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8
327화
제압된 적의 한마디로 인해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방금…. 뭐라고?”
김대리가 침입자에게 물었지만, 그는 미친 사람처럼 포박된 상황에서도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의미심장한 말은 그들의 소속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종말론자들, 광신도들의 한 축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광신도 중에서 가장 질이 안 좋은 이들이었다.
광신도들이 자신이 믿는 신을 위해 움직였다면 이들은 조금 달랐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종말.
어차피 세상의 모든 건 한 줌의 재로 바스러져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행동에 그 어떤 죄책감도 없었다.
광신도들 사이에서 가장 정신이 이상한 이들만 모여 있는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광신도들은 종말론자를 선택할 게 분명했다.
그런 그들이 이곳에 와플의 장비를 입고 나타났다.
“아윽….”
강신은 고통을 억누르며 생각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광신도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부터 어째서 저들이 와플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노리고 있는 목표가 척준신에서 자신으로 바뀌었는지까지….
강신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차라리 다른 광신도들이나 와플 요원이었다면 목적이 뚜렷하게 보였을 터였다.
‘보복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들은 아니야.’
그간 성신에게 당한 게 많으니, 보복의 일환이나 이곳에 있는 U.M.A를 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종말론자들은 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행동하는 인간들이었다.
분명 도망가는 징조를 상대할 때, 일을 방해하고 그들이 가진 책을 빼앗았다.
하지만 그들은 ‘겨우’ 그런 일의 보복으로 움직일 이들이 아니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뿐이었다.
‘종말.’
종말에 준하는 자연재해나 사건 사고는 세계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났다.
그런 것들을 내버려 두고 보복을 위해 요원들을 공격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들이 원하는 종말이라….’
강신은 종말론자들이 추구하는 걸 떠올렸다.
이들이 원하는 종말은 그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의 끝을 고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적은 인원이 다치는 재해가 아닌, 최소 도시 단위로 피해를 보는 재해가 일어날 때만 움직였다.
그 말은 이곳에 그 정도 크기의 재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태풍이나 화산 폭발,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가 주를 이뤘지만, 인간이 일으키는 인적 재해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척부장님을 공격하고 이제 와서 나를 공격한 이유는?’
이기지 못할 싸움이었다.
척준신이 누군지 모르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척준신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았을 터였다.
그들의 공격은 보호 장비를 입고 있는 척준신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으니까.
무기라고 가지고 온 건 강신을 공격한 저격총뿐이었다.
하지만 이 저격용 총도 조금 이상했다.
세상에 성신의 보호 장비를 뚫을 수 있는 장비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HG만 보더라도 내부 충격 기술이 포함된 둔기가 있다.
차단력을 무시하고 내부에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무기였으며, 와플도 그와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종말론자의 동맹인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성신의 보호 장비를 뚫어낼 수 있는 장비들을 다수 보유한 걸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종말론자들이 사용한 총은 ‘일반’ 저격총이었다.
보호 장비를 입고 있는 요원이 맞으면 조금 전 강신처럼 매우 고통스러울 뿐 죽지는 않았다.
그걸 저들이 모를 리 없었다.
이쯤 되니 강신은 한가지 의심이 들었다.
“우리를 다치게 할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가?”
강신이 중얼거리자, 웃고 있던 광신도의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그리고 강신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다치게 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인가….”
광신도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어디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것일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회전목마.”
강신이 입을 열자, 일행들이 모두 회전목마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에는 빈 놀이 기구가 돌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자,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곤 옆에 있는 김대리에게 말했다.
“김대리님, 제 웨어러블 장치로 만능 렌즈 적외선 모드를 작동시켜주세요.”
“아….”
그때야 사람들은 강신이 누군가 투명 장비를 사용 중인지 확인하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강신의 예상은 정확했다.
적외선 모드로 침입자들을 확인한 강신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찾았습니다.”
그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그들은 놀이 기구를 타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빈자리 하나 없이 모든 자리를 채워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이 하는 행동에서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놀이 기구를 타고 있어요. 우선 저들을 놀이 기구에서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신이 냉정히 말하자, 척준신이 다른 요원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1팀 요원들이 모두 회전목마로 이동했다.
1팀 요원들이 놀이 기구 내부로 들어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마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는데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퍽!
파지직.
투명 장비가 충격을 받아 지직거렸다.
강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요원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투명 장비를 손으로 뜯어내듯이 걷어냈다.
그러자 그곳에서 와플의 보호 장비를 입고 있는 광신도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몰골을 본 요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크히히히.”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광신도의 모습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마치 마약이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제정신이 아니야.”
“이 미친놈들이….”
그리고 그들의 하체를 본 요원 중 한 명이 결국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광신도들은 들키면 회전목마에서 끌려나갈 걸 예상했는지 하체를 목마에 고정해두었다.
평범하게 고정했다면 요원들의 입에서 저런 험한 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목마에 자신의 몸을 고정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사용했다.
다리가 망가지든 말든, 양다리를 목마에 줄로 묶듯이 묶어버렸다.
근육과 뼈가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저게 가능한 건가?’
강신도 알 수 없었다.
팔다리가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길게 늘어져 묶여있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했으니까.
저런 모습이 됐음에도 아무런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고통스럽지 않았던 것일까?
‘그건 아니야.’
마치 환각을 보는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히히히힛.”
“헤헤헤.”
“키헤헷.”
침을 질질 흘리는 그들을 보고 강신이 중얼거렸다.
“통각을 차단하는 마약성 약물을 사용한 건가….”
-부장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요원들이 광기에 가득 찬 그들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야 억지로 저들을 떼어낼 방법은 줄처럼 묶여있는 그들의 다리를 푸는 것이다.
그런데 견고하게 묶여있어 풀기도 어렵고, 푼다고 해서 저들이 멀쩡할 것 같지도 않았다.
척준신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해 강신을 바라봤다.
“일단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시고 놀이 기구에서 잠시 빠지죠.”
저들이 노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신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현장 요원들이 놀이 기구에서 체력을 빼앗기지 않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들었지?”
-네, 회전목마 입구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저들이 죽든 말든 억지로 끄집어낼 수는 있었다.
강신은 살인에 대해 거부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순간에 망설이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지막 선택 사항이었다.
저들이 일으키려는 종말의 트리거가 저들의 죽음일 수도 있었다.
‘저들이 노리는 건 종말에 가까운 재해.’
그럼 저들이 하는 행동은 재해를 일으키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소리였다.
‘회전목마가 키워드야.’
강신은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가끔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게 답이 될 수도 있으니까.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저 회전목마가 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천천히 알아갈 시간이 없어.’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신이 회전목마를 멈출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앙 기둥에 박혀 있는 돌을 빼면 되니까. 우선 놀이 기구를 멈추고 생각하자.’
그동안 회전목마에 매달려 있는 이들의 상태가 더 이상해졌다.
“키헤헤헷.”
“끄륵, 끄륵.”
“흐. 흐. 흐.”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들을 본 강신은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회전목마 중앙 기둥에 투명한 돌이 박혀 있을 겁니다.”
설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대기 중이던 요원들이 강신의 통신을 듣고 다시 놀이 기구로 진입했다.
그들은 정신을 놓고 있는 광신도들을 지나쳐 바로 중앙 기둥으로 향했다.
중앙 기둥은 생각보다 두꺼웠고 장식이 많아 강신이 말한 투명한 돌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수색에 시간이 걸렸다.
목마 위에 있는 광신도들은 체력을 많이 빼앗겨서인지, 빈사 상태에 가까워졌다.
기둥을 조사하던 현장 요원들도 체력을 꽤나 빼앗긴 상태였다.
‘지금쯤이면 찾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무리 기둥이 두껍다 해도, 흐른 시간을 생각하면 투명한 돌을 찾고도 남아야 했다.
“흐흐흐……. 어떻게 그 ‘돌’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찾지 못할 거다.”
포박된 광신도가 강신을 조롱하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이 오히려 강신에게 도움을 주었다.
‘투명한 돌은 확실히 있어, 그런데도 찾지 못하는 것이면 숨겨두었다는 소리겠지. 돌의 위치를 변경한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거야.’
꿈에 나왔던 소녀가 돌을 빼내자마자, 놀이 기구가 멈췄던 걸 떠올린다면 위치를 변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게 숨긴…. 아 젠장,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강신은 아차 하는 생각으로 뭔가를 떠올렸다.
“기둥을 장비로 훑어 주세요.”
의문이 들만한 지시였지만, 현장 요원들은 구역을 나누어 곧장 강신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강신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알게 됐다.
파지직.
현장 요원의 톤파에 천 같은 것이 걸려 나왔다.
그리고 그 천의 정체는 광신도들이 걸치고 있던 투명 장비였다.
투명 장비를 걸치고 있던 사람들은 인체 때문에 적외선 모드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투명 장비로 물체를 가리면 적외선 모드로도 감지할 수 없었다.
-강책임님, 찾긴 찾았습니다만….
투명 장비가 있던 곳에 강신이 말한 어떠한 돌을 찾긴 했지만, 강신에게 들었던 돌의 묘사와는 조금 달랐다.
-이거 투명한 게 아니라 검은색인데요? 아니, 안에 검은색 액체가 들어있어서 찰랑거리는데….
“우선 제거부터 해주세요. 확인은 나중에 하죠.”
이미 현장 요원들의 목소리에서 그들이 지쳤다는 게 느껴졌고, 회전목마를 세우는 게 먼저였다.
-알겠습니다.
현장 요원 중 하나가 짧은 단검을 쑤셔 넣으며 조심스럽게 기둥에서 돌을 뜯어냈다.
돌이 툭 하고 떨어지자, 그와 동시에 회전목마도 멈췄다.
그리고 옆에 있던 강민수가 떨어진 돌을 주웠다.
-수거 완료.
“네놈들의 계획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끝이야.”
이순자가 포박된 광신도를 발로 툭툭 치며, 조금 전 자신들을 조롱했던 걸 갚아 주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광신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그분의 말대로 매우 신중하군. 풉, 하지만 이미 늦었어. 저 돌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 회전목마가 돌아가기 전에 뺐어야지.”
마치 강신이 이렇게 신중하게 움직일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비웃는 광신도.
강신은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돌을 들고 있는 강민수에게 말했다.
“그 돌 놓으세요!”
하지만 그런 강신의 다급한 외침이 무색하게 통신 너머로 강민수의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