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만약 강신이 U.M.A와 더 오랜 시간 접촉했거나, U.M.A를 인지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강신은 이곳에 있지 못할 수도 있었다.
“위험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무사히 끝났으니, 다행이네.”
강신이 안도하는 사이, 현장 정리를 마무리한 권영식이 개인 큐브로 찾아왔다.
그는 특수한 천으로 감싼 U.M.A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들고 있었다.
“다들 수고가 많았네,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끝났군.”
권영식은 채취한 샘플이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조금 위험했지만 모든 일은 권영식의 계획대로 무사히 끝났다.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기분이 좋을 법도 했는데, 척준신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척부장? 혹시 어디 다친 곳이라도 있나?”
그런 척준신의 표정을 보고 권영식이 걱정하자, 척준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데….”
“크흠….”
척준신이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는 걸 깨닫고 표정을 평소와 같이 돌렸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게나.”
권영식이 다시 물어보자 척준신은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후우….”
척준신이 말을 아꼈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댔다.
그걸 본 강신이 입을 열었다.
“설마…. 쓰시던 검에 문제가 생겼습니까?”
강신이 예리하게 질문하니 척준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맞나보네요. 검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강신 말하자 척준신이 허리춤에 있던 검집을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풍스러웠던 검의 상태가 처참했다.
검날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손잡이와 검날의 밑동만 조금 남아 있었다.
강신은 U.M.A를 상대할 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깨지는 듯한 소리를 떠올렸다.
“U.M.A의 손톱을 절삭할 때 났던 소리가 이 검이 부러지면서 난 소리였군요.”
둘의 대화를 듣던 권영식은 척준신이 가지고 있는 검이 어떤 물건인지 떠올리곤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인참사검, 무려 국보급이라고 불려도 좋을 정도의 무기였다.
그런 무기를 U.M.A의 손톱을 얻다가 잃게 됐으니, 권영식의 마음도 불편해졌다.
“이렇게 좋아할 때가 아니었군. 20층에 있는 검노에게 가져가면 수리할 수 있겠나?”
강신은 권영식이 말한 검노가 누군지 몰랐지만, 20층은 H들이 머무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대장간 일을 하던 사람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검노라는 사람도 저 검을 복구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강신뿐만 아니라 검의 주인인 척준신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불가능할 겁니다. 검날이 조금 상하거나 휘어진 정도라면 검노에게 맡겼겠지만, 검의 중심이 되는 심이 깨졌습니다. 검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사인참사검은 특별한 공정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현대에서 그걸 완벽히 재현할 수 있는 장인은 없었다.
사악한 것들을 물리치는 검의 특성상, 특별한 공정이 들어가지 않은 사인참사검은 평범한 검에 불과했다.
“벨 수 없는 걸 억지로 베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괜히 내 욕심에 애꿎은 자네만 피해를 봤군…. 미안하네.”
권영식이 담담히 척준신에게 사과를 하자, 척준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이 검도 슬슬 한계였습니다. 검의 수명이 영원하진 않으니까요. 단지 이번 일로 아주 조금 앞당겨진 것뿐입니다.”
척준신이 애써 괜찮은 듯이 말했지만, 그가 검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는 애절함이 담겨있었다.
* * *
부러진 검이 척준신에게 단순한 도구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강신과 권영식은 잘 알고 있었다.
척준신은 시간이 날 때면 조심스럽게 검을 손질하곤 했다.
이날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결국 잃은 게 더 컸다.
회사에서 새로 지급된 검도 충분히 좋은 검이지만, 전에 쓰던 검에 비하면 영 손에 맞지 않았다.
검을 잃은 척준신은 며칠 동안 회사에서 새로 지급받은 현대식 검을 휘둘렀다.
검이 몸에 익을 때까지 휘두르다가 훈련이 끝나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명상을 이어갔다.
척준신이 개인 훈련에 집중하는 동안 강신은 권영식을 찾아가 몇 번의 설득 끝에 어떤 물품의 반출을 허락받았다.
강신은 훈련장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 있는 척준신을 찾아갔다.
깊게 몰입하고 있는 건지, 강신이 찾아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강신은 척준신에게 말을 걸지 않고, 명상이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명상이 끝나 눈을 뜬 척준신이 강신을 발견했다.
“강선임? 미안하네, 내가 명상에 너무 집중해서 온 지도 모르고 있었군.”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아무 말도 없이 찾아와 훈련을 방해해서 죄송하죠.”
“안 그래도 훈련은 이쯤 하려고 했네. 그보다 어쩐 일로 찾아왔나?”
척준신이 강신에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척부장님, 혹시 바쁘시지 않으면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새로운 현장인가?”
척준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현장은 아닙니다. 이번에 부러진 척부장님의 검을 대신할 물건을 찾으러 가려고요.”
“전에 쓰던 검을 대신할 검이라고?”
척준신이 가지고 있던 사인참사검을 대신할 물건을 찾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귀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치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가는 것처럼 가벼운 태도였다.
“네, 세그레드 조라를 방문할 생각입니다.”
“세그레드 조라?”
세그레드 조라는 희귀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연합을 뜻했다.
U.M.A는 아니었지만 강신이 이들에 대한 소설을 작성한 적이 있었는데, 주연으로 등장하진 않아서 소설에는 많은 정보를 담지 못했다.
이 연합은 창립자를 제외한 구성원들이 비밀스럽게 가게를 운영했다.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물건을 주로 거래했으며, 조금 특이한 건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의 취향에 따라서 취급하는 물건들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매일 진열하는 물건이 바뀐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세그레드 조라에선 현대의 화폐를 많이 사용하진 않았다.
이곳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사고자 하는 물건에 맞는 값어치를 가진 다른 희소품을 내주어야 했다.
과거 강신이 작성한 글을 확인한 성신이 세그레드 조라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성신은 거래를 위해 현금뿐만 아니라 금괴, 다이아몬드, U.M.A의 부산물까지 챙겨 갔다.
그러나 점주는 성신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보고도 시큰둥했고, 결국 거래는 불발로 끝났다.
물론 그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사람을 보내 확인하고 있었지만, 거래가 성사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거래가 성사된 경우도 정말 자잘한 물건을 얻었을 뿐 귀중한 물건들을 얻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척준신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게로 가지고 가는 물건들이 하나 같이 평범한 물건들이 아니었기에 보안 요원과 현장 요원들이 협력해서 호위했었다.
“그래, 그곳이라면 전에 쓰던 검과 비슷한 물건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겠지만, 구매할 방법이 없을 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필요한 물건은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척부장님은 그냥 함께 가셔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으음…? 자네가 쓴 글을 이용해도 거래하기 힘들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네만….”
“제가 조금 누락한 부분이 있어서요. 그 부분을 이용한다면 어렵지만은 않을 겁니다.”
“잠깐, 그런 정보는 누락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강신이 빠뜨린 정보 중 하나는 이들이 정확히는 상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정당하게 거래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본질은 상인보다는 오히려 수집가에 가깝죠.”
“수집가라고?”
“네, 희귀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수집가들이에요.”
상인과 수집가의 차이는 상당히 컸다.
상인은 이득이 된다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바로 팔려고 한다.
그러나 수집가는 달랐다.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수집가에게 있어서 수집품은 쉽게 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희귀한 물건만으로 그들과 거래하긴 힘들죠.”
“그럼, 그들과 따로 거래하는 방법이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말했잖습니까. 제가 다 준비해 두었다고 애초에 그들이 진열대에 진열해 놓은 물건들은 팔려는 생각보다, 가게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에 가깝습니다.”
진열해 놓은 수집품들을 보면 점주가 어떤 종류의 물건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원하는 종류의 희귀한 물건을 가져간다면 거래하기가 생각보다 쉬웠다.
“저한테 다 맡기시고 그냥 마음에 드시는 물건만 집으시면 됩니다. 한국의 세그레드 조라는 대전에 있으니, 함께 가시죠.”
“그렇게 하지.”
그렇게 강신은 척준신과 함께 대전에 있는 세그레드 조라로 향했다.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세그레드 조라는 의외로 대전의 번화가인 둔산동에 존재했다.
물론 대놓고 물건을 파는 건 아니었다.
평범한 코인 노래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카운터에서 잠겨있는 8번 방의 열쇠를 받는다.
그리고 8번 방에서 옆 건물로 통하는 숨겨진 통로로 들어가면 40평 남짓한 넓이의 세그레드 조라가 나타난다.
유리 진열대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설야와 비슷한 색의 깃털, 평범한 돌처럼 보이는 물건.
투명한 병에 있는 푸른 액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가죽 등 신기한 물건들이 보였다.
가게를 둘러보던 척준신이 강신에게 물었다.
“나는 진열된 물건들에서 아무런 공통점을 찾아볼 수가 없군.”
“사실 저도 그래요. 공통점을 찾으려면 어떤 물건인지 하나하나 물어봐야겠어요.”
강신과 척준신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한 중년의 남성이 가게 내부에서 나왔다.
“오랜만에 오신 손님이군요. 어서 오세요. 그러니까…. 성신 그룹의 척준신 부장님이셨던가요?”
중년의 남성은 척준신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음…. 그쪽은 제가 처음 뵙는 거 같은데….”
“척부장님과 같은 회사 소속인 강신 선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신 선임님, 저는 이곳 한국 세그레드 조라의 점주인 김태식이라고 합니다.”
김태식은 하얀 장갑을 낀 채로 강신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강신도 짧게 인사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자, 그럼 오늘은 두 분이 어쩐 일로 저희 가게를 찾아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태식은 천연덕스럽게 척준신과 강신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너희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와도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갈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강신과의 거래가 그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