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
13화
강신이 쓰러진 다음 날 오후.
두통과 시력의 이상을 느끼고 쓰러졌지만, 눈을 뜬 강신은 온몸에서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원인은 출동 전에 행했던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었다.
“으어억. 온몸이 아프다.”
그리고 보이는 낯선 천장.
“여기가……. 어디지?”
“성신병원입니다.”
갑자기 옆에서 답해 주는 임 상무의 목소리에 강신은 화들짝 놀랐다.
“임 상무님? 어떻게 된 겁니까?”
“어제 작전 지역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그보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그제야 강신은 전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쓰러지기 전, 느꼈던 두통과 이상이 생긴 시야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근육통을 뺀다면…….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괜찮으시다니, 다행이군요.”
임 상무는 들고 있던 책을 접으며 강신의 머리를 힐긋 바라봤다.
“강 선임이 정신을 잃은 동안 병원에서 몸에 이상이 없나 검진했는데, 과로로 인한 빈혈이라고 하더군요.”
“과로요……? 이제 막 하루 야근한 사람이 과로라고 할 게 있나요.”
강신은 과로로 쓰러졌다는 것을 강하게 부정했다.
자신이 쓰러진 원인은 분명 두통 때문이었고, 병원에서 검진한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쓰러지기 전에 오른쪽 손등이 가려웠던 것이 기억났다.
‘추운 겨울에 모기는 아닐 테고 겨울 나비에게 물린 것이 분명해. 하지만 나에게 접근한 겨울 나비는 없었는데……. 물린다고 해서 그런 증상이 일어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만약 겨울 나비가 피를 마실 때마다 그런 증상이 생긴다면, 많은 사람이 자신처럼 두통을 호소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권 팰로우님께서 강 선임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자기가 만든 장비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자책하시더군요.”
“장비 탓은 절대 아닙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작전이 끝났다고 바로 코트를 벗은 자신의 행동 때문이었다. 강신은 괜히 권영식에게 미안해졌다.
“다른 요원들도 장비 탓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미 사정을 들어 알고 있는 임 상무는 피식 웃으며, 권영식이 미안해하는 부분은 다른 것임을 강신에게 알렸다.
“팰로우님은 장비를 코트형으로 제작한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임 상무는 물끄러미 강신의 오른 손등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회사로 돌아가 봐야겠군요.”
“벌써 가시려고요?”
“주무시는 동안 꽤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거든요. 강 선임이 내일 퇴원할 수 있도록 수속은 밟아 놓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푹 쉬세요. 근육통도 빨리 나아지시길 바라겠습니다.”
임 상무가 자신의 짐을 챙기고 병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마지막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때마침, 강신도 나가는 임 상무를 보고 있었기에 둘은 눈이 마주쳤다.
임 상무가 시선을 강신의 오른쪽 어깨로 잠시 두려는 듯하다가, 병실을 나갔다.
“……?”
임 상무가 무엇을 보는 것 같았고, 강신은 그가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오른쪽 어깨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는 손바닥 크기의 찬란하게 빛나는 오색의 나비가 앉아 있었다.
“으악! X발 깜짝이야! 이게 왜 여기 있어!”
평소 입에 욕을 담지 않는 강신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는데,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깜짝 놀란 강신은 어제 실수했던 요원과 똑같이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나비를 손으로 잡아 바닥으로 내팽개쳐 버렸다.
철퍽!
생각 이상으로 찰진 소리와 함께 바닥에 던져진 나비는 움찔거리면서 가련하게 몸을 떨었다.
어제 사고를 친 현장 요원이 크게 질책을 받아서 이야기 못 했지만, 사실 강신 또한 곤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다.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비를 본 강신은 서둘러 나비를 가둘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강신은 특실에 놓여 있던 고급스러운 자기로 만든 물컵을 덮어 나비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찾아 방금 병실을 나간 임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들리고 임 상무가 전화를 받았다.
[네, 강 선임 무슨 일입니까?]“사, 상무님. 이거 뭡니까?”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제 어깨에 겨울 나비가 있는 거 보셨잖아요!”
[글쎄요. 제가 듣기로는 월광이 없으면 겨울 나비를 보지 못한다고 보고를 받았던 것 같은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임 상무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강신은 보일 리 없는 나비가 자기 눈에 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자신이 평범한 모르포 나비를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럴 리가 없지.’
남미에서 주로 서식하는 모르포 나비가 이렇게 한국에, 그것도 병원 안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그러면 임 상무님. 혹시 근처에 있는 현장 요원분을 좀 불러 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분명히 임 상무가 자신의 어깨에 있는 나비를 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갔기 때문에 자신도 이 나비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는 임 상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이 겨울 나비를 포획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회수하지 못한 겨울 나비가 이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이는 건진 나중에 말해 주시고……. 일단은 알겠습니다. 근처에서 대기 중인 믿음직한 요원으로 보내 드리지요.]“감사합니다. 빨리 좀 보내 주세요!”
덜컥.
컵 안에서 몸부림을 치는 건지, 나비를 가둬 놓은 컵이 들썩였다.
강신은 재빨리 양손으로 컵을 눌러 도망가지 못하게 고정해 놓고, 현장 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흘러 강신이 있는 병실로 그가 잘 아는 현장 요원이 들어왔다.
이미 강신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때마침 회사에서 병문안을 오고 있었던 척준신이었다.
“척 부장님!”
“이야기는 들었네.”
척준신은 도착하자마자, 어제 사용했던 유리로 된 밀폐 용기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한번 사용하는 것을 보아서인지, 강신은 건네받은 밀폐 용기를 능숙하게 열고 나비를 덮고 있는 컵을 비스듬하게 조심히 열어 밀폐 용기로 들어가게 유인했다.
하지만 컵을 반쯤 들어 올렸음에도 나비는 밀폐 용기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 이게 왜 안 나오지?”
“그곳에 겨울 나비가 들어가 있는 건가?”
“네, 네…….”
나비를 밀폐 용기에 넣는 일에 집중하느라 강신은 척준신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컵의 반절을 열었지만, 그곳에서 겨울 나비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비가 보이지 않자, 강신은 사라진 나비를 찾기 위해 컵을 완전히 들어 올렸다.
“어? 이게 어디 갔……. 으아악!!”
그때, 자기로 된 컵 안쪽에 붙어 있었던 겨울 나비가 강신이 방심한 틈을 타고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으악! 으아악!”
오색의 겨울 나비는 강신에게 심한 꼴을 당했음에도 도망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강신의 어깨에 내려앉기 위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손을 휘저으며 겨울 나비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척 부장님 도와주세요!”
바로 옆에 있는 척준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서 강신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겨울 나비를 겨울밤, 월광이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 것은 강신 본인이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조금 특이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겨울 나비의 모습은 환각이라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았던 술래잡기는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 근육통을 가지고 있는 강신의 패배로 종료되었다.
강신이 병실 침대에 엎어져 끔찍한 근육통을 호소하자, 강신의 눈에만 보이는 오색의 겨울 나비가 그의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나비의 행동에는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아이 같은 당당함이 깃들어 있었다.
“으으……. 나한테 꿀이라도 발라 놓은 건가.”
“흠, 아직도 겨울 나비가 보이는 건가?”
“네…….”
“그것참 특이하군, 자네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 텐데. 자네 눈에는 보이지만 나에게는 보이질 않으니……. 그 녀석을 당장 포획하는 것을 도와줄 순 없겠군.”
척준신은 눈앞에 있는 나비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 행동을 보니까. 계속 자네 옆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 도망가지 못하게 그냥 자네가 데리고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어.”
“이 녀석과 계속 같이 있으라고요……?”
“어차피 겨울 나비에게 물린다고 해도 고작 모기에게 물린 수준이잖나. 자네가 조금만 참으면 모든 게 원만하게 해결될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요. 저도 그 요원처럼 곤충을 상당히 싫어해서…….”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 그 개체가 자네에게 붙어 있으려고 하는데, 자네가 잡지 못하는 것을 보니 속도도 상당히 빠른 것 같고…. 그냥 조금만 참게나.”
“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강신이 몇 번이고 겨울 나비를 포획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가두려고 하면 이 겨울 나비는 눈치가 빨라, 재빠르게 공중으로 날아올라 주변을 날아다니며 눈치를 봤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곤충을 싫어하는 강신조차도, 오색을 내는 겨울 나비는 그나마 혐오스럽게 느껴지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국, 척준신은 별 성과 없이 빈 밀폐 용기를 들고 강신의 병문안을 끝마치고 돌아갔다.
* * *
다음 날인 금요일.
근육통을 앓고 있었던 몸이 거짓말처럼 회복되었다.
보통 근육통이 2~3일 정도 지속되는 것을 본다면 조금 특이한 일이었다.
강신은 병원에서 근육통에 좋은 약을 줬다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따로 챙겨 준 것은 없었다.
사실 강신이 오색 나비의 기운을 나눠 받으면서 회복력이 좋아진 것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강신은 몸에 불편함이 없어서 퇴원 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미리 외박을 한다고 이야기를 해서인지, 가족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색의 나비는 강신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붙어 있었다.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이제는 이곳이 자기의 집이라는 것처럼 집 안을 날아다니며 구경했다.
그날 저녁, 집으로 현장 요원이 찾아왔지만 월광에 노출이 되어도 오색의 겨울 나비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강신은 회사로 출근하기 전까지 계속 이 오색의 겨울 나비를 맡아야 했다.
혹시 겨울 나비가 도망갈까 봐, 주말 동안 강신은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새로 주문했었던 컴퓨터로 글쓰기가 아닌 다른 취미 생활들을 즐겼다.
함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주인을 잘 따르는 펫처럼 겨울 나비는 강신에게 친근함을 과시했다.
그런 나비의 행동이 익숙해졌는지, 강신 또한 이상하게 겨울 나비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며칠 있었다고 정이 들어 버렸나? 으음……. 이름이라도 지어 줄까.”
강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그 말을 이해라도 했는지, 겨울 나비가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럴 때 보면 꼭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단 말이지……. 좋아, 그냥 나비라고 부를 수도 없으니. 겨울 나비는 겨울밤에만 나타나니까. 설야(雪夜)? 어때?”
겨울 동(冬) 자가 아니라 눈 설(雪) 자를 사용했지만, 겨울 나비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날개를 살랑이며 강신 곁을 맴돌았다.
“마음에 드는 거 맞지? 언제까지 같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는 너를 설야(雪夜)라고 부를게.”
강신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름을 지어 주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겨울 나비는 처음으로 갖게 된 설야(雪夜)라는 이름을 받고 정말로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