허락받았어.”
황민성이 발이 넓다 보니 마주 중에도 아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그리고 가족들 앞에 있는 하얀 말 있지? 저게 상식이 친구 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가족들을 보았다. 그곳에는 하얀 말이 의젓하게 서서 가족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말을 보며 걸음을 옮기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이혜미, 이혜미, 이혜미. 임정숙…….”
강진의 부름에 여자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녕들 하세요.”
강진이 귀신들을 부르자, 황민성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어머? 설마 저승 음식 드신 거예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이혜미의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시선도 여자 귀신들을 향해 있지 않고 말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러분들 부르니, 근처에 오셨다 생각해서 인사한 모양이에요.”
말을 하며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우리 상식 형은 센스 없이 인사를 안 했지만요.”
“무슨 그런…… 안녕하세요.”
강상식이 강진이 바라봤던 곳을 향해 인사를 하자 귀신들이 웃었다.
“저희가 안 보이는데 인사를 어떻게 해요.”
이혜미가 웃으며 말하는 사이, 임정숙이 말들을 보았다.
“와! 말이다.”
임정숙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들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정숙 씨도 말 좋아해요?”
“저희 아빠가 경마를 재미로 가끔씩 하셔서요. 저도 말 보러 자주 경마공원에 왔어요.”
경마를 재미로 했다는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힐끗 보았다. 재미로라도 하지 말라고 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 말이다.
“정말 재미로만 하셨겠죠?”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하고 싶을 때 가족들이랑 같이 가서 했으니 재미로 하신 것이 맞죠. 정말 도박처럼 빠져서 하시는 거였으면 혼자 가서 하셨겠죠.”
그러고는 임정숙이 웃었다.
“게다가 저희 아빠 한 달 용돈 이십오만 원밖에 안 됐어요.”
“이십오만 원요?”
“용돈이 적어서 담배도 끊으셨어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용돈이 적어서 좋은 면도 있네요.”
“우리 엄마가 늘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런데 한 달 용돈이 그거면 경마는 어떻게 해요?”
이십오만 원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큰돈이겠지만, 사회생활하는 어른에게는 큰돈이 아니었다.
가끔 한잔하려고 해도 몇 만 원이 금방 나가니 말이다.
“그래서 아버지 배팅도 천 원 단위로만 했어요.”
“천 원도 배팅이 돼요?”
“백 원도 되는걸요.”
임정숙이 웃으며 말했다.
“한 번은 천 원 배팅한 게 백 배가 된 적이 있어서 아빠 그리 좋아했는데…… 후! 물론 그 돈으로 우리 저녁 외식을 했지만요.”
“그래도 아버님 그 돈으로 외식을 해서 기분이 좋으셨겠어요.”
임정숙의 말에 웃으며 걸음을 옮기던 강진의 눈에 저 한쪽에서 말을 쓰다듬고 있는 김성수가 보였다.
“장인어른도 모시고 오셨어요?”
강진이 묻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나들이 가는데 아버님 두고 와? 게다가 아버님 같은 동네에 사는데 말이야.”
“잘 하셨네요.”
“그리고 아버님도 투희와 지내는 거 좋아하셔.”
투희라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황희와 황소희를 합쳐서 투희라 부르는 것이 별명처럼 굳어진 것이다.
“정확히는 투희가 웃으며 노는 것을 좋아하시겠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맞아. 안고 어르시다가도 투희가 울면 아버님 얼굴에 난감함이 철철 묻어나더라. 후! 아버님하고 사업하시는 분들이 보면 경악을 할 거야.”
“경악요?”
“아버님에게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사업하실 때 아버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시거든. 그런 아버님이 아이들에게 쩔쩔 매는 것 보면…… 후!”
황민성은 싱긋 웃으며 가족들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데리고 왔어.”
“오셨어요?”
김이슬이 웃으며 반겨주자, 강진이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나들이 가는데 오늘은 제가 미처 음식을 못 챙겨 왔습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음식이야…….”
김이슬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강진 씨가 한 것이 가장 맛있지만, 나들이 나왔으니 이 근처 맛집에서 먹는 것도 재미죠.”
그냥 주위 맛집 가서 먹으면 된다고 말을 하려다가, 강진이 음식을 하는 사람인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말을 한 것이다.
“맛집이 가고 싶으셨나 봐요.”
“맛집은 좋은 거죠. 강진 씨 가게처럼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어머니는요?”
조순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는 오늘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셔서 집에 계셔.”
“어디 안 좋으세요?”
“그건 아니고, 그냥 몸이 좀 무겁다고 집에 계신다고 하셨어.”
강진의 얼굴에 어린 우려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 장 여사님 간호사 출신이라 일 생기면 잘 조치하실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이 어련히 잘 조치하고 왔을까 싶었다.
자신에게는 친한 형의 어머니지만, 황민성에게는 자신의 친어머니…… 그것도 죄 많은 아들을 둔 사랑하는 어머니이니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문지나와도 짧게 인사를 나누고는 황소희와 황희에게 다가갔다.
“삼촌 보고 싶었지.”
웃으며 황소희에게 손을 내밀 때, 그의 앞에 귀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르륵!
마치 귀신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귀검에 흠칫한 강진이 옆을 보았다. 어느새 다가온 김소희가 귀검으로 강진과 황소희의 사이를 막고 있었다.
“손 씻었나?”
“…….”
강진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작게 고개를 젓자, 김소희가 황민성을 보았다.
“…….”
그런 김소희의 시선에 황민성이 웃으며 주머니에서 손 소독제를 꺼냈다.
“아이 만지기 전에 소독부터 하자.”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웃었다.
“뭘 그렇게까지 해요.”
“아닙니다. 제가 더러운 건 안 만졌지만 그래도 아기한테 안 씻은 손을 내밀면 안 되죠.”
강진이 자신 쪽으로 손을 내밀자 황민성이 웃으며 그의 손에 손 소독제를 뿌렸다.
그에 강진이 손을 문지르자, 황민성이 유모차에서 분무기를 꺼냈다.
“양팔 벌려라.”
“그건 뭐예요?”
“이것도 소독제.”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나하고 지나 씨도 뿌렸다.”
강상식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민성 씨가 언제부터인가 애들 누가 만지려고 하면 저걸 가져다가 그렇게 유난을 떠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갓난아기들인데 조심해야죠.”
강진은 양팔을 벌리면서 김소희를 힐끔 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김소희가 시켰냐는 무언의 물음이었다. 그에 황민성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독제를 뿌렸다.
“아가씨께서 어디서 이런 걸 들었는지 사람들 오면 꼭 뿌리게 하시네.”
황민성이 작게 속삭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소희를 보았다. 방금까지 옆에 있던 그녀는 어느새 다시 흑마 위에 올라타 있었다.
김소희는 흑마의 움직임에 맞춰 앞뒤로 몸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을 때, 문지나가 말했다.
“그런데 용수 씨는 안 왔어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번 보고 싶은데…… 정말 뵙기 어렵네요.”
문지나의 말에 김이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정말 얼굴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말을 하던 김이슬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생긴 것에…… 좀 자신 없어 해요?”
“생긴 거요?”
“그…….”
잠시 머뭇거리던 김이슬이 슬며시 말했다.
“많이 뚱뚱하거나 얼굴이 좀…….”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생긴 건 아니지만 못나게 생기지도 않았어요. 그냥…….”
“부끄러움이 많다는 거죠?”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민성 씨하고 당신은 봤지?”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착해.”
“그래?”
“착하고 성격 좋아.”
강상식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다.
“잘생겼다는 말은 안 하시네.”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듣고 보니 칭찬하는 듯하면서도 뭔가 묘하게 기분이 상하는 말이었다.
“나 어디 가서 얼굴 못났다는 이야기 못 들었는데.”
“에이! 강진 씨 눈에만 예쁘게 보이면 되죠. 다른 사람들 시선을 뭘 신경 쓰세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보았다.
“요즘 부쩍 강진화가 진행되시는 것 같아요.”
“후! 같이 지낸 시간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저도 물이 좀 든 것 같죠?”
“나쁜 물이에요. 그런 거 물드시면 큰일 나요.”
배용수가 고개를 젓는 것에 이혜미가 싱긋 웃고는 말을 보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말 정말 크네요.”
“말 본 적 없으세요?”
“옛날에 동물원에서 몇 번 본 것 같은데…… 이렇게는 못 본 것 같네요.”
“그럼 우리도 말 타 볼까요?”
“저희가요?”
“아가씨도 말을 타는데 우리라고 못 타겠어요?”
“자네들이 말에 타면 말이 겁을 내니 안 되네.”
김소희의 목소리에 귀신들이 그쪽을 보았다. 사육사가 이끌고 있는 말을 탄 김소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귀신들은 음기가 깃들어 있어서 자네들이 타면 말들은 얼음을 등에 짊어진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네. 또한 이 아이들은 자네들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무섭겠나.”
김소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배용수가 강진에게 눈짓을 했다. 그럼 김소희는 어떻게 말을 타는지 물어봐달라는 신호였다.
그 눈짓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주위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이 묻고 싶어도 옆에 사람들이 있어서 물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말을 하지 않고 눈짓으로 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한 귀신과 한 사람을 보며 이혜미가 작게 웃고는 슬며시 입을 열었다.
“그럼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말을 타시는 건지요?”
“내가 자네들과 같은가?”
“아…….”
맞는 말이었다. 일반 귀신들과 달리 김소희는 500년 묵은 조선 제일의 처녀 귀신이자 무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소희가 뭘 하든 ‘김소희니까.’라며 금방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