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9
258화
개인 큐브에 모인 이들은 칸다하르의 거인이 네피림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거인이 가진 특징이 모두 네피림의 것과 동일했으니,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픈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건 거인이 있는 현장으로 나가 거인을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것이었다.
“그럼, 인원 편성은 어떻게 하겠나? 척부장과 1팀은 다른 일을 맡아서 해외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네만…. 그들이 복귀할 때까지 기다릴 텐가?”
권영식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번엔 3팀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3팀?”
“네.”
강신이 생각했을 때, 이번 현장은 1팀보다 3팀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흠…. 그래, 3팀이라…. 뭐, 자네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3팀을 요청하는 것이겠지. 알겠네.”
“저는 3팀 일정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요청을 보내 협력을 얻어야겠군요.”
말이 협력이지 수원 지부에서 임상무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곳은 몇 없었다.
“그럼, 저는 강책임님과 3팀 요원들이 탈 항공편, U.M.A가 있는 장소까지 이동할 교통편을 알아봐야겠네요.”
“가지고 나갈 장비들도 손질해야겠군.”
권영식, 임상무, 김대리가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때, 갑자기 카밀라가 살짝 손을 들어 보였다.
평소 회의에서 자신의 주장을 잘 꺼내지 않는 그녀가 손을 들자, 순간 울프 팀 요원들의 모든 이목이 카밀라에게 쏠렸다.
“저기…. 이번 현장,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카밀라가 자진해 현장으로 나가겠다고 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혹시 현장에 나가고 싶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뭔가 이유가 있지 않으면 설명이 어려웠다.
거인이 있는 장소는 칸다하르 인근에서 해발 1,000m나 되는 꽤 험준한 산악 지형이었다.
무엇보다 거인이 사는 동굴은 평소 카밀라가 피하는 장소였다.
그런 그녀가 이런 부탁을 한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카밀라는 얼굴을 붉히고는 작은 목소리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다.
“요즘 지급되는 피가 부족해서요….”
“어, 음….”
“흠….”
카밀라의 답변에 울프 팀 요원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마치 철딱서니 없는 아이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우…. 피가 부족한 것이면 이번 달은 피를 조금 더 드릴게요.”
강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지만, 카밀라가 양손의 검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피도 피지만…. 그 현장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녀의 대답에 김대리가 의문을 표했다.
“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요? 이번 현장 엄청 위험한 곳인데요?”
“네피림이라는 U.M.A는 잘 모르지만…. 그 거인이라는 종족은 저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거든요.”
“거인을 본 적이 있다고요?”
“네, 뭐…. 희귀하긴 해도 옛날에는 가끔 보이긴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카밀라는 인간은 살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다.
그 긴 세월 동안 다른 U.M.A를 봤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거인들은 대부분 머리가 나빠서 제 유혹에 더 쉽게 빠지죠. 말하자면 상성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카밀라 양이 현장을 따라가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
“그쵸?!”
권영식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자, 카밀라가 반색했다.
하지만 임상무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팰로우님 지형이 너무 험합니다. 훈련받은 요원들도 힘들어하는 곳인데….”
평소 운동도 하지 않는 카밀라의 체력이야 보지 않아도 뻔했다.
현장은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위험이 즐비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장소였다.
그런 곳에 체력이 약하고 평소 호흡도 맞춰보지 않은 인원이 추가되면 작전이 지연될 확률이 높았다.
“같이 가죠.”
“강 책임?”
뜻밖의 대답에 임상무가 강신을 불렀다.
“조금 천천히 이동하면 괜찮을 겁니다. 만약 카밀라의 능력이 네피림에게 통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신은 임상무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카밀라도 보통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미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생존 능력은 증명된 셈이었다.
“으음…. 강책임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현장으로 함께 나갈 강신이 데리고 간다고 하니, 임상무는 더는 반대할 수 없었다.
결국 카밀라도 현장에 나가기로 결정됐다.
“카밀라 양의 보호 장비가 분명 드레스 타입이었던 것 같은데…. 수선하려면 지금 움직여야겠구만….”
권영식이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찾아 떠났다.
현장으로 나간다고 결정했지만, 강신과 일행들이 바로 출국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국내에서 반출이 가능한 장비들을 골라서 승인을 받아야 했으며, 3팀의 임무를 다른 팀에 인수인계해줄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강신은 김만복에게 찾아가 한 가지 부탁을 했고, 김만복은 그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강신은 김만복에게 전해 받을 물건으로 권영식에게 한 가지 장비를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준비 기간이 더 길어졌지만, 강신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까지 아무도 공략하지 못한 곳인데, 조금 더 늦어진다고 문제 될 건 없으니까요.”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순조롭게 칸다하르 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시끄러운 사무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외견으로 봤을 땐 평범한 회사 사무실 같았지만,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일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한 명이 뭔가 빽빽이 적혀 있는 종이를 들고, 급하게 제일 안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디렉터님! 성신 그룹이 칸다하르 거인의 일을 수주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디렉터라고 불린 늙은 남성은 푸른 눈으로 남자가 가지고 온 자료를 확인했다.
“칸다하르라…. 지금 여유가 되는 팀이 누가 있지?”
“212팀이 한국에서 실패한 이후로 대기 중입니다.”
“그 팀은 이미 한번 실패했잖아. 안돼, 그 외에 다른 팀은?”
“73팀이 일주일 후,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일들을 212팀에게 넘기고 바로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남성이 떠나자, 디렉터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흥, 그냥 당하고는 못 넘기지. 이번에는 기필코 뺏어주지.”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한입 베어 먹은 와플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 * *
며칠이 지나고 모든 준비를 마친 강신과 일행들은 칸다하르 공항으로 떠났다.
강신과 일행들이 한국에서 가져갈 수 있는 물건들은 아쉽게도 몸을 보호할 보호 장비와 몇몇 소모품뿐이었다.
거인을 상대할 때 사용할 무기나 그 외 필요한 장비들은 김대리가 이미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을 통해 구매를 진행했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 중에는 산악용 SUV 방탄차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는 사람들과 건물들이 넘쳐났다.
강신과 일행들은 김대리가 준비한 차량에 가지고 온 물건들을 실어 그대로 칸다하르 중심을 빠져나갔다.
미 정부에게서 받은 좌표가 적힌 방향으로 차량을 몰아 도시 외곽으로 빠졌다.
도심은 도로가 깔끔하게 닦여 있었지만, 한참을 외곽으로 이동하자 도로가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길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덜컹, 덜컹.
길이 평탄치 않아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자, 카밀라가 엉덩이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으으…. 길이 너무 험하네요.”
그런 카밀라의 투정에 김대리가 대꾸했다.
“이것도 그나마 편하게 이동하는 겁니다. 조금 후면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지형이 나옵니다. 그때는 각자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합니다.”
“으윽….”
카밀라가 질색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현장이었기에 불평할 수 없었다.
칸다하르에서 동남쪽으로 40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드 카와이 칼라이(De Khwagey Kalay)로 이동했다.
칸다하르 인근이라고는 했지만, 이동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일행들은 바로 산으로 진입하지 않고, 산악의 초입에서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는 거죠? 근처 마을에서 묵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카밀라가 의문을 품고 묻자, 강신이 곧잘 대답해주었다.
“지역 자체가 외부인들에게 위험한 곳이기도 하지만…. 저희가 가지고 온 장비들을 생각하면 현지 주민과 접촉하지 않는 게 좋거든요.”
근처 마을에서는 거인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무기를 들고 온 외지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외지인들이 거인을 사살하기 위해 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흐음…. 그렇구나.”
강신의 설명을 듣고 카밀라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던 이순자가 강신을 찾아왔다.
“강책임님, 캠프 설치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요. 오늘은 이곳에서 휴식하고 내일부터 움직이실 거죠?”
이순자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칸다하르에는 오전에 떨어졌지만 필요한 물자들을 챙기고 이동하니, 시간이 오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상태로 올라가 봐야 거인이 있는 동굴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날이 어두워질 시간이다.
동굴 안이 어두운 건 날이 밝으나, 어두우나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휴식없이 작전을 실행하는 것보단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변수를 줄이고 피로도를 생각하면 그게 좋을 것 같으니까요.”
배제할 수 있는 변수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변수를 줄인다라…. 그럼 호흡이 잘 맞는 1팀을 데리고 오는 게 낫지 않았나요?”
현장 팀의 넘버가 그들의 능력을 구분하는 건 아니었지만, 척준신이 이끄는 1팀은 다른 팀들도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요. 이번 현장은 1팀보다는 3팀이 훨씬 유리할 겁니다.”
“저희가 더 유리하다고요?”
“네, 1팀 요원들이 쓰는 무기는 대부분 날붙이죠. 그런데 이번 현장에는 날붙이가 필요 없거든요.”
대구경 탄환도 막는 가죽에 날붙이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1팀 전부가 날붙이를 쓰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척준신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날붙이 무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순자가 이끄는 3팀은 달랐다.
“아~ 그래서 저희 팀을 지목하신 거군요.”
이순자의 주 무기는 강신과 같은 건틀릿이다.
그리고 그녀의 팀원들은 다른 팀에 비해 날붙이를 사용하는 요원의 수가 적었다.
그리고 이번에 강신이 요청한 물건 중에는 아라미드 로프를 한계까지 꼬아서 만든 쉽게 끊어지지 않은 그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순자는 강신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알아차렸다.
“강책임님은 거인을 사살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채로 포획하실 생각이군요?”
강신은 그런 이순자의 질문에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