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7
26화
권영식은 수십 분 동안 쉬지 않고 프로토 타입의 장비를 자랑했다.
그러다 시간을 확인하고 아쉬운 듯이 말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바인딩 헥사곤의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장비 말고도 다른 용무가 있으셨나요?”
“물론이지. 갑자기 장비를 가지고 자네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겠나.”
장비를 사용하는 곳은 정해져 있었으니 정답은 어렵지 않았다.
“제가 나가야 하는 현장이 있나 보군요?”
“맞네. 조금 더 휴식할 시간을 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자네가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네.”
권영식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U.M.A.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강신의 도움이 필요했다.
“위험 등급은 어떤가요?”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주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프로토 타입의 포획 장비를 지급해 주었다.
그래서 강신은 평소와는 다르게 위험 등급이 높은 U.M.A.가 나타난 현장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위험 등급이 높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 더 큰 문제가 있지.”
“감지기로 파악되는 장소가 특이한 곳입니까?”
하늘이나, 물속 혹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개체라면 강신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위치보다 감지기에 잡히는 범위가 문제네.”
“범위라……. 커다란 크기를 가진 개체인가 보죠?”
권영식은 피곤한 눈을 검지와 엄지로 문지르며,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크다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지.”
“얼마나 큽니까?”
“서울특별시.”
아무리 커 봐야 건물 크기를 상상했던 강신은 이어진 대답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잠깐만요. 서울이요?”
“잘못 들은 게 아닐세. U.M.A.가 서울 전역에서 감지된다네.”
“그렇게 크다면 찾지 못하는 것도 힘들 텐데, 어떤 녀석입니까?”
그 정도 크기의 U.M.A.라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혼란을 야기하겠지만, 아직 그런 일이 없었다.
그 말은 회사에서 은폐하는 중이거나, 아니면 스텔스에 능한 녀석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이번 U.M.A.는…….
“현장 요원들을 투입해서 서울 전역을 찾았지만 전혀 흔적을 찾을 수가 없더군.”
후자인가 보다.
“감지기가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은요?”
“감지기 자체는 이상이 없네. U.M.A.가 파동을 이용해 교란하는 녀석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서 자네가 쓴 글들을 찾고는 있네만…….”
뒷말을 하지 않아도 강신은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성과가 없으셔서 저에게 온 것이군요.”
“그렇지. 자세한 것은 현장팀을 통해 듣게나, 지난번과 같이 1팀과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네. 두 시간 후에 출발이니, 그 전까지 대기실로 가게나…….”
“두 시간이라…. 아, 그러고 보니 이 구속 물질의 유지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강신은 지금 대기실로 향하고 싶었지만, 바인딩 헥사곤에서 나온 용액이 새로운 장비를 단단하게 구속하고 있어서 바로 이동할 수 없었다.
“한 시간 정도일세. 통신 패치는 미리 슈트 안쪽 주머니에 넣어 놨으니 확인하게. 대기실에서는 척 부장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권영식이 강신의 큐브로 온 모든 목적을 달성하고 자리를 비웠다.
강신은 구속 물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네킹에 걸쳐 있는 슈트로 갈아입었다.
자로 잰 듯이 몸에 딱 달라붙는 슈트는 권영식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었고, 심지어 핏도 잘 살아 멋들어져 보였다.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설야도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더듬이를 비벼 왔다.
‘코트 때도 그랬지만, 팰로우님은 연구원이 아니라 디자이너를 해도 괜찮으실 것 같은데…….’
세련된 맞춤 제작 슈트를 입고 한쪽에 잘 준비된 ‘신축성’이 좋은 구두를 신었다.
슬슬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와 강신은 대기실이 있는 26층으로 이동했다.
이미 그곳에서는 척준신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처음 강신을 찾아 편의점에 왔을 때처럼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첼로 가방을 메고 있었다.
“전부터 느끼는 건데, 부장님이 첼로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은 조금 위화감이 드네요.”
척준신 역시 자신과 악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기를 들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피식 웃으며 강신의 말에 대꾸했다.
“정장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가 날붙이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각자 다른 악기 케이스를 들고 다니는 것. 과연, 어느 쪽이 자연스러울까?”
“날붙이보다는 어울리지 않아도 악기 가방이 낫겠네요.”
“그런 거지. 보아하니 준비는 끝내고 온 것 같은데, 바로 출발해도 되겠나?”
출발하겠다는 척준신의 말을 들은 강신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현장뿐만 아니라 훈련할 때도 척준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그의 팀원이 한 명도 보이지 않자, 의아하게 생각한 강신이 말했다.
“다른 팀원분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요? 미리 차량에 탑승 중인 건가요?”
“자네는 잘 모르겠구먼. 너무 넓은 지역에서 U.M.A.의 파동이 감지돼서 팀 단위가 아니라 지원팀원이 포함된 조별로 움직일 것이네.”
“그럼, 1팀 인원들은 먼저 현장으로 나갔나 보네요.”
“우리 팀만이 아니지. 회사에 있는 거의 모든 요원이 나가 있겠지.”
“워낙 범위가 넓으니 많은 인력이 필요하긴 하겠네요. 음, 출발은 분명 지금이라고 들었는데 이미 다 출발한 건가요?”
“자네가 늦은 건 아니네. 대부분 요원들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바로 현장으로 나가서 그런 것이야. 장비만 지원팀원들이 따로 챙겨서 출발했지. 이동하면서 마저 이야기할까?”
“네.”
강신과 척준신은 준비된 회사 차량에 올라탔다.
운전석에는 강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 앉아 있었다.
척준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보니, 이 사람이 함께 행동할 지원팀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지원팀 팀원은 익숙하게 차량을 몰았다.
회사가 있는 수원에서 U.M.A.가 감지된 서울은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였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이었지만, 수원에서 서울로 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도로 상황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저 표현이 틀리지는 않았다.
서울이나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실제 거리상으로는 크게 멀지 않았지만 아침과 저녁 출퇴근 길에는 지옥을 연상시킬 만큼 많은 차가 도로를 막고 있었다.
차가 막혀 침묵만 맴돌던 차 내부에서 입을 연 것은 척준신이었다.
“이번 U.M.A.에 대해서 어디까지 들었지?”
척준신은 최대한 간결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이야기하기 위해 강신이 아는 내용을 알아 두려고 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감지기가 U.M.A.를 서울 전역의 크기로 잡았다는 것 정도입니다. 팰로우님이 자세한 건 이곳에서 들으라고 하셨거든요.”
“그래, 이번 U.M.A.의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크기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서울 전역에서 감지되는 이 U.M.A.는 단일 개체로 파악된다는 것이네. 그리고 감지기에서 측정한 위험 등급이 B 등급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네.”
강신의 소설에는 위험 등급이라는 등급이 없다.
위험 등급은 순전히 성신 그룹에서 권영식이 개발한 UPD(감지기)에서 나누는 등급이었으니까.
하지만 B 등급 U.M.A.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앞선 현장 출동들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B 등급이면 정확히 얼마나 위험한 건가요?”
“B 등급의 U.M.A.가 파괴적인 행위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단 몇 분 안에 작은 아파트 단지의 범위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고 본다네.”
강신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 위험한 존재를 만나게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갑자기 현장의 난이도가 확 뛴 것 같은데……. 제 착각인가요?”
C 등급도 보지 못했는데 B 등급이라니, 게임으로 치면 난이도 쉬움에서 한 번에 어려움으로 올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강신을 보며 척준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네. 항상 이 기간에 있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네…?”
강신은 권영식도 위험 등급과 크기를 이야기하면서도 별것 아닌 듯이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와 마찬가지로 척준신 또한, 평온해 보였다.
“올해는 왜 등급이 오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지기가 개발되고 나서 매년 이 시기만 되면 감지되곤 하는 U.M.A.지.”
“매년이요?”
“매년, 한 번도 빠짐없이. 하지만 위험 등급이 높을 뿐이지. 한 번도 위협적인 행위를 하거나,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네.”
강신은 감자기의 등급과 크기만 듣고 U.M.A.에 대해 편견을 가졌다.
아무리 강대한 파동이 느껴져도 위험성이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요.”
“문제는 매년 이렇게 그 U.M.A.를 찾기 위해서 서울을 돌아다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 어쨌든 잠정적으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긴 하니….”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수색을 하는 거군요.”
“그렇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U.M.A.란 존재니까. 지금 당장은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
강신은 척준신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갑자기 변심해서 도시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네. 그러니 이 존재를 사전에 찾아야 하는 거지.”
척준신의 말은 능력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자들이 취해야 할 행동에 관한 정론에 가까웠다.
“존재를 파악하고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해야지.”
“하지만 B등급이라면 대비가 힘들겠는걸요.”
“힘들 테지. 그래도 이번 U.M.A.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네.”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어떤 존재인지 밝혀내지 못했으면서 U.M.A.의 성향에 대해 말하는 척준신에게 강신이 되물었다.
“자네 혹시 우리 그룹의 회장님이 사람을 중용할 때, 관상가를 옆에 두고 조언을 받는다는 이야기 알고 있나?”
“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꽤 유명했던 이야기였죠?”
현재는 병상에 누워 있는 성신 그룹의 회장은 면접을 볼 때, 관상가를 옆에 앉혀 놓고 조언을 듣는 걸로 유명했었다.
리더를 바꾸는 관상을 가진 사람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 온몸을 바치는 관상을 가진 사람들을 중용했다고 한다.
“유명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네. 그때 회장님 옆에서 관상을 보던 양반, 그 2대가 아직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지.”
“흥미롭네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건가요?”
“그 2대 관상가는 사실 관상을 보고 조언을 했던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내뿜는 특유의 기운의 질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런 기운이 있는 것은 U.M.A.도 마찬가지지.”
생명체의 기운을 보고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도시 전체에서 U.M.A.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그 관상가가 그러더군. 이 U.M.A.는 사람을 좋아하고 느긋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그랬었군요.”
B 등급 U.M.A.에 대한 대처가 조금은 안일하다고 생각했던 강신은 제대로 된 이유를 듣고, 이해했다.
그리고 이로써 강신은 자신 말고도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실존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