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6
205화
강신이 회사를 나와 처음 향한 곳은 소년이 살았던 아파트 단지였다.
혹시 소년이 사라지고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해서 소년이 움직였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서 버스를 타고, 서점 내부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전혀 모르겠는데….”
학생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만 듣고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곳으로 향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신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발견했으면 이미 진작 다른 사람들이 찾아냈겠지. 최철수 차장님에게 연락해볼까….’
강신이 갑자기 국정원 4차장인 최철수를 떠올린 이유는 그가 정세찬 의원에게 손주의 실종에 U.M.A가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거야.”
뭔가 실종 사건에서 심증이 있었기에, 최철수가 정세찬 의원에게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혼자서 조사하는 건 한계가 있어.’
결국, 강신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써보기로 하고, 곧바로 최철수에게 연락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강신이 전화를 걸자마자, 최철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강신의 전화를 덤덤하게 받았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저는 성신 그룹 강신이라고 합니다.”
-아, 강선임님이셨군요. 안 그래도 ‘이번 일’을 맡게 되셨다고 위에서 협조 요청이 내려와서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군요.
최철수는 전화를 건 사람이 강신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곧장 덤덤했던 태도를 바꿨다.
이미 정세찬 의원이 손을 써둔 건지, 최철수는 강신에게 매우 협조적이었다.
“먼저 연락을 주시려고 했다고요?”
-네, 이번 사건에 대해 따로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요. 우선 만나서 이야기할까요?
“좋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강신이 수락하자, 최철수는 곧바로 만날 장소를 지정해 주었다.
다행히 만나기로 한 장소가 근처여서 강신은 바로 그 곳으로 향했다.
‘카페라…. 의외인데.’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기에는 좋지 않은 장소였다.
딸랑.
카페의 문을 열자, 문에 달려 있던 방울이 청명한 소리를 냈다.
카페 내부에는 많은 화분과 꽃들이 있었는데, 마치 공원을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강신은 계산대에서 달달한 음료를 주문하고 가장 구석진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최철수를 기다리며 카페 내부를 구경했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약속 시각에 맞춰 최철수가 서류 가방을 들고 카페로 들어왔다.
그는 내부를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진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강신을 발견했다.
“제가 조금 늦었군요.”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최철수는 가지고 온 서류 가방에서 문서들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종업원의 눈치를 살피고는 바로 자신이 마실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서 카운터로 이동했다.
그동안 강신은 최철수가 꺼낸 자료들을 확인했다.
“실종자 관련 자료들인가.”
최철수가 놓고 간 자료는 최근 5년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흠, 네시스 이 자료들에 나오는 사람들 언론에는 어떻게 공개되었는지 확인해 줄 수 있어?”
-물론이지.
강신이 착용한 만능렌즈를 통해 자료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프로네시스는 국정원에서 제공한 정보들과 대중에게 알려진 내용을 비교했다.
-47세 이명희, 언론 비공개. 34세 강진성, 언론 비공개. 24세 이진수 변심 가출 후 되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고…….
그 동안 주문을 끝낸 최철수가 자리로 돌아왔다.
“하하…. 이런 곳에서 보시면 곤란한 문서입니다만….”
최철수가 자신이 꺼냈던 자료를 강신이 보고 있자, 곤란한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오히려 ‘여기’라서 보는 겁니다만?”
강신의 의미심장한 말에 최철수가 순간 얼굴을 굳혔다.
“혹시…. 누구에게 들으신 겁니까?”
“듣기는 누구에게 듣겠습니까. 들을 필요도 없죠.”
“그럼, 도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이곳은 평범한 카페처럼 운영되고 있었지만, 사실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였다.
국정원 같이 비밀스러운 임무를 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카페로 외부 인사들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요인들을 보호할 때 이곳을 애용했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바리스타 역시 국정원 요원이었다.
바리스타 교육을 모두 이수 받은 건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실제 카페에서 약 1년간 연수까지 받고 투입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카페임을 강신이 알아챈 건 이상한 일었다.
“글쎄요. 어떻게라고 물으셔도 말이죠…. 너무 뻔히 보였어요.”
애초에 국정원 요원이 U.M.A와 관련된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자는 곳이 카페라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함을 느낀 건 바로 CCTV였다.
“요즘 카페들은 대부분 CCTV를 기본적으로 설치하거든요. 그런데 이 카페는 이상하게도 CCTV가 보이지 않더군요.”
“아니, 그런 억지가…. 단순히 CCTV가 없는 가게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죠.”
강신은 간단히 최철수의 말을 수긍했다.
그리고 입구에 놓여진 잎들이 사람 키만큼 자란 식물이 심어진 화분을 가리켰다.
“근데, 제가 눈썰미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분 속에 있는 저 앙증맞은 렌즈와 눈이 마주쳤거든요. 그리고 저기 걸려 있는 유화에도 렌즈가 빛나는 게 보여요. 저쪽 방향제도….”
강신은 카페 내부에 있던 감시 카메라들을 찾아 하나하나 최철수에게 말했다.
“하아….”
카페 내부에는 이미 많은 소형 감시 카메라들이 있어 CCTV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강신은 자신이 감시 카메라를 찾아낸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감시 카메라를 찾은 건 강신의 만능렌즈를 통해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프로네시스였다.
‘정말 절묘하게 숨겨져 있어서 프로네시스가 얘기해줘도 한참을 찾지 못했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시민들이 보면 곤란한 자료들을 당당하게 꺼낸 최철수의 행동까지 고려하면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아, 그리고 저기 하나 더 추가되었네요.”
강신이 손으로 카페 입구를 가리키자, 방금까지 카운터를 보고 있던 바리스타가 Open 팻말을 뒤집어 Close로 바꾸고 있었다.
“하…. 놀라게 할 생각이었는데, 제가 된통 당하는 기분이군요. 강선임님이 말한 부분은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하겠습니다.”
“그건 국정원 분들이 하셔야 할 일이겠죠…. 저는 그런 것보다 이 자료들을 저에게 보여주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강신은 실종된 이들의 명부를 확인하며 최철수에게 물었다.
최철수가 꺼낸 자료의 실종자들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성별, 나이, 사라진 장소와 시간까지 모든 게 제각각이었다.
“그것만 보시면 이해 못 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최철수는 서류 가방에서 다른 자료를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실종자들이 발견되었을 때, 실종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었다.
-멍하니 길을 걷다 보니, 처음 보는 공간이 나왔습니다.
어떤 이는 낯선 숲에서.
어떤 이는 해변가에서.
또 어떤 이는 거울이 가득한 미로에서.
그들은 각자 다른 공간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인터뷰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그 낯선 공간에서 무엇을 봤는지, 무엇을 겪었는지,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매년 이런 사람들이 발생했고, 정부는 이를 U.M.A의 소행으로 단정지었다.
국정원 4차장에게 이 일을 일임했지만, 그들도 딱히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사라지는 시간도, 장소도, 사람도, 완전히 무작위인데 저희가 뭘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신 최철수는 마치 취한 사람처럼 그동안 쌓여 있던 답답한 마음을 강신에게 털어놓았다.
“이번 일도 그래요…. 찾으라고 해서 찾고는 있지만, 가출할 이유도 없고 납치도 아닙니다. 갑자기 사라진 걸 보면 제가 보여드렸던 실종자들과 같은 상황인데…. 저희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국정원 요원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실종된 고등학생이 무사히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최철수의 불만이 이어졌다.
강신은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한가지 단어를 계속 중얼거렸다.
“실종…. 실종이라….”
강신의 포커스는 지금까지 U.M.A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사람들 모르게 고등학생을 납치하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U.M.A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꽤 많은 존재들이 강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신은 고등학생이 움직인 동선을 따라가며, 그런 존재들이 남겼을지 모르는 흔적을 찾아봤다.
그러나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강신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최철수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최철수가 건네준 자료는 U.M.A를 추적하기에는 쓸모없는 자료였지만, U.M.A가 아닌 어떠한 현상이라면 말이 달랐다.
“아, 이걸 이제 떠올리다니….”
“어…. 혹시 뭔가 아시는 게 있으신 겁니까?”
강신의 중얼거림을 듣고 최철수는 그가 뭔가를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은 특이 현상에 의해 일어난 일입니다. 정확하게는 특정 U.M.A의 소행은 아니죠.”
“특이 현상이라면……?”
“일단 저는 이 현상을 흘러 들어간 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차장님이 건네준 자료에서 나오는 실종자들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공간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죠.”
흘러 들어간 자.
누군가를 갑자기 다른 공간으로 보내버리는 이 현상은 최철수가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런 징조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이 현상이 자주 일어나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지역은 바로 버뮤다 삼각지대였다.
사람만 흘러 들어가는 일이 제일 많았지만, 가끔은 비행기 혹은 선박째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흘러 들어간 사람들이 멀쩡히 돌아오는 일도 있었지만,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흘러 들어간 공간이 문제인데….”
흘러 들어간 자들은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까?
숲, 해변, 강, 지하 도시 등등 모두 위치는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이 이동한 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장소라는 점이었다.
“정확히 흘러간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의 ‘구역’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구역……?”
최철수는 구역이라는 말이 생소한 것처럼 보였다.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거주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장소를 의미하는 ‘구역’.
강신은 최철수에게 구역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실종자들이 어떤 구역으로 갈지는 미지수였다.
온화한 신단수 같은 존재가 있는 곳이라면 흘러 들어간 자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존재는 자신의 구역에서 쉽게 보내주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인간을 보자마자, 공격하는 존재가 있는 곳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실종된 소년의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