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3
322화
촌경, 발경이라고 불리는 기술은 타격한 곳의 내부부터 파괴하는 기술이었다.
이전에 척준신이 앞으로 강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촌경의 수련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강신은 그걸 잊지 않고 꾸준히 훈련해왔다.
촌경은 남들이 어렸을 때부터 피를 토하고 뼈를 깎아가며 수련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경지였다.
단기간에 그런 경지를 이룬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분명 그랬어야 할 터였다.
그래야지 무(武)를 닦는 이들이 억울하지 않을 테니까.
강신은 현장에 나가지 않는 날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지런하게 훈련을 해왔다.
고작 그걸로 다른 사람이 평생 걸릴 수련을 따라잡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강신이 가진 특수한 신체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강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빠른 회복력을 영리하게 사용했다.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운동을 한다.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를 적은 횟수로 들던가, 비교적 가벼운 중량으로 많은 횟수를 든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고중량으로 많은 횟수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고중량으로 많은 횟수를 들게 되면 부상의 우려는 물론이고, 금방 지쳐 버리게 된다.
하지만 강신의 신체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1세트를 끝내고 짧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신단수의 열매가 준 뛰어난 회복력이 찢어진 강신의 근육을 바로바로 회복시켰다.
심지어 요즘엔 그 회복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늘어,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만약 약간의 부상을 입어도 금방 회복되니, 다른 이들과 다르게 고중량으로 쉬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운동도 이러할지 언대, 무술이라고 다를까.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노력?
회복력이 좋아 실제로 피를 토하는 일은 없었지만, 강신은 아주 고된 수련을 했다.
지쳐서 쓰러지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빠른 회복력 덕분에 더 오랜 시간 힘든 수련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들이 휴식을 취해야 할 때, 강신은 스스로를 더 가혹하게 몰아붙였다.
한계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이어진 수련 덕분에 당연히 강신의 실력은 빠르게 늘어 갔다.
그대로 수련을 계속한다면 어쩌면 척준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강신의 착각이었고, 오만이었다.
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술을 배우는 이들이 흔히 말하는 벽에 부딪히게 됐다.
그 벽은 단순한 수련만으로는 넘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와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강신은 척준신이나 다른 현장 요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대로 포기하면 강신이 아니었다.
강신은 다른 요원들을 계속 귀찮게 한 끝에 결국 답을 얻어냈다.
‘육체를 한계까지 단련했지만 수련을 시작한 기간이 짧으니, 무술의 깊이가 얕다는 게 문제였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련이 아닌 마음의 수양이 필요했다.
어떻게 수양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권영식이 강신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강책임, 이렇게 대단한 무술들이 어째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지 알고 있나?
정답은 어렵지 않았다.
현대 과학의 발전.
수련을 하지 않은 사람도 조금의 교육만 받아, 손가락 까닥하는 것만으로 오랜 시간 수련한 무술인을 죽일 수 있게 됐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긴 기간 수련해 온 정수가 담긴 공격은 과학의 기술로 만들어진 보호 장비를 뚫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현장 요원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똑같은 장비를 사용했을 때 당연히 무술을 배운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권영식은 HG 그룹에서 노획했던 내부 충격 기능이 들어간 강신의 건틀릿을 가리키며 말했었다.
-듣자 하니, 지금 자네가 이루고자 하는 건 이것만 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들었네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강신이 이루고자 하는 경지의 힘보다 건틀릿이 가진 기능이 더 뛰어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강신은 그날 이후 그 경지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 * *
‘할 수 있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잖아.’
집착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손에서 무술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보답받지 못해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혹독하게 단련했다.
그래서일까, 현재 그는 완전히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 발 걸친 정도의 수준이 됐다.
덕분에 발경과 비슷한 걸 흉내를 낼 수는 있었다.
‘아니, 해야 해.’
흉내가 아니라 완전하게 해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으려면 강신이 이곳에서 U.M.A에게 치명상을 입혀야 했다.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힘을 무시할 순 없었다.
불안정한 자세, 고정되어있어야 할 발은 보트와 함께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주먹을 지르는 게 아닌 내려쳐야 하는 상황.
어느 하나 강신에게 좋게 작용하는 부분은 없었다.
눈을 감고 있던 강신이 호흡을 들이마셨다.
‘깊게, 더 깊게. 지금 마시고 있는 호흡이 배 아래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스으….”
주변이 느려진 상황이라 그런지, 몸이 마치 물속에 빠진 것처럼 둔하게 움직였다.
강신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양손에 깍지를 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현재 상황을 지우기 시작했다.
U.M.A, 구출해야 하는 남성, 그리고 탈출해야 한다는 마음과 불가능하다는 단어까지.
모조리 지우자 머릿속에는 온전히 자신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외부의 상념을 지워서일까.
주변의 그 무엇도 강신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먼저 발을 디딘다.’
강신이 오른쪽 발을 내밀며 진각을 밟았다.
쿠우우웅~
소리가 늘어져서 들렸다.
천천히 무릎과 허리를 굽히고,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바닥을 향해 내려쳤다.
‘공격은 끊어치듯이 한 점에 집중해.’
느려진 시간 속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모든 힘이 온전하게 양손에 모일 수 있도록 내려쳤다.
퉁-!
바닥에 닿자마자 강한 반발력으로 강신의 양손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러자, 잊고 있던 상념들이 홍수처럼 흘러들어왔다.
‘큿, 실패했나?’
강신이 다급하게 자신이 내려친 지점을 확인했다.
시선이 향한 곳이 물결치는 것처럼 울렁거리며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슬로우모션처럼 퍼지는 물결을 따라 뒤늦게 보트가 부서지고 있었다.
부서진 파편들이 천천히 흩날렸다.
강신의 전력이 담겨있는 힘을 생각하면 보트가 완전히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트는 타격한 지점으로부터 좁은 범위만 박살났을 뿐 원형을 유지했다.
강신은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그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으니까.
‘성공이다.’
분명 보트가 부서질 정도의 힘이었지만, 그 힘이 응축돼 모두 내부로 들어갔다.
때문에 외부에는 큰 충격이 가지 않아 보트가 멀쩡한 것이었다.
“후우…….”
강신이 참고 있던 숨을 내뱉자, 그와 동시에 느려졌던 시간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굉음이 들려왔다.
투쾅!
-케에엑!
강신이 타고 있는 U.M.A가 괴성을 질렀다.
고통스러운지 몸부림치다, 천천히 움직임이 느려졌다.
-케헥, 케헥….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침과 동시에 보트 주변의 물이 붉게 물들어갔다.
혹시 더 날뛸까 걱정했던 강신은 그제야 호흡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욱….”
강신이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한가하게 쉬고 있을 틈은 없었다.
언제 U.M.A가 다시 움직일지 알 수 없었으니까.
강신은 서둘러서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 개체의 손을 잡았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척준신과 이순자에게 남성의 팔을 넘기고 남성의 뒤로 돌아가 외쳤다.
“초코야!”
-멍!
이미 한번 경험이 있었던 터라, 초코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곧장 강신의 발을 바닥에 고정해주었다.
“부장님, 바로 당겨주세요!”
강신이 그렇게 외치며 그대로 뒤에서 남성을 강하게 밀었다.
동시에 척준신과 이순자가 남성의 팔을 잡고 당기자, 여성 개체가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보트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런 남성 개체를 놓치기 싫었던 것일까.
움직임을 멈췄던 U.M.A가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점점 U.M.A의 움직임이 커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열심히 밀었을까.
다행히도 U.M.A가 제대로 움직이기 전에 남성 개체를 보트 밖으로 내보낼 수가 있었다.
붙들린 가족 모두가 보트에서 탈출하자, U.M.A는 화가 났는지 물속에서 크게 튀어 올랐다.
혼자 남은 강신이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하려는 U.M.A의 얕은 꼼수였지만, 오히려 강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다.
자력으로 보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는 달리 강신은 자력으로도 충분히 보트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니까.
보트와 난간의 높이차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뛰어올라야 했는데, 지금은 그저 뛰어내리기만 해도 보트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강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이순자가 경악한 얼굴로 다급하게 위험을 알려왔다.
“강책임! 조심해요!”
강신이 높은 곳에 뛰어내려 걱정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U.M.A가 뭔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 판단됐다.
위험에 대비하고 싶었지만, 공중에 뜬 몸을 움직이는 건 힘들었다.
무엇보다 보트에서 뛰어내리자마자, 타이밍 나쁘게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 효과가 끝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젠장….”
강신은 욕설을 내뱉는 것 말고는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
“걱정하지 말게. 이 부장, 강책임을 부탁하지.”
어느새 척준신이 손상되지 않은 검을 뽑아 들고는 강신을 향해 뛰었다.
척준신이 강신을 지나치자, 뒤쪽에서 뭔가 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촤악! 서거걱!
그리고….
-쿠어어어어어!!
U.M.A가 고통이 가득한 괴성을 질렀다.
그 사이 추락하는 강신을 이순자가 잡아 주었다.
강신이 힘겹게 몸을 돌려 자신이 뛰어내린 보트를 보고 나서야 U.M.A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현장에 익숙한 요원들이 U.M.A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미친….”
U.M.A를 처음 본 강신의 입에서도 욕설이 튀어나왔으니까.
보트를 등에 싣고 있는 거대한 물고기.
그냥 물고기가 아니었다.
한쪽 눈은 척준신에게 베여버린 것인지, 감겨 있었다.
멀쩡한 한쪽 눈은 물고기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인간의 눈과 닮아 있었으며, 코와 입 또한 인간과 닮아 있었다.
물속에서 분전하는 척준신을 공격하기 위해 입을 벌릴 때 보이는 U.M.A의 치열도 인간과 흡사했다.
강신에게 당한 공격 때문인지, 피를 한 움큼씩 토해냈다.
U.M.A는 불쾌할 정도로 인간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거대한 인면어라니, 끔찍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