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78
677화
최태원이 여유를 부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빈틈을 노출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이전에 강신에게 크게 한번 데였던 경험이 있었으니, 그는 강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흠, 오늘은 피부가 붉게 변하지 않는 건가?”
그는 강신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했었던 모습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에게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최태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래, 우리 사이에 무슨 대화가 필요할까.”
이내, 최태원도 대화를 포기하고는 차분하게 강신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강신은 최태원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최태원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강신을 귀찮게 하던 자잘한 공격들이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최태원이 자세를 잡았다.
오른손을 뒤로 빼서 뒷짐을 지고 왼손의 손날을 세워 쭉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강신도 그와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둘이 내민 왼손의 손등이 닿자,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손을 섞기 시작했다.
탁탓, 타다다닥!
손을 휘감고 쳐내고 쳐낸 손을 다시 잡아서 끌고 그걸 다시 쳐내는 것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초였다.
그만큼 둘의 손놀림은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좇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둘이 호각을 이루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큭….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강신은 공방을 오가면서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한번 손을 섞었을 때도 어느 정도 느끼긴 했지만, 같은 기술이라고 해도 강신과 최태원의 사이에는 기술의 숙련도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서로 공방을 오가며 손을 섞을 때마다 강신이 조금씩 손해를 보고 있었다.
한 번으로 치면 아주 사소한 손해였지만, 이미 수십 번이나 손을 섞는 동안 그 손해가 건틀릿을 뚫고 내부에 충격을 주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손해가 실시간으로 쌓이고 또 쌓이고 있었다.
이대로 공방을 이어가다간 자신의 필패라는 것을 짐작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공방을 주고받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은 최태원의 유술에 잡아먹힐 것이 분명했다.
그가 자신의 유술로 끝을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한 소망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최태원이 만든 판을 깨기로 했다.
최태원과 계속 공방을 이어가면서 은근슬쩍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강하게 지면을 때린 것이다.
쿵!
강신이 진각을 밟자, 풀들이 짓눌리며 지면을 흔들었다.
그 진동은 멀리까지는 아니어도 바로 앞에 있는 최태원에게까지 영향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완벽하게 힘을 제어하고 있는 그에게 작은 진동은 거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거슬림은 빈틈을 만들기엔 충분했다.
아주 잠깐의 빈틈이었지만 강신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팔을 잡으려는 최태원의 손을 완벽하게 쳐내고 그와 조금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최태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 어디서 그런 같잖은 수를 배워서는….”
다 잡은 물고기를 바로 앞에서 놓쳤으니, 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뒤로 물러선 강신을 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야 강신이 숨겨둔 한 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자신이 역으로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둘은 강신이 원하는 대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최태원이 강신을 경계하듯 강신도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내가 허점을 보이면 바로 파고들겠지.’
소강상태라고 해서 안심하고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강신과 최태원은 한참을 서로를 노려봤다.
강신의 등 뒤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흘렀다.
‘이대로라면 무조건 질 거야. 이기려면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해야 할까?’
분명 그 힘이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최태원을 압도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강신은 선뜻 그 방법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최태원은 사제 중 하나일 뿐이야.’
분명 강하긴 했지만, 그는 복수의 종교자가 아닌 사제였다.
물론 그의 일신의 무력은 복수의 종교자와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제라는 게 중요했다.
설야의 날개 가루를 흡입해 그를 압도하고 자신을 공격한 사제들을 잡아도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곳은 사제뿐만 아니라 다수의 복수의 종교자들도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팰로우님이 주신 물건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손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수준에서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고 했었다.
이 약을 사용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반동이 온다고 했었으니, 결코 좋은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설야의 날개 가루 말고도 강신에게는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두 가지나 더 있었다.
첫 번째는 최태원과의 전투를 피하는 것이었다.
즉, 이곳에서 도주하는 것이다.
‘내가 도주하면 아마 붙잡지 못하겠지.’
신단수의 열매 덕분에 체력은 이미 괴물 수준에 도달한 강신이었고 최태원은 이미 노쇠한 노인이었다.
만약 맘먹고 도주한다면 최태원이 강신을 붙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최태원뿐만 아니라 번외에서 강신과 최태원을 바라보고 있는 사제들도 강신을 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
도주한다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었다.
U.M.A를 상대하는 현장에서 전략적 후퇴는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도주한다는 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입구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면 더는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
그러다 문득, 강신은 자신이 들어오자마자 광신도 한 명을 밖으로 집어 던졌던 것을 떠올렸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 성격상, 아무리 늦어도 지금쯤이면 지원을 보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원이 오지 않았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혹시 자신이 던졌던 방심한 광신도가 매우 강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 생긴 것인가?
지금 강신이 이대로 도주한다면 뒤늦게 지원 온 인원도 매우 위험해질 것이다.
그러니, 강신은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어쩔 수 없나.’
성신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강신은 민간인이었다.
무술이라고 해봐야 태권도 검은 띠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군대에서 설렁설렁 알려주는 태권도에 검은 띠였다.
그런 강신이 성신에서 여러 전투 훈련을 받았고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척준신이 알려준 박투술과 임상무가 알려준 유술이었다.
그리고 강신은 두 가지 무술의 종점인 발경과 흘리기를 터득하고 있었다.
평생을 수련해도 하나의 끝을 보기도 힘든데, 강신은 입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두 가지 무술의 끝을 본 것과 다름없었으니 다른 무술인이 봤다면 경을 쳤을 것이다.
물론 기술 숙련도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뭐 어쨌든 무술인이 추구하는 기술에 닿았음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그간 강신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숙련도였다.
발경은 이제 왼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발판이 없다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술의 흘리기 또한 힘의 흐름에 집중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힘을 일일이 맞추어 흘리기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상황에 따라 적을 격살할 때는 박투술을 제압할 때는 유술을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신은 훈련실에서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두 개의 무술을 함께 사용할 수는 없나?
이건 강신이 똑똑해서 떠올린 방법이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었고 도전했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 둘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강신처럼 두 개의 무술을 끝을 본 사람이 그 수가 매우 적다는 것과 서로 다른 개념의 무술을 동시에 쓴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유술의 흘리기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힘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힘의 흐름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 발경을 사용하기 위해 몸에 힘이 들어간 곳이 있다면?
공격을 흘리지 못하고 그대로 처맞는 것도 모자라 준비 중인 발경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강신도 바꿀 수 없는 무술의 묘리이기도 했다.
비슷한 묘리를 가진 무술도 아니고 상반되는 무술의 묘리를 결합할 방법은 없었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한다면 말이지.’
그런 고민을 이어갈 바에 자신이 가진 기술을 갈고 닦은 무인들과 다르게 강신의 본업은 상상하고 그 상상을 글로 옮기는 작가였다.
어찌 보면 망상에 가까운 상상이었다.
하지만 강신 주변에는 그 망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자와 조언자가 많았다.
그렇게 강신의 상상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론이 만들었고 오랜 기간 천천히 무술이 완성되었다.
강신은 그 무술의 이름을 심플하게 트윈 마샬 아츠라고 지었다.
오로지 강신만을 위해서 수많은 천재가 머리를 맞대어 만든 이론이었다.
권영식은 그 이론을 토대로 기꺼이 강신의 보호 장비에 비어있는 슬롯에 추가 장비를 넣어주었다.
그간 아끼고 아꼈던 슬롯을 채운 것이다.
그렇게 이론을 검증할 때, 강신과 참여한 모든 인원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만든 이론과 현실은 달랐으니까.’
강신과 참여 인원들이 원한 것은 지형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발경과 흘리기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무술이었다.
하지만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과 만든 이론은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실패는 또 아니었다.
성공 확률은 낮았지만, 추가 장비를 사용하면 함께 사용하지는 못해도 부분적으로 기술을 끊어서 사용할 수는 있게 되었다.
즉, 동시에는 사용하지 못해도 연계해서 사용할 수는 있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는 아니라는 건데….’
동시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연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
마치 오른손으로 네모를 그리고 왼손으로 세모를 그리는 느낌이었다.
의식하고 천천히 그리면 가능은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려다간 흐트러지는 건 당연했다.
트윈 마샬 아츠도 마찬가지였다.
숙달되었다면 모를까, 이론을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너무나 바빴기에 훈련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숙달될 리가 없었다.
그러니, 빠르게 움직이면 두 무술의 연계조차도 힘들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해내야지.’
지금 이 상황을 이상적으로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강신은 최태원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살짝 뒷걸음질하자, 최태원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설마 지금 상황에서 도망가려는 건 아니겠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대꾸해주지 않았던 강신이 그에게 대답해 주었다.
“저도 진심으로 하려고요.”
강신은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교차하며 바지 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거기에 붙어 있는 손가락 두 마디 넓이의 검은색 끈을 쭉하고 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