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6
585화
권영식이 들고 있는 장비는 기괴하게 생긴 내복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내부 보호 장비는 기능 면에서는 이제까지 권영식이 만든 장비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었다.
겉모습은 각기 다른 가죽을 기어 붙인 것에 불과한 모습이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게 있었다.
“성신이 포획한 U.M.A 중 각기 다른 특성과 높은 차단력을 가지고 있는 U.M.A의 가죽들을 특별한 실로 이어 붙였지.”
이 장비의 핵심은 방금 권영식이 말한 특별한 실의 존재였다.
특별한 실은 특정 U.M.A가 가진 부산물을 위치가 가진 특별한 방법으로 제련하면 만들어지는 물건으로 위치들은 이 실을 균등화의 실이라고 불렀다.
이 균등화의 실이 가진 능력은 정말 신비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다른 특성의 물건을 두 개를 이을 경우, 각 물건이 가진 특성을 섞어서 균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실을 15개의 가죽을 모두 이어 붙인 덕분에 내부에 입는 보조 보호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보호 장비보다 높은 차단력과 충격 방지, 각종 내화성을 가진 말도 안 되는 물건이 탄생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강신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그저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장비는 권영식이 아니었다면 절대 제작하지 못할 장비였다.
U.M.A 가죽이 15장이나 들어간 것? 위치와 공동 연구로 제작된 균등화의 실을 사용한 것?
그런 재료도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15개의 가죽이 가진 모든 특성을 이해하고 15개의 가죽을 균등화시켰을 때, 단점을 보완하고 다른 장점들을 서로 시너지가 나오게 조율한 것이 바로 권영식이 가진 실력이었다.
‘다른 연구원들에게 똑같은 조건을 주며 만들라고 해도 엄두도 내지 못할 기술이지.’
그만큼 권영식이 많은 U.M.A를 다뤘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네.”
권영식은 들고 있던 내부 보호 장비를 옆으로 치워두고는 새로운 은색 케이스를 열었다.
그곳에는 깔끔하게 디자인된 멋들어진 정장 한 벌이 들어가 있었다.
이전과 조금 모습이 달라진 정장이었지만 누가 봐도 그 옷은 권영식이 자신을 위해 제작한 보호 장비였다.
“아예 새로 제작한 것입니까?”
강신이 묻자 권영식이 고개를 저었다.
“새로 만들기에는 재료가 너무 아까워서 말이지, 의태 기능을 써서 그냥 디자인만 조금 바꾼 것이네, 수리하는 김에 이런저런 기능도 추가했고.”
“아…. 그럼 의태 말고 다른 기능도 추가되었다는 말인가요?”
“맞네, 차단력이나 내화성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상 능력치를 제외하고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바로 이거지.”
권영식은 살짝 주먹을 쥐고는 노크하듯 정장을 두드렸다.
그러자,
퉁. 퉁.
천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안쪽이 비어있는 플라스틱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권영식이 닿은 부분이 푸른색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설마 이거….”
“후후, 맞네. 자네가 렙틸리언의 은신처에서 가지고 왔던 보호막을 사용해 봤네.”
권영식이 자랑하듯 말하자 강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신이 아무리 실물을 가져왔다고는 해도 렙틸리언이 사용한 보호막 장치는 인간이 가진 기술을 아득히 넘어서는 과학력이 담겨 있었다.
그런 물건에서 기술을 추출해 보호 장비에 적용하다니.
심지어 강신이 그 장비를 가지고 온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놀랄만한 업적이었다.
놀란 강신의 얼굴을 보고 권영식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보호막 장치 속에 있던 코어만 있다면 보호막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
기계 장치도 난해하긴 했지만, 보호막 장치의 핵심은 권영식이 말한 코어였다.
그 코어가 외부와 차단해 주는 보호막을 만들어 주는 결정이었으니까.
코어만 있다면 보호막을 만들어 주는 장치는 권영식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코어였다.
보호막 장치 속에 있던 코어는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금속으로 더는 구할 수도, 똑같이 제작할 수도 없었기에 양산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권영식은 그런 물건을 따로 연구하지 않고 강신의 장비를 만드는데 사용한 것이다.
안 좋은 소식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원래 장치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보호막의 강도가 많이 떨어졌네.”
임의로 만진 탓에 렙틸리언이 사용하는 만큼 강도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로 떨어졌습니까?”
“음…. 기존보다 10분의 1 정도?”
10분의 1, 강도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것은 맞았지만 강신은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애초에 보호 장비가 가진 차단력은 그대로니까.’
추가 보호막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이 보호막은 격하게 움직일 때는 작동하지 않더군. 이건 외계 금속이 가진 특징이라 따로 해결할 수가 없었네.”
권영식이 그 특징을 제거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렙틸리언이 단점을 개선해 냈을 것이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기습을 방어할 때는 좋겠군요.”
기습당할 때, 보호막과 보호 장비 내부 보호 장비까지 입고 있다면 적어도 단번에 죽을 걱정은 없을 터였다.
그 이후로도 권영식은 계속 만들었던 장비들을 꺼냈다.
강신이 요구했던 죽은 피를 응축한 결정과 재고가 모두 떨어졌던 헥사곤 바인더, 그리고 저번에 사용했던 재머와 주변의 소리를 지우는 장치까지 추가로 보급해 주었다.
그걸로 모자라 10시간 동안 산소를 공급해주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산소호흡기, 보호 장비에 붙이면 24시간 안락하게 온도를 조절해주는 편의성이 좋은 장비도 여럿 있었다.
“이 정도면 당분간 장비가 부족하지는 않겠지?”
“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항상 몸조심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그때그때 알려주게.”
강신은 권영식이 심란했던 마음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렇게 강신은 권영식이 챙겨준 장비를 가득 들고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개인 큐브 내부에는 울프팀 요원들이 현장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섬으로 이동할 배를 구해야 합니다, 위치를 보니 대륙과 멀지 않으니 사이즈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혹시 모르니, 화기류도 수배해 둘까요?”
“네, 그게 좋겠군요.”
“그럼 저는 식량 쪽을 알아보겠습니다.”
한쪽에서는 장웨이가 맥스와 친구들과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어음…. 장비는 이걸로 될까요? 아까 약을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 정도만으로는 조금 불안한데.”
송기덕은 차단력을 한층 끌어올린 자신의 보호 장비를 보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제가 이끌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미라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한층 콧대가 높아진 카밀라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개인 큐브에 강신이 들어오자 모든 시선이 강신에게 쏠렸다.
그리고 강신이 가져온 물건이 가득 실린 카트를 보며 지원 요원들이 강신을 돕기 위해 다가왔다.
“이쪽으로 주십시오. 저쪽에 보관하겠습니다.”
강신이 장웨이에게 카트를 넘기자, 맥스와 친구들이 카트에서 은색 케이스들을 한쪽에 잘 쌓아두기 시작했다.
“죽은 피를 응축한 결정만 챙겨오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려고 했는데, 팰로우님이 다른 장비들도 챙겨주셨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다 사용할 건 아니니, 필요한 장비들만 챙기고 나머지 여분은 따로 보관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웨이는 맥스와 친구들이 장비들을 분류했고, 이번 작전에 쓰지 않는 물건들은 창고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라클이 인간을 제외한 이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결과가 나왔다.
장웨이가 연구를 부탁했던 연구원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를 들고 개인 큐브로 찾아왔다.
커다란 안경을 끼고 있는 하얀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은 지적으로 보였다.
그는 커다란 안경을 손으로 올리며 말했다.
“인간 이외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실험용 쥐나 곤충은 물론이고 인간과 흡사한 원숭이에게도 어떠한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연구원은 궁금했지만, 울프팀이 급하게 요구한 것은 그런 연구가 아닌 검증이었기에 깊게 파고들 수 없었다.
애초에 강신이 지급한 미라클의 양도 그리 많지 않아 연구를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강신으로서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으니 흡족했다.
다만, 파라다이스라는 곳이 위험하다는 게 문제였다.
“카밀라, 괜찮겠습니까?”
“저도 울프팀 소속이니까,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대신 보너스로 강책임님 피만 두둑하게 챙겨줘요.”
“물론이죠.”
울프팀은 현장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나야리트의 주도인 테픽으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파라다이스가 있을 만한 섬을 찾기 위해 배를 수배했으며 장비를 공수할 허가를 받았다.
그렇게 울프팀은 테픽에서 가깝고 작은 항구가 있는 산블라스로 이동해 장웨이가 수배한 배에 식량과 장비들을 싣고 항구를 벗어나지 않고 대기했다.
“바다로 나가지 않는 겁니까?”
맥스가 묻자 강신은 그들이 대기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대로 그냥 바다로 나간다고 해서 파라다이스가 있는 돌섬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강신도 소설에 테픽의 서쪽에 있는 돌섬이라 적었을 뿐, 정확한 좌표를 알지는 못했다.
심지어 그 돌섬은 위성 사진으로 찍히지 않는 장소였다.
이대로 바다로 나가봐야 몇 날 며칠이고 바다를 떠돌게 될 뿐이었다.
“그러니, 돌섬의 위치를 알고 있는 이들을 찾아야겠죠.”
“아….”
강신과 울프팀은 파라다이스라는 미지의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비밀 종교의 교단인 환락의 집단이 이용하는 장소를 찾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미라클의 효과를 상시로 느낄 수 있는 파라다이스에서 나오기 싫어한다고 해도 그들이 인간인 이상 뭔가를 먹어야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에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식인을 하는 식물과 그 구역을 만든 엔젤이라는 U.M.A뿐이었으니, 살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먹을 것을 외부에서 공수해야 했다.
심지어 파라다이스 내부 구역에 있는 식인 식물은 꼭 인간만 잡아먹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입속에 들어가는 것은 일단 씹고 보는 잡식성에 가까웠다.
즉, 그 식물 때문에 많은 물량의 식량을 보관하기도 어렵다는 소리였다.
“인원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보관할 장소도 부족하니, 짧은 주기로 계속 보급을 받고 있겠죠. 그러니, 저희는 돌섬으로 가져가는 보급선의 위치를 찾기만 해도 됩니다.”
그것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있는 산블라스는 항구가 크지 않았고 정박해 있는 배들 또한, 대부분 요트였다.
그런 배에 대량의 식량을 싣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판단은 정확했다.
아주 늦은 밤, 항구가 시끄러워졌다.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숨어서 확인한 강신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