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13
412화
“정말 신기하단 말이지, 찾아올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걸까?”
그녀는 자신을 쫓아온 성신 인원들에게 중얼거렸다.
현상은 알고 있지만 그게 어떤 방법으로 이동하는 건지는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태평한 말투와는 다르게 그녀는 2층 건물 난간에 매달려 자신을 쫓아 문을 넘어온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신과 일행들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녀를 잡기 위해서 바로 움직였다.
가장 먼저 그녀에게 접근한 것은 신하린이였다.
그녀는 이곳으로 오기 전 자신이 아무것도 못 했던 사실을 의식했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일브론의 유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그녀가 어디서 나타날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바라본 허공에서 정확히 신하린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난간에 기대고 있던 그녀는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녀가 내지르는 손을 피한 뒤 그대로 난간 아래로 몸을 던졌다.
“치잇….”
이번에도 그녀를 놓치자, 신하린이 혀를 찼다.
강신이 초월체를 설명할 때만 해도 그렇게 큰 경각심을 갖지 않았다.
자신이 숨으면 초월체라도 찾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초월체는커녕 그 윗단계가 와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신이 어째서 그들을 반신이라고 부르며 주의하라 일렀는지, 이곳에서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자신의 은신을 들킨 것도 매우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란 건….
‘저 눈.’
자신에게 고정된 눈이었다.
난간에서 떨어지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부자연스러운 비취색의 눈은 자신의 은신뿐만 아니라 공격까지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건 신하린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추락하는 하일브론의 유령을 잡기 위해서 미리 추락 지점에서 대기 중인 강신.
그는 자신의 공격을 예측할 수 없도록 초코를 동원해서 공중에서 그녀를 공격했다.
“초코야!”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건물의 측면 그림자에서 숨어 있던 초코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긴 주둥이를 쩍 벌려 그녀를 물려고 했다.
신하린의 공격과 비슷해 보였지만 엄연히 다른 시도였다.
속도만 놓고 본다면 인간인 신하린보다 초코가 훨씬 빨랐으며, 그림자를 이용하면 더 쉽게 접근할 수가 있었다.
-컹!
그건 정말 찰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
강신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초코가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이 공중에서 무리하게 몸을 틀어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렇게 초코의 공격을 피해냈고 이어서 발뒤꿈치로 초코의 콧등을 내려쳤다.
-켕!
초코가 당황하며 잘 내지 않는 소리를 냈다.
당황한 건 초코뿐만이 아니었다.
초코를 불렀던 강신도 그녀가 한 행동을 보고 놀라워했다.
‘공중에서 피하고 반격을 했다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놀라서 그냥 놓쳤을 부분이었지만, 강신은 현재 상황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다른 이들의 공격에 일절 반격하지 않고 피하기 급급했던 그녀였다.
방금처럼 피하지 못할 공격은 굳이 무리하지 않고 재능을 사용했던 걸 생각하면 현재 행동은 뭔가 이상했다.
‘초코가 인간이 아니라지만 굳이 무리하게?’
초월체의 장난감이 인간과 닿는 순간, 둘 사이를 잇고 있는 링크가 끊어지는 걸 생각하면 초코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한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잠깐 겪었던 것들을 떠올리자, 신하린의 공격을 피할 때부터 뭔가 조금 이상했단 걸 깨달았다.
‘굳이 공격을 피해 난간에서 뛰어내렸어. 전처럼 순간이동으로 피해도 충분할 텐데, 왜?’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생각을 깊게 할 수 없었다.
초코의 공격을 막아낸 그녀가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가 됐든 먼저 잡고 생각하자.’
강신이 떨어지는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자, 그녀는 건물 측면을 발로 차며 강신의 손길을 피해냈다.
“꽤 하네.”
지금 상황이 즐거운지 그녀의 입꼬리는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그녀에게 반응하지 않고 머리를 굴렸다.
‘또.’
굳이 자신의 손길을 피해낸 하일브론의 유령을 본 강신은 그제야 그녀가 쓰는 순간이동은 뭔가 조건이 부합해야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강신은 굳이 그녀를 쫓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관찰하는 것에 주력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야, 정보가 필요해.’
어차피 이곳에서 그녀를 쫓을 이들은 자신 말고도 세 명이나 있었다.
“흐읍!”
송기덕이 짧은 기합과 함께 지면을 박차고, 여성에게 오른쪽 어깨를 내밀며 숄더 태클을 시도했다.
이제까지 손으로 그녀를 잡으려 했던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포인트를 노리는 손보다는 몸 전체를 이용하는 것이 면적도 넓고 추가로 공격하기에도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하일브론의 유령은 송기덕의 공격을 몸을 틀어내는 것으로 간단히 피해냈다.
공격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송기덕은 몸을 급제동하며 몸을 돌려 그녀가 피한 직후를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손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어느새 쫓아온 신하린이 송기덕의 공격을 모두 피한 하일브론의 유령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 그녀는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기괴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누군가가 그녀를 봤다면 인간이 저렇게 움직일 수도 있구나 하며 감탄할 정도였다.
붙잡는 걸 실패했다고 포기할 송기덕과 신하린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둘이 손발을 맞춰 그녀를 사방에서 몰아치며 정신없게 공격을 이어갔다.
파파파팟!
손과 발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은 엑소시스트에 나온 악마가 빙의된 아이처럼 괴상한 자세로 그들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모두 피해냈다.
“아이쿠.”
뭔가 속을 긁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더욱 속도를 높여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케빈은 엄청난 공방에 끼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송기덕은 바람을 잡으려고 손짓하는 것처럼 답답했다.
“젠장, 좀 잡혀라!”
“하하하, 어림도 없지.”
비록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미소는 정말로 지금, 이 순간이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자, 더 힘내보라고!”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하며 여자의 목소리로 남자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상당히 괴리감이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즐거운 듯이 공격을 피한 그녀가 갑자기 웃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
“음, 여기까지인가.”
뭔가 아쉬움이 가득한 말투였다.
그리고 신하린의 손이 닿기 바로 직전, 이전에 보여주었던 재능을 사용했다.
팡!
몸이 먼지처럼 터져나가며 신하린의 손을 피한 그녀는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인간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아쉽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한창 즐거웠지만, 미안해. 타임 오버야, 그럼 다음 장소에서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의 몸이 다시 한번 먼지로 변화하며 모습을 감추었다.
“큭….”
송기덕과 신하린이 분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의 능력은 요원들 사이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니, 그 누구도 그들을 이렇게 어린아이 다루듯 하지는 못했다.
그게 현장 관리 총 책임 이용진 과장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U.M.A라지만 처음 당해보는 처사에 그들은 굴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흥분하지 마세요. 지금 저희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강신은 그런 그들을 최대한 격려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뮌헨 FA-255
아직 낙담하기는 일렀다.
표적은 계속 움직였고 울프팀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신은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라면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그럴 거라면 정보라도 얻는 게 이득이야.’
강신은 목표를 하일브론의 유령을 잡는 것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울프팀은 하일브론의 유령이 있다는 뮌헨에 도착했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이전과 변한 게 없는 것처럼 움직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신하린과 송기덕이 하일브론의 유령과 공방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강신이 움직인 건 그녀의 빈틈을 발견했을 때였다.
“흡!”
강신은 기합과 함께 케빈에게 건네받은 헥사곤 바인더를 하일브론의 유령에게 집어 던졌다.
혼란스러운 상태일 텐데도 그녀는 장비가 터지기 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해냈다.
헥사곤 바인더는 그녀를 지나쳐 터졌고, 쏟아진 액체는 애꿎은 지면만 얼릴 뿐이었다.
“음, 재밌군. 재밌어.”
뮌헨에서도 그녀를 잡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다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현장에서 강신이 사용한 건 공포 발생기였다.
강신은 일행들이 휘말릴 걸 대비해 혼자서 그녀를 쫓았다.
일행들은 반대했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근거로 강신은 자신의 계획을 강행했다.
그녀가 있는 장소에 장치를 설치하고 작동시켰지만….
“이건 뭐야?’
아쉽게도 하일브론의 유령은 강신의 설치한 장비를 발로 툭툭 건들 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강신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넷이 해도 하지 못한 걸 혼자서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다음, 또 다음.
강신은 지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새로운 장난감을 받는 아이처럼 흥미로워했다.
그렇게 일곱 번째, 강신은 최후의 수단으로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가루의 효과가 몸속에 돌기 시작했다.
강신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이용해 몇 배나 빠르게 움직였다.
강신이 아무리 빨라졌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큭….”
강신은 하일브론의 유령과 공방을 이어가며 집중했다.
아주 천천히, 마치 온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처럼 숨을 마시고 내뱉었다.
“스읍…. 후….”
그러자 주변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물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몸은 잘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느려진 시간 속에서 자신만이 천천히 움직일 수 있었다.
강신은 그렇게 신하린의 공격을 피하고 있는 하일브론의 유령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드디어 잡았다.’
자신이 다가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하일브론의 유령을 보며 강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으드득.
하지만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하일브론의 유령이 고개를 강신에게 홱 하고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씩 하고 미소를 지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강신과 다르게 느려진 시간 속에서도 그녀는 평상시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행동이 정상적이라는 건 아니었다.
으득.
으드득.
온몸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각기 춤을 추는 것처럼 삐걱거리는 몸.
왠지 모르게 혐오감이 들 정도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강신의 손길을 피하던 그녀는 이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야…. 진짜 재밌긴 한데. 이건 안 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으드득.
뒤틀어진 몸을 억지로 끼어 맞춘 그녀는 그대로 그 장소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날, 하일브론의 유령은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