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6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63화
예전에 시트콤 의 배역을 따냈을 때가 떠오른다.
지호에게 조언까지 받아 가면서 오디션을 보기 위한 준비를 다 해 놨는데…….
-우주야.
-응?
-너 붙었다는데?
-나 붙었어??
오디션을 보기 전에 미리 합격 통보부터 받아서 당황했던 기억.
그때와 지금이 왠지 겹쳐 보인다.
“오버쿡 홍보하려고 미국 가는 건데, 이미 미국에서는 오버쿡 홍보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응.”
“…….”
“발매하고 나서 벌써부터 반응이 어마어마해.”
석환 형이 노트북을 돌려서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해외 유명 차트 순위는 전부 다 먹었다고 보면 돼.”
“…….”
“보이지? 1위에 랭크된 거.”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해외 유명 음원 사이트에서 우리의 가 이미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2위에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2. Moonlight – All I Want
2000년 최대 히트곡이자 문라이트가 리메이크해서 대박이 터진 가 대부분 2위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지금 막 발매했는데?”
“그… 일단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게 있는데.”
“응.”
“너희 팬들이 엄청 열 받은 모양이야. 이번에 VMA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열이 올랐는지 지금 화력이 말도 못해.”
최근 몇 달간 문라이트 측의 언론플레이에 열이 오른 구름단(미국 수플레)들이 대대적으로 힘을 보여 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때 비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팀장님, 근데 이걸 ‘반응이 터졌다’라고 보기에는 조금 그럴 수 있지 않나요? 당장은 수플레들이 화력으로 올려 준 거니까. 아무래도 차트 추이를 좀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팬덤이 올릴 수 있는 지표보다는 대중들이 있는 지표를 봐야 한다는 뜻이지? 이번 곡은 대중 반응이 중요하니까.”
“네.”
석환 형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나도 차트 반응만 보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그럼 뭐가 더 있어요?”
지호의 질문에 우리 TF팀장이 노트북의 자판을 타닥 두드렸다.
그러자 화면 위로 다양한 수치들이 뜨기 시작했다.
검색 지표.
SNS에 올라온 영상들.
미튜브의 국가별 시청자 수.
“우와아…….”
우리 막내가 그 지표들을 보면서 눈을 비볐다.
“뭐가 뭔지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엄청나네요.”
“그러게, 뭔가 엄청난 것 같긴 하다.”
우리도 동감했다.
마케팅 관계자들이야 수치나 도표를 보면 ‘오호라~’ 하겠지만 우리에겐 뭔가 막대 그래프 같은 것만 보일 뿐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민수 씨가 큰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석환 형도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로 설명해 줄게.”
“응.”
“쉽게 말해서 너희 곡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지금 대박, 아니 초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거야.”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고개를 끄덕이던 TF팀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 일단 그중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 * *
보통 유명 가수들의 신곡은 발매하기 전부터 주목을 받는 편이다.
예컨대 헤일리 블루가 새로운 앨범을 낸다고 발표하면 일반인들도 ‘오 한 번 들어 봐야지’ 하는 반응을 보이니까.
그런 면에서 뉴블랙의 이번 신곡에 대한 관심도는 높았다.
물론 이 관심도는 콜드 브라운이나 맨디 스파이스 같은 기성 가수에 대한 관심과는 조금 달랐다.
-헤일리 블루 싱글 냈어? 한 번 들어 봐야겠네.
…가 그래미 앨범상을 거머쥔 슈퍼스타에 대한 반응이라면.
-아아~ 뉴블랙도 이번에 신곡을 냈어?
뉴블랙에 대해선 이런 반응이었다.
노래를 직접 검색해서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들려준다면 거부하지는 않겠다 정도.
아무리 홍보를 해도 관심이 없으면 클릭조차 안 해 주는 일반인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굉장히 높은 관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The New Black – Overcooked]차트에 뜬 곡을 클릭하거나 인기 동영상에 뜬 뉴블랙의 뮤직비디오를 클릭하는 미국의 머글들.
평소였다면 아무리 눈앞에서 떡밥을 흔들어도 미동조차 안 하는 이들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장기간에 걸친 빌드업.
의 본격적인 홍보는 2주가량이었지만, 그 전부터 사실 뉴블랙의 홍보는 시작되어 있었다.
[뉴블랙의 METRO가 발매되다]빌보드 1위를 비롯해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영어 곡으로 처음 일반인들에게 존재감을 알렸고.
[신사숙녀 여러분. 올림픽 폐회식의 메인 퍼포머 뉴블랙을 소개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올해 초에 열린 평창 올림픽에서는 개회식과 폐회식 무대에 올랐고.
얼마 뒤에는 리더인 우주가 그걸 기반으로 콜드 브라운과 함께 라는 역대급 명곡을 탄생시켰다.
“Marcus said~”
“I know the answer~”
빌보드 최장기간 1위 곡 중 하나이자 라디오에서도 매일 주구장창 틀어 주는 힙합 음악.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이 흥얼흥얼하고, 파티가 열리면 반드시 한 번쯤은 나올 정도로 곡이 성공하면서 뉴블랙 우주에 대한 인지도가 더욱더 높아져 있었다.
[오늘의 넷플러스 1위 : Korean Horror Stories]유명 호러 드라마 AHS처럼 미국에서 KH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넷플러스 인기 드라마.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매니아 층을 꽤 양성한 드라마에선 지호가 주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멧 갈라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뉴블랙이 뽑히다] [TIME 100 갈라의 무대에 콜드 브라운과 우주가 오르다]그리고 이런 모든 떡밥들이 하나하나 빌드업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쌓여 가고 있을 때.
최근에 가장 크게 반응을 터뜨린 두 가지가 뉴블랙에 대한 관심도를 대폭 올려 버렸다.
Bunny Bunny~
Uncle Bunny~
역대 최단 기간 1억 뷰이자 지금도 수억 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인기 동요 .
전 세계 인형 공장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돌 만큼 현재 인기리에 팔리는 토끼 삼촌 인형이었다.
산간벽지에 살아도 엉클 버니쯤은 알고 있을 정도!
뉴블랙 멤버들이 음악 방송에서 직접 라이브로 펼친 영상은 현재 8천만 뷰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사건이 벌어졌다.
[천만 명이 시청한 Like The Sun의 라이브]실시간 라이브 하나로 이란 영화를 사람들의 기대작 리스트에 올려 버린 곡.
석양을 배경으로 피아노를 치던 천재 작곡가와 배우들의 라이브는 일반인들에게도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현재 빌보드 Hot 100에서도 47위.
상황이 이쯤 되니 일반인들도 당연히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 전 세계를 강타한 동요를 만들어 내고, 천만 명이 시청한 영화 OST를 만든 보이밴드가 신곡을 냈습니다!
여기에 어마어마한 홍보까지 합쳐졌다.
레코드사와 에이전시가 그야말로 혼이 실린 홍보 물량을 퍼붓기 시작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랭킹 100위 안에 이름이 들어가 있는 5명의 멤버들이 홍보하면서 팔로워들이 관심을 가지고.
라이브 시청자만 천만에 달하는 팬덤이 SNS에 융단 폭격을 퍼붓고 있었다.
“흠…….”
“흐음…….”
잘 모르는 미국인들도 뭔가 분위기에 휩쓸려서 의 뮤비를 시청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터뜨릴 완벽한 한 가지 조건이 있었으니…….
“어?”
“어…?”
를 시청한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이건 또 뭐지?’
신선하면서도 듣기 좋은 멜로디.
은유적인 게 가득해서 파고들어야 하는 구석이 있는 노래가 아니라 직관적인 스토리가 담긴 뮤비.
따라 하고 싶어지는 설탕 뿌리는 포인트 안무.
정확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노래가 재미있었다.
-이 뮤비를 10번 넘게 재생하는 중. 근데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idk why)
-진짜 돌아 버리겠네. 지금 자야 하는데 미친 뇌가 오버쿡을 속삭이고 있음
-미리 코멘트를 달아야겠군. 2021년에도 보고 있는 사람 손?
-정말 단편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야.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자꾸만 다시 보게 됨
-은발이 우주지? 나의 장래희망은 그의 머리카락이다
직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멍하게 있거나, 카페테리아에서 식판을 들고 서 있으면 귓가에 환청처럼 맴도는 노래.
Overcooked~ overcooked~♬
그저 조금만 익혔을 뿐인데~
카페테리아에서 식판을 든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돌겠군. 자꾸 노래가 맴돌아.”
“오버쿡드?”
“응, 그거.”
“나도 그래.”
‘Overcooked’라는 말에 배식을 해 주는 인원이 눈을 깜빡인다.
“요리에 무슨 문제라도?”
“노노노, 그게 아니라 뉴블랙의 노래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제목이 Overcooked거든요.”
“뉴블랙 노래가 나왔어요?”
“Yeah, 꼭 한 번 들어 봐요.”
너도 한 번 이 굴레에 빠져들어 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은근슬쩍 영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가 초장부터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대박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미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곡이었다.
‘재미있다!’
설탕 뿌리는 포인트 안무를 하면서 ‘Overcooked~’ 하면서 혼자 흥얼거리며 노는 것도 재미있고, 그냥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어도 뭔가 재미있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대박 조짐이 초대박으로 바뀌게 될 사건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테 첼리니 영상 봄?”
“셰프?”
미국 내에서의 인지도를 따지면 뉴블랙보다 훨씬 유명한 스타 셰프, 단테 첼리니.
그의 식당에서 찍힌 영상이 화제였다.
요리가 담긴 카트를 밀고 오는 스타 셰프에게 손님들이 와아아- 하며 환호성을 보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정중하게 사과하는 단테 첼리니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이내 웃었다.
‘이거 노래 가사잖아!’
단테 첼리니가 씩 웃는다.
[저희가 요리를 다 태워 먹었습니다]‘What?!’ 하며 크게 당황하는 누군가의 큰 목소리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누군가 해당 손님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한편.
단테 첼리니가 딸과 함께 손님들 앞에서 오버쿡의 포인트 안무를 추고, 손님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친다.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루나 첼리니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아빠 미소와 엄마 미소를 지을 때.
단테 첼리니가 앵콜을 요청하는 손님들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뚜껑을 열었다.
[그런 의미로… 여러분을 위한 서비스 디저트, 수플레입니다! 좋은 밤 보내십시오!]쟁반 뚜껑이 열리고 서비스 디저트가 등장하면서 다들 다시 한번 크게 환호한다.
핸드폰으로 찍은 저화질 영상인데도 현장의 기쁨과 설렘이 느껴질 정도.
그렇게 단테 첼리니를 비롯해 뉴블랙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스타 셰프들이 특급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대중들도 다 아는 스타 셰프가 되려면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쇼맨십이 필요하다.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월드 스타의 뮤비에 출연한 것을 이용해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었다.
[여러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오늘 발매된 뉴블랙의 가 바로 이 바비의 식당에서 만들어졌습니다.]거구의 흑인 셰프가 호탕하게 웃으며 뮤지컬처럼 쩌렁쩌렁한 성량으로 노래를 부른다.
[오버쿡드~ 오버쿡드~] [손님 여러분! 널리널리 퍼뜨려 주시죠~! 수플레의 성지! 뉴블랙의 노래가 탄생한 전설적인 장소~!] [그리고 이건 여러분을 위한 특별 바베큐 서비스입니다-!]TV에도 출연하는 유명 셰프들이 자기 식당에서 팬 서비스로 안무를 추는 영상이 나오면서 미국인들이 눈을 반짝였다.
예로부터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류의 유행.
‘재미있다!’
그리하여 틱톡 같은 쇼츠 플랫폼이나 미튜브에도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는 미국인들의 영상.
이른바 열풍이 불 조짐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 * *
“…라는 상황인 거지.”
석환 형의 말이 끝나면서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하…….”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에 올라탈 때까지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을 만큼 긴 비하인드였다.
석환 형이 말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조짐이 보인다는 거야. 나온 지 이틀 정도밖에 안 돼서 무조건 됐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야. 조금 더 길게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 할 활동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네.”
“그렇지.”
이미 대박의 조짐이 보이지만, 이제 우리가 미국 프로모션을 어떻게 도느냐에 따라 더 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중현이가 말했다.
“이번에 진짜 뼈를 부술 각오로 해야겠는데요.”
“진짜 각 잡고 해야지.”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동의했다.
“뭐, 아직 잘 됐다고 단언하기에는 섣부른… 꺄르르르륵!”
“꺄륵!”
“꺄르르르르!”
동생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짝짜꿍했다.
주변 좌석에서 노트북 작업 중이었던 홍서영 과장님과 TF팀 직원들이 웃으며 타박했다.
“어이구 벌써부터 설렌 거 봐. 얘들아 벌써부터 그렇게 설레고 그러면… 꺄르르륵!”
“꺄르르르!”
“아이, 다들 좀 긴장 하라니꺄르르륵!”
다들 바짝 긴장 좀 해야 한다고 말로 그러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지난 몇 달간 밤잠 설쳐가며 다 같이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의 초반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출발이 정말 좋다.
부담감과 동시에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손바닥을 비볐다.
“미국 프로모션 한 번 제대로 가 보자고.”
“간다, 미국!”
그렇게 1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푹 숙면을 취하면서 LA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미국 에이전트인 디안젤로 씨가 두 팔을 벌리며 달려왔다.
「시작부터 홈런이네요!」
기뻐서 우리를 얼싸안을 뻔한 에이전트에게 우리도 웃으며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 프로모션에 엄청 신경을 기울이셨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정말 정신없이 연락이 들어오네요!」
정말 바쁜지 쉴 새 없이 그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스포티파이 순위? 어어… 잠시만. 라디오 스케줄은 브라이언이 진행하는 곳에 픽스를 하면 될 거고. 그… 패션쇼? 그게 뉴블랙 이미지랑 정말 맞는다고 생각하나?」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도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확실했다.
바쁘게 전화를 하던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건, 숙소에 짐을 풀고 스케줄 장소로 출발했을 때였다.
「휴우.」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은 에이전트가 말했다.
「정말 바쁘군요.」
「저희를 찾는 곳이 많은가 봐요. 발매한 지 이제 하루 이틀 정도 지났는데 신기하네요.」
「아직 여러분을 찾기에는 이른 시간이긴 하죠. 하지만 이 바닥이 뭐가 뜰지 망할지 아는 감각으로 먹고 사는 곳 아니겠습니까? 노래가 빵 뜰 것 같으니 미리부터 선점하겠다는 거죠.」
그러면서 최고의 스케줄을 가져오겠다고 하는 말에 우리가 감사 인사를 전할 때.
「일단은 인터뷰 스케줄이 먼저겠군요.」
「네.」
일정의 순서는 간단했다.
먼저 다양한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토크쇼 스케줄이 있다.
첫 스케줄은 바로 유명 라디오 방송.
가장 최근에는 그래미 수상자 켈리 넬슨이 나왔을 만큼 인지도 있는 프로였다.
「큰 문제는 없겠지만 발언을 하실 때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생방송이라서요…?」
「문라이트의 프로듀서 테리 오스틴 아시죠?」
「네.」
문라이트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봤던 중년 미남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 경력만 20년이 넘는 업계 최고라 인맥이 정말 여기저기 포진해 있습니다. 지금 Overcooked의 실시간 순위가 All I Want를 넘어서서 정말 약이 올랐을 거예요.」
「아…….」
「인터뷰어가 다소 적절하지 않은 질문들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거미줄처럼 사방에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금 눈이 반쯤 돌아가 있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할게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워낙 순하고 선량하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네요. 하하.」
「맞아요. 저희는 너무나 순하고 착하기 때문에…….」
그 말에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매니저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강철 두부 같은 느낌이죠. 강철 두부도 순한 맛이긴 하니까.”
“그거 일리 있다.”
우리가 매니저들을 흘깃 째려보는 동안 마침내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
LA의 한 라디오 스튜디오.
하와이안 셔츠에 수염을 기른 남자가 쾌활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서핑보드를 잘 탈 것 같은 느낌의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우리 천재 가수들! 여러분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롭 머피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롭.」
「제가 더 반갑죠! 오늘 청취율을 올려줄 귀한 손님들인데!」
LA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겪는 특유의 기 빨림.
천재 같다면서 이번 곡을 칭찬하는 이에게 감사하다, 감사하다, 하는 이야기로 답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메인 DJ가 평소대로 코너를 진행한 후.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 오늘 초대석에 누가 왔게요~? 바로 뉴블랙입니다! 라이브 FM에 오신 걸 환영해요!」
헤드폰을 쓴 우리와 라디오 DJ가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신곡에 대한 반응이 정말 뜨겁습니다!」
「네. 이제 막 발매했는데 정말 큰 관심을 보여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왕이면 재미있게 부탁드립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 녹화 방송인 토크쇼와 달리 생방송 라디오, 그것도 영어로 진행하는 거라 약간 떨렸지만 금방 적응했다.
그렇게 DJ와 떠들썩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질의응답 코너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청취자들이 실시간으로 보내 준 질문을 여러분에게도 드려 볼 텐데요. 준비되셨나요?」
「네. 준비됐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에게 DJ가 여러 가지 청취자 질문을 물었다.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가, 멤버 중에 잠꾸러기는 누구인가, 무인도에 간다면 뭘 가져가고 싶은가 등등.
그렇게 한창 웃으며 진행하고 있을 때.
「여기 질문이 하나 더 있네요. 흠, 이 부분은 조금 민감할 수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아마 질문에 따라 다르겠죠…?」
「그럼 일단 여쭤보겠습니다.」
라디오 DJ가 내용을 읽어 주었다.
「이번에 발매한 Overcooked를 잘 듣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저번의 METRO와 음악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이 드네요. 최근 들어 10대 소녀들이 문라이트에 열광한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음악적인 스타일을 바꾼 건가요?」
DJ가 우리를 바라보며 씩 웃고는 마저 읽었다.
「그리고 10대 소녀들이 열광하는 보이밴드란 포지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지금까지 못마땅했던 것인지… 워우! 워딩이 강하네요. 조금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뉴블랙의 생각이 궁금해지네요! 너무 착하기만 한 질문은 재미없잖아요?」
잘못 대답하면 문제 생길 거리가 엄청 많은 질문.
유리창 바깥에서 우리 에이전트가 PD한테 눈을 부라리며 뭐라 외치고, PD도 어색한 표정으로 답하는 게 보인다.
「어떤 생각인가요, 뉴블랙?」
청취자의 질문을 전달한 DJ가 헤드폰을 쓰고 있는 우리를 향해 능청맞게 웃어 보였다.
잠깐 멈칫한 동생들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일부러 이러는 거 같지?’
‘그런 것 같은데요.’
‘내가 처리할게.’
눈을 빛내며 웃는 DJ를 향해 내가 조용히 웃어 보였다.