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47
948화
강상식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회사가 힘들면 직원들에게 고통 분담하자고 말을 하는데…… 잘 생각했네.”
“그런가요?”
“잘 될 때는 사장이고, 힘들 때는 가족이라고 하는 사장이 있는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없지. 그럴 거면 잘 될 때도 사장, 힘들 때도 사장인 곳이 나아. 최소한 사장으로서 고통을 감당하려 할 테니까.”
김성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서성식이라는 사장이 있었지.”
서성식이라는 이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김성수를 따라다니다가 오늘 승천을 한 귀신이었으니 말이다.
“작은 공장을 하던 사람인데 돈을 빌리러 왔더군.”
“작은 공장인데 아버님이 직접 만나셨습니까?”
김성수가 거물인 만큼, 작은 공장 사장을 일일이 상대하지 않고 그 밑에 사람들이 상대할 것이었다.
“내 밑에 있던 친구가 만나고 나한테 보고가 올라왔지. 그래서 만났지.”
“액수가 컸나 보네요.”
“액수는 그리 크지 않았어. 한 일억?”
일반인에게는 큰돈이었지만, 김성수에게는 가벼운 거래 금액이었다.
“그 정도 금액이 왜 아버님에게?”
밑에서 충분히 결정할 내용인데 왜 보고가 갔나 싶은 것이었다.
“공장을 담보로 일억을 빌리러 왔는데, 직원이 알아보니 회사 대출이 가득하더라고. 일억은커녕 천만 원도 대출받기 힘든 상황이었어.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었는데…….”
김성수는 그때를 떠올리는지 잠시 허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직원들 월급이 밀리지를 않았더군.”
“월급요?”
“일이 줄어드니 일하는 시간도 줄어서 월급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월급이 밀리지 않고 계속 지급이 됐어.”
김성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내가 본 사업하는 이들은 회사가 어려우면 인건비를 가장 먼저 줄이거나 아예 지급을 멈췄어.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미룰 수 있으면 미뤘지. 한 달 밀리고 두 달 밀리고…… 반년 넘게 밀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러지. 회사가 살면 바로 다 정상 지급하겠다. 지금 그만두면 회사 망하고 그럼 그동안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없다고 말이야.”
“반 협박이네요. 월급 받고 싶으면 그만두지 말고 일하라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김성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어. 공장을 담보로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아서 가동하면서도 직원들 월급은 미루지 않고 계속 지급을 하는 것이 말이야.”
“그래서 밑에 직원이 보고를 했나 보군요.”
강진의 물음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내가 돈만 보는 사람인 줄 알지만…… 나는 돈보다 사람을 쫓아. 제대로 된 사람이면 돈을 가져다가 알아서 가져오고, 못 쓸 사람이면 돈을 가져다가 먼지로 만들어 버리지.”
김성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 그런 것을 파고드는 사기꾼들이 꼬이기는 하지만…… 후!”
“그 사기꾼들 뒤끝은 딱히 안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었다. 그 말대로 가족들 있는 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사기꾼들 뒤끝은 딱히 안 좋으니 말이다.
“어쨌든 좋은 마인드시네요. 돈보다 사람을 보시는 것이요.”
“그런 이야기 나한테 돈 빌려 간 사람들한테 하면 미친놈 보듯이 볼 게야.”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에게 저도 돈을 빌렸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니, 황민성도 자신에게 돈을 빌려 갔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이자로 가져온 사람이기도 했다. 바로 황소희와 황희였다.
‘이 녀석에게 투자하기를 잘 했어.’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단 생각을 하며 김성수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서성식 그 친구도 그때 위기 넘으니 직원들과 똘똘 뭉쳐서 공장을 잘 키워내더군.”
“그러셨어요?”
“능숙한 숙련공 하나가 신입 열 명 몫을 해 내는데…… 그 친구 공장은 어지간하면 이직을 하지 않고 정말 가족처럼 돌아갔거든. 그러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지. 신입 열 명이 겨우 해낼 일을 숙련공 한 명이 해결하니 말이야.”
“직원들 생각하는 분이 잘 돼서 좋네요.”
옆 테이블에 있다가 이야기를 들은 문지나가 웃으며 말을 하자, 김성수와 남자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김성수는 서성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서였고, 다른 남자 셋은 사후 서성식을 알아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에 문지나가 의아한 듯 그들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니다.”
작게 고개를 저은 김성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상식 형은 걱정 안 해도 되는 건가요?”
아까 하던 자금 이야기를 꺼내는 강진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당연하지.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은행을 바꿔버려야겠어.”
“은행을요?”
“이것들이 오성 돈만 돈이고 우리 회사 돈은 돈이 아닌 줄 알아. 우리 회사에서 예치해 놓은 돈이 얼마고 직원들 월급 통장까지 해 놨는데 이렇게 내 뒤통수를 때리면 안 되지.”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그 말이 맞다. 옮겨 버려.”
오성화학 같은 기업이 주거래 은행을 옮긴다고 하면 달려들 은행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는 오성화학과 거래하는 은행이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 오성화학이 돈이 없었다면 숙이고 들어갔겠지만, 회사 돈 말고도 강상식에게는 아버지가 남긴 막대한 비자금이 있으니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하고만 살 수는 없죠.”
“맞아. 이 바닥이 약해 보이면 잡아먹으려고 하는 놈들 투성이거든. 오성도 네가 약해 보이니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뜯어가려고 하는 거지. 이번 기회에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가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닫아 놓은 가게 문이 흔들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가끔 문 닫은 줄 모르고 오시는 손님들 계세요.”
강진은 손님을 되돌려 보내기 위해 가게 문을 열었다.
“아.”
가게 문을 연 강진은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을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신예와 매니저였다.
“오늘 영업 안 하세요?”
매니저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일단 몸을 돌렸다. 일반 손님이라면 되돌려 보내겠지만, 박신예는 ‘꽃 피어나다’ 주연 배우이니 말이다.
“일단 들어오세요. 박신예 씨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입구를 보고는 일어났다. 그 모습에 매니저와 박신예가 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안녕하세요.”
박신예가 고개를 숙이자, 황민성이 웃으며 다가왔다.
“강진이 가게가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가족 모임 하시는 중이신가 봐요?”
“네. 아! 제 장인어른이세요.”
황민성이 김성수를 소개해 주자, 박신예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박신예의 인사에 김성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미인이시네.”
“감사합니다.”
황민성은 다른 가족들도 마저 소개해 주었다. 한 명씩 인사를 하던 박신예가 강상식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지혁 오빠 일 감사합니다.”
“뭘요. 형님 일인 걸요.”
“친하셨나 보네요.”
박신예의 말에 강상식이 문지나의 손을 잡았다.
“제 아내 오빠 일인 걸요.”
“아내?”
의아한 듯 문지나를 보던 박신예가 얼굴에 ‘아.’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문지나 씨죠?”
“저를 아세요?”
문지나가 의아한 듯 보자, 박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지혁 오빠 장례식 날에 봤는데…….”
“아…… 문상을 오셨군요. 기억 못 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날 정신없으셨을 텐데 기억하는 것이 무리죠.”
문지혁 장례식 날 문지나는 정말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세상에 한 명밖에 없는 오빠가 죽었으니 말이다.
웃으며 문지나를 보던 박신예가 강상식을 보았다.
“두 분이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되신 줄 몰랐어요.”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식사하러 오신 거세요?”
박신예는 생전 문지혁과 여기 멤버들이 친분이 있는 줄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문지혁 이야기가 나오다가 그것을 말을 하게 되면 난감해질 터였다.
“네.”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영업 안 한다고 말을 해야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가라고 하기도 그랬다.
게다가 꽃 피어나다 김소희 역을 연기할 사람이니 말이다.
“그럼 식사 어떻게 해 드릴까요? 다이어트 식단으로 해드리면 되나요?”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맛있는 걸로 주세요.”
“맛있는 걸로요?”
“‘꽃 피어나다’에 액션 장면이 많아서 얼마 동안은 음식 안 가리고 먹어도 될 것 같아요.”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식단 관리는 안 하세요?”
“무술 훈련하면서 식단 관리까지 하면 정신병 와요. 이런 액션 많은 역할 할 때는 차라리 먹고 싶은 거 먹고 훈련하는 게 더 좋아요.”
“맞습니다. 몸도 고생하는데 식단으로 스트레스까지 받을 수는 없죠.”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지금 음식 되지?”
“물론이죠.”
답을 한 강진이 박신예를 보았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김밥전 될까요?”
“김밥전요?”
“여기 맛집이더라고요.”
박신예의 말에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무술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면서 여기 가게 검색 많이 했습니다.”
“그래요?”
“검색해 보니 음식 사진들 많더라고요. 신예가 그거 다 먹어 보겠다고 오늘 훈련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매니저의 말에 황민성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벌써 훈련을 하십니까?”
“벌써라뇨. 이야기 들어 보니 촬영 팔월이면 시작한다고 하던데 그럼 준비할 시간이 한 달 정도밖에 없잖아요. 지금부터 해도 촬영 시작 생각하면 훈련할 시간 빠듯해요.”
“그 무술 대역 쓰면 되지 않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김소희 역에 저를 꼭 집으신 분 치고는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네요?”
“네?”
“저는 연기할 때 대역 안 써요. 절벽 매달리는 신도 안전장치 하고 제가 직접 해요.”
“위험한데 대역 안 하세요?”
“너무 고난도는 어쩔 수 없지만 합만 맞추면 가능한 액션 신은 제가 해요.”
“대단하시네요.”
“돈 받고 연기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는 제가 해야죠.”
박신예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우리 배우님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배고프시면 안 되지. 어서 음식 준비해 드려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김밥전 하고…… 라면 드실래요? 김밥전하고 얼큰한 라면이 잘 어울리는데.”
“라면은 좀…….”
매니저가 급히 말을 하자, 박신예가 말했다.
“라면도 주세요.”
“얼굴 부으면 어쩌려고?”
“내일 아침부터 훈련하니까 괜찮아.”
박신예는 다시 강진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역시 김밥에는 라면이죠. 주세요.”
“음식 드실 줄 아시네요.”
웃으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황민성이 문득 박신예를 보았다.
“아직 결정 난 건 아닌데 소희 아가씨 아역을 하면 좋을 아이를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