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7
256화
세계 각 지역에서 실제로 여러 종류의 거인들이 발견되었다.
아직 일반인들에게 거인의 존재를 발표하는 건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U.M.A 국제회의는 생각했고, 주기적으로 거짓 소문을 흘렸다.
예를 들면 거대한 뼈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고 거인의 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U.M.A 국제회의는 일부러 허점이 가득한 음모론들을 퍼트렸다.
‘그래야, 사람들이 가짜라고 믿을 테니까.’
이상함이 느껴지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면, 사람들은 곧 조작됐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사람들은 거인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또 조작된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쁘지 않은 작전이었지….’
가끔 실제로 포획한 거인의 정보가 인터넷에 풀리더라도 기존에 뿌려 놓은 허위 정보 덕분에 수습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렇게 뿌려진 허위 정보 중 2016년에 U.M.A 국제회의에서 퍼트린 게 바로 칸다하르의 거인이었다.
강신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칸다하르 거인 음모론과 이번에 미국 지부에서 요청해 온 정보를 비교했다.
‘거인에 대한 묘사는 비슷해.’
미국 지부에서 보내온 자료에는 사진도 있었다.
붉은 머리, 붉은 수염, 손가락과 발가락이 각각 6개씩 있는 건 똑같았다.
사진 속 거인은 다 헤진 가죽으로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거인은 긴 창과 더불어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 지방에서 신으로 받드는 것까지 비슷한데….’
칸다하르의 거인은 그 지방에서 신으로 떠받들어지며, 제물을 받고 있었다.
물론 거인은 신과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만약 칸다하르의 거인이 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미군에게 들키지 않도록 자신만의 구역을 만들었을 테니까.’
처음 투입된 수색 부대가 전원 사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미군은 작전 중 사망, 실종자의 인명부를 공개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인과 접전 끝에 사망했다는 걸 공개할 수 없었다.
그들을 모두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에 휘말려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각주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음모론과 가장 차이가 심한 내용은 수색 부대가 전멸한 이후, 투입된 특수 부대원에 대한 것이었다.
‘……특수 부대가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고?’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3명.
그들도 그때 당시에 겪었던 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남아버렸다.
세상에 퍼진 음모론에서는 거인을 사살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미군은 거인을 죽이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인의 신체는 연구 가치가 높아, 신체를 훼손할 수 있는 무기의 사용을 금했다.
거인이 머무는 동굴에 벙커 버스터라고 불리는 미사일을 한 발만 쏴도 거인은 죽었을 것이다.
미군은 거인의 신체가 탐이 났는지, 최대한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거인의 육체를 얻고자 했다.
그렇게 거인의 사살하고 온전한 사체를 얻기 위해 몇 차례 더 추가로 병력을 투입했지만….
‘왜 계속 실패한 거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인명 피해가 생긴 상황에서 미군이 준비를 대충 했을 리 없다.
아니,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군은 거인을 포획은커녕 사살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미사일 같은 무기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상했다.
꼭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미군이 가지고 있는 첨단 무기라면, 거인을 사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신체가 조금 훼손되는 걸 감안하고 대물저격총(對物狙擊銃)이라 불리는 대장비 저격총을 사용한다면 멀리서 충분히 사살이 가능했다.
보고서 뒷부분에는 미군들이 가져갔던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권총뿐만 아니라 개인화기, 심지어 강신이 생각한 대물저격총까지 준비했다고 적혀있었다.
미군은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반동이 적은 무기들은 드론을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것으로 보였다.
많은 무기를 사용했음에도 어째서 거인을 잡지 못했는지 보고서를 계속 살펴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거인의 가죽이 두꺼워서 가지고 간 무기가 통하지 않았다고?”
강신이 턱을 쓸었다.
단지 가죽이 두껍다고 해서 넘기기에는 설명이 부족했다.
대물 저격총은 애초에 인간에게 사용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
방탄판을 뚫거나 경전차나 장갑차를 잡으라고 만든 무기였다.
거인의 가죽이 아무리 두껍다고 한들, 견고한 장갑차보다는 약한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인이 들고 있는 방패를 완전히 부수고, 몸에 적중한 대구경 탄환이 거인의 가죽을 뚫지 못한 채 찌그러져 바닥을 굴렀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온전한 거인의 사체를 얻기 위해서 U.M.A를 연구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거인이 발견된 건 2002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이미 많은 기업이 거인을 제압하기 위해 투입되었지만, 어느 곳도 거인을 제압해 미국 정부에게 넘길 수 없었다.
그건 성신도 다를 것이 없었다.
미국 각 주에 있는 성신 지부가 단합해서 준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 정도 됐으면 포기해도 좋으련만 미국 정부는 자신만만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실패하자, 견고하고 단단한 거인의 가죽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강대한 거인을 포획, 혹은 사살하는 걸 도와달라는 요청을 두고 강신은 고민했다.
거인의 정체는 짐작 가는 게 있었다.
그랬기에 강신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면 안 되겠는데….’
강신은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울프 팀 요원들을 서둘러 호출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팀원들이 하나씩 강신의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하지만 급하게 호출해서일까, 척준신과 장웨이는 강신의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
“척부장님과 장대리님은 그리프로 옮기는 원석을 경호하기 위해 나가셔서 자리에 안 계십니다.”
김대리의 설명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팀원을 모은 이유를 꺼냈다.
“오늘 소집한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강신은 자신이 보고 있었던 자료를 홀로그램으로 보여주었다.
자료를 보고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김대리였다.
“아, 이거….”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김대리가 자료를 다 보지 않았음에도 아는척했다.
“아시는 내용입니까?”
강신이 묻자 일행들을 한번 살펴보고는 입을 열었다.
“음…. 이 현장은 저희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꽤 유명한 이야기니까요.”
김대리의 말에 권영식과 임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칸다하르의 거인은 U.M.A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현장이었다.
미국 정부가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개 입찰을 진행한 탓도 있지만, 표적이 지정된 장소에 있고 정체가 확실함에도 긴 시간 동안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현장으로 유명했다.
“강책임님, 미국 정부에서 걸어둔 조약들 확인은 하신 거죠?”
미국 정부는 일을 맡은 기업들에게 몇 가지 당부와 비슷한 조약들을 걸어 놓았다.
김대리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확인했죠.”
첫째, 거인을 사살할 때는 사체를 보존하기 위해 대인용 무기만을 사용한다.
둘째, 거인의 시체는 미합중국 소유권을 가지며 대신 미정부가 공개한 카탈로그에서 원하는 U.M.A 하나를 해당 기업에 제공한다.
셋째, 작전에 임하는 모든 비용과 실패 시 모든 책임은 해당 기업이 부담하며 미정부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넷째, 해당 지역은 분쟁 지역으로 특정 단체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에 미정부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만큼 불공정 조약이 없었다.
거인을 처리해도 그 시체는 미정부가 가져가며, 모든 비용은 기업에서 감당해야 했다.
심지어 분쟁 지역에서 ‘어떤’ 단체에게 폭탄테러를 당해도 불평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정부가 공개한 카탈로그 안에 있는 U.M.A중 원하는 개체를 제공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카탈로그 구성도 재밌더군요.”
처음에 기업들은 대구경 탄환을 막을 정도로 단단한 거인의 가죽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나중엔 미국 정부에서 공개한 카탈로그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각 기업이 어떤 U.M.A를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준비해놨더군요.”
미국 정부는 예전부터 국가 차원으로 U.M.A를 포획하고 연구하고 있었다.
때문에 기업들이 원하는 U.M.A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U.M.A만 넘기는 것도 아니었다.
“기업이 원한다면 해당 U.M.A의 연구 성과도 함께 넘겨준다고 했으니,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이득이죠.”
직접 연구하지 않고 연구 성과와 함께 U.M.A를 받을 수 있다면, 기업에서는 연구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셈이었다.
거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명시된 조건 말고도 이 현장을 해결하면 기업의 편의를 봐줄 수 있다고 U.M.A 국제회의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임상무는 예전에 미국 정부의 대리인이 나와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U.M.A와 연관된 기업들이 모두 나온 자리에서 했던 말이라, 쉽게 무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거인을 잡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강책임님이 작성하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거인에 대한 정보를 모두 활용했는데도 실패했다고 들었는데요?”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강신이 작성했던 데이터베이스에는 여러 거인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그리고 미국 지부에서는 이 정보를 토대로 칸다하르의 거인을 사살할 작전을 세웠지만 모두 실패했다.
즉, 강신이 쓴 데이터베이스에는 칸다하르 거인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뜻이었다.
뛰어난 기술력이 들어간 장비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정보도 없는 U.M.A를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현장이 해외라면 더더욱 그렇다.
“괜찮아요. 짐작 가는 게 있거든요.”
아무리 칸다하르의 거인이 흥미를 끌었다고 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U.M.A를 상대할 정도로 강신은 무모하지 않았다.
“짐작 가시는 게 있다고요?”
데이터베이스의 거인에 대한 정보를 다 이용했는데 실패했던 현장이다.
그런데도 강신은 짐작 가는 게 있다고 하니, 김대리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네, 그리고 만약 제가 생각하는 그 존재가 맞다면, 미국 지부에서 해당 U.M.A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한 것도 납득이 가죠.”
강신은 분명 칸다하르의 거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을 가진 U.M.A에 대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 지부에서 해당 U.M.A를 특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해당 U.M.A를 거인이라고 표기하지 않았거든요.”
단지 그뿐이었다.
단어 누락으로 인해서 오랫동안 정보를 찾지 못했다는 소리에 김대리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 U.M.A의 정체가 뭔가요?”
한숨을 내쉰 김대리가 강신에게 묻자, 강신의 입에서 해당 U.M.A를 지칭하는 이름이 흘러나왔다.
“혹시 네피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