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2
481화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은 강신은 며칠 뒤 바로 퇴원했다.
더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상황은 강신의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신은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출근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상부의 결정이 늦어 보류되어 있던 기계 장치를 분해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이었다.
강신이 회사로 돌아와 기계 장치를 파괴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자, 상부에서도 더는 미루지 못하고 허락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강신은 자신의 보호 장비에 달려 있던 바디캠 영상의 잠금을 해제하고 공유했다.
영상을 확인한 회사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임상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지만, 그가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 몰랐다.
따라서 회사 내부에서는 아직 임상무가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상에서 나온 내용은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정반대였으니, 사람들은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상부는 강신이 파괴한 기계 장치가 어떤 것인지 뒤늦게 알게 되어 강신에게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이들과 강신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이들로 나뉘어 매일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강신이 처리해야 할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민감한 내용을 빼고 현장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의 바디캠을 모아 U.M.A 국제회의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었다.
그 자료를 제출하고 강신은 곧장 이번 현장에 참가했던 기업들을 직접 방문했다.
아직 정확한 보상이 없다는 사실에 그들은 화를 냈지만, 강신은 U.M.A 국제회의가 보상을 주지 않으면 자신이 주겠다며 그들을 달랬다.
그 이후 강신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합동 분향소를 찾아갔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의 희생은 교통사고로 처리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작전을 제시한 강신은 그곳에 있는 유가족에게 따로 원망을 듣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강신은 다행이라는 기분보다 그저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내가 더 완벽하게 계획을 짰다면 이들은 죽지 않았을까?’
고민하던 강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번 현장이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처음부터 고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장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었다.
자신 또한,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물론 시간을 더 들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기계 장치가 작동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난 최선을 다했어.’
강신은 스스로에게 핑계 대지 않았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런데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다른 핑계를 대는 것은 자신에게도, 희생한 이들에게도 모욕이 될 것이다.
그렇게 강신은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며 마음을 다잡고 회사로 돌아왔다.
* * *
그렇게 다시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종말을 부르는 새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해외에서 난동을 부리던 종말론자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추었다.
교단이 완전히 와해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당분간 조용히 지낼 것은 틀림없었다.
기승을 부리던 종말론자가 사라지자, U.M.A 국제회의는 성신이 건넨 자료가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들이 성신의 요청을 수락한 것은 그 누구도 예언서를 가지고 오지 못해 보상을 받은 곳이 없다는 것이 주요했다.
“그 난리를 치고 아무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쪽도 곤란하겠죠.”
그런 소문이 돌면 U.M.A 국제회의에서 내는 의뢰를 받는 이들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누구에게라도 보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 분명했다.
때마침, 한국에서 수십 명의 사제를 상대하고 우두머리 격인 종말을 부르는 새까지 처리했으니, 그들로서는 보상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보상을 뿌리듯이 주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장웨이는 U.M.A 국제회의에서 보낸 공문을 보고는 의도가 너무 뻔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성과에 상관없이 성신을 도왔던 모든 기업에게 처음 약속했던 보상을 지급했다.
덕분에 불만이 가득했던 기업들의 태도가 돌변해 강신을 찬양할 정도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번 일을 주도한 성신에게는 처음 약속했던 보상보다 더 많은 보상을 지급했으며, 종말론자의 우두머리 격인 종말을 부르는 새를 처리한 강신에게는 더 특별한 보상을 주었다.
“이게 그거죠?”
송기덕이 강신에게 지급된 황금색 민무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와 이걸 주다니…. 지금까지 딱 다섯 개만 발급된 골드 카드를 강책임님에게 줄 정도면 U.M.A 국제회의도 어지간히 애가 타긴 했나 보네요.”
송기덕은 금색 카드를 골드 카드라고 불렀지만, 정확한 명칭은 골드 카드가 아니었다.
애초에 따로 명칭이 붙은 카드가 아니었기에 그저 편의상 색깔에 맞추어 골드 카드라고 부를 뿐이었다.
강신의 한국 계좌와 연동되어 있으며 이 카드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자동으로 환율에 맞추어 그 나라에서 결제할 수 있었다.
수수료 없이 환전도 가능했으며 신용 카드의 기능도 들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사용할만한 카드였지만 이 카드의 진정한 진짜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금융 관련 기능보다 오히려 신분증에 가까운 느낌이 강한 카드였다.
골드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U.M.A 국제회의에 가입된 모든 나라에서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밀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카드 소지자의 신분을 U.M.A 국제회의에서 보증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강신이 앞으로 해외 출장을 나갈 때, 조금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이 카드의 능력이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중국조차 한 수 접고 들어와 이전에 공안부가 강신에게 했던 짓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가치가 증명된 물건이었다.
그런 대단한 카드를 받았지만, 강신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야 옛 동료를 죽이고, 그가 희생한 대가를 자신이 받게 된 것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강신은 그 카드를 거절하지도 않았다.
카드를 얻음으로써 자신이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면 이전보다 더 좋은 작전을 짤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희생을 더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문제는 이제 이것만 남았네요.”
송기덕이 탁자 위에 올려진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
찢어진 보호 장비와 부서진 건틀릿, 그리고 두 동강 난 톤파까지 모두 권영식이 만든 특제 장비들이었다.
임상무가 죽은 이후 안식년을 갖겠다고 말한 권영식은 임상무가 스스로 희생했다는 사정을 듣고도 그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가 만든 장비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그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부탁해 봤는데, 잘못 건드리면 장비에 넣어둔 기능이 완전히 날아갈 수도 있어서 손도 못 대겠답니다.”
외형은 그럴싸하게 고쳐도 기능이 날아가 버린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후…. 정말 곤란하게 되었네요.”
송기덕은 무기만 잃었지만, 강신은 무기와 방어구, 모두를 잃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보호 장비는 당분간 다른 연구원들이 만든 기성품을 사용해야겠네요.”
차단력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럼, 무기 쪽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건 그래도 대체품이 있으니, 그나마 나은 상태죠.”
강신의 개인 창고에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클레이모어뿐만 아니라 생선 독이 있는 단검, 그리고 임상무가 마지막으로 만들어 주었던 아직 이름도 없는 프로토타입의 장갑도 남아있었다.
“그래도 그 물건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장웨이의 말에 송기덕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넘겨받았다.
“연구원분들에게 일반 건틀릿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할까요? 팰로우님만큼은 아니어도 소재 관리팀의 이수진 선임이 나름 장비 제작에 일가견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강신은 그런 송기덕의 제의를 거절하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참에 직접 만들어보려고요.”
“……장비를요?”
강신이 대장장이 일을 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퍼진 상황이라 놀랄 만큼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만드는 것은 예외였다.
대장장이 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송기덕은 직접 두드려 만드는 것보다 연구원들이 만드는 장비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혼자 만들 것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강신도 자신이 혼자서 만드는 무기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용하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말이 달랐다.
‘스승님과 키클롭스의 도움을 받으면 분명 쓸 만한 물건이 나오겠지.’
현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장비는 필수였다.
그래서 강신은 다른 일들을 모두 제쳐두고 건틀릿 만들기에 착수했다.
건틀릿 제작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누가 뭐라 해도 수치를 측정하는 일이었다.
기껏 좋은 건틀릿을 만들었다고 해도 자신의 손에 맞지 않으며 실제로 사용할 때, 불편한 법이니까.
그래서 강신은 수치를 측정하고, 오차를 줄여 설계도를 만들었다.
물론 설계도를 만들 때부터 강신은 자신의 스승인 이승훈, 키클롭스의 장인,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았다.
-신아. 이건 어때? 이렇게 만들면 기존 건틀릿보다 충격을 더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로네시스가 강신에게 의견을 내자 이승훈이 반대했다.
“그거 그렇게 만들면 여기 있는 연결 고리가 버티질 못해.”
-수치상으로는 견딜 수 있을 텐데요?
“그 수치에 딱 맞춘 거잖아. 적에게 주먹질 한 번 하고 건틀릿 자체가 분해되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어.”
“아…. 그럼, 이 합금을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의 토론은 아침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강신과 장인들은 수치뿐만 아니라 들어갈 금속과 합금, 외형, 넣을 수 있는 기능까지 검토했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날 회의는 아니었지만 다들 한가락씩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회의는 새벽에 끝이 났다.
“이 정도면 훌륭하군.”
“나도 이견은 없네.”
-나쁘지 않군요.
강신은 다른 이들이 만족해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들 동의하셨으니, 재료를 구하는 즉시 작업에 들어가죠.”
다른 이들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음날, 강신은 재료 수급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기본적인 광물은 모두 이승훈이 가지고 있었지만, 몇몇 희소한 것들은 강신도 상부의 허락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종말의 기계 장치를 분해하고 나온 물질이었다.
키클롭스의 장인은 연구원들이 분석을 끝낸 희귀 금속을 사용해 보는 것이 어떻냐고 의견을 내왔다.
‘가끔 그렇게 만든 장비가 신비한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고 했었나….’
그는 그런 도전이 없었다면 그들도 퀴에네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장인에게 도전은 당연한 덕목이라 주장했다.
어차피 실패하면 다시 만들면 되니, 강신은 키클롭스 장인의 의욕을 올려주기 위해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강신은 건틀릿을 만들 재료를 모두 구해 이승훈의 대장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