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6
225화
“그러니까, 저보고 평택 연구소 수송 현장을 감독해달라는 거죠?”
“네.”
강신에게 맡겨진 일은 U.M.A 수송 현장의 감독이었다.
“저는 평택 연구소에 가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U.M.A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수송되는지 모르는데, 괜찮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감독을 맡아달라 하니, 강신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김대리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 것처럼 말했다.
“괜찮습니다. 연구소의 도면과 수송 계획을 모두 공유해 드릴 거니까요. U.M.A는 철저한 계획 속에서 옮겨져 사고가 날 확률도 낮습니다. 강책임님과 다른 요원분들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것입니다.”
강신과 요원들은 사고가 났을 때, 최소한의 피해로 수습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음…. 그렇다면야….”
“수송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알려드리겠습니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대리가 곧바로 이번 계획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큐브의 무게 때문에 화물차로는 옮길 수 없어서 간이 큐브를 이용해 화물차에 실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간이 큐브는 일반 큐브보다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화물차가 옮길 수 있는 무게였다.
“그리고 수송 작전은 총 3번으로 나뉘어서 움직일 겁니다. 첫 번째 수송은 이미 오늘 아침에 끝이 났습니다.”
대규모 수송이라 화물차의 노출을 피하기는 어려웠지만, U.M.A를 옮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람이 적은 새벽부터 U.M.A를 화물차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루에 한 번씩 총 3일에 걸쳐서 옮길 예정입니다. 그리고 화물차 중간중간에는 U.M.A가 아닌 연구 설비를 실은 화물차가 더미로 함께 움직이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화물차를 호위하는 차를 타는 요원들은 최대한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차의 기종과 색을 통일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차들을 타고 호위를 진행한다.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교통량이 많을 때 이동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강책임님 휴가와 겹쳐서 어쩔 수 없이 중요도가 낮고, 사고가 나도 수습이 비교적 쉬운 개체들을 오늘 1차로 수송했습니다.”
“오늘 수송은 무사히 끝났습니까?”
“네, 아무런 문제없이 연구소에 도착해 현재는 간이 큐브에서 연구소에 마련된 큐브로 옮기는 작업을 마무리 중입니다.”
“그럼, 오늘은 제가 할 일은 없겠군요….”
오늘 일은 대부분 끝났으니, 지금 평택 연구소로 간다고 한들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
“강책임님은 2차 수송부터 투입되실 겁니다. 내일 오전 3시부터 화물차에 큐브를 싣기 시작하고, 8시에 수원 지부에서 저와 함께 평택 연구소로 움직일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새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강신은 수송 계획의 세부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자신의 장비를 미리 챙겨 두었다.
그리고 혹시 작전에 자신의 컨디션이 영향을 줄까, 작전 시작 30분 전으로 알람을 맞춰두고는 개인 큐브에서 잠을 청했다.
* * *
띠띠띠띠띠띠-
핸드폰 알람 소리에 강신이 힘겹게 눈을 떴다.
“으으…. 역시 새벽에 일어나는 건 힘드네.”
강신이 베개에 얼굴을 묻고 투덜대자, 프로네시스가 바로 대꾸했다.
-그럼, 다음에는 내가 확실하게 깨워줄까?
“으으…. 그래. 방법이 있으면 부탁하자.”
-좋아, 알았어.
힘겹게 몸을 일으킨 강신은 보호 장비와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 개인 큐브 밖으로 나갔다.
어두웠던 개인 큐브 내부와는 다르게 30층은 이미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먹이로 유인한다고 하지만 위험 등급이 높은 개체니까, 조심해!”
“그쪽 제대로 잡으라고!”
“이게 16번째로 올릴 간이 큐브지?”
생각보다 간이 큐브는 일반 큐브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 간이 큐브들이 거대한 집게 같은 장치로 쉴 새 없이 옮기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혼잡한 현장을 살펴보는데 김대리가 강신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나오셨네요. 화물을 싣고 있긴 하지만, 강책임님이 이곳에서 따로 하실 일은 없습니다. 팰로우님이 직접 지시를 내리는 중이거든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더 둘러봤다.
간이 큐브 옆에 담당자로 보이는 관리팀 연구원 한 명과 보안 요원 둘이 완전 무장을 한 채 경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성기를 든 권영식이 카트를 타고 다니며 지시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B-F 큐브는 충격에 민감한 개체가 들어 있으니까. 특수 화물차로 옮겨! 야! 그거 거기 아니라고! 정신 안 차릴 거야!?”
항상 인자했던 권영식답지 않게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습이었다.
“저희는 지상으로 올라가죠.”
강신이 김대리를 따라 혼잡한 30층을 벗어나 바로 지상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새벽이라 어두컴컴한 게 정상이었지만, 수많은 화물차 불빛으로 인해 지상은 아주 환했다.
이제 막 작전이 시작되었건만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여서인지, 간이 큐브들이 폐창고에 있는 거대한 화물 승강기로 계속 올라왔다,
한쪽에서는 담당 관리팀 연구원이 지원팀 요원의 도움을 받아 화물차에 있는 컨테이너에 간이 큐브들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화물차들 대부분에 짐이 실리자, 어두웠던 하늘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나고 일찍 출근하는 일반 사원들이 회사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물 모두 적재했습니다.”
30층에서 보고를 받은 김대리가 강신에게 이야기했다.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리 지정해 준 YF 소X타에 탑승했다.
운전석에는 김대리가 앉았다.
통신 패치로 회사 외부에서 대기 중인 현장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현 시간부로 수송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A팀 출발합니다. 배정된 화물차 간격 유지하면서 이동하겠습니다.
-B팀, 세 번째 화물차와 간격을 두고 따라가겠습니다.
-C팀….
요원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보고하며 배정된 화물차를 경호하며 움직였다.
화물차가 반 정도 회사 부지를 빠져나가자, 김대리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강신이 타고 있는 차가 화물차 옆을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먼저 출발했던 화물차들이 도착을 알려왔다.
-A팀 선두 도착.
-B팀 도착 5분 전.
사람들의 이목이 조금 끌리기는 했지만, 평택으로 연구 설비와 필요한 물자들을 나르는 것처럼 위장한 수송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중간에 출발했던 강신이 평택 연구소가 있는 공장 단지에 도착하자, 앞서 출발한 화물차들은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현장 감독, 도착했습니다.”
강신이 통신 장비로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U.M.A 관리팀 도착했습니다.
-바로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요. 그전에 시설을 먼저 확인 좀 하겠습니다.”
아직 후미 차량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강신은 작업을 시작하려는 걸 잠시 멈추고, 평택 연구소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평택에 새로 지어진 연구소는 지하 깊이 숨겨진 수원 지부와는 달리 지하 5층 깊이로 넓게 건설됐다.
시설 내부는 연구 장비들이 놓일 곳이 아직 비어 있어 조금 휑해 보였지만, 수원 지부와는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지하 1층은 위장용 창고가 들어설 예정이었고, 2층은 보안 요원과 현장 요원들의 대기실이었다.
지하 3층에 직원들의 휴게를 위한 공간 및 식당이 자리 잡을 예정이었으며, 4층은 실질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연구소와 연구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5층이 포획한 U.M.A를 관리하는 곳이었다.
강신이 도착한 5층에는 비어있는 대다수의 큐브들과 어제 1차로 이송된 U.M.A들이 들어있는 큐브들이 있었다.
이미 도면을 확인한 강신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모든 시설을 꼼꼼하게 확인한 강신은 그제서야, 작업을 지시했다.
“이제 시작하죠.”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U.M.A가 들어 있는 간이 큐브가 지하 5층으로 이송되기 시작했다.
U.M.A 관리팀 연구원과 지원팀은 강신이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맡은 U.M.A를 간이큐브에서 큐브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모두 자신이 맡은 U.M.A에 대한 유의사항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강신이 할 일은 없었다.
아주 가끔 U.M.A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신이 나서기 전에 현장 요원들이 빠르게 상황을 수습했다.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음에도 이송된 U.M.A를 모두 새보금자리로 옮기는 일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관리팀 연구원이 마지막 큐브를 닫자, 강신이 통신 패치로 작전이 종료됨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2일 차 수송 작전 완료했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송이 끝나자, 평택 연구소로 발령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수원 지부로 돌아갔다.
수원으로 돌아가는 길, 이미 첫날 수송작전에 참여했던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편하죠?”
“그러네요.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사실 김대리는 몰랐지만, 강신이 이번 작전에서 마냥 손을 놓고 구경만 한 건 아니었다.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 만능렌즈로 주변 CCTV를 확인했다.
그리고 혹시 침입자가 있을까 경계했으며, 실시간으로 간이 큐브에서 큐브로 이동하는 U.M.A들을 살펴보았다.
탈출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을 옮길 때는 그 근처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김대리의 말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조금 허탈한 느낌을 받았다.
“위험 등급이 높은 개체는 계속 수원 지부에서 관리할 예정이라 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가….”
강신은 평택 연구소로 이송되는 U.M.A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2일 차 수송 작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종료됐다.
강신은 회사로 복귀해 수송 작전을 하는 동안 있었던 내용을 간략하게 보고서로 작성하고, 3일 차를 대비해 조금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음 날 새벽 3시.
띠띠띠띠띠-
어제와 똑같은 알람 소리였지만, 핸드폰이 아닌 개인 큐브 전체를 울릴 정도로 소리가 요란했다.
깜짝 놀란 강신이 몸을 벌떡 일으키곤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네시스!”
-왜 화를 내는 거야? 확실하게 깨울 방법이 있으면 사용해도 좋다며.
분명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이런 방법을 원한 건 아니었다.
-잠이 확 달아나지 않아?
“끄응……. 확실히 잠이 깨긴 했지만, 다시는 이런 방법은 쓰지 마.”
-……알았어.
강신이 정색하며 말하자, 프로네시스가 살짝 풀이 죽은 듯이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
그는 오늘도 별일이 없기를 바라며, 3일 차 수송 작전에 투입할 준비를 했다.
프로네시스가 기행을 벌여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강신은 개인 큐브를 나와 30층의 상황을 지켜봤다.
어제처럼 바로 지상에 올라가 모든 U.M.A를 실을 때까지 대기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굳이 그러지 않고 30층에 남아 일의 진척도를 확인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30층을 돌아다니길 잠시, 당황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뭐, 뭐야! 이게 갑자기 왜 열려!”
“어, 어…! 위험해!”
그렇게 평탄치 않은 하루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