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qualed Scholar RAW novel - Chapter 82
4권 11화
한편, 백이건은 채성룡 등에게 먼저 배에 올라타라고 말했다.
“소생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배가 출발하는 걸 보고 따라가도 늦지 않습니다.”
“그, 그래도…….”
“어서 가라니까요!”
백이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있으면 방해만 될 뿐이었다. 더구나 시간이 지체되면 철무극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마강의 무공은 콧수염 사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때문에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채성룡 등을 모두 지켜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놈의 손에 스승님이나 채 소저, 진 소저가 위험할 수 있다.’
그는 다시금 사람들을 재촉했다.
“그, 그래 알았어. 먼저 타고 있을 테니까 꼭 따라와야 해.”
채성룡 등도 자신들이 짐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백이건의 말을 따르는 것이 곧 백이건을 돕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채수연과 진소희가 채성룡을 부축하고 포구로 내려갔다. 그들은 백이건이 걱정이 되어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배에 올라타자 마강이 손을 내밀었다.
“약속은 지켰으니 이제 무기 설계도를 넘겨라.”
“쯧쯧, 멍청한 놈이군. 아직 배가 출발하지 않았잖아? 방금 내가 한 말을 콧등으로 들었냐? 빨리 사공에게 출발하라고 명령을 내려라.”
백이건은 급할 게 없었다.
사공은 아까부터 계속 마강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강에게 얼마나 협박을 받았는지, 그의 명이 떨어지지 않으면 출발할 것 같지 않았다.
마강이 무서운 시선으로 백이건을 노려보았다가 사공에게 눈짓을 보냈다. 출발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사공은 즉시 닻을 끌어올리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배는 순식간에 포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약속을 지켰다. 이젠 무기 설계도를 넘겨라.”
마강이 손을 내밀었다.
그때였다.
철무극이 질풍처럼 달려오며 소리쳤다.
“놈들을 막아! 절대 보내 주지 말란 말이다!”
이크!
백이건은 화들짝 놀랐다. 철무극이 생각보다 더 빨리 되돌아왔던 것이다. 배가 좀 더 멀어질 때까지 시간을 끌려고 했었는데, 이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바닥을 박차고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네놈은 갈 수 없다!”
마강이 장력을 날리며 백이건을 뒤쫓았다.
슈우우욱!
마강의 장력은 아주 음습하고 독랄했다.
그의 장력이 바람을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백이건이 팔을 내밀어 자전을 일으켰다. 이번엔 음의 기운이었다.
펑!
두 개의 음의 기운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순간 폭발음이 일어나며 무서운 속도로 백이건을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마강의 몸도 충격으로 인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정확히 다섯 걸음을 옮기고 나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그는 당혹스러웠다.
거대한 자력이 자신의 몸을 밀어내는 느낌이 너무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세상에 이런 독특한 무공이 있었던가?
번쩍!
‘서, 설마 천마자전공?’
자력의 원리로 사람을 밀어내는 건 천마자전공밖에 없었다.
허나,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백이건의 신형이 저 멀리까지 달아나 배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그가 다시 몸을 날리려고 할 때였다. 어느새 그의 등 뒤까지 철무극이 다가와 백이건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네놈은 절대 갈 수 없다!”
마강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위기일발(危機一髮)!
북원의 이대 고수인 철무극과 마강이 함께 백이건을 공격하는 형국이었다.
三
백이건은 아직 천마자전공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
동시에 두 명의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저자들의 공격을 받아 내지 못하면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는 곧바로 들고 있던 무기 설계도를 강물 위로 집어 던졌다. 무기 설계도가 필요하다면 둘 중 한 명은 공격을 포기하고 무기 설계도를 건지려 할 것이 틀림없었다.
“안 돼!”
비명을 지르고 강물 속으로 뛰어든 건 철무극이었다.
물론 백이건을 죽이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기 설계도가 필요했다. 그는 무기 설계도가 물에 완전히 젖기 전에 재빨리 집어 들 수 있었다.
한편, 그사이 마강은 맹렬한 기세로 백이건을 향해 날아갔다.
“기대해도 좋다. 이번엔 아까와는 다를 것이다.”
한 번 험한 꼴을 보인 탓일까?
마강은 이번 일장에 자신의 모든 공력을 담아냈다. 그야말로 일초필살의 기세였다.
백이건도 마강의 장력에서 강렬한 힘을 느끼고 긴장했다.
‘무시할 수 없는 일격이다.’
그는 즉시 전력으로 응수했다. 천마자전공을 일으켜 자신의 두 팔을 마주쳐 갔다.
쾅! 콰르르릉!
뇌전이었다.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강렬한 뇌기가 일어났다.
마강은 뇌전의 빛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듯 찌르르 울리는 걸 느꼈다.
‘이, 이런 뇌기라니……. 정면으로 받으면 위험하다.’
그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뇌전의 기운이 그의 일초필살의 기세를 압도했다.
그는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간발의 차이로 뇌전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의 표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전력을 다했는데도 두 번째 대결은 오히려 더욱 비참했던 것이다.
허나, 마강의 무공이 그리 약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장력을 펼쳤다가 황급히 거두는 것은 초절정 고수나 가능한 일이었다.
배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철무극이 무기 설계도를 가지고 물밖으로 나왔다. 백이건이 팔짱을 낀 채 철무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무극도 지지 않고 백이건을 노려보았다.
‘제법이구나! 지금은 곱게 보내 준다. 하지만 오늘 일을 잊으면 철무극이 아니다. 언제고 네놈은 내 손에 죽는다.’
일진일퇴였다.
누가 이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었다.
철무극은 무기 설계도를 얻었고, 백이건은 포구를 무사히 탈출했다.
허나,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무기 설계도를 펼친 순간, 철무극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으으, 이런 개 같은…….”
어찌나 분노했던지 철무극의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기 설계도는 백지였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던 것이다.
“푸하하핫!”
백이건이 배 위에서 낄낄 웃었다.
무기 설계도의 원본은 그가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마강에게 내밀었던 것은 혹시나 싶어서 시장에 가서 급하게 준비한 백지였던 것이다. 백이건이 두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하핫! 그럼, 잘들 계시게나!”
‘으으.’
철무극의 두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일렁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한 적도 없었다.
“건방진 놈! 네놈이 무사히 본 왕자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는 품속에서 수행신주를 꺼내 들었다.
원래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급적 오행신주의 노출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너무 분노한 나머지 다른 생각은 일체 떠오르지 않았다.
‘죽인다. 반드시 죽이고 말 테다.’
포구에서 배까지 거리는 너무 멀었다. 때문에 제아무리 공력이 높은 초절정 고수라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수행신주는 달랐다.
수행신주는 천하의 온갖 물을 다스릴 수 있는 신의 권능과도 같은 절대기보였다.
다만 그가 수행신주를 얻은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아직 비밀을 완벽하게 푼 건 아니었다. 오행신주에는 고대 문자로 비밀이 적혀 있어서 그것을 해석하려면 학문이 고절한 사람이 아니고는 어려웠다.
그래도 아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토행신주를 가지고 있지 않던가? 수행신주를 손에 쥐고 공력을 주입하면 진동을 일으켜 파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네놈을 죽이는 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르릉!
철무극이 수행신주에 공력을 주입한 직후였다.
잔잔하던 강물이 들썩거리는가 싶더니 거대한 물기둥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헉?”
백이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잔잔하던 강에 물기둥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악할 일이었다.
헌데, 물기둥이 솟구쳐 올라왔다가 쿵 하고 수면에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럴 때마다 거대한 물보라가 일며 파도가 넘실거렸다.
허나, 더 놀라운 일은 물기둥이 점점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물기둥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데 반해 배는 느림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백이건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물기둥에 눈이 달려 있는 것일까? 정확히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에 기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었다.
배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와들와들 떨었다. 물기둥이 배를 덮치면 그 누구도 무사할 수 없었다.
포구와 너무 떨어져 있어서 헤엄을 쳐서 갈 수도 없거니와 물기둥이 떨어져 내릴 때마다 파도가 점점 거세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백이건은 장력을 일으켜 강물을 후려쳤다. 강물에 물보라가 일었다. 그와 동시에 강한 반발력이 생기며 배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백이건은 두 팔을 쉴 새 없이 휘둘러 수면을 후려갈겼다. 강물에 연신 물보라가 일었고, 그때마다 배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갔다. 거리를 좁혀 오던 물기둥이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철무극은 이를 악물고 더욱 공력을 끌어 올렸다. 목에 핏대가 서고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백이건과 배를 잡기 위해 마지막 한 줌의 진기까지 모두 끌어올린 것이다.
순간 물기둥의 속도가 빨라지며 백이건과 배를 쫓아왔다.
“차앗!”
백이건도 지지 않고 장력을 후려갈겼다. 그의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전력을 다해 공력을 끌어올렸는데도 물기둥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수행신주의 위력은 그만큼 무서웠다.
수행신주는 지금 기초적인 위력인데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공력을 지닌 백이건이 고전을 하고 있었다. 아마 백이건의 공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벌써 따라잡혔을 것이었다.
백이건과 수행신주는 팽팽하게 간격을 유지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철무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공력을 풀었다.
그 순간,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던 물기둥이 사라지며 강물이 잠잠해져 갔다.
그제야 백이건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공력을 풀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포구가 작은 점으로 보인다. 이 거리까지 물기둥을 일으킬 수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철무극은 지금처럼 놀란 적이 없었다. 백이건의 공력이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수행신주를 사용하고도 아무 소득 없이 끝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으으,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놈의 명줄은 반드시 내 손으로 끝내고 말 테다.’
포구의 혈전은 막을 내렸다.
허나, 백이건과 철무극의 악연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