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4
383화
“무섭다. 무서워.”
소파에 앉아 있는 강신이 어디선가 받아온 종이 신문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송대리님 오셨군요.”
맥스 일행의 훈련을 끝낸 송기덕이 강신에게 묻자, 강신이 신문의 한 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보세요.”
-사고인가, 사건인가.
지난 X일 강원도 영월군 한 별장에서 큰 화재가 일어났다.
화재는 집안 내부에서 시작해 집을 전소했으며, 지하에는 성인 남성 3명과 성인 여성 2명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시체들이 발견됐다.
영월군 경찰서는 이들이 불길을 피하고자, 지하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화재 사고? 근데 왜 무섭습니까?”
“왜라뇨, 물증은 없지만 딱 봐도 사고는 아니잖아요.”
“이게요?”
강신은 어떻게 신문 기사만 보고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일까.
“이거 보세요.”
강신은 신문에 실린 별장을 가리켰다.
“아….”
송기덕은 강신이 보여주는 사진을 보고 강신이 어째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전소된 별장 옆에는 재로 인해 더러워졌지만, 물이 가득한 수영장이 있었다.
“애초에 별장에서 불이 났는데, 불을 피하려고 지하로 대피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죠.”
불이 났다는 것을 인지한 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이 난 건 아파트나 건물이 아니라 2층짜리 주택이었다.
“보통 이런 곳에서 불이 나면 지하실에 숨을 생각은 하지 않아요.”
탈출 자체가 어려운 장소도 아니었다.
정말 불이 무서워서 숨는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옥상이나 물이 가득한 수영장을 택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하실로 이동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걸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지하실로 내려갔다는 건 뭔가 이상하죠.”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 순 없었지만,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타살인지, 아니면 자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고라기보다는 사건에 가깝죠. 이미 경찰분들도 알고 있을걸요? 기사를 쓴 기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죠.”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런데, 갑자기 웬 종이 신문입니까?”
요즘은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손가락을 까닥이는 것으로 뉴스를 볼 수 있었으니, 종이 신문의 설 자리가 많이 없어진 것이다.
“아, 임상무님 사무실에는 항상 종이 신문이 비치되어 있어서 들고 왔죠.”
강신도 본래 용도로 사용되는 종이 신문은 오랜만에 봤다.
그래서 임상무에게 허락을 받고 신문을 가지고 왔다.
그러다 이번 기사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신입분들의 훈련은 어떻습니까?”
강신은 맥스와 친구들의 상태를 물었다.
“체력적인 부분은 이제 괜찮습니다. 지금은 장대리님이 따로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고 있죠. 곧 현장에 투입해 볼 예정입니다.”
“다행이네요. 저도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일을 해야겠네요.”
강신은 책상에 앉아 오랜만에 키보드를 잡고 이제까지 못 썼던 글을 써 내려갔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었다.
이전까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적어서 권영식에게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현장 일에 집중하고 나서부터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쉽게 영감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글을 쓰는 간격이 점점 길어졌다.
글을 써본 사람들은 동감하겠지만, 글은 손에서 놓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더 쓰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앉아 글을 써 내려가야 했다.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때문에 작업이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재밌게 쓰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영감이 뼈대라면 거기에 살을 덧붙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글을 쓰는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니까.
“어렵다. 어려워.”
강신이 한숨을 내쉬며 고민하자, 프로네시스가 물었다.
-굳이 소설로 쓰는 이유가 있어? 어차피 데이터베이스에 따로 추려서 넣을 내용이잖아.
강신이 관리하는 U.M.A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데이터베이스.
그 내용은 U.M.A에 대한 정보만 있을 뿐 소설이라고 보긴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래도 되긴 하지. 그런데, 이건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 같은 거라서.”
영감을 얻어 데이터만 뱉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소설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강신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싶었다.
-효율적이진 못하지만…. 그게 네 판단이라면 더는 말하지 않을게.
프로네시스는 그런 강신을 존중해주었다.
그렇게 온종일 글을 작성한 강신은 오랜만에 글을 뽑아서 권영식에게 가져다주고 퇴근했다.
* * *
다음 날, 권영식이 강신을 다급하게 찾아왔다.
“찾았네!”
뭘 찾았다는 소리일까.
권영식은 앞뒤 말을 다 자르고 강신의 어깨를 잡았다.
“팰로우님?”
강신이 당황한 눈으로 권영식을 바라보자, 그는 자신이 설명이 부족했다는 걸 깨닫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크흠, 너무 기뻐서…. 자네가 어제 쓴 글에서 나온 U.M.A를 찾았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이제야 그 개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 거지.”
“제가 어제 넘긴 글이면…. 하늘 고래요?”
“그래, 하늘 고래! 정말 운이 좋았어.”
강신이 어제 쓴 글의 주인공은 바로 하늘 고래라고 불리는 개체였다.
“잠깐만요…. 이 개체가 지금 한국에 있다고요?”
강신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늘 고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U.M.A이었으니까.
“며칠 전, 감지기에 포착된 U.M.A가 있었네.”
강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며칠 전 감지기에 위험등급도 높고 크기도 상당한 U.M.A가 감지됐다.
덕분에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더군.”
현장에 나간 요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음에도 U.M.A를 찾을 수 없었다.
신단수처럼 다른 공간에 있는 존재일까?
그것도 아니면 겨울 나비처럼 특정 조건에서만 보이는 존재일까?
땅속에서 움직일 수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위치가 잡힌 U.M.A가 움직이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위성까지 동원해서 그 일대를 확인했지만, 구름 때문에 제대로 관측할 수 없었네.”
“아….”
구름.
하늘 고래와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구름이었다.
강신이 어제 쓴 소설에서 등장하는 하늘 고래는 그 이름대로 물이 아닌 하늘에서 살았다.
물론 물속에 사는 고래보다는 그 크기가 조금 작았지만, 외형은 고래와 닮아있었다.
하늘을 나는 고래라니, 이제까지 그런 존재가 어째서 일반인들에게 발각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고래가 물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하늘 고래도 구름 속에서 살아가니까.’
그것도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짙은 구름에서만 헤엄쳤다.
하지만, 구름이라는 건 항상 자욱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하늘 고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등에 달린 기관 덕분이었다.
평범한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와 물을 내뿜는 그 구멍.
사람으로 치면 비강에 해당하는 부위인데, 하늘 고래는 그 기관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구름을 내뿜었다.
덕분에 언제나 자욱한 구름 속에서 헤엄칠 수 있었다.
이러니, 하늘 고래는 찾으려고 해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개체였다.
그렇다고 하늘 고래를 본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조금 특이하게도 이런 하늘 고래를 볼 수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환각 증세에 시달리는 이들.
그게 약 때문이든, 정신적인 문제가 되었든 인지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의 눈에는 하늘 고래가 내뿜는 구름이 보이지 않았다.
환각 증세를 보는 사람들이 가끔 하늘을 나는 고래가 보인다는 말을 하는데, 몇몇은 정말 하늘 고래를 본 것이었다.
다만,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어줄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사진을 보게.”
권영식은 미리 준비했던 사진 자료를 띄워 강신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보면 알겠지만, 차례대로 일주일 전부터 오늘까지 U.M.A가 감지됐던 장소의 위성 사진일세.”
구름이 짙게 깔려 지상이 보이지 않는 사진이었다.
일반적인 구름 사진도 있었지만, 몇몇 사진은 구름 자체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것만으로 하늘 고래를 찾았다고 하신 건 아니시죠?”
“물론이지. 이게 오늘 어렵게 찍은 사진일세.”
권영식이 마지막 사진을 보여줬다.
그 사진은 이전 위성 사진과 다르게 드론 같은 비행 물체로 구름 속에서 촬영한 사진이었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구름 속에 하얀 물체가 찍혀있었다.
그 사진을 본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고래가 맞네요.”
구름 속에서 헤엄치는 하늘 고래는 구름과 같은 위장색을 가지고 있었다.
대답을 들은 권영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렇지?”
권영식은 하늘 고래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강신의 확답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하늘 고래는 어떻습니까?”
강신이 묻자, 권영식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수백 대의 드론들에 위협을 느꼈는지, 구름 지대를 크게 넓혀서 더는 추적할 수 없었네.”
“그렇군요. 그런데, 하늘 고래를 찾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오신 건 아니죠?”
“크흠…. 티가 많이 났나 보군.”
권영식은 헛기침하며 강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네가 이번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네만.”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강신은 고민하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이제까지 권영식이 자신을 위해 해준 일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늘 고래의 용연향을 얻는 걸 도와주게.”
용연향, 해외 명칭은 앰버그리스(Ambergris).
일반적인 고래에서 나오는 용연향은 딱딱한 돌덩어리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용연향은 알코올로 녹여 향수 재료로 사용했다.
이 자체로는 별 향기가 없는 물질이지만, 다른 향과 결합하면 향을 증가시켜주고 향 성분을 오래가게 만들어주었다.
동물성 향료 중 하나로 고대부터 지금까지 최고급 향료로 취급되는 물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용연향을 고래의 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었다.
용연향의 정체는 수컷 향유고래의 토사물로 먹이인 대왕오징어의 소화되지 않는 부분을 담즙과 함께 토해낸 것이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기에 가격도 무척 비쌌다.
실제로 최근 30kg 용연향을 16억에 팔았다는 인생역전 스토리도 있었다.
하늘 고래 용연향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비슷했으나, 엄연히 일반 고래의 용연향하고 달랐다.
‘하늘에 대왕오징어가 있을 리도 없고.’
만들어지는 과정, 가지고 있는 특징 모두 달랐다.
‘색깔도 하얀색이니까.’
하늘 고래의 용연향은 잘 다듬어진 하얀색 구슬 모양이었다.
향료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은 같았지만, 효과는 전혀 달랐다.
일반 용연향이 다른 향료와 결합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하늘 고래 용연향은 반대였다.
오히려 다른 향료를 모두 잡아먹을 정도로 향이 강해 다른 향료와 결합하지 못했다.
냄새가 좋냐고 한다면 또 그렇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권영식이 하늘 고래의 용연향을 원하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장기간 냄새를 맡으면 손상된 뇌를 회복시켜주는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