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37
938화
김소희 이즈 뭔들에 이혜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멀리서 여기 대화를 듣고 목소리를 전하는 것만 해도 보통 귀신은 아니시지.’
김소희가 말을 타고 있는 곳은 여기에서 꽤 떨어진 곳으로 목소리가 들릴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여기 대화를 듣고 이곳으로 목소리도 선명하게 보내니 말이다.
일반 귀신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김소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미가 작게 웃었다.
그 사이, 김소희를 태운 말이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김소희가 탄 말을 끌고 앞에까지 온 사육사가 황민성에게 말했다.
“어떻게 몇 바퀴 더 돌까요?”
사육사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았다.
“이 자가 끌고 가니 재미가 없군. 이 자 가라고 하게나.”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말을 저희가 볼 테니 선생님은 볼일 보시지요.”
“네? 그건 안 됩니다.”
“안 됩니까?”
“말이 순하기는 한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저도 말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그게…….”
사육사는 머뭇거렸다. 원래라면 안 된다고 할 일인데, 마주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라고 전화가 왔던 것이다.
그가 고민하는 사이, 황민성은 지갑을 꺼내 수표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여 주었다.
“박 사장님한테는 사육사 분이 잘 해 주셨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알겠습니다. 그리고 돈은 됐습니다.”
황민성에게 말고삐를 준 사육사가 말했다.
“옆에 있다가 위험하거나 하면 바로 오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말 뒤로 다가가지 마십시오. 말이 뒷발질을 하면 아주 크게 다칩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민성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돈을 꺼내서 죄송합니다.”
돈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자신의 일에 긍지가 있는 사람들은 일 외적으로 돈 받는 것을 불쾌해할 수 있었다.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황민성이 정중하게 다시 고개를 숙이자, 사육사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마주가 각별히 신경 쓰라고 하는 걸 보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죄송하다고 두 번이나 정중하게 사과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사육사가 한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수표를 주머니에 넣고는 김소희를 보았다.
“그런데 아가씨 혼자 말을 타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소희 혼자 말을 타고 있으면 말 혼자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테니 사육사가 바로 제지를 할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올라오게.”
“저요?”
김소희가 재차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강상식과 강진을 한 번 보고는 작게 말했다.
“저는 말을 탈 줄 모르는데요.”
“누가 자네한테 말을 몰라고 했나? 그저 타고만 있게.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김소희는 안장 앞쪽으로 붙어 앉고는 뒤를 가리켰다.
“타게나.”
황민성이 여전히 머뭇거리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제가 타…….”
말을 하며 강진이 말에 다가가 타는 시늉을 하자, 김소희의 귀검이 그의 이마를 밀었다.
“지금 나와 같이 타겠다는 건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그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타세요.”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김소희의 뒤에 탈 수 있는 사람은 황민성 단 하나였다. 자신이나 강상식이 김소희의 뒤에 앉아서 말을 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방금 본 것처럼 그걸 용납을 할 김소희도 아니었다.
강진이 말에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김소희를 보았다.
“제가 탑니까?”
“타게.”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진은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신은 타라고 하니 말이다.
잠시 김소희를 보던 황민성은 그녀가 귀검을 옆에 띄우는 것을 보고는 말안장을 잡고 올라탔다.
말은 처음 타지만 나름 운동 신경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말 타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끄응!”
처음이다 보니 조금은 어설프게 말에 타는 황민성의 모습에 사육사가 급히 다가오자, 황민성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괜찮습니다.”
“말…… 타실 줄 아십니까?”
“네.”
자신은 아니지만 김소희가 탈 줄 아니 말이다. 그리고 김소희라면 자신이 말을 탈 줄 몰라도 별일 없이 자신을 케어해 줄 것이다.
하지만 사육사가 보기에는…….
“말은 초보자 혼자 타기는 위험합니다.”
황민성이 탈 줄 안다는 말을 사육사는 믿지 않았다. 말을 타는 자세만 봐도 말을 탈 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정도의 경력이 있으니 말이다.
“말이 타고 싶으면 제가 끌어 드리겠습니다. 그게 안전합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황민성이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할 때, 김소희가 발로 말을 가볍게 쳤다.
“이랴.”
김소희의 목소리에 말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사육사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사육사가 말에 대한 걱정이 크니 안심시키게. 이 정도면 말을 탈 줄 안다는 것을 알 테니.”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사육사를 보았다.
“이 정도면 제가 말을 탈 줄 안다는 것 아시겠죠?”
황민성의 말에 사육사가 의아한 듯 그와 말을 보았다. 말은 편안하게 자신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이것이 좀 이상했다.
자신이 보기에 황민성은 말을 탈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말을 처음 타 본 사람은 생각보다 말 등이 높아서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거기에 살아 있는 말의 등에 타는 것은 생각보다 더 긴장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등에 탄 사람이 긴장을 하고 두려움을 느끼면, 말 역시 긴장하고 불편해한다.
그런데 황민성을 태운 말이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기분 좋게 자신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사육사가 의아한 듯 말을 볼 때,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조심히 타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사육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황민성의 자세는 불안하지만 말이 편안해하니…….
사육사가 물러나자, 김소희가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참 착한 아이구나.”
히이잉!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하는 말의 모습에 사육사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긴장을 풀었다.
‘저 녀석이 오늘 기분이 무척 좋나 보네.’
그런 생각을 할 때, 말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천천히 나가던 말이 속도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에 김소희 뒤에 있던 황민성이 급히 고삐를 잡았다.
하지만 고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기면 말이 놀랄 수 있으니 김소희가 중간에서 잡아버린 것이다.
그에 김소희가 급히 말했다.
“겁먹지 말고 고삐를 천천히 잡게.”
“떨어질 것 같습니다.”
“내가 자네가 떨어지게 두겠나?”
김소희의 옆에 떠 다니던 귀검이 슬며시 움직여서는 황민성의 뒤에 자리를 했다. 앞뒤로 흔들리는 황민성의 몸을 귀검이 받쳐주는 것이다.
귀검이 뒤를 받쳐주자 그제야 조금 안도가 된 황민성이 고삐를 가볍게 쥐었다. 그에 김소희가 다시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뒤에 탄 이가 좀 겁이 많구나. 네가 좀 불편하더라도 나를 봐서 좀 참아 주거라.”
히이이잉!
기분 좋게 울음을 토한 말이 속도를 높였다.
다그닥! 다그닥!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는 말의 움직임에 김소희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다그닥! 다그닥!
조금은 속도를 올려서 달리는 말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아가씨 말 잘 타시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시대 의병이면 말을 잘 타셨겠지. 지금이야 승마가 레저지만, 소희 아가씨는 목숨 걸고 타셨을 테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그 당시 의병들에게 승마는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말을 못 타면 적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게. 어쨌든 기분 좋아 보인다.”
이야기를 나누며 말을 타는 김소희와 그 뒤에 엉거주춤 있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려 사육사를 보았다.
사육사는 불안한 눈으로 황민성을 보고 있었다. 말이 기분 좋게 달리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황민성이 워낙 초보자 티가 나니 불안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사육사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사육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하면서도 시선은 황민성에게 고정하고 있는 것을 보니 퍽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절대 떨어지거나 사람 다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강진의 말에 사육사가 눈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절대라는 일은 없습니다.”
“아!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안심하라고 한 말이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사육사가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황 사장님 말 타실 줄 안다는 것 맞습니까?”
“지금 잘 타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사육사가 입맛을 다셨다.
“그게…… 저도 이상하군요.”
사육사는 황민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말을 타는 것만 봐도 말을 얼마나 탔는지 보입니다. 그런데…… 황 사장님 완전 초보예요.”
그러고는 사육사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말은 승마에 능숙한 사람이 타는 것처럼 움직여.’
황당해하는 사육사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민성 형이 자세는 저래도 말을 아주 잘 타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초보가 저렇게 탈 수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사육사가 황민성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말대로 초보자가 저렇게 말을 달리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지금 말이 전력을 다해 달리는 것은 아니고 조금 빠르게 걷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승마를 어디 이상한 곳에서 배운 건가?’
사육사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그 둘의 옆에 김성수가 다가왔다.
“민성이가 말을 탈 줄은 몰랐군.”
사육사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육사에게서 김성수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왔으면 바로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타고 있는 황민성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자세가 영 어색하군.”
“그래도 잘 타기는 하시잖아요.”
“이왕 탈 거면 승마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좋겠지.”
그러고는 김성수가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투희야, 할아버지 왔다.”
김성수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자 김이슬이 유모차에서 소독제를 꺼냈다. 그에 김성수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주우욱! 주욱!
소독제 묻은 손을 비비는 김성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아가씨가 확실하게 다 교육을 시켰나 보네.’
김성수조차도 익숙하게 소독제를 바르니 말이다.
화아악! 화아악!
거기에 소독제를 몸에도 뿌리는 김성수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옆에는 웃는 얼굴의 이충만과 서성식이 있었다. 둘은 김성수에게 은혜를 입고 따라다니는 귀신들이었다.
“오랜만이네요.”
강진이 작게 인사를 하자, 이충만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그리고 가족들하고 거리 두시는 거 잘 아시죠?”
“물론입니다. 특히 투희에게는 오 미터 내로는 절대 접근 안 합니다.”
이충만과 서성식은 수호령이 아니라서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김성수를 따라다니면서도 일정 거리 이내로 다가서지 않았다.
두 귀신이 명심하고 있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성식을 보았다.
서성식은 다소 굳은 얼굴을 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디 불편하세요?”
강진의 말에 서성식이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 서성식의 얼굴에서 불편함을 느낀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