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5
524화
‘그러니까, 말할 수 없었어.’
이제까지 함께했던 동료가 U.M.A일 수도 있다는 말이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것도 임상무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강신은 임상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인간이 아닌 괴물의 형상으로 온몸에 상처를 입은 처절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임상무님은 인간을 사랑했어.’
어쩌면 같은 인간보다 더 인간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자신의 존재가 인간의 종말을 부른다는 것을 알고서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강신은 권영식이 U.M.A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강신에게 중요한 것은 권영식이 위험하냐 하지 않냐,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강신은 진실을 혼자만 속으로 삼키고는 이번 사건을 마무리했다.
* * *
회사로 돌아온 강신은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조금 걱정했다.
‘진실을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장대리님이 눈치를 챘듯이 상부에서도 눈치채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네.’
그런 이들이 나온다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강신을 귀찮게 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회사 상황은 강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강신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사건이 외부에서 터졌기에 상부는 강신이 올린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그 거대한 사건은 바로….
“렙틸리언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바로 U.M.A 국제회의가 그토록 찾던 진짜 렙틸리언들을 발견한 것이다.
장웨이는 회사가 분주하게 움직이자 바로 그 이유를 수소문해서 정보를 얻어 왔다.
“네? 정말입니까?”
마침 개인 큐브에서 대기 중이던 송기덕이 두 눈을 순박하게 껌뻑이며 되묻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뒤늦게 송기덕이 놀란 표정으로 변했고 강신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내용은 다 같이 들어야겠네요. 송대리님, 일단 팀원분들을 호출해 주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울프팀이 다시 소집되었다.
모로코를 다녀온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았지만 회사가 시끄러운 탓에 소집 이유를 이미 짐작하고 있어서인지, 그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외부로 나갔던 일행들까지 모두 모이자, 장웨이는 일행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회사 내부에 퍼져서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U.M.A 국제회의에서 알려오길, 그들이 그토록 찾던 진짜 렙틸리언이라고 주장하는 U.M.A의 본거지를 알아냈다고 합니다.”
소문으로 퍼진 이야기를 장웨이가 직접 언급하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웅성댔다.
“크…. 테스크포스팀을 만드는데 시간을 너무 쓰길래, 실망했었는데, 역시 U.M.A 국제회의는 대단한 집단이라니까….”
“국가나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것이 더 이상한 거지.”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U.M.A가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찾아냈으니, U.M.A 국제회의 나름대로 선방했네요.”
일행들은 렙틸리언을 찾은 U.M.A 국제회의를 호의적으로 칭찬했지만, 막상 이 이야기를 꺼낸 장웨이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음, 아니 뭐랄까,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항상 표정이 적은 장웨이었지만 그간 함께했던 시간이 길었던 탓에 강신은 장웨이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만으로도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렙틸리언을 찾았다고 공표한 곳은 U.M.A 국제회의가 맞지만, 렙틸리언을 직접 찾은 것은 그들이 아닙니다.”
“네? 그럼, 어디서 찾았는데요?”
케빈이 묻자, 장웨이가 대답했다.
“도프, 도프에서 우연히 그들을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도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집단의 이름이 등장하자, 일행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도프가 그들을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에 가까웠다.
도프의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를 망친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신에게 받은 아리아드네의 실을 여러 방면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후계자를 망친 것이 인간으로 위장하고 있던 렙틸리언이라는 걸 알아냈다.
그런 렙틸리언이 있는 곳이 현재 U.M.A 국제회의에서 공표한 장소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일행들은 다들 미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야 트롤 사냥 대회에서 그들이 보였던 행적이 좋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정말 뜬금없는 기업에서 찾아냈네요.”
“U.M.A 국제회의에서 직접 도프를 언급했으니, 거짓은 아닙니다. 어쨌든 도프가 렙틸리언을 찾은 장소는 마리아나 해구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섬으로 위성 사진으로 잡히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위성이 찍지 못하는 사진은 없었지만, 그런데도 찍히지 않았다는 것은 위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찍힌 사진을 조작했거나, 사진이 찍히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가 있다거나….
각 나라, 기업이 가진 사진을 모두 조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인력과 비용은 물론이고 조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이들에게 노출되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났을 테니까.
그러니, 강신은 사진이 찍히지 않도록 뭔가 장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장웨이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렙틸리언의 본거지를 찾았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내용이었으니까.
“U.M.A 국제회의는 렙틸리언의 본거지를 확인하자마자 그들이 만든 TF를 파견했지만, 현재는 그들과 통신이 끊어졌다고 합니다.”
“섬 내부에 통신을 교란하는 전파가 있는 겁니까?”
“U.M.A 국제회의에서 파악하기로는 방해 전파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기술력의 차이가 있으니, 방해 전파의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요.”
“그렇다면 파견된 TF가 통신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봐야겠군요.”
그러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중요한 작전에서 통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TF가 어떻게 되었는지,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통신 장비가 망가졌거나, 전멸했거나….”
전자의 가능성은 적으니, 현 상황에서는 TF가 전멸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순간 회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일행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U.M.A 국제회의에서 만든 테스크포스팀은 외압이 많이 들어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곳에 포함된 인원들의 실력이 거짓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전투력이 되었든 지능이 되었든, 분명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나고 빛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위기에 순간 외부에 어떠한 정보도 넘기지 못하고 전멸한 것이다.
테스크포스팀이 전멸한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다.
우선 본거지로 쳐들어온 TF로 인해, 렙틸리언들은 본거지의 위치를 인간들이 알아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까지 숨죽이고 있던 렙틸리언들이 어떤 형식으로라도 움직일 것이다.
“흠…. 인류에게 반격하려나? 아니면 본거지에서 농성?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으로 본거지를 옮길 수도….”
맥스가 렙틸리언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며 중얼거렸지만, 그런 맥스의 예상은 어느 하나 맞는 게 없었다.
“아쉽지만 전부 틀렸습니다. 맥스, 렙틸리언이 선택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입니다.”
장웨이의 말대로였다.
렙틸리언은 U.M.A 국제회의가 보낸 테스크포스팀의 공격을 받고도 그 어떤 움직이지도 보이지 않았다.
맥스는 그런 렙틸리언의 행동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인간이 언제 자신들을 공격해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일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U.M.A 국제회의가 보낸 TF가 전멸하자, 근처 국가들이 군사훈련이라는 대외 명목으로 그 섬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간과 렙틸리언의 고착상태가 이어졌다.
강신은 문득 이상함을 느껴야 했다.
‘TF의 작전은 기밀이었으니, 뒤늦게 결과를 알려오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긴 하지만….’
U.M.A 국제회의에서 현재 인간과 렙틸리언이 고착상태라는 것을 굳이 알릴 이유가 없었다.
강신은 U.M.A 국제회의가 현재 상황을 어째서 외부에 알렸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가 있었다.
‘TF는 전멸했지만, 욕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
강신이 봤을 때, U.M.A 국제회의는 이번 정보를 풀면서 기업과 국가의 욕심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장대리님, 혹시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지정된 섬, U.M.A 국제회의 소속이 아닌 외부 인원들에게도 탐사 허가가 떨어진 상태입니까?”
강신이 묻자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책임님이라면 U.M.A 국제회의의 목적을 아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U.M.A 국제회의에서는 인원, 소속을 불문으로 외부 인원들에게 현재 포위 중인 섬의 탐색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모든 물건은 가지고 나오는 사람의 소유라고 못을 박았죠.”
렙틸리언의 물건들이 가득한 곳이었기에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 그 섬을 보물섬으로 여길 가능성이 컸다.
U.M.A 국제회의에서 섬에서 나온 물건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그 섬으로 몰릴 게 분명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U.M.A 국제회의에서 보낸 추가 공문에는 그곳에서 얻은 물건을 세그레드 조라와 직접 연결해 교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덕분에 그곳에서 얻은 물건을 처분하기도 매우 쉬워졌다.
돈을 원하면 돈을 받고 팔면 되며, 세그레드 조라가 가진 수많은 수집품 중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과 물물교환할 기회였다.
“현재 공문이 내려온 지 6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이 그 섬을 향해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마리아나 해구로 이동하는 배들이 호황을 이루고 있었다.
장웨이의 설명은 그걸로 끝이었다.
설명이 끝나자, 팀원들은 강신을 바라보며 강신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기다렸다.
‘어떻게 할까….’
그곳에서 나온 물건들이 아무리 특별하다고 해도 일행들의 목숨을 담보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TF가 전멸할 정도로 위험한 장소니까….’
많은 이가 렙틸리언의 본거지를 향해 이동 중이었다.
그들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강신은 굳이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실패한다면?’
보물섬에 눈이 멀긴 했지만, 국가와 기업들 그리고 용병들, 어쩌면 광신도들까지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실패한다면 강신은 렙틸리언을 막기 위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국제회의의 TF가 전멸한 그곳에서 고작 울프팀 하나로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곳에 모인 이들과 연계해서 움직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어떤 것도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강신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신은 일행들에게 말했다.
“잠시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