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6
525화
강신의 고민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팀원들은 그런 강신을 재촉하지 않았다.
강신의 고민이 길어진 것은 지금 상황이 이전까지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강신이 위험한 장소로 향했을 때는 대부분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며, 일행들에게 작전 참가의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울프팀이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간다면 그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없었다.
‘어쩌면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일일지도 모르니까.’
일행들이 반발할 걸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신이 사지로 향하는 길을 선택해도 팀원들은 강신을 따라와 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더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렙틸리언이라 자칭하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본거지에 무엇이 있는지, 그들이 가진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 무엇도 알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소중한 팀원들을 사지로 밀어 넣는 건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이들이 몰려가는 상황이니까, 팀 하나 정도는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강신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누군가가 강신의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그래, 자네라면 이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있을 줄 알았지.”
익숙하지만 한동안 개인 큐브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였다.
강신이 개인 큐브 입구를 바라보고는 크게 눈을 치켜떴다.
“팰로우님?”
방에 틀어박혀서 외부로 나오지 않던 권영식이 어째서인지 강신을 찾아왔다.
“이선임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도마뱀들의 본거지를 발견했다고?”
권영식은 렙틸리언을 경멸 가득한 목소리로 도마뱀 취급했다.
“네, U.M.A 국제회의에서 만든 테스크포스팀을 들여보냈는데, 전멸했다고 하더군요.”
강신은 권영식에게 간략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자, 권영식이 고개를 까닥이며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그 섬으로 갈지 말지 이곳에서 고민하고 있었나 보구만?”
“……네.”
“그래 뭐 고민은 되겠지, 그런데 고작 한 사람의 선택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멸망해도 할 말이 없는 것 같은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인류의 존망을 건 전쟁?
영화가 아닌 이상 한 개 팀이 빠진다고 해서 문제 될 리 없었다.
강신은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러니, 자네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면 되네, 나는 자네의 선택을 존중할 테니까. 그것이 정말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게 된다고 해도 적어도 나는 절대 자네를 탓하지 않겠네.”
돌려서 이야기했지만, 권영식은 강신에게 도망가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자신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중압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거야, 지금의 팀원들도 자네가 무엇을 선택해도 그 뜻을 존중하고 따르겠지, 과거 척부장과 김대리, 그리고 임상무가 그랬듯이 말이야.”
권영식은 슬픈 눈으로 이제는 볼 수 없는 초창기 울프팀 인원들을 언급했다.
“많은 이들이 자네를 따르는 이유를 잘 생각하고 결정하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결심이 선다면 나에게 따로 연락하고.”
권영식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강신은 권영식이 마지막에 남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울프팀에 소속된 인원들은 어째서 날 따르는 것일까?’
이곳이 회사이며 배속된 부서가 울프팀이며 자신이 팀장이니, 팀원으로서 따르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니, 시작은 분명 그랬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팀원들이 강신을 따르는 것은 강신이 그저 팀장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강신이 선택권을 주었을 때, 굳이 위험한 현장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팀원들은 도대체 자신을 따르는 것일까?
처음 강신이 팀원으로 끌어들였을 때, 했던 약속 때문일까?
아니면 그간 함께한 현장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으로 인해 믿음과 신뢰가 쌓여서일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강신이 원하는 정답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그건 네가 도덕적인 사람이니까, 그런 거야.
“네시스?”
강신은 갑자기 말을 건넨 프로네시스를 불렀지만, 그녀는 강신의 상태가 답답했는지 계속 말을 이어 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너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
대부분은 정보를 악용해 자신의 이득을 추구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신은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자신이 정한 선을 넘지 않았으며, 자신만 아는 정보를 이용해 위험하더라도 사람들을 돕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보면 강신을 호구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만한 행동이었지만, 팀원들은 오히려 그런 호구 같은 강신의 모습에 이끌려 강신을 따르는 것이었다.
사람을 구해서 얻는 것이 없음에도 손 닿는 곳에 있는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강신에게 매료된 것이다.
-방금 방문한 팰로우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그리고 어쩌면 나조차도 이번에 네가 어떤 선택을 하지 이미 예상하고 있어.
프로네시스의 말대로였다.
강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강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강신은 그간 모든 일을 성공하진 못했다.
실패하는 일도 있었지만 아주 잠시 주저앉았을 뿐, 다시 꼿꼿하게 일어나 사람들을 돕는 모습을 보여왔으니,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애초에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어.”
강신은 새삼 프로네시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딱딱한 말투와 감정을 연기한다는 것이 느껴졌던 프로네시스도 어느새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AI라는 느낌보다 오퍼레이터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같았다.
“고마워,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야.”
강신은 그렇게 다음날 일찍 일행들을 다시 모아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울프팀은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갈 겁니다.”
그곳에서 렙틸리언과 싸우든 탐색하든 세부 계획을 다시 짜겠지만, 강신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선택은 이미 팀원들도 예상하였던 것인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음, 준비할 게 많겠네요. 어제부터 미리 준비해서 다행이에요.”
“제가 어제 배편을 알아봤는데, 성신에서 운영하는 선박이 있어서 그걸 바로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미리 장비들을 손질해 두었습니다.”
장웨이, 그리고 맥스와 친구들은 그곳으로 향할 것이라 짐작하고는 전날부터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이순자가 강신에게 다가와 물었다.
“3팀도 준비시키는 편이 좋겠죠?”
“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상부에 요청해보고 승인이 떨어지면 함께 가고 승인이 조금 늦으면 울프팀의 뒤를 따라오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주세요.”
울프팀의 작전권은 오롯이 강신에게 있었지만 3팀은 아니었다.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절차라는 것이 필요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3팀 팀장인 이순자의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 강신이 향하는 곳은 마리아나 해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으로 한국이 아닌 외딴섬이었다.
그러니, 형식적으로라도 상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할게요.”
이순자가 곧장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섬에서 활동이 가능하다면 지원 병력과 물자 쪽도 알아봐야겠군.”
김병기는 전날 섬에 도착한 이들의 보고서를 통해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들어가는 문만 아니면 어느 정도 머물 장소가 나온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섬에 작전에 임하는 요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캠프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그 외에도 다른 팀원들 또한, 섬으로 향하기 전 준비할 것들이 많은지 바쁘게 움직였다.
일의 배정이 끝나자, 강신은 전날 홀로 자신을 찾아왔던 권영식에게 연락했다.
벨이 몇 번 울리지 않았음에도 권영식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신의 전화를 받았다.
-마침 잘됐군, 바로 내 방으로 오게.
권영식은 강신이 무슨 선택을 했는지, 묻지도 않고는 강신을 호출했고 그렇게 강신은 곧장 권영식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방 입구에는 이수진 선임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의 안내를 받아 권영식이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권영식은 강신의 후련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 이미 마음은 굳혔나 보군.”
“네.”
“자네의 성격상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 섬으로 향하겠군.”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권영식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하여튼 임상무나 자네나 성격이 똑같아. 주변 사람들만 힘들지. 쯧, 이거나 받게.”
권영식은 작은 상자에서 사람 손바닥 크기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원뿔형 장치를 꺼내 그대로 탁자에 올렸다.
그리고는 상단의 뾰족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러자,
찰칵! 촤라락, 철컥!
뾰족한 부분이 밀려 들어가면서 동시에 통을 감싸고 있던 금속들이 물 흘러내리듯이 그대로 테이블에 쏟아졌다.
그리고는 테이블과 원뿔형이었던 장치를 강하게 고정했다.
그러자 금속이 덮고 있던 장치의 내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장치의 내부를 본 강신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씨앗?”
그 내부에 있는 것은 초월체의 수확제에서 얻었던 초월체의 씨앗이었다.
* * *
울프팀의 준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울프팀이 출발하기 전부터 상부에서는 렙틸리언이 있는 본거지에 요원을 파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울프팀이 가겠다고 하자,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들을 모두 울프팀에게 맞추어 주었다.
울프팀이 렙틸리언의 본거지로 향한다는 말에 이례적으로 회장이 직접 나서서 강신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줄 정도였다.
현장에는 요원들을 통제할 감독이 필요했고 회장이 봤을 때, 강신은 사사로운 이득으로 일을 그르칠 사람이 아니었기에 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성신이 준비한 배를 타고 섬으로 접근하는 동안 제대로 정보를 듣지 못했던 카밀라가 나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암…. 그런데, 렙틸리언이 정말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거라면 이렇게 요원을 파견하는 게 아니라 그냥 미사일부터 날리고 시작하면 안 되나요?”
렙틸리언을 공격할 목적이 있다면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만 써도 그 섬을 불바다로 만드는 것은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U.M.A 국제회의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요원을 파견하거나 다른 사람 소속의 요원들을 끌어들였다.
카밀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위험하다면 일단 날려버리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하지만 그녀는 인간의 욕심을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그런 그녀의 질문을 대답해 준 것은 장웨이었다.
“현재 인간이 가진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한 곳을 그대로 날리기에는 아깝다는 것이겠죠.”
“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인류의 존망이 걸린 걸지도 모르는 싸움인데….”
“같은 인간이지만 저도 이해할 수 없더군요. 애초에 전멸한 TF도 외압의 영향을 받아서입니다.”
원래 U.M.A 국제회의는 섬을 선제 타격하고 그 이후 요원들을 파견하여 상황을 살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테스크포스팀이 소속된 기업과 국가에서 그런 U.M.A 국제회의 작전에 딴지를 걸었고, 선제 타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단합했다.
그들이 선제 타격을 원하지 않은 이유는 그곳에 있는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킬 과학 기술이 유실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결국, 선제 타격이 없어서 TF는 전멸했고, 지금 사람을 섬으로 보내자는 의견을 낸 것도 그들입니다.”
그래서일까, 입김이 작용했던 기업의 팀은 이미 진작에 섬에 도착해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까지 욕심을 부리는 기업과 국가들을 보며 카밀라는 기가 찬 표정으로 혀를 찼다.
“쯧, 진짜 바보도 아니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장웨이가 그녀에게 동의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울프팀이 탄 배는 렙틸리언의 본거지가 있는 외딴섬으로 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