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8
257화
“네피림이라면…. 그 신화에 나오는 그 존재 맞나요?”
“네, 거기에 나오는 네피림을 말하는 거 맞습니다.”
네피림.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뜻했다.
현대의 대중매체에서 네피림들을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하고 축복받은 능력을 받고 태어난 자들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네피림은 신앙의 타락을 뜻했다.
천사(신앙심)+인간(무신앙)은 결국 천사가 신앙심을 잃고 타천하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피림은 죄악의 상징으로 대부분 무차별적으로 동물과 인간을 잡아먹는 존재로 묘사했다.
물론 가끔 용사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긴 했다.
네피림들은 대부분 거인으로 묘사되었으나, 강신이 적은 데이터베이스에는 네피림을 거인이라고 적지 않았다.
“그렇군, 거인이라는 키워드가 없었기 때문에 찾지 못한 거였어. 그럼, 자네가 쓴 네피림은 어떤 특징이 있나?”
권영식이 묻자, 강신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네피림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네피림이 등장하는 소설을 홀로그램 중앙에 띄웠다.
“저는 이 글을 작성할 당시, 사람들의 해석이 담긴 네피림의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건 강신의 특기였다.
신앙이 타락한 증거가 네피림이라고 말했던 다른 이들과 다르게, 강신은 거기서 이야기를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했다.
“만약에 네피림이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했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그게 무슨….”
강신은 네피림이라는 존재를 다룰 때, 그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작했다.
“검과 활이 최고의 무기였던 당시 거인의 존재는 무적에 가까운 존재였을 겁니다.”
현대의 총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가죽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괴물처럼 생긴 다른 거인들과는 다르게 인간과 유사한 생김새의 존재라면, 인간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칸다하르의 거인이 인근 마을에서 신으로 추앙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존재의 등장은 기존에 신을 믿는 세력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직접 볼 수 없는 신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는 눈앞의 거인들을 사람들은 신처럼 여겼을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신도들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게 바로 네피림이라는 존재입니다. 처음 네피림은 천사와 천사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신성시 했죠.”
바위를 부수는 거력과 칼에 베이지 않고, 창에 뚫리지 않는 가죽은 천사의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선전했다.
현대에서는 터무니없는 계략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이 내용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사람과 사람의 입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거인이 천사의 자식이라는 소문으로 기정사실이 되어갈 때쯤, 한 가지 사건이 터졌다.
그들이 네피림이라고 규정했던 거인들이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천사라는 존재는 신이 인간을 보살피기 위해서 보낸 존재였다.
그런 천사의 자식이라 공표했던 존재가 식인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반감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이미 천사의 자식이라고 공표가 되어버린 상황, 이 일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번 꾀를 내야 했다.
천사의 자식인 네피림을 인간과 혼혈로 탈바꿈시킨 것이었다.
네피림은 그렇게 천사와 인간의 혼혈, 인간의 탐욕이 섞여 부정한 존재로 바뀌었다.
이로써 거인이 가진 강대한 힘은 천사의 신성한 힘으로 인간을 잡아먹는 행위와 파괴 본능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죄악으로 꾸며졌다.
“상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존하는 존재에게 프레임을 씌어 신앙심을 유지하게 했다라…. 꽤 재밌는 관점이군요.”
임상무는 강신의 설명을 듣고는 꽤 흥미로워했다.
“그래서, 칸다하르의 거인이 네피림이라는 근거는 뭔가요?”
강대한 힘과 두꺼운 가죽은 대부분 거인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칸다하르의 거인이 네피림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이 부분을 보시죠.”
강신은 자신이 쓴 소설에 나오는 일부 내용을 확대했다.
* * *
-천상에서도 고귀했던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가나안에 강림했을 때, 인간들은 자신들을 위해 지상으로 권속을 내려준 신의 사랑에 칭송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나안은 항상 젖과 꿀이 흘러 모든 이들이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았다.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는 그런 인간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매일 인간들에게 신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명의 마녀가 가나안을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을 학자라고 주장했지만, 기괴한 물건을 사용하는 그녀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여인은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를 보고도 신의 존재를 믿지 못 하겠다는 말을 했다.
신이 내려준 거룩한 땅 가나안에서 그리 떠들 수 있는 담 큰 이가 몇 명이나 있을까.
그곳 사람들은 마녀의 말을 듣고 혹여나 신과 천사가 노여워하며 가나안을 떠날까, 자발적으로 그 마녀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단 심문관에게 맡겨졌다.
이단 심문관은 그녀를 마녀로 지정하고, 종교 재판은 신을 모욕한 죄를 물어 그녀에게 화형을 선고했다.
그때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그들을 말렸다.
천사가 어째서 신을 모욕한 마녀를 감쌌는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천사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은 없었다.
천사는 마녀로 낙인찍힌 여자에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신에 대한 위대함을 그녀에게 설파하려 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항상 ‘왜?’ 였다.
그녀는 신이 어째서 아무런 이유 없이 인간을 사랑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인간을 가엾게 여기는지 물었다.
신은 어째서 자신의 모습을 인간에게 드러내지 않는지 물었다.
그리고 신의 종자인 천사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물었다.
천사는 그녀의 마지막 질문에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냐는 질문의 답은 천사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천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신의 말을 전한다는 핑계로 매일 매일 그녀를 찾아갔다.
신을 믿는다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날 터였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여자가 말하는 천사가 알지 못한 세상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사는 인간 여자에게 더욱 빠져들었고, 결국 천사는 금기를 저질러 버렸다.
그 결과, 천사의 아름답고 찬란한 열두 장의 날개는 밀랍처럼 쉽사리 녹아내렸고, 고귀했던 천사는 인간이 되었다.
그렇게 녹아내린 열두 장의 날개는 고스란히 여자의 뱃속으로 들어가 한 생명을 잉태했다.
고귀한 천사였던 이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그와 그의 연인이 된 마녀를 가나안에서 영원히 추방했다.
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떠나, 긴 시간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세상을 돌아다니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가나안에서만 살았던 천사는 넓은 세계를 돌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았고, 많은 걸 느꼈다.
그리고 한 생명이 태어나는 그 날이 왔다.
그 아이는 보통 아이들보다 체격이 컸으며, 천사가 가지고 있던 날개의 개수처럼 손가락과 발가락을 각각 열두 개씩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천사의 아이를 낳은 죄를 물은 것일까?
여인은 산고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천사와 여인이 넓은 세상을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여인의 지식 덕분이었다.
학자라고 주장했던 그녀는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그간 부족하지 않게 지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더는 이곳에 없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사와 인간과는 다른 생김새를 가진 아이만이 남겨졌다.
천사의 외모는 인간이 되었다고 달라지지 않았기에, 많은 여인들이 그의 외모에 홀렸다.
여인들은 그에게 도움을 주려 했지만, 천사는 도움을 거절했다.
그는 아이를 먹이기 위해 인간의 오물을 푸는 비천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사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아름다운 천사의 외모를 질투한 남자들이 천사의 아이가 이상하게 생긴 걸 핑계 삼아 그들을 악마로 몰고 갔다.
천사는 자신은 악마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아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천사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한때 찬란한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지고 있던 천사는 그렇게 인간들에게 붙잡혔고, 모진 고문 끝에 신의 곁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아이는 인근 산으로 도망쳐버렸다.
야외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는 죽지 않았다.
아니, 죽지 못했다.
그것이 신의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떤 힘이 모든 위협에서 아이를 지켜주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아이는 인간의 언어도, 문화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짐승으로 살아남았다.
아이의 덩치는 나날이 커졌으며 덩치에 맞게 주위의 동물들을 사냥해 먹고, 또 먹었다.
아이의 몸은 항상 동물의 피로 젖어 있었다.
천사를 닮아 찬란히 빛났던 금발과 몸에 난 모든 털이 어느새 동물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거인의 소문은 먼 곳까지 퍼졌고, 네피림으로 불리게 되었다.
* * *
“재밌네요…. 여기에 들어간 내용들, 은유법으로 쓰셨군요.”
임상무는 강신이 쓴 소설을 보고 숨겨진 의미를 곧바로 알아챘다.
하지만 김대리는 임상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 못한 표정이었다.
“여기 등장하는 천사는 그저 가나안에서 상징적인 위치에 있던 인간입니다.”
“에…? 하지만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라고….”
“지금으로 따지자면 특별한 직책 같은 거겠죠. 만약 여기 묘사된 천사가 정말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면, 마녀로 취급된 여자는 바로 신의 존재를 믿었을 겁니다.”
날개 달린 천사의 존재 자체가 신이 존재함을 증명하는데, 그녀는 그런 천사를 보고도 신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그리고 마녀로 몰린 여성은 자신이 말한 대로 고명한 학자쯤 되겠군요.”
당시 시대상으로 생각하면 여인은 학자로 인정해주지 않았기에 마녀로 몰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날개가 녹아 내렸다는 건 아마도 지위를 박탈당했다는 소리겠죠.”
아무리 지위를 박탈당했다고 한들 그가 소속된 가문은 가나안에서도 알아주는 곳이었을 테니, 다른 사람들은 그를 죽이자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하, 이거 무슨 국어 시험 문제 같네요….”
김대리가 임상무의 말을 듣고 다시 강신의 소설을 읽어보았다.
강신은 자신이 칸다하르의 거인을 왜 네피림이라고 추측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칸다하르의 거인은 붉은 털을 가지고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각각 12개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고, 특별한 힘이 모든 위협에서 거인을 지켜주는 것까지. 모두 네피림의 특징과 일치하죠.”
강신의 말대로 칸다하르의 거인은 네피림과 동일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