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4
203화
“그러니까, 이게 그 종말론자들의 사제를 심문해서 얻은 종말의 예언서라는 말인가?”
“네, 팰로우님.”
권영식은 테이블 중앙에 있는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꺼운 책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음…. 종이가 아니라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데….”
어떤 가죽으로 제작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질기고 쉽게 파손되지 않는 재질이었다.
권영식은 책을 손으로 쓸어보고는 천천히 책을 펼쳤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인상을 확 찌푸렸다.
“이게 뭐야. 이걸 어떻게 읽으라는 거지?”
권영식이 책을 보고 불평하자, 개인 큐브에 모인 다른 울프 팀 인원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권영식이 펼친 종말의 예언서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들 권영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어…. 다양한 언어들로 적혀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건 조금 악취미 아닌가요?”
종말의 예언서를 확인한 김대리가 투덜댔다.
강신이 처음 종말의 예언서에 대해 알려주었을 때만 해도 예언이 한 문장씩 각기 다른 언어로 표기되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는 많으면 한 단어, 적게는 한 글자 단위로 다른 언어가 적혀있었다.
만약 종말의 예언서라는 걸 몰랐다면 책에 낙서가 가득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어마다 같은 단어여도 미묘하게 의미의 차이가 있었고, 문법 또한 모두 달랐기에 자칫 잘못 해석하면 전혀 다른 뜻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해석을 한다고 해도 추상적인 내용의 예언은 문학적, 신학적인 해석이 필요했다.
“이래서 종말론자들의 대사제가 평생 종말의 예언서 해석을 하는 건가.”
김대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과는 다르게 장웨이는 매우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언어 쪽은 자동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컴퓨터에 입력되어있지 않은 소실된 언어들이군요.”
장웨이가 종말의 예언서의 첫 장을 보고 그렇게 말하자, 권영식이 턱을 쓸며 고민했다.
“흠…. 고고학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겠군.”
“그 부분은 제가 도와드리면 되죠.”
“음…. 자네가? 아! 그렇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자네는 기둥을 짊어진 자들에게서 받은 알약을 먹었지.”
기둥을 짊어진 자 중 하나인, 이고르가 강신에게 도움을 받고 주었던 알약.
그 알약 덕분에 현재 세계에서 잊힌 언어까지 모두 해석할 수 있었으니, 강신에게 종말의 예언서를 번역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번역은 강선임에게 맡기는 것으로 하고 추상적인 내용을 해석할 전문가들만 구하면 되겠군.”
권영식은 내친김에 이 자리에서 종말의 예언서를 어떻게 연구할지, 진행 방법까지 빠르게 결정했다.
“종말의 예언서는 그렇게 처리하면 되겠고, 문제는 이번에 포획한 U.M.A인데….”
도망가는 징조를 떠올린 권영식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 자네가 잡아 온 도망가는 징조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활동력이 줄어들더니, 지금은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어서 말일세….”
강신이 종말의 예언서와 함께 가지고 온 우산 모양의 U.M.A, 도망가는 징조.
강신이 회사로 가지고 왔을 때만 해도 활발하게 움직였는데, 이제 와서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춰 평범한 우산과 다르지 않았다.
“벌써….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까.”
강신이 씁쓸하게 말했다.
이번 현장에서 사용된 자원은 다른 현장들보다 훨씬 많았다.
한국에 있는 모든 성신 지부 인원들이 파견되었으며, 나노 카메라가 사용됐다.
작전 지역의 영상을 본부로 보내면 회사 내부에서 대기 중인 요원들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그 외에도 요원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스마트폰 촬영 이벤트를 열었다.
경품들도 사람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해 억 소리가 나는 물건들로 준비했다.
그렇게 공을 들인 현장에서 얻은 게 고작 얼마 움직이지 못한 우산과 종말의 예언서, 조금의 광고 효과라니.
회사 입장에서는 성과에 비해 손해가 큰 작전이었다.
강신은 임상무가 말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이럴 줄 알고도 움직였던 거 아닌가.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자네의 선택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졌으니, 떳떳하게 가슴을 펼 자격이 있네.”
강신이 다른 인원들을 둘러보자, 임상무를 제외한 다른 울프 팀 인원들도 권영식의 말에 동의하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회사가 손해 본 부분 때문에 자네를 책망할 사람은 없을 걸세.”
성신의 상부는 이번에 발생한 손해를 모두 불문율에 붙였다.
기업이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긴 하지만, 상부는 이번 현장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큰 도움을 주어 빚을 지운 셈이라, 길게 보면 손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어쨌든 동작을 멈춘 U.M.A는 액체 질소로 얼려 따로 보관하기로 했으니, 알고 있게나. 이번 일은 모두 정말로 고생이 많았네.”
그렇게 회의는 권영식의 격려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임상무는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울프 팀 인원들은 강신이 임상무의 의견을 무시하고 현장을 지정했지만, 결국 그의 말대로 큰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상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멍청하게…. 종말의 예언서를 빼앗기다니.’
* * *
큰 재산피해는 생겼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포항 지진 사건은 무사히 끝이 났다.
그 사건이 끝나고 강신은 개인 큐브에서 먹고 자며, 꼬박 일주일 동안 종말의 예언서를 번역했다.
강신이 책을 번역하며 예언의 내용을 확인했는데, 책의 80% 정도는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후에 일어나는 예언들 또한 추상적인 내용이 많아, 강신이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수많은 예언들의 번역이 끝나고 강신은 가장 마지막 장에 적혀 있는 예언을 해석중이었다.
그는 종이에 해석을 적어 내렸다.
-아침에는 귀가 큰 쥐 두 마리가 춤추는 곳에서 사람들은 즐거워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해 어둠이 드리운다.
즐거워하는 사람은 모두 사라지고 끝내 많은 것을 잃은 자가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재해를 알려주는 예언서에서 사람을 지칭하는 내용이라….”
번역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강신의 옆에 남아 있던 장웨이가 강신이 쓴 내용을 확인하고 흥미를 가졌다.
이때까지 강신이 써 내린 번역본에서 사람으로 지칭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의인화한 내용이었다.
“도시를 덮친 쓰나미를 거대한 물의 거인으로 의인화해서 표기한 것도 있으니, 도시 전체가 비탄에 빠진다는 말을 돌려서 쓴 것일 수도 있죠. 어쨌든 이걸로 끝이네요.”
강신이 마지막 장의 예언은 이제까지 번역한 예언 중에서 가장 가까운 날짜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와 장소에 대해서 알 수 없었기에 강신은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장웨이는 다시 한번 강신에게 말했다.
“걱정이 되지는 않으십니까?”
“걱정할 게 뭐가 있겠어요.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도 자연재해는 일어나고 있어요. 깊게 생각하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그리고 저는 번역을 맡은 것이니, 자세한 해석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시겠죠.”
강신이 태연하게 펜을 놓고 마지막 종이를 장웨이에게 건넸다.
장웨이는 그 종이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저희가 이번에 재해를 막았다고 제가 너무 기고만장해졌네요. 일주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선임님.”
장웨이가 마지막 장을 다른 파일들과 엮어서 정리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도와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서로 격려하는 걸 끝으로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진 번역 작업은 끝이 났다.
장웨이는 그길로 번역된 내용을 권영식에게 가져다주었고, 권영식은 번역본을 보며 예언이 일어난 날짜와 일어날 날짜를 구분해서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과거에 일어난 일들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중점적으로 예언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석된 예언들은 따로 저장되었다.
간혹 그중에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내용의 예언들이 나오면, 상부에 넘겨 정부나 해당 지역의 지주들에게 교섭의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꽤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고, 덕분에 회사가 본 손해를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강신은 다시 운동과 야장일을 배우고, 소설을 쓰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 * *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됐을 법한 소년이 터벅터벅 어떤 공간을 걷고 있었다.
걷고 또 걸었지만 소년이 원하는 곳은 나오지 않았고,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작은 호흡 소리가 울리는 것을 보니, 실내에 있는 듯했다.
“여기도 아니야…. 도대체, 이곳에서 어떻게 나가야 하지….”
소년은 출구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소년이 있는 공간은 마치 놀이동산의 거울 미로처럼 사방이 모두 거울로 막혀있었고, 출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배고파….”
소년은 굶주린 배를 부여잡았다.
이 이상한 공간에 갇힌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소년은 먹고 마시지 못했으며, 왠지 모를 오싹함에 제대로 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나는 그냥 문제집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억울해서인지, 소년은 감정을 감추지 못했고, 출구를 찾지 못한 절망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런 소년을 보고 웃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거울 속에 또 다른 소년이었다.
거울 속 존재는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미소를 지은 채,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의 시야는 눈물에 뿌옇게 가려져 있었고, 거울 속 자신이 웃고 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거울 속 존재는 점점 소년에게 가까워졌고, 이내 손을 뻗어 소년을 팔을 잡았다.
“허억!! 뭐야! 이거 놔!”
갑자기 자신을 잡은 손에 깜짝 놀란 소년은 발버둥 쳤다.
그러나 거울 속에서 나타난 존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결국 소년은 거울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소년이 사라지자, 소년이 있던 공간에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마치 깨진 거울처럼 반사각이 모두 다른 몸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존재였다.
그 존재는 방금까지 소년이 있던 곳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늦었군.”
그 말을 끝으로 갑자기 사라졌다.
* * *
출근 전, 강신은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TV에서는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18일경, 문제집을 사기 위해 서점을 갔던 한 학생이 실종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 찍힌 마지막 CCTV 영상은 서점에서 문제집을 사고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후 이 고등학생은 어떤 CCTV에도 잡히지 않았으며 이에 경찰 당국은….
“18일이면 이틀 전이네.”
강찬이 뉴스를 보며 고등학생이 사라진 날을 계산했다.
“그런데, 사라진 게 맞나 모르겠네. 요즘 학교 괴롭힘이나 가정불화로 가출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던데….”
강찬이 실종된 학생에 대해서 말하자, 강신이 강찬에게 대꾸했다.
“글쎄, 가출할 사람이 굳이 문제집을 살 이유가 있을까?”
서점 CCTV에는 고등학생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책을 봉투에 넣고 이동하는 모습이 찍혔다.
문제집을 사기 위해 가벼운 차림으로 움직였다면, 가출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내가 만약 가출한다면 저렇게 가볍게는 안 나갈 것 같은데…. 오히려 집에서 밖에서 생활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챙겨가지 않을까? 저 학생의 복장은 가출할 사람으로 보긴 힘들지 않아?”
“음….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정말 실종인 건가?”
“그건 나도 모르지.”
두 사람이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고등학생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가자, 강신의 어머니가 강신과 강찬을 말렸다.
“둘 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밥이나 먹으렴. 회사에 늦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 이런, 시간이 벌써….”
강신이야 자율 출퇴근제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출근하면 된다지만, 강찬은 달랐다.
시간을 확인한 강찬이 급하게 남은 밥을 모두 먹고,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급하게 나가는 형의 뒷모습을 보고 강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도 다녀올게요.”
이때까지만 해도 강신은 자신이 고등학생 실종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