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98
999화
식사와 반주를 맛있게 하는 부모님을 보던 임정숙이 시간을 보았다.
벌써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임정숙이 슬며시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
임정숙의 간절한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자는 거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숙은 부모님이 오늘 여기에서 하루 자고 갔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일하고 지내는 곳에서 말이다.
그에 강진이 임형근을 보았다.
“두 분 숙소는 정하셨어요?”
“아니. 안 정했어.”
“안 정하셨어요?”
말을 하며 강진은 내심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숙소를 미리 잡았으면 돈이 아까웠을 테니 말이다.
“서울에 널린 것이 호텔이고 모텔인데 우리 둘 잘 곳 하나 못 구할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다니다가 멈춘 곳 근처에서 숙소 잡으려고 안 정했어.”
“그것도 좋죠.”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숙소를 잡으면 밖에서 놀다가도 돌아가야 하지만, 숙소를 안 정하면 돌아다니다가 쉬고 싶은 곳에서 쉬면 되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숙소를 따로 안 잡았어요.”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숙소를 잡아 봐야겠네.”
임형근이 숙소 예약을 위해 어플을 켜려고 하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 아버님.”
“왜?”
“저희 집에서 주무시죠.”
“여기서?”
임형근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내일도 여기서 주무세요.”
“내일도?”
“서울 놀러 오셨는데 바로 내려가실 거 아니시잖아요. 오늘 하루 주무시고 내일은 서울 나들이하고 저녁에 또 오셔서 하루 더 주무세요.”
“이틀이나?”
“부모님이 여기 오신 걸 알면 정숙이는 두 분이 여기서 좀 더 있다 가기를 원할 거예요.”
“강진이 불편하지 않겠어?”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불편하기는요. 편하게 있으시면 됩니다. 정말입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이 층에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식사도 하시고 저녁에도 맛있는 거 드시고요.”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진세영을 보았다. 그 시선에 진세영이 강진을 보았다.
“정말 괜찮아?”
“부산에서 저 보고 자고 가라 하셨잖아요. 그때 두 분 불편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임형근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인사치레로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편히 집에서 쉬고 가기를 바랐다.
“저도 그래요. 저희 집에서 편히 쉬면서 주무세요. 그러면 정숙이도 참 좋아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었다.
“맞아. 엄마 아빠가 여기서 자고 가면 너무 좋을 거 같아. 그러니 꼭 자고 가.”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을 보았다. 그 시선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까?”
“잘 됐네요. 이 층에 새 칫솔하고 세면도구 있으니 그거 쓰시면 되어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세면도구는 챙겨 왔어.”
임형근이 자신이 메고 온 가방을 툭툭 쳤다.
“호텔이나 모텔에서 세면도구 주는데 뭘 챙겨 오셨어요?”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서 주는 세면도구는 개운하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칫솔은 챙겨 다녀. 그리고 칫솔 챙기는 김에 우리가 쓰는 세면용품들도 마저 챙긴 거지.”
“하긴, 거기서 주는 칫솔은 일회용이라 치모가 힘이 없기는 하죠.”
“맞아. 맞아.”
처음에는 존대를 했지만 술을 마시며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많이 가까워져 말을 편히 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 염치없다 생각하지 않고 편히 이틀 쉬다 간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딸 집에서 쉰다 생각하시고 푹 쉬다 가세요.”
“하하하! 알았어.”
정말 기분 좋게 웃는 임형근에게 강진이 술을 권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딸 생각이 나서인지 임형근은 정말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진세영도 살짝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황민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황민성은 임정숙과 엮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임정숙과 살아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귀신이 되고 나서는 자주 보았다.
저승식당 시간에도 보았고, 저승 음식을 먹고 난 뒤엔 밤이 아닐 때도 그녀를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머! 그럼 정숙이가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갔었단 말이야?”
“저하고 상식이, 강진이가 보육원에 음식 봉사하러 자주 가거든요. 강진이는 음식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 음식을 만들고, 저하고 상식이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가진 것이 있어서 부족한 것들 채워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두 사람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 근처 회사 직장인들이나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명은 오성화학 대표였고 한 명은 투자회사 대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임형근으로서는 어디서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딸을 좋아하고 아껴 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죽은 딸의 부모가 온다고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오고 자신들에게 깍듯하게 하니…….
‘정숙이가 예쁨 받으면서 서울에서 살았구나.’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정숙이가 이런 사람들에게도 예쁨을 받으며 타지 생활을 한 것이 말이다.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강상식이 문득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이다.
“날씨가 좀…….”
말을 하던 강상식이 문득 시계를 보았다.
“아.”
왜 추위를 느꼈는지 안 것이다. 10시 40분. 가게 밖에는 귀신들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늘함을 느낀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도 시간을 확인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오늘 부산에서 서울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오늘은 이만 드시고 위에 올라가서 좀 쉬시죠.”
“벌써?”
아쉽다는 듯 보는 임형근에게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좀 봐 주십시오. 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 아빠입니다.”
“저는 신혼입니다.”
황민성과 강상식의 말에 진세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아. 애 아빠 늦게 들어오면 아내가 얼마나 싫어하겠어. 게다가 상식 씨는 신혼인데 더 잡고 있으면 안 되지.”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났다.
“그럼 이제 일어나지.”
“바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잔에 담긴 소주를 보며 말했다.
“막잔은 하고 일어나시죠.”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한 잔이 다음 날 컨디션을 좌우하더라고. 그래서 일어날 때는 그냥 일어나는 것이 좋아. 그리고 한 잔 더 못 먹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잖아. 지금까지 즐거웠으면 됐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만남은 길면 좋고, 이별은 짧은 것이 좋아.”
“그것도 좋은 말씀이네요.”
황민성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서울에 계시는 동안 좋은 일만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와 줘서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요.”
“아니. 정말 고마워.”
잠시 말이 없던 임형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숙이를 아는 사람들하고 같이 이야기하는 거 정말 기분이 좋아.”
“그러세요?”
황민성의 물음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하고 우리 딸 이야기를 하면서 기억을 나누고 싶은데…….”
임형근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정숙이 아는 사람들은 우리 앞에서 말하는 걸 불편해하거든.”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앞에서 그 죽은 자식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할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이다. 아니, 가까운 사이이니 오히려 더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너희는 우리 정숙이 이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 줬어.”
임형근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과 황민성, 강상식을 번갈아보았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 진세영의 손을 맞잡으며 임형근이 말을 이었다.
“나랑 우리 와이프한테는 오늘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마치…… 우리 정숙이가 살아서 너희하고 있다가 그 이야기를 오늘 들은 것 같아.”
임형근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정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애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저도 좋았습니다.”
황민성과 강상식의 말에 진세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조심히 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더 갈 것 같아서 마무리를 한 것이다.
진세영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임형근과 진세영이 배웅을 하려 하자, 황민성이 말했다.
“그냥 계세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두 분 위에서 쉬게 안내해 드려라. 편하게 쉬게끔 잘 모시고.”
“그럼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배웅해 주러 나가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으니 나가진 않겠네. 다음에 보자고.”
“그럼 또 뵙겠습니다.”
황민성의 인사에 임형근이 가방을 들고는 강진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강진과 임형근, 그리고 진세영이 2층으로 올라가자 임정숙이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정숙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저희가 정숙 씨한테 신세를 많이 졌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죠.”
“신세라니요.”
“신세가 맞죠. 강진이 혼자서 가게 하면 저희가 이렇게 좋은 음식 먹고 대접받고 좋은 인연 만들 수 있었겠어요. 다 정숙 씨하고 직원분들이 계셔서 저희가 좋은 인연을 맺은 거죠.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황민성의 말에 임정숙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웃으며 황민성이 임정숙을 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아까 정숙 씨 동생 같다고 했던 거…… 그것도 사실이에요.”
“네?”
“정말 저한테 여동생이 있다면 정숙 씨 같은 분이면 좋겠어요.”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저도 그래요.”
“상식 씨도요?”
임정숙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너도 그러냐는데.”
강상식은 저승 음식을 먹지 않아서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임정숙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지요. 정숙 씨처럼 착한 분이 동생이면 내가 매일 용돈도 주고 했을 겁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쓰게 웃었다.
“우리 집안 동생들은 다 싸가지가 없거든요. 애들이 돈만 밝히고…….”
작게 고개를 젓는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임정숙을 보았다.
“오늘 부모님하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갈게요.”
황민성과 강상식이 가게를 나가자, 임정숙이 급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서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임정숙을 보며 황민성이 작게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임정숙이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웃으며 냄비에 물을 받는 것에 배용수가 말했다.
“뭐 만들게요?”
“라면요.”
“라면? 부모님 끓여 드리게요?”
배용수의 말에 임정숙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빠…… 술 마시면 라면을 꼭 드시고 주무시거든요.”
임정숙이 웃으며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