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HG 그룹에서요?”
김한수에게 질문한 건 강신이 아니라 옆에 있던 김대리였다.
강신의 정보가 조금씩 회사 외부로 퍼지고 있는 만큼 강신의 몸값은 업계에서 높아지고 있었다.
즉, HG가 강신에게 무언갈 맡기려면 성신에게 많은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큰 대가를 지불하면서 강신을 지명했다는 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김대리는 생각했다.
임상무에게 불려갔던 김한수도 HG 그룹이 강신을 지명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김대리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뢰의 내용을 들은 김한수는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들이 강신을 지명한 의뢰는 HG 그룹에서 관리하는 어떤 물건을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듣기로는 그리 위험하지도, 다급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강신을 지명한 사람은 HG 그룹의 오너 일가 중 하나였다.
“강선임, 혹시 구은혜씨와 따로 친분이 있습니까?”
“누구요?”
“구은혜씨요.”
강신은 이름을 두 번이나 듣고 나서야, 구은혜가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는 산토가 있었던 현장에서 마주쳤던 여자였다.
현장에서 그녀는 산토의 새끼를 훔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덕분에 HG 그룹 요원뿐만 아니라 성신 그룹 현장 1팀 또한 굉장히 고생했다.
“글쎄요…. 현장에서 한 번 마주치고 그 이후로는 딱히 관계가 없는 분인데요….”
강신과 구은혜의 인연은 산토가 있던 현장에서 마주친 게 전부였다.
심지어 그 현장 이후, 회사 간의 이익 조율은 강신이 아니라 임상무가 직접 맡았다.
강신에겐 단지 스쳐 지나간 사람 중 하나였지만, 구은혜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며칠 간의 노숙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강신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문제를 바로 파악하고 해답을 내놓았다.
당시 강신의 모습은 그녀에게 미화되기 충분했다.
물론 이성으로서의 감정보다는 해결사라는 이미지가 더 컸다.
구은혜는 오너 일가로 그 사건에서 대차게 실패했어도 큰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계속되는 실패를 겪으며, 회사에서 그녀의 입지는 좁아져만 갔다.
오죽하면 회사 내부에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더는 좁아질 입지도 없어진 그녀는 어느 날 강신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구은혜는 곧바로 강신을 지명해 의뢰를 요청했다.
강신에게 도움을 받는 일은 득과 실을 따지자면 실이 더 큰 게 사실이다.
허나 구은혜에게 현재 중요한 건 성과였다.
이득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그녀는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결과 자체가 필요했다.
그리고 구은혜가 느낀 강신과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번 일을 충분히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데, 이만한 조건을 제시하다니 신기하네요.”
김한수가 HG에서 보내온 자료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본 강신은 김한수가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허…. 정말 이런 제안을 했다고요?”
강신에게 돈은 큰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물론 돈이 필요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현재 강신의 통장의 잔고는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는 중이었다.
성신 그룹은 처음 강신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갑자기 너무 큰 금액을 지급하게 되면 외부에서 강신을 수상하게 여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험수당, 교통비 같은 명목으로 급여 통장과 수당 통장을 나누어 돈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제 이쪽 업계에 강신의 소문이 어느 정도 퍼진 상태였고, 회사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
책임 진급과 함께 지급된 인센티브, 로열티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사가 자발적으로 연봉 재협상을 진행했다.
그렇게 강신은 평범한 회사원이 만지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금액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김한수가 말한 조건은 이제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게 된 강신에게도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구은혜는 강신을 지명하기 위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까지 제시했다.
“HG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U.M.A의 연구 자료를 공유한다라….”
비록 단 한 개체뿐이었지만 이는 평범한 U.M.A의 정보와는 궤를 달리하는 보상이었다.
“그쪽 말로는 인공관절 쪽으로 바로 제품화가 가능한 연구 정보라고 하더군요.”
물론 HG 그룹이 제공하는 정보이기에 독점은 불가능하지만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건 대단한 가치가 있는 연구 정보였다.
성신은 강신이 이 지명 의뢰를 받게 되면 해당 제품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놨다.
하지만 강신은 로열티보다 연구 내용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흠…. 흥미롭네요. 연구 내용을 보면 HG 그룹이 어떤 U.M.A를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보다 김한수 수석님이 직접 오신 걸 보면 상부에서 내심 이 일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는 거죠?”
“네, 뭐 정확합니다. 보상이 그것뿐만이 아니라서요. HG 그룹에서 구두로 현재 우리 회사와 마찰이 일어난 현장을 양보해 준다고 하니, 강선임만 허락한다면 쌍수를 들고 좋아할 겁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강신은 자신의 호기심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흔쾌히 구은혜의 지명 의뢰를 수락했다.
강신이 일을 수락하겠다고 하자, HG 그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신 그룹에게 메일 하나를 보냈다.
그리고 그 메일을 확인한 강신은 바로 자신의 개인 큐브로 울프팀 인원들을 소집했다.
그런데 울프 팀 인원의 몇몇은 평소와 다르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불만은 어김없이 김대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니, 도움을 받는 입장이면서 인원에 제한을 거는 게 어딨답니까.”
HG가 보낸 메일에는 어떤 장소와 시간, 그리고 인원수가 적혀있었다.
메일에는 강신과 함께 할 한 명의 동행인만을 허락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3인 1개 조를 기본으로 하는 성신이지만, 필요에 의해 2인 1조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 경쟁사의 심부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물론 HG 그룹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고 해도 경쟁사의 사람을 회사의 심부까지 끌어들이는 건 굉장한 부담이었다.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오너 일가인 구은혜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HG 그룹에서는 조금이라도 방문 인원을 줄이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가겠습니까?”
임상무가 덤덤하게 묻자, 강신은 고민에 빠졌다.
‘HG 그룹의 정식 요청이니,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거야.’
만약 그곳에서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에 위험한 일이 생겨도 HG 그룹 소속의 현장 요원들이 있었다.
‘그럼 척부장님과 카밀라는 쉬게 하고….”
나머지 인원 중에서 강신이 좀처럼 함께 할 사람을 고르지 못하자, 그 모습을 보던 권영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크흠, 이번에 나랑 함께 가는 건 어떻겠나?”
타 회사의 비밀 연구소라니, 과학자인 권영식이 참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안 돼요.”
강신이 칼같이 권영식의 제안을 반대했다.
“아, 왜!”
권영식이 강신의 거절에 아이처럼 투정 부렸다.
“사실 저도 팰로우님이 함께 가주시면 든든하기는 할 텐데…. 그러면 너무 노골적이잖아요.”
권영식은 U.M.A를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였다.
심지어 권영식은 연구에 미쳐있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연구소에서 자리를 비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다른 회사의 연구를 도와주겠다고 찾아간다면 그 목적을 불순하게 여길 게 분명했다.
“크흠…. 내가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들어가면….”
권영식은 강신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뜻을 말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함께할 인원을 정하지 못하면 계속 권영식이 투정 부릴 것처럼 보였기에, 강신은 함께할 인원이 누군지 말했다.
“이번에는 장웨이 대리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강신이 선택한 건 장웨이었다.
“어? 제가 아니고요?”
자신을 선택할 줄 알았던 김대리는 어리둥절해 보였다.
“네, 이번에는 장대리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솔직히 강신도 이번 일은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HG 그룹이 요구한 건 U.M.A의 정보가 아니라, 어떤 물건을 봐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밀 연구소에 있으니, U.M.A와 연관된 물건이겠지만….’
U.M.A가 아닌 U.M.A와 연관된 물건임으로 자신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때 필요한 게 장웨이였다.
꼼꼼한 김대리의 성격보다, 작은 단서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예리한 장웨이의 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대리는 많이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강신의 선택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럼, 결정되었군요. 혹시 모르니, HG 그룹으로 갈 때, 보호 장비는 챙겨가시죠.”
임상무가 빠르게 그 자리를 정리했다.
출발할 인원이 결정되자, 그 이후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임상무는 이미 보호 장비 반출을 승인해 놓은 상태였다.
강신과 장웨이는 보호 장비를 갖추고, HG 그룹에서 지정해둔 시간에 그들이 지정한 위치인 서울 양재동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패스트푸드점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0분 일찍 도착한 강신은 음료를 주문하고, 장웨이와 함께 구은혜를 기다렸다.
장웨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10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HG그룹에서 지정한 시간이 되자, 북적였던 패스트푸드점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람들이 하던 행동을 모두 멈추었다.
정말로 시간이 멈춘 게 아니었다.
가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강신과 장웨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은 강신과 장웨이는 그 자리에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사람들 사이에서 구은혜가 나타났다.
오랜 노숙으로 지쳐있었던 지난번 만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매력적인 옷과 화장을 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강신에게 접근했다.
“제가 기다리게 했네요.”
강신은 그녀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고, 구은혜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조금 빨리 왔을 뿐입니다.”
그런 강신의 반응에 오히려 구은혜가 흥미를 보였다.
“지난번에는 도움을 받아 놓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했네요.”
“괜찮습니다. 제대로 보답은 받았으니까요.”
강신은 급박했던 현장에서와는 다르게 제대로 예의를 갖춰 대화했다.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바로 이동해도 될까요?”
“네.”
“그럼 출발하기 전에 가지고 있는 전자기기는 모두 넘겨주시죠.”
구은혜의 요구에 강신과 장웨이는 휴대폰과 손목에 차고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풀어 넘겨주었다.
전자기기를 넘기자 정적이 흘렀던 패스트푸드점은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구은혜가 싱긋 웃으며 강신과 장웨이에게 받은 전자기기를 옆에 있던 사람에게 건넸다.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장비를 받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 모습을 감추었다.
강신과 장웨이는 패스트푸드점 밖으로 이동하는 구은혜를 따라 움직였다.
그때, 장웨이가 강신에게 귓속말을 했다.
“방금 그 사람들, HG 그룹 사람들이겠죠?”
“네, 아마도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한 것 같네요.”
강신과 장대리는 서둘러 구은혜를 따라갔다.
그녀는 연예인들이 탈법한 선팅이 진하게 된 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 타시죠.”
차량 내부는 운전석이 보이지 않도록 검은색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그렇게 강신과 장웨이는 차창 밖이 보이지 않는 벤을 타고, HG 그룹에서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