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61
260화
강신의 지시에 김대리가 요원들이 동굴 앞에 깔아둔 장치를 작동시켰다.
-위이이이잉~~~
-콰아앙! 쾅!
-빰! 빰, 빰빠밤.
-웨용~ 웨용~
요원들이 설치한 장치들에서 온갖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작은 스피커에서 저런 소리가 난다는 것도 대단하네요.”
요원들이 설치한 사각형 모양의 장치는 바로 스피커였다.
크기는 작지만 성신의 최신 기술이 들어가있어, 어떤 스피커보다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는 스피커 반대 방향에 있는 강신과 요원들도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런 소리가 동굴 내부로 들어갔고, 동굴의 특성상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는 동굴 가장 안쪽에 있는 거인의 침실까지 도달했다.
어떤 생명체라도 곤히 자고 있을 때, 억지로 깨우면 짜증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깨우는 방법이 듣기 싫은 소음을 내는 거라면 짜증을 넘어 화가 날 게 분명했다.
마침내 자신의 단잠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거인이 깨어났다.
그리고….
-크우어어어어어어!!
동굴 깊숙한 곳에서 분노한 거인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와…. 저렇게 깨우면 나도 정말 화났을 것 같은데….”
카밀라가 잠을 방해받은 거인의 마음을 이해했다.
강신도 개인 큐브에서 한번 당해본 전적이 있었던 터라, 카밀라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거인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 또한 강신이 세운 계획의 일부였다.
쿵! 쿵! 쿵!
거인이 동굴에서 뛰어나오고 있는 게 지면의 흔들림을 통해 그대로 강신에게 전해졌다.
-입구에 근접했습니다.
드론의 모니터를 확인한 김대리가 강신과 일행들에게 거인이 동굴에서 나올 것을 경고했다.
김대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굴에서 4m에 가까운 거대한 거인이 튀어나왔다.
“크어아아아!!”
거인의 표정을 통해 속된 말로 얼마나 빡쳤는 지 그대로 전해졌다.
동물의 가죽으로 하체 중요 부위를 가린 채 등장한 거인.
나무로 만든 조잡한 방패와 동물의 뼈를 깎아 만든 날이 달린 커다란 창을 들고나왔다.
거인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사전에 들었던 대로 각각 6개씩, 총 12개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잠을 깨운 소리를 내는 게 이상한 장치인 걸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부우웅!!
콰장창!
거인이 휘두른 창이 스피커들을 파괴했다.
하지만 잘 분산해 놓은 스피커들을 한 번에 모두 파괴할 수는 없었다.
소음의 원인이 되는 스피커를 파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거인은 더 짜증이 났다.
“우어어!!”
콰직! 콰직!
스피커를 그냥 부수는 것으로 화가 풀리지 않는지, 거인은 망가진 스피커를 발로 짓밟다 못해 뭉개버렸다.
큰 소리가 사라지자, 자신을 뒤쫓던 작은 드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것마저 추락시켰다.
그러고 나자 조금 화가 풀렸는지, 호흡을 급하게 몰아쉬었다.
“훅…. 훅….”
하지만 거인을 짜증 나게 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 갑니다.”
강신이 흥분을 가라앉히는 거인을 보고, 이순자와 카밀라에게 말했다.
그리고 숨어 있던 장소에서 일어나 거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바스락…. 바스락….
강신이 걸을 때마다, 주변 풀들이 소리를 냈다.
방금까지 스피커가 큰 소리를 내서 놓칠 만도 한 작은 소리였지만, 거인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거인이 고개를 돌려 강신을 바라봤다.
강신과 거인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사냥감을 발견한 거인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싹.
순간 강신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포식자에게 걸린 초식동물이 이런 느낌일까, 공포와는 다른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몸이 굳은 것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래서 미 정부가 기업 쪽으로 일을 돌린 건가.’
그간 현장에서 많은 U.M.A를 봐왔던 강신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다른 이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끼잉…….
강신의 기분을 느낀 것인지 그림자 속에서 초코가 앓는 소리를 냈다.
거인은 강신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고, 창을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강신에게 접근했다.
쿵! 쿵! 쿵!
거인이 도움닫기를 하자, 지면이 심하게 울렸다.
거인은 강신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강신에게 창을 내질렀다.
아무리 보호 장비의 차단력이 높다고 해도 저 공격을 허용하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초코야!”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강신은 다급하게 초코를 불렀다.
-컹!
초코는 그림자에서 거대한 앞발을 꺼내 강신을 공중으로 밀어 올렸다.
덕분에 강신은 거인이 내지르는 창을 피할 수 있었다.
무방비하게 하늘로 날려진 강신은 공중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래도 초코가 공중으로 몸을 밀어준 덕분인지 강신의 굳어 있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을 구른 강신은 재빨리 일어나 이어질 거인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강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거인은 곧바로 강신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뭐지?’
거인은 강신에게 내질렀던 창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강신을 바라봤다.
마치 강신이 어떻게 자신을 창을 피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하지만 이내, 강신이 자신의 창을 피한 걸 우연이라 생각했는지 들고 있던 거대한 창을 강신에게 집어 던졌다.
투웅!
거대한 창이 거인의 손을 떠나자,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신을 향해 날아왔다.
만약 첫 공격이 투척이었으면 피할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강신은 빠르게 날아오는 창을 피하고자 다시 한번 바닥을 굴렀다.
퍽!
거인의 창이 단단한 지면에 깊게 박혔다.
강신이 곧바로 몸을 일으켰을 때, 거인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강책임님! 위!
요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를 바라보자, 어느새 도약한 거대한 거인이 깍지를 낀 양손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의 뇌리에서 경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저건 위험해.’
어디까지나 자신의 감이었지만, 거인이 내지른 창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강신은 뒤도 안 보고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콰앙!
쩌저적!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음이 들리고, 방금까지 강신이 있었던 자리의 땅이 갈라지며 지면이 흔들렸다.
다시 한번 지면을 구르던 강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쳤다.
“초코야!”
-컹!
그대로 초코의 앞발이 강신의 몸을 거인과 반대쪽으로 밀어주었다.
공중으로 날아간 강신이 그대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 착지했다.
바닥을 내려친 거인이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록타! 르가르!”
번역 알약을 먹은 강신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내뱉은 거인이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거인은 땅에 박혀 있는 창을 다시 집어들고 강신을 쫓았다.
그렇게 강신과 거인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거인의 공격은 강신의 예상보다 빨랐다.
거인이 휘두르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강신은 위협적인 공격에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순자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계획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난입해 강신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강신은 체력적으로는 괜찮았지만, 생사를 위협하는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적으로 피로가 꽤 쌓였다.
반면 흥미로운 사냥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니, 처음 보였던 흥미를 잃었고 점점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거인의 모습을 본 강신이 이를 악물었다.
으득.
‘조금만 더 흥분해라.’
거인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강신을 보고, 점점 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로리아!!!! 가르타!!”
안 그래도 자신의 단잠을 방해하는 짜증 나는 소음 때문에 이미 한번 화가 난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을 도발하는 난쟁이까지 결국 거인의 화가 폭발했다.
고함을 지른 거인은 창으로 표적을 찌르는 게 아니라, 창대를 휘둘러 넓은 면적으로 맞추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신이 눈을 빛내며 외쳤다.
“지금!”
-알겠어요!
강신의 지시에 은폐하고 있던 카밀라와 이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카밀라가 거인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자자, 착하지~ 멈춰봐.”
“로…. 로옥타….”
쿵!
창대를 휘두르던 거인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창을 놔버렸다.
거인이 카밀라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이제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달콤한 소리였다.
거인이 헤벌쭉해서 카밀라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래, 이리 오렴.”
카밀라가 천천히 거인을 자신 쪽으로 유인했다.
“그르르….”
거인이 그런 카밀라에게 접근하자, 이제까지 도망을 치던 강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성공했네요.”
그 모습을 본 이순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강신을 나무랐다.
“성공해서 다행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무리하셨던 건 아시죠?”
“그래도 확실히 성공했잖아요.”
카밀라의 유혹은 어떤 감정이 극에 달해 있을수록 쉽게 빠져들었다.
처음 계획은 스피커 소리로 화가 난 거인이 동굴을 빠져나오면, 바로 카밀라가 유혹하는 것이었다.
허나 카밀라의 유혹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카밀라가 유혹에 실패했을 때 생길 리스크를 계산했다.
‘과연 카밀라가 거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강신의 예상은 아니다 였다.
그렇다고 실패를 예상하고 카밀라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요원들을 배치하면, 정작 필요한 작전에서 움직일 인원이 부족해졌다.
강신은 카밀라의 안전을 도모하며 거인을 보다 쉽게 유혹할 방법을 생각했다.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킨 뒤,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상태로 만들면 되겠지.’
카밀라가 유혹에 실패해도 앞에서 화나게 한 건 강신이었으니, 카밀라가 안전히 뒤로 몸을 뺄 수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거인에게 쫓기면서 쉽게 피할 수 있는 공격도 일부러 잡힐 듯, 말 듯 거인의 화를 돋웠다.
그리고 그 결과가 현재였다.
“자~ 여기 누우렴….”
카밀라가 바닥을 손으로 툭툭 치자, 거인은 천천히 바닥에 누웠다.
“좋아요. 그럼 이제….”
강신이 막 품속에서 헥사곤 바인더를 꺼내려고 할 때였다.
퉁! 퉁! 퉁!
갑자기 동굴 위쪽에서 두꺼운 철제 그물들이 거인에게 쏟아졌다.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성신 요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야, 애초에 이곳으로 철제 그물을 가져온 기억이 없었으니까.
요원들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때, 이미 강신은 움직이고 있었다.
거인의 곁에 있던 카밀라가 철제 그물에 휘말리지 않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철제 그물이 떨어지는 반경에서 몸을 뺐다.
철제 그물들은 거인의 움직임을 구속했다.
“꺄악!”
카밀라는 놀라 비명을 질렀고, 거인에게 향해있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 버렸다.
카밀라의 유혹에 빠져 있던 거인은 곧 제정신을 차렸다.
“크르르…. 그록타!!!”
거인은 방금까지 느꼈던 몽실몽실한 느낌이 사라지자, 분노해서 눈을 붉게 빛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