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9
98화
퍼즐에 도전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고통이 더 심해졌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오기를 부렸다.
가끔, 강신을 찾아오는 동료들은 그를 응원하고 돌아갔다.
설마 강신이 아무 계획 없이 움직였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그의 행동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강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강신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통이 점점 강해지는 건 맞지만 그 폭이 일정하지 않고, 대상의 컨디션에 맞추어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주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견딜만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허나 그런 고통도 계속 이어지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렇게 억지로 오기를 부린 결과가 정신줄을 놓기 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이었다.
이미 고통으로 강신의 정신력은 한계에 도달해 있었으며, 주변의 소리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지쳐있었다.
습관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초기화된 퍼즐의 스틱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왠지 몸이 굉장히 무거워진 기분이었지만, 지쳐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억지로 스틱을 잡았다.
그런 고생을 한 강신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것일까.
갑자기 퍼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단 하나의 길만이 남았다.
강신은 이 고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그리고 그는 출구까지 멈추지 않고 스틱을 밀었다.
그렇게 퍼즐의 말이 출구를 벗어나자, 강신의 긴장이 풀렸고 그제서야 주변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저걸 풀었어? 저걸?”
“어떻게 된거지!?”
갑자기 들려오는 환호성에 강신은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강신이 사람들을 보며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퍼즐이 풀린 U.M.A가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했다.
끼릭….
철컥, 철컥.
쇳덩이 위에 있던 퍼즐이 물속에 가라앉는 것처럼 천천히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칙칙하기 그지없었던 검은색이 하늘을 담은 것 같은 은은하고 옅은 푸른색으로 변화했다.
가가각……. 가각….
그리고 U.M.A 한켠에는 마치 쇳덩이를 긁어 각인한 것처럼 아주 작은 문장이 새겨졌다.
-NO.19 Sky Safe (하늘 금고)
뒤늦게 강신을 말리기 위해 달려온 김한수 수석과 보안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강선임님! 괜찮습니까?”
다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본 강신은 힘들지만,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솟아났다.
“수석님, 퍼즐 풀었는데…. 상품은 개인 큐브로 옮겨 주는 겁니까?”
김한수 수석은 강신이 퍼즐을 풀어내고, 개인을 위한 금고의 색을 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신의 상태가 위험하진 않다고 판단한 김한수 수석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사고 나는 줄 알았잖습니까. 거 적당히 좀 하시지.”
그들의 대화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웃었고 그곳의 상황은 종료되었다.
* * *
그렇게 축제 같던 CL 활동은 성황리에 잘 끝나게 되었다.
개인을 위한 금고는 김한수 수석이 바로 강신의 개인 큐브로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강신의 소식을 들었던 권영식이 강신을 찾아왔다.
“보고는 들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꽤나 무리했더군.”
그는 자신이 찾아왔음에도 개인 큐브의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강신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CL 활동을 하는 열흘 동안 고통에 시달렸을 테니, 강신의 저런 모습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강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회복력이 좋아서 저 정도로 그친 것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장 병원에 실려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하, 하하….”
강신이 침대에서 권영식의 잔소리를 들으며 마른 목소리로 웃자, 권영식이 결국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래서, 이 U.M.A가 요구했던 과정이 무엇이었나?”
권영식은 퍼즐을 풀어낸 강신에게 해답을 묻자, 강신이 잠시 뭐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게, 아마도…. 도전 횟수나 고통을 인내하는 인내심을 봤던 것 같아요.”
강신은 여러 가설을 세웠었다.
속도도 빠르게 해봤고 반대로 느리게도 해봤으며, 스틱을 잡는 손에 힘을 잔뜩 주기도 약하게 주기도 해봤다.
묵언수행을 하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퍼즐을 풀어봤으며, 미친 사람처럼 U.M.A에게 계속 말을 걸어 보기도 했다.
심지어 빛과 온도 조절도 했다.
10일 동안 강신은 자신이 떠오르는 모든 시도를 해봤지만, 그 어떤 것도 U.M.A가 원하던 게 아니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한테 처맞기 전까지는.
계획과 가설이 있었지만 계속되는 고통에서 강신은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올랐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지만 아무 생각없이 퍼즐을 습관적으로 잡기를 반복했을 때.
U.M.A는 스스로 출구를 만들어주었다.
모든 정황을 생각해보면 U.M.A가 바랬던 건 일정 도전 횟수, 혹은 고통을 감내하는 인내와 관련되어 있었다.
“아마라고? 설마 강선임, 정답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도전만 한 건가?”
권영식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고, 침대에 있는 강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이실직고했다.
“네…….”
“아니, 대체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무리해 가면서 이 U.M.A를 얻을 이유가 있었나?”
한 명의 주인을 섬기고 단 하나의 물건만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U.M.A는 정말 중요한 물건을 가진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권영식이 알기로 강신은 저렇게 몸을 학대하면서까지 맡겨야 할 물건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팰로우님, 제가 세운 계획이 하나 있는데,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후…. 좋네. 화는 그 계획과 부탁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내도록 하지. 한번 말해보게.”
권영식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신은 자신이 세운 계획, ‘보험’에 대해 설명했고 필요한 물건을 말했다.
방금까지 왜 U.M.A가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던 권영식은 강신의 이야기를 듣고, 어째서 그가 저런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됐는지 이해했다.
“자네밖에 쓰지 못할 보험이라…. 하지만 그 어떤 보험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
권영식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좋아. 부탁한 건 구해주지. 하지만 다음부터 이런 계획이 있었다면 사전에 이야기해주게나.”
“꼭 그렇게 할게요.”
강신은 찔리는 것이 있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권영식은 강신의 부탁을 수락하고 바로 강신이 부탁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개인 큐브를 나갔다.
그리고 권영식이 강신을 찾아온 건 다음날 아침이었다.
그의 손에는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라고 불리는 견고한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여기, 자네가 부탁한 물건일세.”
“벌써 구하셨어요?”
“자네가 만드는 보험은 회사에서도 충분히 큰 도움이 되니까.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승인이 떨어졌지.”
“감사합니다.”
강신은 권영식이 건넨 유리 용기를 확인했다.
유리 용기 내부에는 평범해 보이는 너트와 볼트 한 쌍이 들어가 있었고, 그것을 본 강신이 중얼거렸다.
“이걸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세. 보험이라는 건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가장 좋은 거니까.”
강신은 이제는 은은한 하늘색이 되어버린 개인을 위한 금고 위에 유리병을 놓았다.
그러자 금고가 유리병 크기에 알맞은 구멍을 만들어, 자신의 내부로 유리병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유리병을 삼킨 금고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큰 정사각형 모양의 금고가 수십 개의 선이 생기며 작은 사각형 크기로 나누어지더니, U.M.A의 중앙을 중심으로 크기를 줄여갔다.
척척, 척.
그리고 그 변화가 멈추었을 때, 금고의 크기는 30센티미터로 굉장히 작아져 있었다.
금고에는 작은 구멍 하나만 뚫려 있을 뿐이었다.
이미 맡긴 물건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둘은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보니까, 신기하군.”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보는 건 다르니까요.”
“보관된 물건을 다시 꺼내 볼 수 있겠나?”
권영식이 자신을 위해 구해온 물건을 생각하면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강신은 새로 생긴 구멍에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개인을 위한 금고에서 달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축소된 금고가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최종적으로 강신이 맡겼던 유리병은 금고 상단에 올라가 있었다.
강신은 그걸 시작으로 권영식의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몇 번이고 그 행동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작아진 금고를 보며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음……. 크기가 작아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누가 금고를 그대로 들고 가버리면 어떻게 하겠나?”
권영식의 우려를 들은 강신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팰로우님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음?”
권영식은 강신의 말을 듣고 아무 의심없이 축소된 금고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금고는 마치 땅에 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흐읍!!”
권영식이 얼굴을 벌게질 정도로 힘을 써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그러셔도 꼼짝도 안 할 겁니다. 개인을 위한 금고는 물건을 보관하게 되면 웬만해선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든요.”
힘껏 힘을 주고 있었던 권영식이 지쳤는지, 숨을 고르다가 강신에게 물었다.
“나는 자네가 쓴 소설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없는데?”
“넣지 않은 내용이니까요. 소설을 쓸 때, 너무 자세히 쓰면 쓸데없는 내용만 늘고 재미는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생략하는 부분도 있죠.”
“……자네가 쓴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이 아니라서, 오히려 내용이 늘수록 우리한테는 좋을 텐데?”
소설의 내용을 생략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권영식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저도 알긴 합니다만……. 보고를 목적으로 너무 자세히 쓰다 보면, 영감이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 중요한 사실을 왜 이제 말하나.”
권영식의 호통에 당황한 강신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 쓰고 나서 나중에 생략한 부분이 다시 떠오르면 추가하고 있어요. 크게 걱정하시지는 않으셔도 될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보다 이 금고가 이렇게 무겁다면 도난의 위험은 없다고 봐도 되겠군.”
권영식은 만일의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게다가 금고를 열 수 있는 사람도 자네뿐이니 말이야.”
“그래서 제가 이 U.M.A를 원한 거니까요. 이걸로 제가 말한 ‘보험’은 완성되었네요.”
강신과 권영식은 작아진 하늘색 금고를 보며 저 물건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랐다.
후에 강신이 만든 프로젝트 ‘보험’은 제일 높은 등급의 기밀로 구분되었다.
승인권자와 프로젝트 책임자는 강신이었고, 회사가 무너질 위기가 아니라면 절대 사용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놓았다.
* * *
CL 활동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비밀 연구소.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훈련층에서 운동 중이던 강신을 찾아왔다.
머리카락은 모두 하얀색이었고 수염도 길게 늘어져있었지만, 더럽다기보다는 잘 정돈되어 정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청년이 강신인가? 혹시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나?”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스쿼트 중인 강신에게 다짜고짜 도움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