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7
116화
장웨이가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고민해봐야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강신은 지금부터 최대한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리고 강신은 선실 내부에 있는 울프팀 인원들을 불러 남진수가 했던 말들을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불신의 싹이 튼 상태였지만, 그래도 강신과 일행들은 감지기가 U.M.A를 감지한 곳으로 이동했다.
U.M.A가 감지된 곳은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이동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요트를 운전하던 선장이 움직이던 배를 잠시 멈춰 세우고, 강신과 일행을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목적지로 배가 나아가질 않습니다.”
선장은 파도가 마치 더 이상 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처럼 요트를 밀어낸다고 했다.
아무리 속력을 내도 마치 바다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들을 거부했다.
이상한 현상에 대해 들은 강신과 일행들은 각자 떠오르는 걸 동시에 내뱉었다.
“U.M.A의 구역이네요.”
“구역이군요.”
“구역이군.”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 장웨이가 자신이 들었던 단어에 대해 물었다.
“구역이 뭡니까?”
“설명하기에는 조금 긴 이야기라서 나중에 회사 메일로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구역에 대한 설명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남진수가 했던 경고를 떠올린 일행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배가 나아가질 못하니, 여기서 불러봐야겠네요. 김대리님 챙겨왔던 준비물을 주세요.”
강신의 요구에 김대리는 크로스백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준비물을 꺼냈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에 싸여있는 네모난 떡 두 덩이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물건을 건네받은 강신은 곧바로 선실 내부에서 갑판으로 올라가, 뱃머리 쪽으로 다가갔다.
강신이 고급스러운 종이를 천천히 풀자, 그 안에는 짙은 갈색의 보리 개떡과 연한 갈색의 밀 개떡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드러냈다.
그것을 뱃머리 끝에 조심히 내려놓고는, 떡을 조금씩 뜯어내 바다로 집어 던졌다.
강신이 던진 덩어리가 너무 작은 탓일까.
떡 조각은 바다에 파문도 남기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일행들은 강신의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민망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강신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양이 적었나?’
강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떡을 조금 뜯으려고 하자, 누군가 강신을 말렸다.
“그거 아까우니까 던지지 말지?”
강신이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갓 스무 살이 된 것처럼 보이는 청년이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누가 봐도 미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미남이었다.
다만 복장이 조금 특이했는데, 그는 비단으로 만들어진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거 나 주려고 가지고 온 거 맞지?”
청년은 싱글벙글하며 미소를 지으며, 강신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음…. 나는 원래 남이 주는 걸 잘 먹지 않는 편이지만, 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냄새가 나니까 한번 믿어볼게.”
꼬르륵….
청년의 말과는 반대로 배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굳이 강신이 아니더라도 누구의 음식이든 먹을 기세였다.
정말로 청년이 자신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배가 고픈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강신은 이무기가 자신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강신이 보리 개떡을 건네자, 청년은 떡 한 덩이를 게 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쩝, 쩝….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인사도 안 했네. 나는 오심이라고 해.”
“안녕하세요, 오심님. 저는 강신이라고 합니다.”
“강신…. 강신이라 좋은 울림이네. 그럼 이제 왜 나를 찾아왔는지 용건을 한번 들어볼까?”
순간 이무기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고,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어야 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 있던 설야가 놀라서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
-그르르….
그림자 속 초코는 상대가 되지 않는 상대임을 알면서도, 주인을 위해서 으르렁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강신과 오심을 보고 있던 일행들에게까지 영향이 있는 것인지, 일행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허억….”
“윽.”
“크으….”
척준신마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두들 뱀 앞에서 궁지에 몰린 개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침음성을 억지로 참아내는 게 다였다.
“저는 오심님과 거래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강신이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하자, 오심이 고개를 갸웃댔다.
“거래라고? 부탁이 아니라?”
“네, 거래입니다.”
“하하…. 거래 좋지. 일방적으로 부탁하는 것보다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게 거래니까~ 그럼, 나한테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는 거지?”
오심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강신을 깔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네까짓 게 뭘 준비했든 날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래도 강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수련하고 계셨을 텐데, 혹시 배가 고프시진 않으십니까?”
강신이 그렇게 말하며 오심이 남긴 밀 개떡을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그것을 본 오심은 콧방귀를 꼈다.
“흥! 고작 떡 한 덩이로 거래를 하려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바다야. 내가 가만히 물속에서 입만 벌려도 너희가 좋아하는 특등급의 물고기들이 절로 입으로 들어온다고!”
“음….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전 고작 이 떡으로 오심님의 배를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건 저쪽에 있죠.”
강신이 자신의 타고 있는 호화 요트를 따라오던 투박한 느낌의 중형 선박을 가리켰다.
“저 흉측한 배는 뭔데?”
오심이 묻자, 강신이 계속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남진수에게 신호를 줬다.
남진수는 무전기로 중형 선박을 운항 중인 선장에게 잠긴 컨테이너를 열라고 말했다.
중형선박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컨테이너의 잠금장치가 풀리자, 컨테이너 내부가 드러났다.
그곳에는 소, 양 같은 가축들이 들어있었다.
“스읍….”
오심은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인 듯했다.
“흐…. 흥! 저것들은 나에게 큰 가치가 없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거래는 결렬되었군요. 그럼, 다시 가지고 돌아가야겠네요.”
강신이 일말의 흥정도 없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당황한 건 오심이었다.
“어, 어? 그냥 돌아간다고?”
“네, 오심님이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저것 말고는 따로 준비한 게 없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어, 어….”
“자, 여러분 죄송하지만 이번 작전은 실패입니다. 다시 육지로 돌아갑시다.”
오심이 크게 당황해서일까.
일행들을 꼼짝도 못 하게 했던 지독한 압박감이 사라졌다.
일행들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강신의 말대로 철수 준비를 하진 않고 눈치를 살폈다.
그들의 시선에서 정말로 철수를 해야 하는 건지 망설임이 보였다.
척준신과 김대리가 강신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선임 말대로 철수 준비하지.”
“강선임님의 의견이 그러시다면야…. 전 선장님에게 회항할 준비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호화요트와 중형선박을 빌리고 U.M.A를 아는 몇 안 되는 선원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수많은 가축까지 준비했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U.M.A의 말 몇 마디를 나누고 돌아간다는 사실에 남진수는 공황에 빠졌다.
장웨이는 일행들이 쏟아내는 한국말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런 장웨이의 모습을 본 강신이 중국말로 현 상황을 한마디로 말했다.
“육지로 돌아갈 겁니다.”
“돌아간다고요?”
“네.”
남수진과 장웨이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김대리는 정말 철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김대리는 아직 선실에서 대기 중인 선장을 찾아가 회항을 하자고 이야기했다.
선장은 김대리의 말을 듣고, 바로 조타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타고 있던 요트가 천천히 선회하기 시작했다.
“잠, 잠깐! 정말로 그냥 이대로 갈 거야?”
“네.”
아무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강신을 보자, 오심이 울상을 지으며 강신을 말렸다.
“아니…. 큰 가치가 없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나한테 가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거래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급해.”
우물쭈물하며 주저리 떠드는 오심에게 강신이 다가가 고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수련 중인 오심님을 위해 엄선하고 엄선해서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한 가축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오심님의 눈에 차지 않으신다니…. 제가 어쩌겠습니까. 오심님도 바쁘신 분이니, 제가 계속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죠.”
강신이 푸념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가지고 온 가축들을 최대한 고급스럽게 어필했다.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해? 스읍….”
침샘을 자극하는 단어들을 듣자, 상상력이 좋은 오심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군침을 삼켰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강신이 돌아갈 것 같았기에, 결국 오심은 태도를 바꿔야 했다.
“아, 알았어! 거래! 거래하자고!”
항복과도 같은 선언에 강신은 오심 몰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때마침, 선실에서 나온 김대리가 그런 강신의 미소를 보게 되었다.
‘정말…. 누가 보면 악덕 상인인 줄 알겠는데.’
상황을 파악한 김대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조타실로 가서 배를 멈추게 했다.
더 이상의 밀당은 불필요했다.
이미 오심의 눈은 먹음직스러운 가축들에게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아, 참고로 저기 있는 가축들 모두가 오심님 것은 아닙니다.”
“뭐? 왜!”
중형 선박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를 보며, 잔뜩 신이 났던 오심이 강신의 말을 듣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동족분이 계시죠? 나머지는 그분에게 드릴 예정입니다.”
“…칫. 그럼, 어쩔 수 없지.”
오심의 반응을 본 강신은 오심과 근처에 있는 이무기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걸 쉽게 유추해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나에게는 뭘 요구하고 싶은데? 미리 말하지만, 아무리 내가 저걸 먹고 싶어도 크게 손해 보는 거래는 안 할 거야.”
“물론이죠. 거래는 서로 만족해야 하니까요. 제가 오심님에게 원하는 건 세 가지입니다.”
“뭐? 세 가지나?”
오심이 인상을 찌푸렸다.
“네, 오심님이라면 어렵지 않을 일들이죠.”
“그래? 우선 들어보고 결정할게.”
“그러시죠. 첫 번째는 저희에게 오심님의 본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흐음…. 복을 받고 싶다는 거구나.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다음은?”
“두 번째는 오심님의 신체에서 떨어져 나간 비늘이 있으면 조금 얻어가고 싶군요.”
“음…. 그냥 떨어진 비늘이면 될까?”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오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번째 조건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 좋아. 마지막은?”
“마지막은 근처에 있는 이무기님의 정보입니다.”
“…나보고 동족의 정보를 팔라고?”
마지막 조건을 들은 오심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강신은 서둘러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냥 오심님과의 관계나 선호하는 물건 정도만 알려주셔도 충분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기심이라서요.”
“뭐…. 그 정도 정보라면야….”
“그러면 거래는 성립되었네요.”
“그럼, 먹어도 되는 거지? 먹는다?”
거래가 성립되었다는 소리에 오심이 더는 참기가 힘든지, 강신을 재촉했다.
“잠시만요. 남진수 책임님, 중형 선박에 있는 선원분들에게 사전에 이야기했던 개수의 컨테이너를 열고, 선실로 들어가 달라고 전해주세요.”
거대한 이무기가 식사하는 모습은 인간이 보기에 좋은 구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강신은 오심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원들을 선내에서 대기 시켰다.
하지만 일행들이 선내로 들어가도 이무기의 식사 소리까지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했다.
-음머~~
와직!
-메~~!!!
콰직, 쩝쩝….
가축들의 비명과 함께 뼈가 으스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흐르고 더는 가축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게 되자, 강신은 다시 갑판으로 나왔다.
선수 앞에서 오심이 손가락으로 이를 쑤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가축을 싣고 왔던 중형 선박에는 붉은색 액체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강신이 있는 호화 요트까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쩝. 오랜만에 먹는 육지 음식이라 그런지, 조금 흥분해서 많이 흘렸네. 배를 더럽혀서 미안해.”
“괜찮습니다.”
강신은 중형 선박을 봤으면서도, 덤덤하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보통이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정상인데, 너 정말 특이하네.”
뒤늦게 나온 일행들이 중형 선박의 참혹함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척준신을 제외한 모두가 사색이 됐다.
“뭐, 상관없겠지. 그럼 이쪽도 약속을 지켜야겠지. 자, 약속했던 물건이야.”
오심이 손을 휘젓자, 바닷속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요트의 갑판 위로 떨어졌다.
갑판에 모습을 드러낸 건 푸른색의 비늘이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였고, 하늘을 담은 것처럼 옅은 푸른빛이 감돌았다.
아무런 문양도 없는 밋밋한 비늘이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인간이 만든 어떤 공예품보다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