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3
612화
비록 실험은 실패했지만, 이미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탓에 권영식은 금방 마음을 수습할 수 있었다.
“이선임 남은 뒷정리는 부탁하지.”
“네, 팰로우님.”
권영식은 곧바로 실험을 연달아 이어갈 수가 없었기에 마무리를 이수진에게 맡기고는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헬리오륨으로 만든 게이트 실험을 다시 진행하기 위해서는 과부하 된 장치를 식혀야 했고, 다른 장비들을 정비해야 했다.
그 시간은 절대 짧지 않았고 권영식은 그 시간 동안 그곳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건 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남았으니 휴식을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지만, 권영식은 이렇게 실험이 실패할 때면 뭔가에 쫓기듯이 쉬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다른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실험은 강책임이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강신이 가진 인류애는 권영식이 생각해도 비정상적이었으니까.
자신의 목숨을 노린 이를 죽이지도 않고 살려서 회유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행동은 비상식적이었다.
성신에서 일하다 보면 그 성격이 변할 줄 알았지만, 강신은 지금도 처음과 똑같았다.
소중한 동료가 당한 지금에도 말이다.
그런 강신의 앞에서 ‘인체실험’을 한다면 강신이 어쩌면 성신에 학을 떼고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 권영식은 지금 인체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전부터 계속 진행해 왔었다.
제약 회사가 새로운 약을 만들면 임상 시험을 하는 것처럼 권영식도 새로운 물건을 만들면 그것이 인간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물론 광신도들처럼 무고한 이들을 납치해 마취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살을 가르고 고통을 주는 형식의 실험은 아니었다.
우선 권영식이 실험으로 주로 사용하는 인간은 성신을 공격하다 사로잡힌 이들이었다.
그들 중 인적 사항이 말소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더러운 일을 하기 위해 길러진 이들이나 크게 위협이 되었던 광신도들, 그리고 국가의 재판을 받으면 최소 무기 징역이나 사형이 선고될 흉악한 범죄자였다.
일개 기업이 이런 비윤리적인 실험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정부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애초에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겠지.’
사용하는 실험체들이 흉악한 범죄자라며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고 해서 권영식이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성신에서 인체실험을 하는 것은 권영식뿐만이 아니었다.
‘31층.’
이전에 강신이 봤던 성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
그마저도 강신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 장소에서 지금도 소수의 연구원이 잔혹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권영식은 자신이 들고 있는 시험관을 살짝 흔들어봤다.
그러자, 시험관에 들어 있는 점성이 있는 붉은 액체가 느리게 찰랑거렸다.
피처럼 붉은 액체, 권영식은 그 액체를 포션(Potion)이라 이름 지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에게 포션이라는 명칭은 매우 친근하다 못해 필수적인 단어였다.
게임 캐릭터가 체력이 떨어졌을 때,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건이었으니까.
실제로 권영식이 만든 붉은 액체도 그럴 용도로 만든 물건이었다.
포션은 최근 강신이 환락의 집단에서 잡아 온 남성의 피를 베이스로 위치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물건이었다.
‘끊임없이 재생하는 이의 피를 정제해 여러 약초와 위치의 비술이 들어간 물건이지.’
즉, 포션은 과학과 신비의 결합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었다.
권영식은 깨끗한 주사기를 꺼내 시험관 내부에 있는 액체를 빨아들이고는 자신의 앞에 묶여 있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는 최근 폭스팀이 잡아 온 광신도 중 하나로 테러를 계획하던 이였다.
그는 권영식이 주사기를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자, 겁에 질린 것처럼 몸부림쳤지만 의자에 단단히 고정되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읍…! 읍!!”
뭔가 말하려고 해도 입에 물린 재갈이 그가 말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사실 재갈까지는 필요 없었지만, 권영식은 인체 실험할 때마다 실험체에 재갈을 물려왔다.
‘실험체와 대화를 나누어봐야 나만 피곤해지니까.’
그렇게 권영식은 살려달라는 듯이 애원의 몸부림치는 남성을 무시하며 감정을 죽이고 무덤덤하게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남성의 팔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부에 들어 있는 액체를 주입하고 조금 떨어져 남성이 어떻게 될지 그 경과를 지켜봤다.
액체가 주입되고 10분이 지나자 아무 반응도 없었던 남성이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읍!읍!읍!”
그는 자신의 신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처럼 다급하게 뭔가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권영식은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남자는 경련을 넘어 발작에 가까울 정도로 몸을 떨어댔다.
그런데도 권영식은 그저 그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기록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액체가 주입되었던 남성의 팔에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음? 액체를 주입했던 곳인가?”
권영식이 주사를 박아 넣었던 팔이 마치 모 히어로 영화에서 나오는 분노하면 옷을 찢는 거대한 녹색 괴물처럼 조금씩 비대해지고 핏줄이 두드러졌다.
이대로 가만히 둔다면 그를 억압하고 있는 구속 장치들을 끊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권영식은 도망은커녕 동요하지도 않고 그저 실험 결과를 자신의 눈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비대해졌던 팔이 한계에 도달한 듯 보였다.
그리고 이내,
퍽!
비대해졌던 팔이 폭발했다.
그 팔을 이루고 있던 살점과 피, 그리고 뼛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실험실 내부는 붉은 피와 더러운 살점들로 더러워졌고 실험을 주도하고 관찰하던 권영식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내의 피와 살점은 권영식에게 직접 닿지는 못했다.
은은하게 빛나는 에너지 막이 그를 보호하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보호막은 괜찮군.’
원래라면 안전을 위해 격리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옳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렙틸리언의 보호막 기술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권영식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보호막은 움직이지 않는 권영식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었지만 지금 이곳에서 권영식이 진행한 실험은 보호막 실험이 아니었으니까.
‘약성이 너무 강한 건가? 베이스가 되는 피를 조금 더 정제해야 하나?’
비록 실패했지만, 계산대로 포션이 완성된다면 포션은 엄청난 발명품이 될 것이다.
위치가 만드는 재생의 비약과 달리 권영식이 만드는 포션은 사람의 내부를 치료하는 물건이었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부를 치료한다는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병명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며 치료법도 모두 다른 병들을 포션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 물건이야말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약보다 미라클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뭐, 그것도 일단 완성이 되어야 말이지….’
연이은 실험 실패에 권영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 * *
권영식이 강신 모르게 연구를 이어가는 동안, 강신은 사전에 생각했던 대로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 공표했다.
HG 그룹은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조건 협력하겠다고 알려왔으며 세그레드 조라는 중립을 고수하겠다며 한 발 빼는 분위기였다.
다만, 지금 강신이 말한 내용을 누구에게도 퍼트리지 않겠다며 약속해왔다.
그리고 U.M.A 국제회의 의장과는 따로 약속을 잡았다.
그는 성신에서 보호하는 권영식만큼이나 U.M.A 국제회의에서 주요 인물이었기에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연락할 수 없을 정도로 대화조차 나누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나마 강신이 그와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건 U.M.A 국제회의가 발급해 준 카드 덕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프리메이슨 소속 키퍼였다.
강신은 이경석 의원을 직접 만나 현재 상황을 알렸고 그는 키퍼들을 소집해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며 바로 다른 키퍼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긍정적인 대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도 협력하기로 했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경석 의원이 묻자, 강신은 자신이 생각했던 계획을 하나씩 꺼냈다.
“우선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옮긴다는 물건들을 행방을 찾아야 합니다.”
“그걸 찾아서?”
“생명력이 많이 깃든 물건들은 수송되지 못하게 막고, 작은 물건들은 놓친 것처럼 풀어주어 의식 장소를 찾아야 하죠.”
“음…. 일리가 있군. 그래, 그래서 그것뿐인가?”
“아니요. 겨우 이 정도였다면 성신 요원들만으로 대처했을 겁니다.”
딱 그 정도가 성신이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으니까.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다른 교단과 협력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강신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가장 큰 이유였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만 상대하기에도 벅찬데, 다른 교단까지 합류한다면 성신은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우리는 비밀 종교에 소속된 다른 교단을 공격하면 되는 건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협력하는 교단을 공격해도 되고 아니면 그들이 수송을 방해해도 됩니다. 그 부분은 자율적인 판단으로 맡기겠습니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협력 관계라고는 하나, 같이 작전을 하기에는 그간 일을 해온 방식이 달랐다.
그 부분을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 그럴 바에 그냥 각자 움직이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러면 각자 움직이면서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쪽으로 하면 되겠나?”
“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좋아, 우리도 각자 움직이도록 하지. 아, 그리고 딘이 자네에게 할 말이 있다고 나중에 따로 연락한다고 하더군.”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할 말은 끝난 것 같고 이쯤에서 난 일어나겠네.”
강신이 이경석 의원과 모든 대화를 나누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자 때마침 딘에게 연락이 왔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계획은 단순하지만 나쁘지 않겠더군요.
이경석 의원이 다른 키퍼들에게 이미 계획을 전달했는지, 딘은 꽤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렇습니까?”
-네, 아시다시피 키퍼들은 프리메이슨에 소속되어 있긴 있지만, 각자만의 생활이 있고, 모두 작게나마 세력을 가지고 있죠.
이경석 의원이 정치하는 것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으며 딘처럼 PMC에 소속된 이들도 있었다.
그러니, 키퍼들이 모여서 행동하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였다.
차라리 각자가 가진 세력을 이용해 행동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나쁘지 않네요.”
-아, 의도하신 게 아니었군요? 뭐 그래도 상황은 좋으니, 상관없겠죠. 그보다, 따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한번 들어보죠.”
-강책임님, 혹시 PMC를 흔들어 볼 생각이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