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74
373화
신하린은 잔뜩 긴장하고 전투태세를 풀지 않는 이순자를 힐끔 바라보고는 여성에게 물었다.
“시간 돼서 나온 거 맞으니까, 끝난 거 맞죠?”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은 아니라고 하면 이순자가 다시 달려들까 봐, 힘차게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 고생 많으셨어요!”
신하린이 배신한 걸까, 아니면 세뇌당한 것일까.
적으로 판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른침을 삼키고 전투를 준비했던 이순자는 그녀의 행동에 순간 턱하고 힘이 풀려버렸다.
“뭔데 도대체.”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동하면서 설명해도 될까요?”
이순자는 자세를 잡았던 손을 내리고, 주저앉은 여성을 힐끔 바라보며 신하린의 뒤를 쫓았다.
“이제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자기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 중 바다를 건너 온 사람이 끼어 있으면 이들만의 ‘관습’이라는 걸 해야 한대요.”
“바다 건너 온 사람이라면….”
“네, 저희죠.”
이전까지는 이 마을과 접촉할 때 그리스 내부에 있던 사람들로 인원을 편성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다시 방문한 이들에게도 이번 일은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부장님이 ㅣ 감옥에서 나올 때, 아까 그 여성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시죠?”
빠르게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별 생각하지 않았지만, 분명 그녀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디세우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이었던 사람.
트로이의 목마로도 유명했으며 귀향길에 그가 겪는 여러 이야기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를 왜 그렇게 불렀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순자가 전투 요원이긴 하지만 오디세우스처럼 남자도, 그렇다고 뛰어난 지략가도 아니었다.
“이곳이 오디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했던 키클롭스, 그러니까 영어로 표기하면 사이클롭스라고 하죠. 그들의 후손이 세운 마을이니까요.”
“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신화였다.
즉, 실제 있었던 인물이 행했던 일들이라도 엄청난 각색이 들어간 소설에 가까운 책이었다.
정말 그 인원이 전설적인 업적을 했더라도, 그걸 신이나 다른 것들에 빗대어 이야기를 부풀리기 마련이었으니까.
“마침 도착했네요.”
신하린의 말과 함께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 * *
웅성, 웅성.
따당! 따당!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와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신하린을 따라 걸은 건 정말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렇게까지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면 자신이 갇혀 있던 곳에서 들리지 않았던 게 이상했다.
“신기하죠?”
이미 신하린은 이 상황을 몇 번이고 겪어본 것처럼 말했다.
“여긴 정말 대단한 마을이에요. 과학은 분명 외부보다 많이 떨어질지 모르겠으나, 물질을 다루는 기술로 따지면 이곳보다 뛰어난 곳은 없을 거예요.”
땅속에 돌과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모이고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돌과 흙으로 지어진 집이었지만, 그 모습이 볼품없고 이상하기는커녕 집 하나하나가 특색있고 웅장해 보였다.
하지만 이순자는 웃을 수 없었다.
마을 중앙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봤기 때문이었다.
사라졌던 사람들과 감옥에서 봤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술과 고기를 먹으며 즐기고 있었다.
마치 마을 축제처럼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즐겁게 놀고 있는 건 전날 사라졌던 앙겔로였다.
“핫핫! 유쾌한 외부인이군! 마지막 전날까지 버틴 용사답군!”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이들이 이렇게 띄어주고 있으니, 힘들었던 일들은 잊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마침 저기 모든 것을 설명해 주실 분이 오시네요.”
신하린은 광장과 조금 떨어진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손끝에 있는 건 상의를 탈의한 채, 망치를 들고 땀을 식히고 있는 강신이 있었다.
그녀들이 강신이 발견한 것처럼 강신도 땀을 닦다가 그들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 이부장님, 나오셨군요.”
“강책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어, 하린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강신이 신하린을 바라보자,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감옥이 바로 앞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다 해줘요. 저 솔직히 이부장님 공격 막는다고 손목 무지하게 아프거든요?”
이순자가 그 여성을 죽이려고 손을 뻗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충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크흠, 미안해요.”
“이부장님이 왜 사과하세요. 이건 팀장이 잘못한 거죠.”
신하린이 자신의 손을 가볍게 털며 강신을 탓하자, 평소라면 신하린의 말에 반박했을 강신이 조금 찔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 설명은 팀장님이 다 해주세요.”
평소에는 오빠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다른 지부 사람들도 있었기에 신하린은 강신을 팀장이라고 불렀다.
삐진 듯한 모습을 보인 그녀는 어둠 속에 녹아내리듯 사라져버렸다.
강신은 망치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옷을 다시 걸치고는 이순자에게 다가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네, 그보다 이제 제대로 설명해주시죠?”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납치된 이후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 * *
12명이 납치됐을 때, 강신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냉정히 현재 가진 정보들을 조합했다.
-다안증, 동굴, 양고기와 치즈, 우유, 그리고 12명의 수감자.
처음에는 좀처럼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정보들이었다.
탈출할 방법은 둘째치고 이들이 원하는 걸 알아내야 했다.
강신은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설야를 통해 감옥 외부의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함께해서인지, 설야는 강신의 말을 알아듣는 편이었고 강신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답해줄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뛰어났다.
강신은 구석에서 고민하는 척, 설야에게 외부에 대해 질문을 했다.
-무사한 동료들, 외부 마을, 격리된 공간, 그리고 마을 주민들.
여기서 이상한 건 다른 일행들은 멀쩡하게 해당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행이 무사하다는 소리에 강신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첫날이 지나고 사라진 인원의 물건이 돌아왔을 때도 강신은 그가 무사하다는 걸 설야를 통해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마을 밖에서 성대하게 축하를 받고 있다고 설야가 알려왔다.
‘그래서 관습인가.’
애초에 다른 지역의 관습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들이 하는 행동은 의미 불명이었지만, 어찌 됐든 해를 끼칠 생각이 아니라는 약속은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도 설야는 강신에게 계속 정보를 물어다 주었다.
-뛰어난 대장장이, 그리고 눈을 숨길 수 있는 마을 주민들.
음식을 나르는 이들이 두 개의 눈만 가지고 있는 걸 본 강신이 설야에게 부탁했고, 그들이 다른 눈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을 사람들의 눈은 1개에서부터 많게는 20개까지 다 가지각색이었다.
강신은 이곳이 어디인지 떠올렸다.
‘그리스.’
그리스에서 유명한 대장장이는?
헤파이스토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과 대장간의 신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한 수 접어줘야 하는 위대한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하나의 눈을 가지고 태어난 거인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기형아들, 바로 브론테스, 스페로페스, 아르게스라고 불린 키클롭스 3형제였다.
그들은 뛰어난 장인들로 제우스의 무기인 아스트라페, 하데스의 투명 투구인 퀘네에, 포세이돈의 삼지창인 트리아이나를 만든 장인으로 표현됐다.
이건 어디까지나 신화였다.
키클롭스는 애초에 거인으로 묘사되는 존재였으니까.
여기 있는 인원들은 거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정보의 물꼬를 트자, 강신은 빠르게 머리가 돌아갔다.
-12명의 수감자, 소유자가 살해당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 양고기와 우유, 치즈, 키클롭스.
거기서 강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키클롭스 중에서도 오디세이아에 등장한 키클롭스였다.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종으로 묘사됐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에피소드였다.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 12명이 홀로 떨어져 사는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감금됐다.
매일 부하들이 거인에게 잡아 먹히는 상황에서 오디세우스는 꾀를 냈고, 결국 폴리페모스라는 키클롭스를 장님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그가 키우는 양들의 배에 매달려 탈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폴리페모스라는 키클롭스는 먼저 설명했던 키클롭스들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대장장이도 아니었고, 인육을 먹으며 지독한 성격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신화의 내용도 현재 상황과 달랐다.
감금된 것은 12명이 맞았지만, 실제로 죽은 인원들은 2명씩 총 6명이었다.
‘이야기가 많이 다르긴 한데….’
애초에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를 만났던 장소도 여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방법은 키클롭스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떠한 주류도 제공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가 작성했다고 알려진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서 강신은 한가지 의심을 했다.
‘오디세이아가 정말 소설이었을까.’
강신도 U.M.A의 존재를 몰랐다면 기괴한 괴물들이 나오는 신화시대의 이야기를 소설로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네피림, 위치 같은 고대 종족도 존재하는 마당이었다.
‘물론 모두 진실은 아니겠지만….’
옛날 사람들은 지나치게 부풀려서 글을 썼으니, 대부분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짜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진짜인 내용을 그대로 적었을 리는 없겠지.’
애초에 오디세우스는 개인의 힘을 칭송하던 그 시절과 어울리지 않는 지략의 천재였다.
그래서 그의 평판은 협잡꾼으로 보일 정도로 좋지 않았다.
호메로스는 주인공인 오디세우스를 영웅화하기 위해 그의 행동과 모든 이야기를 극적으로 꾸며냈을 것이다.
‘그가 저지른 사고까지.’
물론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도 마냥 멋지고 착하게만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인을 다치게 하는 행위였다면 말이 다르다.
‘그가 이들의 조상에게 했던 행위라면?’
오디세이아의 이야기와 달리, 오디세우스가 다안증이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와 사람들을 괴롭히고 탈출한 일을 합리화시킨 것이라면?
여기까지 생각하는 동안 강신은 또 한 가지 이곳의 규정을 찾아냈다.
‘깨어 있는 사람을 데리고 나가는구나.’
2명 이상이 깨어 있을 때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지만, 밤에 한 명만 눈을 뜨고 있다면 그 사람을 이곳에서 내보내 주었다.
그래서 이순자에게 작은 힌트와 함께 자신이 불침번을 서겠다고 이야기했다.
강신은 그날 저녁, 조용히 찾아온 소녀와 대화를 나누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 * *
“그리고 예상대로 오디세우스는 다안증이 있는 사람을 멸시하고 미워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섬에 살았을 때, 부하 12명과 약탈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은 무자비하게 마을 사람들의 물건을 수탈했고, 그것을 막으려던 마을 사람들을 폭행했다.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무기로 오디세우스를 공격했다.
“6명의 부하를 잃자, 오디세우스는 그제야 훔친 물건만 가지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얍삽하고 지략에 능했다.
다안증 마을의 사람들은 그걸 알았고, 삶의 터전을 바꿔야 했다.
“오디세우스가 나중에 돌아와서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요.”
강신과 이순자의 뒤쪽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바로 이순자에게 공격을 당해 넘어졌던 그 여성이었다.
덜덜 떨며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 이후로 우리는 바다 건너 사람이 찾아오면 이렇게 사람을 가두어 12일간 대접하는 관습이 생겼어요.”
영웅을 대접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오디세우스가 12일 동안 갇혀 있다가 마지막에 죽임을 당한다는 정신적 승리가 들어가 있는 행위였다.
하지만 갇힌 인원이 그들의 원수인 오디세우스는 아니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습에 휘말린 이들에게 충분히 베풀었다.
“그러니까, 이번 해프닝은 그냥, 뭐 축제 같은 거였네요.”
이순자는 무슨 일이 생긴 것보다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이순자가 몸을 틀어 여성을 바라보자, 그녀가 흠칫 몸을 떨며 말했다.
“히익…. 당신을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두기로 한 건 제가 아니에요. 저분이 당신이라면 이 사실을 몰라도 끝까지 잘 버틸 거라고….”
이순자가 가늘게 눈을 뜨며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이 어색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그 안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이부장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요. 다 무사했으면 다행이죠. 그래서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다는 말에 이순자는 표정을 풀었고, 강신이 그동안 이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다른 인원들은 이 마을을 조사했죠. 이들이 과거를 숨긴 이유는 이번 관습 때문이었기에 대화를 진행하는 게 편했습니다.”
과거를 숨기던 것은 이번 관습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감금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모를수록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보시지 못하셨겠지만 하린이 딴에는 우리가 걱정됐는지, 하루에 네 번씩 우리가 갇혀 있던 그곳으로 찾아갔습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과 사전 동의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카밀라는 전문가들과 함께 마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이 녀석을 더 잘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었죠.”
강신은 자신이 내려두었던 망치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