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5
204화
회사에 출근한 강신은 개인 큐브 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인지 평소보다 퀭한 눈을 한 임상무가 찾아왔다.
“어…. 임상무님, 괜찮으십니까?”
오죽했으면 강신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임상무의 몸을 걱정할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요 며칠 일이 바빠 계속 쪽잠을 자서 그런지, 얼굴에 조금 티가 나는가 보군요.”
조금이라고 하기엔 상태가 안 좋아보였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강신이 더 뭐라 말할 순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평소 개인 큐브로 쉬러오기도 하는 다른 인원들과 다르게 임상무는 용건이 없다면 딱히, 개인 큐브를 찾지 않았다.
강신은 임상무가 자신에게 뭔가 용건이 있음을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흠. 강선임, 혹시 다음에 나갈 현장 정하셨습니까?”
“아니요. 아직 정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조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임상무는 평소에도 가끔 도움을 요청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회사가 아닌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임상무님을 도와달라니…. 회사 일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넓게 보면 회사 일은 맞지만 작게 보면 회사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대놓고 회사의 요원들을 보낼 수 없기도 하고, 최대한 빨리 상황을 끝내야 하는 일이라. 강선임이 적임자입니다.”
“뭐, 좋습니다. 마침 저도 할 일은 없었으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신은 평소에 임상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번 현장으로 인해 요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는 임상무의 기분을 풀어줄 겸, 자세한 이야기도 듣지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
“감사합니다. 우선 상황을 설명해 드리죠.”
임상무는 강신이 승낙할 것이라 믿고 있었던 건지, 준비해 두었던 홀로그램을 띄웠다.
영상은 강신이 아침에 뉴스에서 봤던 실종된 고등학생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아침 뉴스에서 봤던 내용인 것 같네요.”
강신이 아는 척을 하자, 임상무가 그 내용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고등학생 맞습니다. 제가 강선임에게 부탁하고 싶은 내용은 실종된 고등학생을 찾아 달라는 것입니다.”
“……U.M.A가 아니라 고등학생을 찾아 달라고요?”
자신을 찾아왔으니, 고등학생의 실종에 U.M.A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임상무는 U.M.A를 포획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생을 구해달라고 했다.
“네, U.M.A를 포획하는 것보다 고등학생을 찾는 일이 우선입니다.”
강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난번 일로 강신은 임상무가 인명구조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여겼다.
그런 그가 인명 구조를 우선시해달라고 하니, 이는 매우 모순적인 모습이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저도 사람보다 기업의 이익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론 지난번 현장은 기업의 이익을 핑계로 반대했죠. 하지만, 강선임도 아시지 않습니까. 도망가는 징조가 등장한 현장은 불확실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임상무의 말이 사실이었다.
지난번 현장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도망가는 징조가 정말로 있는 건지도 미지수였죠. 설령 포항에 등장한 U.M.A가 정말 도망가는 징조였다 해도, 재해가 일어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확실치 않았죠.”
“…….”
“만약 도망가는 징조를 시간 내에 잡아내지 못했다면…. 생각하기도 싫군요.”
임상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반대했던 것이다.
“강선임,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말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의 목숨보다 제가 아는 사람들의 목숨을 더 걱정했을 뿐입니다.”
이는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였다.
강신이 자신의 손에 닿는 이들이 위험할 때, 무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처럼 임상무는 모르는 이들보다 자신이 아는 이들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모두 같은 생명이겠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아는 사람들이 모르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으면 합니다.”
설령 그것이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고 해도….
임상무는 뒷말을 쓰게 삼켰다.
강신은 임상무가 보여주지 않았던 일면을 새롭게 본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 일은 인명구조가 목적이긴 해도 확실히 회사에도 이익이 되는 일입니다. 혹시 뉴스를 보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점 없었습니까?”
“글쎄요. 이상한 거라…. 실종된 학생이 CCTV에 찍히지 않았다는 정도일까요?”
강신이 뉴스의 내용을 떠올리고 말했지만, 임상무가 기대했던 대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하루평균 발생하는 실종자는 약 104명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유독 저 고등학생만 이렇게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네요.”
조난이나 사고가 아니라 단순 실종이었다.
임상무의 말대로 수많은 실종자 중에서 저 고등학생만 뉴스에 나온 것일까.
경찰이 저 학생을 찾기 위해서 밤을 새워가며 수색하고, 전문가라 불리는 교수들이 서로 앞다퉈 자문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큰 뒷배경을 가진 학생인가 보군요. 최소 국회의원 정도?”
그렇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았다.
언론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학생의 실종을 방송하는 일이나 공권력인 경찰들의 움직임, 그리고 임상무가 자신에게 실종된 고등학생을 찾아달라고 할 정도였다.
고등학생을 찾길 원하는 사람이 가진 권력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네, 맞습니다. 저 고등학생은 야당의 7선 의원 정세찬 의원님의 손자라고 하더군요. 여당의 9선 의원인 이경석 의원님과 정치계의 쌍벽을 이루는 분이죠.”
환생자로서 전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자리를 오른 이경석 의원과는 달리, 자신의 힘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정세찬 의원.
그는 정치계에서 노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인사였다.
하지만 그런 정세찬 의원도 결국 한 아이의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손자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며느리의 연락을 들은 정세찬 의원은 최대한 조용히 자신의 인맥을 이용했다.
정세찬 의원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움직인 건 돈을 뜯어내려는 납치범의 소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납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통 납치범이라면 돈을 뜯어내거나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연락을 해올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런 시도가 전혀 없었다.
결국 납치가 아닌 실종으로 판단하고, 모든 사람이 알도록 언론을 이용했다.
큰 화제가 되면 그만큼 사라진 손주의 목격담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현장 요원들은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정세찬 의원은 7선 의원으로 U.M.A의 존재를 알고 있는 국회 의원이었다.
하지만 손주의 실종이 U.M.A와 관련되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일을 벌였다.
후에 국정원 4차장이 손자의 실종이 U.M.A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온 국민이 실종 사건을 알고 있었고, 보는 눈이 너무 많아졌다.
때문에 U.M.A를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이들을 투입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고등학생 실종 장소에 수상한 사람들이 몰려다니면 귀찮은 사람들이 붙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파파라치든, 기자든 상관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U.M.A의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정세찬 의원은 성신이 데리고 있다는 정보꾼에 대한 소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U.M.A의 정보를 다루고 있으며, U.M.A와 홀로 대응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정보꾼.
정세찬 의원은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기에, 수소문해 직접 정보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HG 그룹의 구 회장과 국정원 4차장, 자신의 정치 라이벌인 이경석 의원까지 찾아갔다.
그들은 모두 정보꾼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만 가득해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정세찬 의원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성신의 박상진 전무에게 연락했다.
박상진 전무는 그 내용을 임상무에게 전했고, 임상무가 강신을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이번 현장은 강선임 혼자 움직이게 될 겁니다.”
사람의 이목이 쏠린 곳이다 보니, 혼자 조용히 움직여야 했다.
“인원이야…. 그렇다 치고 지원은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암묵적인 일이긴 해도 회사에서 지원이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바로 구할 수 있습니다. 또 필요하다면 일대를 수색하고 있는 경찰의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탁한 일이라 그런지 철저하네요. 그보다, 이번 현장에서 나온 U.M.A가 저도 모르는 U.M.A라면 딱히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강신은 만일의 상황을 가정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아니, U.M.A를 발견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임무를 포기하고 대피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임상무님의 말대로라면 어떻게든 학생을 구해야 하는 게….”
“제가 조금 전에 말했잖습니까. 저는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고. 그리고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디까지나 강선임을 파견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요.”
정세찬 의원이 부탁해 어쩔 수 없이 강신에게 부탁하긴 했지만, 사실 이번 일도 임상무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가진 권력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강신을 현장으로 보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래서 임상무는 위험해지면 그 자리에서 임무를 포기하라고 말했다.
물론 강신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말을 이렇게 해도 아마 강선임님은 그 상황이 오면 위험을 무릅쓰고 고등학생을 구하시려 하겠죠.”
“아하하….”
강신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후우…. 뭐,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회사에서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 기억해 주십시오.”
임상무는 아무리 말해도 강신의 고집을 꺾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그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을 아낄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을 거론했다.
“저도 다른 사람을 위해 죽고 싶지는 않아요. 조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믿을 수 없지만, 속아는 드리죠.”
수많은 위험 속으로 거침없이 몸을 던졌던 강신을 떠올리면 누구라도 임상무의 말에 수긍할 것이다.
기분이 풀렸는지, 임상무의 입가에 생긴 작은 미소가 생겼다.
임상무와 대화를 마친 강신은 사라진 고등학생을 찾기 위해 보호 장비와 만능 렌즈, 통신 패치를 챙겼다.
그리고 학생이 실종된 장소인 서초 2동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