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5
384화
손상된 뇌를 다시 회복시켜 준다니, 의료계에 혁명이 될 물건이었다.
사람의 뇌는 의사도 쉽게 만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수술이나 약물 없이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면, 의료계 종사자 입장에선 꿈에서나 나올 법한 물건이었다.
“하늘 고래 용연향이라….”
강신이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효능은 뛰어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애초에 쉽게 구할 수 있었다면 권영식도 강신을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기가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물론이지.”
권영식은 강신이 적은 소설을 읽었다.
그 소설에는 사람들이 하늘 고래에게 용연향을 채취하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었다.
채취 방법도 중요했지만, 용연향을 내뱉는 시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억지 부릴 생각은 없네, 국내에 있을 때 최대한 쫓아다니며 그 시기가 맞물리길 기대해야지.”
하늘 고래가 용연향을 내뱉는 시기는 한 달에 한 번, 생각보다 기간이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기간이었다.
“나는 하늘 고래가 용연향을 뱉는 시기보다 채취 방법이 더 걱정이네.”
진짜 큰 문제는 하늘 고래가 용연향을 내뱉고 나서였다.
“위치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넓은 구름 지대 아래에서 주먹만 한 돌을 찾아야 하니까.”
외형은 하얀색 구슬이니, 눈에는 잘 띄겠지만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게 문제였다.
심지어 하늘 고래 용연향은 장기간 공기에 노출되면 기화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빠르게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줍는다고 해도 추출하기 전까지, 외부 공간과 밀폐되고 질소로 가득한 곳에 따로 보관해야한다.
“다른 현장 요원들은 이미 현장에 있는 거죠?”
“가용 인원, 모두 투입한 상태일세.”
어쩐지 오늘따라 훈련층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마침 잘됐네요. 안 그래도 송기덕 대리님이 신입분들 교육이 끝났다고 했는데, 하늘 고래를 첫 실습으로 하는 게 좋겠네요.”
강신은 그 자리에서 바로 울프 팀을 소집했다.
이순자와 김병기는 자신이 맡은 팀이 있었기에 그들을 데리고 이미 현장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둘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모이자, 강신은 평소 했던 것처럼 브리핑 준비를 했다.
사실 현장으로 바로 나가서 준비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임무를 받는 맥스 일행을 강신이 배려한 것이었다.
“이번 현장에 있는 U.M.A는 하늘 고래라고 불리는 개체입니다.”
강신은 평소 했던 것처럼 준비한 자료들을 일행들에게 보여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간략하게 하늘 고래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턱을 쓸던 장웨이는 이번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게 될 것인지 계산을 끝낸 상태로 보였다.
“이번 현장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네요. 그러면 여기서 저희가 뭘 해야 할지 아시겠습니까?”
“음, 이미 현장 요원들을 따라 지원팀도 함께 나가 있겠네요. 그러면 지원 품목 확인부터, 부족한 부분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휴식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니, 기본 텐트 세트는 물론이고 근처 숙소도 알아보는 것도….”
“계속 하늘 고래를 쫓다 보면 제대로 된 식사는 힘들 테니, 식량 쪽도 알아봐야….”
맥스와 친구들은 이제 제법 능숙하게 현장에서 팀원들이 필요한 물품과 지역을 계산해냈다.
“좋아요. 다행히 교육 내용을 잊지 않으신 것 같군요. 강책임님이 이야기하셨다시피, 이번 현장은 수시로 바뀔 겁니다, 그러니 그때마다 늦지 않게 새롭게 지역을 조사해야 하고 시간을 계산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바로 조치해야 합니다.”
장웨이는 이번 현장에서 모든 사전 조사와 조치를 맥스와 친구들에게 맡기는 것 같았다.
“지형에 대한 정보는 따로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외국 사람인 그들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현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훈련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야, 아무 정보도 없이 해외로 나가, 정보를 모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었으니까.
“그럼 첫 현장 시작해보죠.”
장웨이가 맥스와 친구들을 데리고 곧장 현장으로 나갔다.
“교육이 잘되고 있는 것 같군요.”
개인 큐브를 나가는 그들을 보며 임상무가 뭔가 대견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욕만 앞섰던 이전과는 다르게 그들은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비루했던 육체도 이전과는 다르게 우람해졌다.
하루하루 열정을 태워 노력하는 모습을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그럼, 이번 일은 단순 노동이겠네요?”
강신이라고 해서 용연향을 찾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에서 나오는 작중 인물들이 하늘 고래의 용연향을 쉽게 찾는 것은 그들만의 장비가 있어서였다.
‘기화된 용연향을 감지하는 기계.’
샘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기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나무 열매가 익어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하늘 고래가 있는 구름 지대 아래에서 용연향이 떨어질 때까지 몇 날 며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지.’
하늘 고래는 경각심이 강한 개체였기에 근처에서 나는 새들만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새가슴이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니, 더 힘들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수백 대의 드론으로 하늘 고래를 추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늘 고래가 겁을 먹고 한국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된다.’
하늘 고래에 대해서 아는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로 흘러간 U.M.A를 허락받지 않고 포획하는 것은 U.M.A 국제회의에서 지정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였다.
위치나 키클롭스들은 U.M.A가 아니라 재능 있는 인간으로 치부되었기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하늘 고래는 아니었다.
‘해외에서 용연향을 얻어서 그쪽 지부로 넘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중국이 전에 보여주었던 행위를 생각한다면 쉽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권영식은 하늘 고래에 관련된 일들은 국내에서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저는 빠지면 안 되나요?”
카밀라가 툴툴거리며 자신을 빼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 현장은 카밀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U.M.A에게 매혹을 걸지도 못하는데,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매혹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강신은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어둠을 보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현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둠을 보는 눈이었다.
거대한 구름 지대에 가려 달빛마저 없는 어둠 속에서 손바닥만 한 하얀 구슬이 떨어지는 것을 찾으라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비슷한 난이도였다.
야간 투시경을 쓰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었지만, 빛을 응집해서 시야를 확보해 주는 야간 투시경도 너무 어두우면 잘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흡혈귀인 카밀라가 가진 눈은 달랐다.
한점의 빛도 없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었다.
“으으…. 그런 이유라면 제가 가긴 해야겠네요.”
카밀라가 투덜거리는 것을 확인한 강신은 카밀라에게 다른 보상을 제시해야 했다.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제 피를 제공하겠습니다.”
“정말이죠?!”
방금까지 의욕이 없었던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카밀라가 의욕을 불태웠다.
물론 강신의 머리에 앉아 있는 설야는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자신의 더듬이로 찰싹하며 내려쳤지만, 아프진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저희는 저녁에 움직일 예정입니다.”
오로지 카밀라만 믿는 것은 아니었다.
권영식이 강신에게 굳이 도움을 요청한 것은 강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 나비는 이미 준비해 두었네. 날씨가 걱정이긴 하지만 밤에만 로테이션으로 사용하면 괜찮을 것이네.”
권영식이 강신에게 요청한 것은 강신의 능력보다는 강신이 데리고 있는 설야의 능력이었다.
여름이었다면 겨울 나비들이 활동하지 못하겠지만 가을로 접어든 현재, 밤이라면 살짝 싸늘해서 겨울 나비가 간신히 활동은 가능한 날씨였다.
‘오랜 시간 움직이진 못하겠지만, 팰로우님 말대로 로테이션으로 돌리면 충분할거야.’
“그럼, 준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현장으로 나가죠.”
일행들은 혹시 모를 다른 기업들과의 분쟁에 대비해 보호 장비와 개인 무구들을 챙겨서 하늘 고래가 있는 광주광역시로 이동했다.
강신과 일행이 광주광역시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강신은 오랜만에 자신의 건틀릿을 악기 가방에 넣고, 보호 장비를 가벼운 차림으로 바꾼 상태로 현장에 나갔다.
당연히 그의 주위에는 울프팀 요원들이 있었다.
“이렇게 보니 절경이긴 하군요.”
하늘을 확인한 송기덕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넓게 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 적란운이죠?”
어느새 합류한 빌리가 말을 걸어왔다.
훈련을 끝내고 자주 개인 큐브에서 휴식을 취해서일까.
강신은 어느새 맥스, 케빈, 빌리와 친해진 상태였다.
강신은 빌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구름의 형태는 여러 종류가 있었고 대부분 학창 시절에 배운 내용이었다.
그중 적란운은 수직으로 발달해 탑 모양을 이루는 큰 구름으로 소나기를 뿌리는 구름이었다.
“적란운처럼 보이지만 저거 평범한 적란운이 아닙니다.”
“저게요?”
“네, 적란운에서 파생됐지만, 원래라면 저렇게 크진 않았을 겁니다. 저기 보이는 구름의 대부분은 아마 하늘 고래가 분출한 구름일 겁니다.”
등에 달린 숨구멍에서 구름을 배출해서 그런지, 구름 모양은 적란운처럼 위로 솟아있었다.
“아…. 그래서 소나기도 내리지 않고 저렇게 넓게 펴져 있는 거군요.”
빌리가 궁금증을 해결하자, 이번에는 케빈이 태블릿을 가지고 다가왔다.
“강책임님, 요청하신대로 주변 적란운 확산 자료 가지고 왔습니다.”
케빈은 태블릿으로 위성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구름이 있는 몇몇 지점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구름 쪽은 실시간으로 계속 알려줘야 한다고 지원 요원들에게도 전해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케빈은 강신의 말을 현재 현장에 있는 지원 요원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맥스가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적란운을 찾는 겁니까? 저렇게 자신이 구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구름을 만들어 이동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맥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하늘 고래가 단지 움직이기 위해 구름을 이용한다면 그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하늘 고래가 구름 속에서 헤엄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구름 속에 있는 암흑 에너지를 먹기 위해서는 자신이 내뿜는 구름이 아닌 진짜 구름이 필요하거든요.”
“아…….”
U.M.A라고 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생존하기 위해서 뭔가를 섭취해야 했고, 구름 속에 사는 하늘 고래가 섭취하는 것은 구름 속에만 있는 특정 암흑 에너지였다.
“대충 둘러봤으니, 이제 저희는 저녁에 나와야겠군요.”
하늘 고래가 현재 있는 곳은 도심지가 아닌 산이 가득한 지산동이었다.
일반인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니, 현장에는 이미 각 지부에서 나온 현장 요원들로 가득한 상태였다.
굳이 낮부터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강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팀원들의 피로도를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강신은 저녁을 기약하고 그대로 맥스와 친구들이 구해놓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날 저녁, 본격적으로 울프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